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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연속 기획 세미나 시작
27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왜 다시 문화의 복음화인가?'를 주제로 연속 기획 세미나를 열었다. 첫 순서로 열린 이날 세미나는 오늘날 시대 상황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문화의 복음화’ 문제를 재조명하고, 이후 세미나에서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나가기로 했다.
이날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첫 세미나는 ‘문화의 복음화’의 개념을 주로 다루었다. 다음 세미나에서는 한국 사회, 문화의 세부 주제를 선정한 뒤 해당 주제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대응 과제를 다뤄 갈 예정이다. 잠정 선정한 주제로는 ‘물질적 가치의 지배’, ‘차별과 혐오’, ‘공동체 개념의 변화’, ‘생태환경 위기’와 ‘과학기술 문명’이다.
27일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이 '왜 다시 문화의 복음화인가?'를 주제로 '문화의 복음화'를 위한 연속 기획 세미나를 열었다. ©경동현 기자
세미나에서 발제는 김민수 신부(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원장)가 ''문화의 복음화'의 핵심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오지섭 교수(서강대 종교학과)가 ''문화의 복음화' 개념 정립을 위한 두 가지 자료 검토'를 주제를 각각 맡았다. 토론에는 황인수 신부(성바오로 수도회)와 김남희 교수(가톨릭대)가 참여했다.
김민수 신부는 먼저 문화의 복음화를 이 시대에 다시 고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급격히 진행되는 글로벌 사회문화 변동은 교회의 구조와 조직, 선교와 사목 방식, 신앙생활의 형태에 막강한 영향을 끼쳐 왔고, 교회의 문화가 모든 삶의 양식을 지배하던 때의 전통적인 선교, 사목, 교육, 신심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으며 새롭게 변화하도록 도전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교회는 세계를 향한 일방적인 자기 확장에서 벗어나, 열린 자세로 이 시대의 지배적인 현대 문화와 상호교류 및 공존을 추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교회가 자신을 문화라는 관점에서 이해하고, 현대 문화를 객체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할 때만 가능하다"고 보았다.
김 신부는 교회가 오래 다루어 온 새로운 복음화 개념이 오늘날 거대한 문화 변동을 거치면서 ‘문화의 복음화’로 구체화되고 있다며, 복음화를 위해서는 문화의 복음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복음의 토착화를 위해서는 문화의 복음화가 절실히 필요”(69항)하다는 프란치스코 교종의 회칙 '복음의 기쁨'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한국 교회는 문화의 복음화와 문화사목의 이론과 실천이 보편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문화의 복음화 개념과 실천을 더 깊이 연구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근 교회에서 펼치고 있는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운동이 문화의 복음화를 재고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을 제공해 줄 수 있다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관심과 참여를 요청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한 (왼쪽부터) 오지섭 교수와 김민수 신부. ©경동현 기자
두 번째 발제를 한 오지섭 교수는 종교학적 해석과 프란치스코 교종의 복음화 권고를 바탕으로 ‘문화의 복음화’의 의미를 모색했다.
먼저 종교학적 해석과 관련해서 종교 본래의 의미는 초월을 추구하는 삶으로, 현세 삶을 초월적 진리의 기준에서 성찰하고, 그 기준에 어긋나는 것은 부합하도록 변화시키고 완성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의미가 그대로 ‘문화의 복음화’의 의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프란치스코 교종의 복음화 권고에 근거해, 복음화의 핵심은 사회적 관심과 참여로, 이는 곧 ‘문화의 복음화’의 기본 의미에 해당하며, 프란치스코 교종의 회칙 '모든 형제들'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선택과도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위기의 시대를 살면서 나 혼자만의 안위를 원하거나 무사함에 감사하는 신앙이 아니라, 위험에 내몰린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영성과 실천이 ‘문화의 복음화’의 근거이자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토론을 맡은 (왼쪽부터) 황인수 신부와 김남희 교수. ©경동현 기자
토론자로 나선 황인수 신부는 발제자들의 발언 내용을 축약하면서, 가장 큰 문제로 언급한 우리 시대의 파편화와 개인화가 반드시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인류 역사에서 권력이나 힘들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 요소로서, 이러한 시노달리타스 운동이 문화의 복음화를 구현하는 데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았다. 개인화와 파편화는 역기능적 측면의 표현이지만, 이 운동이 우리가 함께 살아 보려는 노력이 될 때 교회가 어떤 답을 주게 될 것이며, 단시간 안에 결과가 나오기 어려워도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김남희 교수는 시노달리타스 운동이 문화의 복음화에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문화의 관점에서 종교를 변화시키는 세속이 시노달리타스 운동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변했고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교회가 그렇지 못한 점을 반성하면서, 변화 방향을 가톨릭 전통 안에서 찾아가는 여정이 시노달리타스 운동이라는 것이다. 변화하는 정신을 가톨릭 전통 안에서 찾는다는 점이 ‘문화의 복음화’ 논의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이며, 그럴 때 우리가 교회 밖 문화를 받아들이고 다시 영향을 주는 복음화 안에 전통과 현대가 같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은 1985년 설립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근거하여 ‘복음의 문화화, 문화의 복음화’를 핵심 주제로 삼아 왔다.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오늘날 그 영향과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문화의 복음화’를 다시 조명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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