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겨운 월요일도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띵~동. 띵~동."
"와아, 점심시간이당~~"
지만이는 제일 먼저 좋아하면서 도시락을 꺼냈다.
(이 학교는 아직 급식이 안 되고 있어요.. 설정상. 그리고 도시락 먹는 게 더 정겹지 않나요? -_-*이해해 주세요.)
"밥 묵자!"
지만이는 예전 중학교 때 친하던 친구들과 같이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잘 아시다시피 서로 친하지만 맛있는 반찬 쟁탈전을 위해 초반의 기세가 너무 강렬했다. 맛있는 반찬을 각자의 밥통으로 모두 올려 놓은 뒤에, 이제야 숨 돌릴 여유가 있었다.
"근데 궁금한게 있어." 지만이가 물었다.
"머가 구래?" 민혁이가 입에 음식을 가득 물고 (일부는 막 튀어나오기도 했다. 으~ 꼭 누구 같당..) 대답 했다.
"저기 앞에서 밥 먹는 애 중에 키 크고, 잘생기고, 눈 큰애 있잖아. 쟤는 누구야?"
"아, 저기 김밥 먹는 애?"
"응"
"현규라고, 작년에 우리 반이었는데, 작년 1학기 말에 전학 왔어. 첨엔 그다지 뛰어나진 않았는데, 2학기 때부터 공부 엄청나게 잘 해. 키도 크고, 얼굴도 잘 생기고, 운동도 진짜 잘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보면 볼수록 정이 가는 녀석이야."
"응, 그래."
지만이는 밥이 어떻게 넘어가는 지도 모르게 저 앞에서 여러 명의 애들과 웃으며 밥을 먹고 있는 현규라는 아이를 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약간 슬픈 기색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보았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왜 이러지?'
"야, 여기 체육복 빌려왔어!"
"아, 고맙다 이 짜슥아. 난 너밖에 없자너.."
"아우 닭살이다. 지만군."
"그런 난 어떻겠냐? 민준이 한테 그런 말을 했는데.."
"뭐야, 이 녀석이! 손 좀 봐야 쓰건는디?"
"얘들아, 2시 전에 운동장으로 나가서 줄 서 있으래."
"알았어, 체육부장." 민준이가 씨름하다 말고 갑자기 딱 서서 대답했다.
"벌써 부장들 다 뽑은 거야?" 지만이가 물었다.
"체육 선생님 성격이 급하거든. 아, 넌 아직 모르겠다." 기석이가 말했다.
"딴 선생님들처럼 무섭진 않지?" 지만이가 물었다.
"물론 무섭지.. 조심해야 할걸. 헤헤헤.." 민준이가 대답했다.
햇빛이 딴 때보다 좀 따가웠다. 인제 좀 살 것 같았다.
"교실은 지옥이야, 지옥.." 뛰면서 지만이는 중얼 거렸다.
"자, 오늘은 좀 추운 편이니까 가볍게 팔굽혀펴기로 몸을 풀어 보자."
체육 선생님의 말씀에 애들은 제각기 팔굽혀 펴기를 했으나 대부분은 시간이 별로 지나지 않아 다 지쳐서 헥헥 거렸다.
그 중에서 아직도 한 번도 쉬지 않고 하는 아이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지만이와 현규였다.
"오~~. 서른 개, 서른 두개..."
그 둘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다가 결국 지만이가 먼저 그만두었다. 그러자 현규도 그만두었다.
'아, 체육 부장은 그렇다치고, 저 학생도 참 대단하군. 못 보던 얼굴인데.'
"자 , 오늘은 그냥 가볍게 축구 한 판 하겠다. 홀수, 짝수 나눠서 음. 빵 사주기 하자. 어때?"
"어, 선생님 시시하게 빵은요, 더 센 걸로 해요."
"그냥 해라~~"
"네...."
어느덧 축구는 시작되고, 체육 부장인 현규 학생은 홀수편이 되고, 지만이는 전학 와서 맨 끝 번호이므로 어떻게 짝수편이 되었다.
'내 실력을 발휘해 볼까?'
지만이는 또 운동 실력도 꽤 있는 편이었다. 공부하긴 싫어하지만 운동은 좋아했으니까. 나중에 안되면 운동 선수라도 해야지 하는 생각까지 있었다.
정신없이 민준이가 패스해 주는 공을 지만이가 몰고 가는데 갑자기 앞에서 누군가 가로막았다. 현규였다.
'어, 현규. 그래 한 번 우리 실력을 겨뤄보자.'
원래 민준이는 달리기 하나는 정말 빨랐다. 지금까지 따라잡는 사람을 못 봤는데 현규라는 녀석은 별로 힘든 기색도 없이 따라 다니며 공을 뺏을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오, 이 녀석 만만치 않네.'
점점 지만이가 힘들고 당황해 하던 중, 현규가 재빠르게 공을 뺏아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지만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쫓아갔다. 그러나 이미 현규는 멋있는 폼으로 슛을 넣은 뒤였다.
'역시 대단하군.. 나를 이기다니.'
그런 일이 여러 번 반복 되었다. 그 때마다 대부분 지만이는 현규에게 공을 빼앗겼고, 현규를 막지는 못했다. 현규가 골을 몰고 가는 모습은 같은 남자가 봐도 정말로 멋있었다.
어떻게 겨우 지만이가 골을 넣어서 어느덧 1:4. 홀수 팀의 3골은 모두 현규가 넣은 것이었다.
"삐~~~~"
어느덧 시합이 끝났다.
지만이는 괜히 저기 앞에 가고 있는 현규를 불러세웠다.
"너, 정말 대단하더라, 많이 배웠다." ->앙, 대사가 너무 유치하당..
"뭘." 현규는 무척 짧게 대답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빵 사줄게. 졌잖아. 난 너한테 많이 배우고 싶다."
지만이는 괜히 현규와 가까이 지내고 싶은 맘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또 평소의 말투와는 전혀 다른, 현규에게 어울릴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아니야." 여전히 현규는 짧게 대답했다.(-_-;;) 하지만, 무척 온화한 목소리였다.
"빼지 말고 알았지? 그럼 내일 학교 끝나구 기다려야 돼!"
현규는 저만큼 뛰어가는 지만이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