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의 인생 일기]
아버지의 낡은 책상
출처 한국경제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70856331
나태주 시인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지난해 5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동안 비워뒀던 막동리 집을 정리했다. 장롱이며 냉장고, 침대같이 덩치 큰 물건은 그냥 놔두기로 하고 아버지가 입으시던 옷가지며 자잘한 생활 도구를 여동생들이 와서 하룻저녁 자면서 치우고 남아 있는 자잘한 물건은 내가 치우기로 했다.
어머니가 먼저 세상을 뜨신 뒤 5년 동안 아버지가 혼자서 사시던 집이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 동생들에게는 논을 주시고 나에게는 집과 텃밭과 선산을 주셨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그것들을 제대로 건사하기는 어려워 집과 텃밭을 서천군에 기부하기로 해서 집을 미리 청소해야만 했다.
옛집 정리하다 만난 특별한 유품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대청마루방에 있던 나의 책을 치우는 일이었다. 공주에서부터 이삿짐 자동차 두 대를 불러 막동리 집으로 가서 한나절 책을 차에 실었다. 기왕 자동차로 책을 싣고 오는 김에 집 안 여기저기를 돌면서 아버지 어머니가 쓰시던 물건이 없나 살펴 몇 가지 가져오기도 했다.
우선은 어머니 반짇고리와 안경과 양산, 그리고 석유 등잔 하나, 아버지 어머니가 벽에 걸어놓고 보시던 사진들을 챙겼다. 또 가져올 만한 것이 없을까 살피다가 오래전 우리 식구들이 사용하던 나무로 된 밥상이 여러 개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챙기고 또 대청마루 한구석 찬장에 모아둔 사기대접을 있는 대로 상자에 담았다.
그리고 또 무엇이 없을까, 두리번거리던 나의 눈에 나무 책상이 하나 눈에 띄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물건이고 낡은 것이었다. 아, 저 책상! 그것은 젊은 시절 아버지가 사용하던 앉은뱅이책상이었다. 얼마나 오래됐는지 얼룩얼룩 나무의 여러 부분에 곰팡이가 슬고 더러는 썩기도 한 것이었다.
그렇다. 저것도 가져가야지. 저거야말로 아버지의 오래된 유품이 아니겠는가. 아버지는 저 책상에 앉아서 글씨를 쓰고 장부를 정리하기도 하면서 마을 이장 노릇을 10년 동안이나 하셨다. 나에게 보낸 숱한 편지들도 저 책상에 앉아서 쓰셨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책상을 살피던 나는 또다시 책상에서 오래된 흔적을 발견하고 생각에 잠겨야만 했다.
잉크 얼룩 속에 새겨진 가르침
그것은 책상 위의 잉크 자국이었다. 책상 위쪽 나무판 삼분의 일쯤을 덮은 잉크 얼룩. 그것은 아버지가 만든 것이기도 했지만 내가 만든 것이 더 많았다. 외갓집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 막동리 집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사랑방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아니, 부모님과 나, 그리고 동생 네 명이 함께 지냈다. 그러니까 방 하나에서 일곱 명이 살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책상을 두 개 들여놓을 공간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책상을 나와 아버지가 함께 사용해야만 했다. 열두 살짜리 중학생. 연필을 놓고 막 잉크와 철필을 사서 글씨를 쓰기 시작할 때. 나는 아버지의 책상 위에서 잉크병을 자주 엎어먹었다. 그럴 때마다 황급히 걸레를 가져다 잉크 얼룩을 닦아야 했고 야단을 맞지 않을까 싶어 아버지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한번인가는 책상머리에 공부 계획서를 적어서 붙여놓은 적이 있다. 그걸 유심히 봐두셨던지 아버지가 나더러 왜 너는 말만 그럴듯하게 하고 그걸 실천하지 않느냐고 꾸중하셨다.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면 애당초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만 못하다고 말씀하셨다. 사람은 말한 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말한 대로 살아야 한다-이른바 언행일치(言行一致)를 풀어서 그리 말씀하신 것이다. 내가 지금껏 살면서 가장 가슴 깊숙이 간직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말씀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이 말씀이 아닌가 싶다. 누구든지 자기가 입으로 말한 대로 그 일을 실천하면서 살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일 하나만 제대로 실천해도 성공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아버지의 그 낡은 책상은 풀꽃문학관 별관 거실에 와 있다. 책상 위에는 어머니의 반짇고리와 사기 등잔이 놓여 있다. 오며 가며 보는데 마치 아버지 어머니를 다시 만난 듯 정겨우면서도 가슴 한구석 서늘한 느낌이 든다. 특히나 잉크의 얼룩은 나에게 묻곤 한다. 과연 그대는 자기 입으로 말한 대로 살아온 사람인가? 젊은 아버지의 뜨거운 음성을 다시금 듣는 듯 조심스럽다.
자기가 말한 대로 살아왔던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다시 봄이 왔다. 벌써 1년 가까이 막동리 고향집은 빈집인 채로 방치된 상태. 다행히 서천군청에 기부채납 형식으로 고향집과 텃밭을 한데 몰아 기증해 마음 한구석 허전한 대로 다행스럽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 새록새록 일어난다. 그래, 올해도 봄은 오고 마당에 심은 몇 가지 꽃나무들은 꽃을 피우기도 했겠지.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쓴 시 한 편을 여기에 옮기며 섭섭한 마음을 달랜다.
‘어머니 세상 뜨시고 6년/ 아버지마저 세상 뜨신 건 작년 5월/ 또다시 어렵사리 봄은 와서/ 막동리 고향 집 아버지네 집/ 버려둔 지 1년도 넘어/ 사람 그림자 없어 혼자/ 외롭게 숨만 쉬고 있을 옛집/ 뜨락 한 구석지 동백꽃/ 새빨간 올해도 어렵사리 피웠겠다/ 여러 번 꺾이고 뭉개지고 비틀려서/ 키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볼품도 없는 동백꽃/ 너무나도 나를 닮은 동백꽃/ 그래도 붉고도 붉은 동백꽃/ 여러 송이 그 몸에 매달고/ 나도 꽃피웠어요 꽃 피웠다구요/ 붉은 울음 속에 샛노란 웃음/ 잠시 수줍게 보여주면서 고향 집/ 저 혼자 지키고 있겠다/ 멀리서 나만 혼자 애달프다 구슬프다.’ (‘고향 집 동백’ 전문)
빛명상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잔소리 9가지
바둑 두던 날, 어린 시절 아버지의 말씀
그때에는 만날 잔소리 같아서 싫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나는 똑같은 소리를 아들, 딸,
그리고 회원들에게도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나름대로 포장하여 들려줍니다.
1.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과 생명들을 귀히 여겨라.
2. 들은 말 중 정확하지 않은 것은 절대로 옮기지 마라. 반드시 책임져야 할 때가 온다.
3. 비밀은 드러날 때를 생각하고 만들지 마라.
4. 원리원칙으로 행하라. 임기응변으로 넘기면 언젠가는 `화禍’가 되어 돌아온다.
5. 복을 지을 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조차 모르게 하라.
6. 매사에 긍정적으로 겸손하고 감사하며 살아라. 교만은 귀신도 시기한다.
7. 금전관계. 보증, 문서, 도장, 싸인, 동업 등은 부자지간이라도 삼가라.
능력되면 조건 없이 도와라.
8. 주색은 항상 경계하고 날마다 조석으로 자신을 돌보는 명상글을 읽고 기도, 묵상하여라.
9.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라.
이 9가지 잔소리가 지금 되돌아보면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때도 그렇듯이···
지금도 다음 아이에게도···
출처 : 빛VIIT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2
2021년 1월 18일 초판 1쇄 P. 284-285
사랑의 향기가 있는 목욕탕
푸르르던 잎새마다
어느새 울긋불긋 가을 빛 아름다움이 묻어나고
조석으로 찬바람이 실려 옵니다.
오늘 간 목욕탕에서
최상의 아름다움을 만납니다.
육십이 조금 넘어 보이는 흰머리 아들과
팔십이 한참 넘어 보이는 엉성해진 백발의 아버지가
요즘 보기 드문 정겨움 한 바구니를
맑은 비누향 속에 풀어 놓습니다.
아들은 겨우겨우 걷는 아버지를 부축하여
긴 세월이 검게 묻어난 발가락 끝까지 비누칠 하고는
아버지의 온몸 구석구석을 따스한 손길로 씻겨냅니다.
그 모습에 오래도록
눈길이 머뭅니다.
목욕 후에는 아버지의 마른 얼굴과
뼈가 툭툭 도드라진 손가락 한마디 한마디까지
스킨과 로션을 골고루 발라
살포시 토독 두드려주는 아들
화목한 부자지간에서
인성과 사랑의 향기가 피어오름을 봅니다.
두 분의 모습이 온 세상 곳곳에서
가을 단풍처럼 아름답게 물들어가길 바람해 봅니다.
출처 : 甲辰年 그림찻방3
빛향기와 차명상이 있는 그림찻방 3
2024년 6월 22일 초판 1쇄 P. 106-107
첫댓글 아빠 보고 싶어요
귀한말씀 감사합니다❤️
미소로 하루시작합니다
우주마음
학회장님 곁에 감사와 감동입니다☺️
사랑의 향기가 있는 목욕탕,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잔소리 9가지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나태주님의 아버님의 낡은 책상 .
어린시절 아버님이 해 주신 잔소리 9가지 .향기 있는 목욕탕.
아버님이 주신 가르침 추억들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소중한 말씀 마음에 잘 담습니다.
언행일치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이 어릴때 해주신 잔소리 9가지!! 감사드립니다.
오늘날 저희들이 지켜야할 필수조건입니다.
감사합니다
많이 부끄럽네요.
귀한문장 차분하게 살펴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운영진님 빛과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감사드립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잔소리 9가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옛 것에 대한 그리움과 정겨움이 새록새록 느껴지는 글, 감사합니다.
삶의 지침이 될 9가지 잔소리 다시 마음에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모두가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감사합니다
그림찻방 귀한말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린시절 아버지께들은 9가지말씀...빛책속의 귀한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움 안에서 꼭 새겨야 할 잔소리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귀한말씀 늘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빛 의 글 볼수 있게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어린 시절 아버지가 해주신 잔소리 9가지> 귀한 말씀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
귀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