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에 우거진 풀들
해마다 한 번 시들었다 무성해진다네.
들불을 놓아도 다 타지 않고
봄바람 불면 다시 돋아난다네.
방초는 멀리 뻗어 옛길을 덮고
맑은 하늘 푸른 빛은 황폐한 성까지 닿네.
또 그대를 떠나보내니
이별의 슬픔 가득하다네.
賦得古原草 送別
離離原上草 一歲一枯榮
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
遠芳侵古道 晴翠接荒城
又送王孫去 萋萋滿別情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10대 시절에 쓴 시입니다. 원문 제목은 ‘부득고원초 송별’인데, ‘초(草)’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백거이가 15세, 혹은 18세 때였다고 합니다. 시험을 보러 수도 장안(長安)에 처음 갔다가 당시 이름난 시인인 고황(顧況)을 찾아갔지요. 고황은 소년의 이름이 ‘거이(居易)’인 것을 보고 이에 빗대어 “장안의 쌀값이 비싸니 살기가 어려울 텐데(長安米貴 居住不易)”라며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백거이가 이 시를 보여주자 “이런 재주가 있다면 살아가기가 쉬울 것(有才如此 居亦容易)”이라며 감탄했다고 합니다. 이때의 칭찬 덕분에 소년 백거이의 이름이 널리 퍼졌지요.
시 원문에 나오는 ‘야화(野火)’는 들판의 마른 풀을 태우기 위해 지르는 불을 가리킵니다. ‘야화소부진 춘풍취우생(野火燒不盡 春風吹又生)’은 들불을 놓아도 풀은 완전히 다 타 없어지지 않고 봄이 되면 다시 파릇파릇 돋아나는 것을 묘사한 것이죠. 간결하면서도 깊은 함의를 지닌 이 구절이 바로 이 시의 백미입니다.
(하략/아래 '바로가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