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기업인 녹지그룹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 매입에 대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녹지그룹이 부지 규모 7만9342㎡, 공시지가 1조4837억원에 달하는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하는 등 국내 부동산에 대한 투자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녹지그룹 관계자는 "삼성동 한전 부지를 포함해 서울에 위치한 땅들의 개발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해외부동산 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총 100억 달러를 넘어선 녹지그룹은 3조원에 이르는 삼성동 한전 부지를 단독으로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동산 시행기업의 한 관계자는 "강남 삼성역 일대에 위치한 알짜 땅이어서 국내 대기업들이 부지 매입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시세가 3조원대에 이른다는 점이 부담"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녹지그룹이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에 성공하게 되면 자금조달 능력을 증명할 수 있고 국내 다른 부동산 개발사업을 진행하기도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녹지그룹은 이미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에 9억달러(1조원)를 투자하고 있다. 제주헬스케어타운 77만8000㎡부지에 관광휴양시설과 의료서비스시설 등이 복합된 휴양거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녹지그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용산국제업무지구의 개발 사업권 인수를 추진하는 등 수도권 부동산 시장으로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녹지그룹 관계자는 "한국의 부동산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려나갈 방침"이라며 "부동산 디벨로퍼는 자금력이 중요한데 녹지그룹의 경우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부지를 매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상하이시가 51%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녹지그룹은 지난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금액이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자금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부동산 개발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미국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 중 359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평가 받고 있는 기업이다.
다만 삼성동 한전부지가 강남에서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인데다가 국내 대기업들이 부지매입을 위해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어 외국계 기업이 이 땅을 매입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한전 부지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데다 국민 정서를 감안했을 때 외국계 기업에게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양재동에 위치한 사옥의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삼성동 한전 부지를 후보지로 올려놓고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도 삼성생명을 통해 2011년 삼성동 한국감정원(1만989㎡) 부지를 2328억원에 매입하는 등 이 일대를 '삼성타운'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 건설기업 관계자는 "녹지그룹 등 외국계 기업이 국내 부동산 경기 회복에 발맞춰 매물로 나온 알짜 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삼성동 한전 부지는 강남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 땅이라는 상징성이 강하고 국부유출에 대한 국민 정서가 부정적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계 기업이 이 부지를 매입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한전은 오는 11월 삼성동 본사를 전남 나주시로 이전해야 한다. 강남에 남은 마지막 금싸라기 부지로 시세만 2조∼3조원대에 이른다. 한전은 본사 이전 1년 후인 내년 11월까지 이 부지에 대한 매각을 완료하고 국토교통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에 보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