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모든 선수가 한 명씩 홈 관중에게 평소처럼 활기차게 호명되었지만, 피날레는 항상 해리 케인이었다. 케인은 킥오프까지 그 함성이 계속 이어지도록 한 장본인이었다.
이제 피날레는 손흥민이고 그 소음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첫 번째 휘슬이 울리기 전,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소집한 팀 허들에서 뛰어나온다.
그는 지금 착용하고 있는 주장 완장을 조정하면서 중앙 자리로 뛰어 올라간다. 그는 모든 줄마다 유니폼 뒷면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져 있고 요즘은 어린 수탉보다 대한민국 국기가 더 많이 휘날리는 관중석을 향해 박수를 보낸다.
케인이 토트넘의 부적이자 클럽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소년이었다면, 손흥민은 클럽의 심장이자 빛나는 새로운 앙제 포스테코글루 시대의 생명줄이 되었다.
하이로드의 클럽 샵에서는 홈 경기 당일에 700벌의 손흥민 유니폼을 팔곤 했는데, 이는 케인이 있을 때도 케인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케인이 떠난 이후 “Son 7”의 경기 당일 판매량은 1,000장에 가까워졌다.
토트넘에서 케인의 위상에 필적할 만한 선수는 아무도 없으며 언젠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트로피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위상을 더욱 높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인은 점점 더 많은 찬사를 받으면서 다른 곳에서 뛰고 싶고, 또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그가 있는 곳에서 행복하기 때문이다. 떠날 운명이었던 홈그로운의 영웅은 춘천 출신의 스트라이커로 대체되었고 그는 항상 자신이 소속되어 있다고 느꼈다.
손흥민이 쾌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라는 점은 카메라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해 벤 데이비스가 아기를 낳았을 때 손흥민은 토트넘 선수 중 가장 먼저 병문안을 갔다.
매일 오후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 팬들이 토트넘 훈련장 밖 도로에서 기다릴 때, 그들을 돌보는 손흥민의 관대함은 건강과 안전의 문제가 되었다.
"그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아요." 한 직원이 말한다. 꼼꼼한 유형의 장인일 수밖에 없는 안토니오 콘테 前 감독은 손흥민이 딸에게 완벽한 남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따금 간과할 수 있는 손흥민의 또 다른 면이 있다. 이는 그를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고 윙어에서 치명적인 센터포워드로 변신시켰으며 까다로운 주장으로 만들었다.
토트넘 감독인 포스테코글루는 지난 2월에 "손흥민은 항상 웃는 긍정적인 사람이고 모두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사람들이 그를 오해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승리를 원합니다. 그는 기준이 무너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뭔가 잘못되었다면 바로 말하죠."라고 말했다.
화요일 밤, 손흥민의 토트넘 통산 400번째 출전 경기였던 웨스트 햄 원정 경기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둔 후 풀타임 동안 잔디밭에 앉아 후반 역습 상황에서 패스를 놓친 데얀 쿨루셉스키를 질책하고 있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지만, 손흥민의 대표팀 주장직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미 그의 이런 면모를 본 적이 있다.
손흥민은 팀 후배인 이강인이 팀 회식 자리에서 탁구를 하기 위해 일찍 자리를 떴고 이 과정에서 말다툼이 벌어져 손가락이 탈골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는 손흥민의 아버지가 한 번에 4시간씩 kick-ups 연습을 하며 터치를 연마하게 한 이래로 이어져 온 끈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장으로서 손흥민은 높은 기준을 고집한다. 그와 긴밀히 협력하는 사람들에 따르면 손흥민은 토트넘이 승리하더라도 기회를 놓친 자신을 저주하며 집으로 돌아가 매일 밤 개인 물리치료사와 2시간씩 링거를 맞으며 치료를 받는다.
8월 당시 포스테코글루가 선수단 앞에서 신임 주장을 지명했을 때, 손흥민은 회의실 맨 앞에서 즉석연설 요청을 받았다. 손흥민이 강조한 세 가지 키워드는 책임감, 행동, 규율이었다.
손흥민은 시즌이 시작되자 경기 전날 훈련장에서 잠을 자야 하는 시간부터 원정 경기에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등 팀의 기존 루틴에 대해 선수단을 조사했다.
시즌 개막전 브렌트포드 원정 경기 전날 밤, 손흥민은 제임스 매디슨에게 문자를 보내 경기 전 토트넘 팬들 옆 Gtech Community Stadium 구석에서 모임 (pre-match huddle)을 하자는 아이디어를 전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을 주장으로 뽑는 데에도 모순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토트넘의 다니엘 레비 회장은 콘테의 임기가 비참하게 끝난 후 클럽에 새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9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던 팀의 주장 요리스와 케인은 매각되었고 손흥민과 데이비스만 남게 되었다. 손흥민은 계약이 1년 남았지만 구단은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으며 손흥민은 이를 선택할 것이다.
포스테코글루는 손흥민이 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쏘니가 워낙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 우리에게 필요한 변화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웠을 수도 있지만, 저는 그가 매우 적합하다고 느꼈습니다."
"무겁게 느껴질 수 있고 실전에 나가면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지만, 올해 그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오히려 그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손흥민은 포스테코글루에게 어울리는 부관이기도 했는데, 그는 손흥민처럼 유럽에서 가장 흔한 루트를 피하며 정상에 오르는 길을 택했다.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지 2년 만에 맨유의 박지성을 제치고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아시아 선수 최다 득점자가 된 손흥민은 어려움을 언급했다. "아시아인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전히 그렇죠. 더군다나 박지성 선수가 먼저 해냈기 때문에 더욱 어려웠죠."
현재 31세인 손흥민은 클럽과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으며 그의 뛰어난 기술력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지난 7시즌 동안 토트넘에서 18골 미만으로 득점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의 국적이 더 큰 이적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그가 스페인이나 브라질 국적이었다면 바이언에서 케인과 함께 커리어를 마무리하거나 가레스 베일의 길을 따라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은 손흥민의 전성기가 나이와 연봉이 엄청나게 높아진 20대 후반에 왔다며 시기의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이번 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손흥민을 더 완벽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윙어에서 스트라이커로, 나이스 가이에서 태스크마스터로, 궁극적으로 팀을 책임진 언더스터디다. 손흥민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