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은 英雄(Little hero)
해와 달을 밑천 삼아 30년을 일한 직장에서 명예퇴직을 하면서 받은 퇴직금으로 길가 모퉁이에 조그만 편의점을 차린 나는 생각한 것보다 어려운 현실에 처음 시작했을 때의 의욕은 사라지고 낮에는 마누라가, 밤에는 내가 교대해가며 일그러진 얼굴로 살아가던 그날도 땅거미진 거리를 움츠린 두 어깨를 저어가며 편의점으로 도착하고 있었다.
“수고하였소!” “여보, 수고하세요!”
기계음처럼 습관적으로 하는 말로 인사를 하고 기다렸다는듯이 풀썩 주저앉자마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은 길거리에서 폐휴지를 줍는 할머니였다.
“오늘도 삼각 김밥 드려요?”
할머니께서 내가 내미는 삼각 김밥 하나를 들고 귀퉁이 자리에 가 앉아 오물오물 드시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왜 맨날 저것만 드실까?”
그러는 사이 딸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선 초등생으로 보이는 소녀가 컵라면 한 개를 가져 오더니 계산대에 올려놓고 있었다. “할머니, 김밥만 드시지 말고 여기 컵라면과 함께 드세요.”
자기가 먹을 것을 산 줄 알았던 내 눈에 비친 소녀의 마음에 들고 있던 바코드를 미처 내려놓지 않고 있는 내게로 다가온 소녀가 말하였다. “저기 저 할머니가 여기 편의점에 자주 오세요?”
“매일 이 시간이면 와서 삼각 김밥 하나를 드시는데 왜 묻니?”
“그럼 잘 되었네요?”
소녀는 편의점 안쪽으로 뛰어가서 컵라면 하나를 들고 와서 말하였다. “이것으로 열 개만 주세요.”
“열 개씩이나?”
“세배 돈 받은 이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했었는데 쓸 곳을 찾았어요.”
소녀는 손지갑 속에 꼬깃꼬깃 접어 넣었던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서 계산을 하였다.
의아하게 생각을 하며 계산을 마친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소녀는 그 컵라면을 도로 제자리로 가져다가 놓고 말하였다. “아저씨, 이 시간에 매일 계셔요?”
“이 시간에 언제나 근무한단다.”
“아저씨,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 들어줄 만하면 들어줄 게”
귀찮다는 듯 내뱉는 내 표정을 마치 고쳐주기라도 하려는 듯이 해맑은 소녀의 음성이 내 귀에 들려왔다. “제가 산 컵라면을 저 할머니 오실 때마다 하나씩 주세요.”
“응, 그럴게!”
얼떨결에 튀어나온 내 말에 금방 핀 꽃처럼 환하게 인사를 건넨 소녀가 파란 하늘을 솜털구름 밟고 가듯이 뛰어가는 뒷모습을 멍하니 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오늘 작은 영웅을 보았다.” |
첫댓글 <음악 태그소스>
<audio style="border:2.5px solid #cc99cc; border-radius:25px; width:250px;height:30px;" src="https://blog.kakaocdn.net/dn/p9Ig0/btsrYOdYwn8/orIxTFkcl6bph0KwU6Vegk/tfile.mp3"
controls autoplay loop>김인배(Kim In Bae) Trumpet 연주곡 6곡</audio>
♬김인배 - 트럼펫 6곡 연주,
자기가 먹을 것을 산 줄 알았던 내 눈에 비친 소녀의 마음에 들고 있던 바코드를
미처 내려놓지 않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 소녀가 말하였다.
“저기 저 할머니가 여기 편의점에 자주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