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 아빠랑 이야기 나누다가 어쩌다 보니 한 달전의 병원 얘기로 흘러갔는데 그때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어떤 한 아이에 대해 말하게 되었어요.
글을 보시면 병원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저는 사실 소아과 간호조무사로 근무하고 있어요. 작년 3월 초에 간호조무사 시험에 합격하고 두번째로 얻은 직장인 지금의 소아과에서 1년 2개월 가까이 일하고 있어요.
소아과에 다니다 보면 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헤어지는데 한 달전에 엄마랑 할머니랑 한 여자 아이가 그때 영유아검진하러 왔었어요. 그런데 아이가 말을 전혀 하지 않고 계속 할머니 아니면 엄마 옆에 계속 붙어있어서 제가 좀 관심 있게 봤는데 알고 봤더니 아이가 태어나고 미국에서 살다 보니 영어 유창한 반면에 한국말을 전혀 못하고 알아듣지 못하더라고요.
그때 아이가 다른 사람이 다가가서 말을 걸어도 전혀 대답을 하지 않고 기 죽어서 아이한테 그 아이가 살아온 환경을 조금이라도 맞춰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잘 못하지만 간단한 영어 소통해 봤어요. 영유아검진할려면 아이 키 몸무게 재야 하니까 제가 아이한테 체중계에 올라갈 때 Take off your shoes 이런 간단한 영어도 하고 머리 크기 잴 때 This is headband 로 아이한테 두려워하지 않게 말을 해주기도 하고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겨울왕국 엘사 비타민 같은 걸 가리키면서 엘사 라고 말하고 아이한테 주니까 받더라고요. (영어 대화로 시도해보기 전에 제가 비타민 줘도 받지 않았거든요.) 아이가 무서워하지 않은 거 같아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아이 들어오라고 할 때 Come here 라고 말했는데 안에 계시는 원장님이 야 너가 통역 좀 해 봐라 라고 그러시더라고요. ㅋㅋㅋ 그거 좋은 걸까요?? 근데 부담감이 드는 건 함정이지만 ㅋㅋ
그래도 아이가 무사히 검진 잘 받고 나중에 헤어질 때 제가 영어로 bye bye 하니까 아이가 bye bye 해 주더라고요. 그러고 있다가 며칠 뒤에 그 아이가 왔더라고요. 예방 접종하러요.
그 때는 그냥 아이가 예방접종 하다가 다치지 않게 잡아주고 움직이지 말라고 Don't move 라고 반복해서 말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비타민 주고 이제 가야 하니까 아이한테 bye bye 하고 ㅋㅋ 이제 아이가 저한테 손을 흔들어주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엄마 아빠한테 들려드리니까 엄마 아빠가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이 눈높이에 맞춰서 배려를 베푸는 것도 놀랍지만 보통 사람들 같으면 영어 발음이 이게 맞나 시도를 하지 못하고 끝나는데 영어 소통을 하는 게 더 놀랍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아이가 미국이랑 여기랑 환경이 다르니까 언어라도 조금이라도 소통하면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거였다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제가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겠죠. 그래도 그게 나한테는 작은 배려라고 생각이 아이한테는 큰 힘이 되어주고 경계심이 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될 거라고 그러시는데 괜히 머쓱해지더라고요.
이 일을 계기로 좀 더 전문적으로 영어를 배울 마음이 생겼어요. 저는 그냥 사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되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 사실 영어 문법 할 줄 몰라요. ㅠㅠ ㅋㅋ 오늘 날씨 추운데 이불 꼭 덮고 주무시고 독감 조심하세요!! ㅎㅎ
첫댓글 대단하세요.
외국어는 틀리더라도 시도를 하는게 중요하고,
남의 눈치보지 말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려는 표정이나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외국에 나가서도 먼저 다가가야 도움을 받기 편합니다.
네. 이번 일로 많이 배웠어요. 조금씩 영어 공부할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