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미국 영어다] (38) '콘사이스'는 '사전'이 아니다.
미국 어느 대학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생 하나가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사전이 필요했다. 늘 가지고 다니던 사전을 깜박 잊고 안 가지고 온 것이다. 옆을 둘러보니 마침 미국 학생이 두툼한 사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 학생은 May I borrow your concise for a minute?라고 말했다. 물론 "콘사이스 잠깐 빌릴 수 있겠느냐?"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랬더니 미국 학생은 Borrow what? (무얼 빌린다고?)라고 반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Concise. 라고 좀더 크게 말해 주었더니, 이번엔 What is concise? (콘사이스가 뭐냐?)고 반문하더라는 것이었다. 결국은 한국 학생이 사전을 손을 가리켜서야 비로소 사전을 빌려 볼 수가 있었다는 얘기다. 사전은 '콘사이스'가 아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의 상당수가 사전을 콘사이스라고 한다. Concise Oxford Dictionary니 Concise Webster's Dictionary니 하고 영어 사전 이름에 concise라는 말이 많이 들어가니까 영어 사전을 아예 '콘사이스'라고 부르게 된 것 같은데 concise는 '간략하나 내용이 풍부한'이란 뜻일 뿐 '사전'이란 뜻은 전혀 없다. '사전'은 dictionary (딕셔너리)다.
그러므로 May I borrow your dictionary?라고 해야 사전을 빌려 볼 수 있지 May I borrow your concise?라고 백 번 말해 봤자 미국 사람들은 못 알아 듣는다. 미국 식품점에 가서 아무리 '마가린'을 달라고 해 봤자 마가린은 살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가린'이라고 하는 것을 미국에서는 '마아저린 (margarine)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또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어떤 교포가 자동차를 몰고 가다가 '핸들'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서 gas station (주유소)에 들어가 mechanic (미캐닉. 정비공)을 보고 The handle of my car is broken. 이라고 말했다. 물론 "내차의 핸들이 고장 났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그랬더니 정비공은 자동차의 door handle, 즉 차 문의 손잡이를 들여다 보고 나서 It's not broken. It's OK. (고장이 나지 않고 괜찮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핸들'이라고 하는 것을 미국 사람들은 steering wheel (스티어링 휘일) 또는 간단히 wheel이라고만 할 때도 있다.Never put yourself behind the wheel when you are drunk. 는 "술에 취해 바퀴 뒤에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취중에는 운전하지 말라"는 말이다. 여기서 wheel은 물론 steering wheel을 가리킨다. 우리가 자동차의 '백미러'라고 하는 것도 미국서는 rear-view mirror (리어 비우 미러)라고 한다. 또 우리가 '크락숑을 울린다'고 하는 것을 영어로는 blow the horn또는 그냥 honk라고 한다. '크락쇼'은 자동차 경적 (horn)만드는 회사 Klaxon(크랙슨)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우리는 또 커피에 타는 cream (크림)을 '프림'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회사 이름에 불과하다. 미국 사람에게 커피에 '프림'을 타서 마시겠느냐고 물어 봤자 못 알아 듣는다. 한국에서는 산붑증과 돈같은 것을 것을 넣고 다니는 자겁을 '패스포트'라고 하기도 하는데, 미국 사람한테 '패스포트'라고 하면 passport (패스포오트. 여권)를 잘못 발음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패스포트' 즉 '지갑'이라고 하는 것은 미국에서는 wallet (월리트), ㅓbillfold (빌폴드) 또는 pocketbook (파켓 북)이라 한다.
'포켓 북'이라면 우리는 호주머니에 들어갈 만한 작은 책으로만 알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pocktbook이 '돈지갑'이나 여자들의 handbag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