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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석 마도진(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칼을 가느라 다 없어진다는 뜻으로, 장수의 기개를 드러낸 구절을 일컫는 말이다.
白 : 흰 백(白/0)
頭 : 머리 두(頁/7)
山 : 메 산(山/0)
石 : 돌 석(石/0)
磨 : 갈 마(石/11)
刀 : 칼 도(刀/0)
盡 : 다할 진(皿/9)
만주와 함경도 사이의 산 백두산(白頭山)은 우리나라 제일의 산일뿐 아니라 민족의 영산(靈山)이다.
단군(檀君) 신화에 등장할 때는 태백산(太白山)으로 그 정기를 타고난 주몽(朱蒙)과 대조영(大祚榮), 이성계(李成桂) 등은 새 나라를 세웠다.
2744m 높이의 종산(宗山)이 불함산(不咸山)이나 장백산(長白山) 등으로 불리며 지리산(智異山)까지 백두대간(白頭大幹)으로 뻗어 내렸다.
이처럼 신성시된 백두산이 그 이름대로 등장한 것은 고려사(高麗史) 이후부터라 한다. 여기에 백두산을 더욱 널리 알리게 된 것은 그곳의 돌을 칼 가는 데에 다 닳게 한다는 남이(南怡) 장군의 '북정시(北征詩)'에 의해서가 아닐까 한다.
모두들 명시로 외우거나 읊은 적이 있을 것이지만 전문을 다시 보자.
白頭山石, 磨刀盡,
백두산의 돌은 모두 칼을 갈아 없애고,
豆滿江水, 飮馬無.
두만강의 물은 모두 말을 먹여 없애네.
男兒二十, 未平國,
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태평스럽게 못하면,
後世誰稱, 大丈夫.
후세에 어느 누가 대장부라고 일컬으리.
산에 있는 돌을 칼 가는 데에 다 써 버리겠다는 과장이 있는 한편 사내 대장부다운 호기와 큰 포부, 그리고 패기가 잘 드러나 있어 더욱 애송됐을 듯하다.
오늘날 북한강의 남이섬으로 영원히 남아 있어도 남이 장군의 일생은 굵고도 짧았다.
태종(太宗)의 딸 정선(貞善) 공주의 손자로 태어나 일찍 무관으로 급제하고 변방의 여진족을 정벌하여 병조판서에 오르는 등 초기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세조(世祖) 말년 남이가 혜성을 보고 묵은 것이 가고 새 것이 온다고 말한 것이 권신들에 의해 역모로 몰려 28세에 죽음을 당했다.
이보다 남이 장군의 세 번째 시구 남아이십 미평국(男兒二十 未平國)을 남아이십 미득국(男兒二十 未得國)으로 고친 유자광(柳子光)의 음모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실제 이 구절은 후세에 남아이십 미평적(男兒二十 未平賊)으로 인용된 문집이 많아 억울함을 더한다.
백두산은 2017년 문통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항공편으로 오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민족의 영산을 탐방하려면 중국을 거쳐 올라야 한다. 그래도 천지(天池)의 일부분만 접한다.
좀 더 자유롭게 북이 개방되어 육로로 관광하는 길이 열려야 그 옛날 남이 장군이 호기롭게 외쳤던 백두산 돌과 두만강 물을 만져볼 것이다.
▶️ 白(흰 백)은 ❶상형문자로 햇빛이 위를 향하여 비추는 모양을 본뜬 글자로 희다, 밝다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白자는 '희다'나 '깨끗하다', '진솔하다' 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白자는 촛불을 그린 것으로 해석한다. 갑골문에 나온 白자를 보면 타원형 중심에 획이 하나 그어져 있는데, 이것은 촛불의 심지와 밝게 빛나는 불빛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白자는 '밝다'나 '빛나다' 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白자는 그동안 다양하게 해석되곤 했다. 손톱이나 쌀알을 그린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갑골문에서 白자가 '밝다'나 '빛나다' 라는 뜻으로 쓰인 것을 보면 본래는 촛불을 그렸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白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주로 모양자로만 활용되고 있다. 그래서 白(백)은 (1)백색(白色) (2)백지 (3)백군(白軍) (4)성(姓)의 하나 (5)백국(白國). 곧 벨기에 등의 뜻으로 ①희다 ②깨끗하다 ③분명하다, 명백하다 ④진솔하다 ⑤밝다, 밝아지다 ⑥빛나다 ⑦비다, 가진 것이 없다 ⑧아뢰다(말씀드려 알리다), 탄핵하다 ⑨흘겨보다, 경멸하다 ⑩흰빛 ⑪백발(白髮) ⑫대사(臺詞) ⑬술잔 ⑭비단(緋緞), 견직물(絹織物) ⑮볶은 쌀 ⑯소대(小隊: 군대 편성 단위의 하나) ⑰거저, 대가(代價) 없이 ⑱부질없이, 쓸데없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흴 고(暠), 흴 호(皓), 밝힐 천(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검을 흑(黑)이다. 용례로는 흰 눈을 백설(白雪), 희고 깨끗한 이를 백치(白齒), 빛깔이 흰 종이를 백지(白紙), 흰 빛을 백색(白色), 대낮을 백주(白晝), 흰 빛깔의 기를 백기(白旗), 죽은 사람의 살이 다 썩고 남은 뼈를 백골(白骨), 늙은이를 백수(白叟), 하얗게 센 머리털을 백발(白髮), 숨긴 일이나 생각한 바를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함을 고백(告白), 의심할 것 없이 아주 뚜렷하고 환함을 명백(明白), 깨끗하고 흼 또는 죄가 없음이나 공명정대함을 결백(潔白), 혼자서 중얼거림을 독백(獨白), 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음을 공백(空白), 스스로의 죄를 고백함을 자백(自白), 검은빛과 흰빛으로 잘잘못이나 옳고 그름을 흑백(黑白), 종이 따위의 글자나 그림이 있는 이외의 빈 부분을 여백(餘白), 죽어도 잊지 못할 큰 은혜를 입음이란 뜻으로 남에게 큰 은혜나 덕을 입었을 때 고마움을 표시하는 말을 백골난망(白骨難忘), 대낮에 꾸는 꿈이라는 뜻으로 실현될 수 없는 헛된 공상을 이르는 말을 백일몽(白日夢), 업신여기거나 냉대하여 흘겨봄을 일컫는 말을 백안시(白眼視), 타향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를 생각함 또는 멀리 떠나온 자식이 어버이를 사모하여 그리는 정을 이르는 말을 백운고비(白雲孤飛), 희고 고운 얼굴에 글만 읽는 사람이란 뜻으로 세상일에 조금도 경험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면서생(白面書生), 아무 것도 없거나 모르는 상태를 일컫는 말을 백지상태(白紙狀態), 예로부터 흰 옷을 숭상하여 즐겨 입은 한민족을 이르는 말을 백의민족(白衣民族), 벼슬이 없는 사람으로 군대를 따라 싸움터에 나감을 이르는 말을 백의종군(白衣從軍), 흰 말이 지나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듯이 눈 깜박할 사이라는 뜻으로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감을 이르는 말을 백구과극(白駒過隙), 흰 모래와 푸른 소나무라는 뜻으로 흰 모래톱의 사이사이에 푸른 소나무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바닷가의 아름다운 경치를 이르는 말을 백사청송(白沙靑松), 아무 것도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백수건달(白手乾達), 서로 백발이 되기까지 사귀어도 마음을 알지 못하면 새로 사귄 것이나 같다는 뜻으로 친구가 서로 마음을 몰랐던 것을 사과하는 말을 백두여신(白頭如新), 백마는 말이 아니다는 말로 억지 논리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백마비마(白馬非馬), 믿을 만한 출처나 자료를 가지고 하는 선전을 일컫는 말을 백색선전(白色宣傳), 흰 옥이 흠이 없다는 뜻으로 결점이 전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옥무하(白玉無瑕) 등에 쓰인다.
▶️ 頭(머리 두)는 ❶형성문자로 头(머리 두)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머리혈(頁; 머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豆(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豆(두)는 고기 따위를 담는 식기로서 둥근 그릇에 높은 발이 달려 있고, 頁(혈)은 얼굴이나 머리에 관계가 있음을 나타낸다. 頭(두)는 豆(두)라고 하는 도구가 서 있듯이 사람의 머리가 몸위에 곧게 달려 있는 모습으로 머리와, 일의 시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頭자는 '머리'나 '꼭대기', '처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頭자는 豆(콩 두)자와 頁(머리 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豆자는 '콩'이라는 뜻이 있지만, 본래는 제기 그릇을 그린 것이다. 전국시대 때의 頭자를 보면 豆자 위로 頁자가 그려져 있었다. 마치 사람의 머리를 제기 그릇에 올린 것 같지만 이것은 사람의 머리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니 豆자는 발음과 함께 사람의 신체 윗부분에 있는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 쓰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頭(두)는 (1)주로 마소나 양, 돼지 같은 네발 가진 짐승의 수효(數爻)를 세는 단위 (2)골치 등의 뜻으로 ①머리 ②꼭대기, 최상부(最上部) ③우두머리 ④처음, 시초(始初) ⑤첫째, 상위(上位) ⑥맨 앞, 선단(先端) ⑦근처(近處), 근방(近方) ⑧변두리 ⑨물건을 셀 때의 단위, 마리 ⑩사람을 세는 말 ⑪음식상을 세는 말 ⑫지혜(智慧), 재능(才能) ⑬어조사(語助辭)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우두머리 추(酋), 머리 수(首), 으뜸 괴(魁),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꼬리 미(尾)이다. 용례로는 머리의 존칭을 두상(頭上), 머리가 되는 차례를 두서(頭序), 머리가 아픈 증세를 두통(頭痛),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실마리를 두서(頭緖), 짐승 따위의 머리에 있는 뿔을 두각(頭角), 머리와 낯을 두면(頭面), 머리 털을 두발(頭髮), 음절의 첫소리를 두음(頭音),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이 어떤 일에 오로지 파묻힘을 몰두(沒頭), 머리나 마음 속의 생각을 염두(念頭), 이야기의 말머리를 화두(話頭), 글이나 일의 첫머리를 벽두(劈頭), 해의 첫머리를 연두(年頭), 이야기나 글의 첫머리를 모두(冒頭), 어떠한 곳에 몸소 나감을 출두(出頭), 마주 대해 입으로 하는 말을 구두(口頭), 시가지의 길거리를 가두(街頭), 제사의 제물을 진설할 때 생선의 머리는 동쪽을 향하고 꼬리는 서쪽을 향하게 놓음을 이르는 말을 두동미서(頭東尾西), 머리가 벗어지고 이가 빠져 사이가 벌어진다는 말을 두동치활(頭童齒闊), 참형을 당하여 머리와 다리가 따로따로 됨을 이르는 말을 두족이처(頭足異處), 정신이 어찔하여 쓰러짐을 이르는 말을 두중각경(頭重脚輕), 머리는 차게 발은 따뜻하게 하면 건강에 좋음을 이르는 말을 두한족열(頭寒足熱) 등에 쓰인다.
▶️ 山(메 산)은 ❶상형문자로 산의 봉우리가 뾰족뾰족하게 이어지는 모양을 본떴다. 옛 자형(字形)은 火(화; 불)와 닮아 옛 사람은 산과 불이 관계가 깊다고 생각한 듯하다. ❷상형문자로 山자는 '뫼'나 '산', '무덤'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山자는 육지에 우뚝 솟은 3개의 봉우리를 그린 것으로 '산'을 형상화한 상형문자이다. 갑골문에 나온 山자를 보면 가파른 능선이 그려져 있어서 한눈에도 이것이 산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山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산의 이름'이나 '산의 기세'나 '높다'와 같이 '산'에서 연상되는 여러 의미로 활용된다. 그래서 山(산)은 (1)둘레의 평평(平平)한 땅보다 우뚝하게 높이 솟아 있는 땅의 부분(部分). 메 (2)산소(山所) (3)사물이 많이 쌓여 겹치거나, 아주 크거나, 매우 많은 것에 비유한 말, 또는 그것 (4)산이나 들에 절로 나는 것을 뜻하는 말 (5)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메(산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뫼 ②산신(山神: 산신령), 산의 신(神) ③무덤, 분묘(墳墓) ④절, 사찰(寺刹) ⑤임금의 상(象) ⑥산처럼 움직이지 아니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큰 산 악(岳),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내 천(川), 강 강(江), 물 하(河), 바다 해(海), 물 수(水)이다. 용례로는 여러 산악이 잇달아 길게 뻗치어 줄기를 이룬 지대를 산맥(山脈), 들이 적고 산이 많은 지대를 산지(山地), 산과 물으로 자연의 산천을 일컫는 말을 산수(山水), 물건이나 일이 산더미처럼 많이 쌓임을 산적(山積), 산과 숲 또는 산에 있는 수풀을 산림(山林), 크고 작은 모든 산을 산악(山岳), 산 꼭대기를 산정(山頂), 산 위에 쌓은 성을 산성(山城), 무덤을 높이어 이르는 말을 산소(山所), 산 속에 있는 절을 산사(山寺), 산과 산 사이로 골짜기가 많은 산으로 된 땅을 산간(山間), 산의 생긴 형세나 모양을 산세(山勢), 산 속에 있는 마을을 산촌(山村), 산에 오름을 등산(登山), 강과 산으로 자연이나 나라의 영토를 강산(江山), 높고 큰 산으로 크고 많음을 가리키는 말을 태산(泰山), 높은 산을 고산(高山), 산에서 내려옴을 하산(下山), 신령스러운 산을 영산(靈山), 연달아 잇닿은 많은 산을 군산(群山),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무덤이 있는 곳을 선산(先山), 산에 들어감을 입산(入山), 나무가 무성하여 푸른 산을 청산(靑山), 돌이나 바위가 없이 흙으로만 이루어진 산을 토산(土山), 유용한 광물을 캐어 내는 산을 광산(鑛山), 눈이 쌓인 산을 설산(雪山), 들 가까이에 있는 나지막한 산을 야산(野山), 산을 좋아함을 요산(樂山),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는다 뜻으로 작은 노력이라도 끈기 있게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산류천석(山溜穿石), 산에서의 싸움과 물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세상의 온갖 고난을 다 겪어 세상일에 경험이 많음을 이르는 말을 산전수전(山戰水戰), 산빛이 곱고 강물이 맑다는 뜻으로 산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명(山紫水明), 산과 바다의 산물을 다 갖추어 아주 잘 차린 진귀한 음식이란 뜻으로 온갖 귀한 재료로 만든 맛이나 좋은 음식을 일컫는 말을 산해진미(山海珍味), 경치가 옛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산천의구(山川依舊), 산천과 초목 곧 산과 물과 나무와 풀이라는 뜻으로 자연을 일컫는 말을 산천초목(山川草木), 산이 앞을 가로막고 물줄기는 끓어져 더 나아갈 길이 없다는 뜻으로 막바지에 이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궁수진(山窮水盡), 산의 초목이 자줏빛으로 선명하고 물은 깨끗하다는 뜻으로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을 산자수려(山紫水麗), 산은 높고 물은 유유히 흐른다는 뜻으로 군자의 덕이 높고 끝없음을 산의 우뚝 솟음과 큰 냇물의 흐름에 비유한 말을 산고수장(山高水長), 예수가 갈릴리 호숫가에 있는 산 위에서 그리스도 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에 관하여 행한 설교를 일컫는 말을 산상수훈(山上垂訓), 산꿩과 들오리라는 뜻으로 성미가 사납고 제 마음대로만 하려고 해 다잡을 수 없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산계야목(山鷄野鶩), 벼슬이나 속세를 떠나 산골이나 시골에 파묻혀 글읽기를 즐기며 지내는 선비를 이르는 말을 산림처사(山林處士), 산이 울면 골이 응한다는 뜻으로 메아리가 산에서 골짜기까지 진동한다는 말을 산명곡응(山鳴谷應), 산 밑에 절구공이가 더 귀하다는 뜻으로 물건이 그 생산지에서 도리어 더 품귀함을 이르는 말을 산저귀저(山底貴杵) 등에 쓰인다.
▶️ 石(돌 석)은 ❶상형문자로 언덕 아래 뒹굴고 있는 돌의 모양을 나타내며 돌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石자는 '돌'이나 '용량 단위'로 쓰이는 글자이다. 石자의 갑골문을 보면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돌덩이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벼랑 아래로 돌이 굴러떨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石자이다. 그래서 石자의 좌측 부분은 벼랑이나 산기슭을 뜻하는 厂(산기슭 엄)자가 변한 것이고 그 아래로는 떨어져 있는 돌덩어리가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돌이 무게의 단위나 악기의 재료로 쓰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石자에는 '용량 단위'나 '돌 악기'라는 뜻이 남아있다. 그러나 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돌의 종류'나 '돌의 상태', '돌의 성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石(석)은 (1)어떤 명사 다음에 쓰이어 섬(부피의 단위)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2)경쇠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돌 ②섬(10말. 용량 단위) ③돌바늘 ④돌비석 ⑤돌팔매 ⑥숫돌(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돌) ⑦무게의 단위 ⑧돌로 만든 악기(樂器) ⑨저울 ⑩녹봉(祿俸) ⑪쓸모 없음을 나타내는 말 ⑫굳다 ⑬돌을 내던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옥(玉), 쇠 철(鐵)이다. 용례로는 석유(石油), 석탄(石炭), 석류나무의 열매를 석류(石榴), 석회석을 석회(石灰), 돌로 쌓은 탑을 석탑(石塔), 돌로 만든 부처를 석불(石佛), 건축 재료로 쓰이는 돌을 석재(石材), 바위에 뚫린 굴을 석굴(石窟), 돌이 마주 부딪칠 때에 불이 반짝이는 것과 같이 빠른 세월을 이르는 말을 석화광음(石火光陰), 자갈밭을 가는 소란 뜻으로 황해도 사람의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한 성격을 평한 말을 석전경우(石田耕牛), 다른 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산에서 나는 거칠고 나쁜 돌이라도 숫돌로 쓰면 자기의 옥을 갈 수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이라도 자기의 지덕을 닦는 데 도움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타산지석(他山之石),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뜻에서 지나친 욕심을 절제함 또는 대의를 위해서 부귀영화를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의 말을 견금여석(見金如石), 처마의 빗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큰 일을 해냄을 이르는 말을 점적천석(點滴穿石), 한강에 아무리 돌을 많이 집어 넣어도 메울 수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도와도 보람이 없는 것 또는 아무리 투자를 하거나 애를 써도 보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한강투석(漢江投石), 금석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쇠와 돌처럼 변함없는 굳은 사귐을 일컫는 말을 금석지교(金石之交), 금과 돌같은 굳은 언약이라는 뜻으로 서로 언약함이 매우 굳음을 일컫는 말을 금석뇌약(金石牢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뜻으로 임기응변으로 어려운 일을 처리함을 일컫는 말을 하석상대(下石上臺), 나무에도 돌에도 붙일곳이 없다는 뜻으로 가난하고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를 이르는 말을 목석불부(木石不傅), 계란으로 돌벽을 치듯이란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일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이란격석(以卵擊石),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기는 커녕 도리어 해롭게 함을 이르는 말을 낙정하석(落穽下石), 돌을 범인 줄 알고 쏘았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으로 성심을 다하면 아니 될 일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사석위호(射石爲虎), 쇠와 돌을 열리게 한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금석위개(金石爲開), 쇠를 두드리고 돌을 울린다는 뜻으로 시나 문장의 어울림이 뛰어남을 이르는 말을 고금알석(敲金戛石) 등에 쓰인다.
▶️ 磨(갈 마)는 ❶형성문자로 礳(마)는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돌 석(石; 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문지르다의 뜻을 나타내기 위한 麻(마)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磨자는 '갈다'나 '닳다', '문지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磨자는 石(돌 석)자와 麻(삼 마)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麻자는 삼베옷의 원료인 '삼'을 그늘에 말리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삼을 수확하면 물에 쪄낸 후에 선선한 곳에 말렸다가 두드려 실을 얻는다. 磨자는 바로 그러한 과정을 표현한 글자로 마를 두드리던 돌과 마를 함께 그려 '돌을 문지르다' 라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磨(마)는 돌을 문질러 갈다, 전(轉)하여 갈다의 뜻으로, ①돌을 갈다(단단한 물건에 대고 문지르거나 단단한 물건 사이에 넣어 으깨다) ②닳다, 닳아 없어지다 ③문지르다 ④고생하다 ⑤연자방아로 찧다 ⑥고생 ⑦연자(硏子)방아(연자매를 쓰는 방아) ⑧맷돌(곡식을 가는 데 쓰는 기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없을 무(亡), 사라질 소(消), 꺼질 멸(滅)이다. 용례로는 마찰되는 부분이 닳아서 작아지거나 없어짐을 마모(磨耗), 갈리어서 닳아 없어짐을 마멸(磨滅), 굵은 물건을 갈아서 부스러 뜨림을 마쇄(磨碎), 돌이나 쇠붙이 따위를 갈고 닦음을 마연(磨硏), 옥이나 돌이나 쇠붙이 따위를 갈아서 광을 냄 또는 그 빛을 마광(磨光), 벼루에 먹을 갊을 마묵(磨墨), 맷돌로 돌로 된 물건을 반드럽게 하려고 갊을 마석(磨石), 쇠붙이 따위를 가는 데에 쓰이는 모래를 마분(磨紛), 서로 쓸리어 닳음을 마손(磨損), 석벽을 쪼아 갈아서 글자나 그림을 새김을 마애(磨崖), 갈고 닦음으로 노력을 거듭하여 정신이나 학문이나 기술을 닦음을 연마(硏磨), 부서져서 없어지지 아니함을 불마(不磨), 학문이나 기술을 갈고 닦음을 강마(講磨), 닳아서 줄어듦이나 덜 닳게 함을 감마(減磨), 절구로 곡식을 빻거나 찧으며 떡을 치기도 하는 기구를 구마(臼磨), 깎이고 갈림으로 갈아서 적게 함을 삭마(削磨), 옥 따위를 갈고 닦음으로 수행하여 학문이나 기예나 정신 따위를 향상 시킴을 탁마(琢磨),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인격을 갈고 닦는다는 말을 절마(切磨),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말을 마부위침(磨斧爲針), 옥돌을 자르고 줄로 쓸고 끌로 쪼고 갈아 빛을 내다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인격을 갈고 닦음을 일컫는 말을 절차탁마(切磋琢磨), 때를 벗기고 닦아 광채를 낸다는 뜻으로 사람의 결점을 고치고 장점을 발휘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괄구마광(刮垢磨光), 쇠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노력하면 아무리 힘든 목표라도 달성할 수 있음을 나타내는 말을 철저마침(鐵杵磨鍼), 닳아서 없어지는 세월이라는 뜻으로 하는 일없이 헛되이 세월만 보냄을 이르는 말을 소마세월(消磨歲月) 등에 쓰인다.
▶️ 刀(칼 도)는 ❶상형문자로 칼을 본뜬 글자로 옛 자형(字形)은 사람인(人=亻; 사람)部와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려웠다. ❷상형문자로 刀자는 '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칼을 뜻하기에는 다소 모양이 이상하지만, 이것은 고대에 사용하던 칼의 일종을 그린 것이다. 이 칼에는 굽은 칼날 위로 뾰족한 날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것은 적의 칼날을 부러뜨리거나 밀어내는 역할을 했었다. 刀자는 그러한 형태가 변화된 것이다. 칼은 물건을 자르거나 베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刀자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대부분이 사물이 갈라지거나 '공격하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참고로 刀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刂자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刀(도)는 ①칼 ②화폐(貨幣)의 이름 ③거룻배(돛이 없는 작은 배) ④종이 100장 ⑤무게의 단위 ⑥갈치(갈칫과의 바닷물고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칼 검(劍)이다. 용례로는 칼로 이마에 입묵하던 형벌을 도묵(刀墨), 작은 칼을 도자(刀子), 칼을 만드는 사람을 도공(刀工), 칼과 검을 도검(刀劍), 칼의 몸을 도신(刀身), 칼집을 도실(刀室), 포목을 마르고 재는 일을 도척(刀尺), 종이의 가장자리를 가지런히 베는 일을 도련(刀鍊), 도검에게 새긴 명을 도명(刀銘), 칼의 배면을 도배(刀背), 썩 잘 드는 칼을 쾌도(快刀), 옛날에 만든 칼을 고도(古刀), 과실 깎는 칼을 과도(果刀), 긴 칼을 장도(長刀), 짧은 칼을 단도(短刀), 보배로운 칼을 보도(寶刀), 새김칼로 글씨나 형상을 나무나 돌 따위에 파는 데 쓰는 칼을 각도(刻刀), 칼날에 베인 흔적을 도흔(刀痕), 얼굴에 있는 잔털이나 수염을 깎는 일을 면도(面刀), 의사가 수술을 하기 위해 메스를 잡음을 집도(執刀), 아주 험하고 위험한 지경을 비유한 말을 도산검수(刀山劍水), 칼은 부러지고 화살은 다 써서 없어짐 곧 싸울 대로 싸워 다시 더 싸워 나갈 도리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도절시진(刀折矢盡),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라는 뜻으로 항상 말조심을 해야 한다는 말을 설참신도(舌斬身刀) 등에 쓰인다.
▶️ 盡(다할 진)은 ❶형성문자로 尽(진)은 통자(通字), 尽(진)은 간자(簡字), 侭(진)과, 儘(진)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그릇 명(皿; 그릇)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다하다의 뜻을 가진 부수(部首)를 제외한 글자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릇 속을 비우다가 전(轉)하여, 다하다, 남김 없이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盡자는 '다하다'나 '완수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盡자는 皿(그릇 명)자와 聿(붓 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聿자는 손에 붓을 쥐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지만 여기에서는 '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해석한다. 盡자는 이렇게 솔을 들고 있는 모습에 皿자를 결합한 것으로 식기를 씻는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식기를 씻고 있다는 것은 이미 식사가 끝났다는 뜻이다. 그래서 盡자는 식사가 끝난 후 설거지까지 마무리했다는 의미에서 '다하다'나 '완수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盡(진)은 ①다하다 ②완수(完遂)하다 ③극치(極致)에 달하다 ④최고에 달하다 ⑤다 없어지다 ⑥사망(死亡)하다 ⑦죽다 ⑧모든 ⑨전부(全部)의 ⑩~만 ⑪다만 ~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곤할 곤(困), 다할 추(湫), 다할 극(極), 다할 진(殄), 다할 궁(窮), 다할 갈(竭),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있는 힘을 다함을 진력(盡力), 몸과 마음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힘을 다함 또는 그렇게 하는 일을 진췌(盡悴), 마음과 정성을 다함을 진심(盡心), 창고에 있는 곡식이나 물건을 풀어서 죄다 나누어 줌을 진분(盡分), 맡은 바 직분을 다함을 진직(盡職), 돈이나 물품을 남김없이 다 내어 줌을 진하(盡下), 정성을 다함을 진성(盡誠), 생각 했던 바를 다 쏟아 놓는 말을 진언(盡言), 운이 다함을 진운(盡運), 충성을 다함을 진충(盡忠), 죄다 멸망하거나 또는 멸망시킴을 진멸(盡滅), 사물의 근원을 속 깊이 연구하여 앎을 진원(盡源), 술이 몹시 취함을 진취(盡醉), 모조리 다 죽음을 진몰(盡歿), 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죄다 없어짐을 핍진(乏盡), 줄거나 또는 해져서 다 없어짐을 모진(耗盡), 시들어 없어짐을 조진(凋盡), 아직 다하지 못함을 미진(未盡), 하나도 남지 않고 다 팔림을 매진(賣盡), 아주 사라져 다 없어짐을 소진(消盡), 점점 쇠하여 다 됨을 쇠진(衰盡), 재물 따위를 죄다 써서 없애 버리는 것을 탕진(蕩盡), 힘이나 마음을 다함을 극진(極盡), 무엇이 저절로 다 됨 또는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다함을 자진(自盡), 모조리 잡음이나 휘몰아 잡음을 타진(打盡), 간곡하게 정성을 다함을 곡진(曲盡), 기력이 다 빠져 없어짐을 탈진(脫盡), 모두 타 버림을 소진(燒盡), 기력이 다하여 없어짐을 기진(氣盡), 끝나거나 다하지 않음을 부진(不盡), 다 없어짐을 절진(絶盡), 맥이 풀리고 기운이 아주 빠짐을 맥진(脈盡), 줄어 없어짐을 감진(減盡), 마음과 힘을 있는 대로 다 씀을 비진(備盡), 힘이 다 지침을 역진(力盡), 세상의 모든 잡귀를 굴복시키는 일을 항진(降盡), 멸하여 없어지거나 없앰을 멸진(滅盡),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다하여 없어짐을 갈진(竭盡), 모조리 닳아 없어짐을 올진(兀盡), 몹시 써늘함을 냉진(冷盡), 목숨이 끊어져 죽음을 합진(溘盡), 쓸 만한 계책이 다하여 없음을 계진(計盡), 충성을 다하고 힘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진충갈력(盡忠竭力), 착함과 아름다움을 다한다는 뜻으로 완전무결함을 이르는 말을 진선진미(盡善盡美), 맡은 일에 진종일 부지런히 쓰는 힘을 일컫는 말을 진일지력(盡日之力),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힘을 다한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국궁진력(鞠躬盡力),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모자람 없이 넉넉함을 일컫는 말을 끽착부진(喫着不盡), 글로는 의사를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서부진언(書不盡言), 식량이 떨어져 기운이 다함을 일컫는 말을 식갈역진(食竭力盡)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