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해가 바뀌고 겨울이 찾아왔다..
우리는 어렵게 동창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바쁘지도 않으면서 괜히 바쁜척하는 넘들..내 오늘 박살을 내주리라..
때는 2010년 12월 29일..늦은 7시
우린 망년회의 형식으로 동창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모두들 저번 동창회의 아쉬움을 안고 그렇게 작년의 그 고깃집으로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나는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오늘 국빈영접 기자회견이 있었으나..(현철이가 날 기자로 만들어서 어쩔 수 없이..^^;;)
나는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무작정 달려나온 것이다.
그것은 국장님의 두터운 신의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년에 망가져 버린 내 차. 쑥과의 개인면담 끝에 자식이 자백하고 고쳐주긴 했지만..
영 헌차가 되어버린 느낌은 지을 수가 없다.
오늘은 작년엔 참석하지 못한 순구형과 창운이 형두 오기로 했다..
형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매우 궁금했다.
하지만 미국으로 유학간 준용이에 대한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 저멀치에서 금색 카렌스가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설마...설마...
허거걱..
이게 웬일인가..
약속 시간인 7시되려면 20분이나 남았는데 쭈가 온 것이다..
그녀가 누구인가..
한번이라두 그녀와 약속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런 그녀가 가장 먼저 약속 장소에 나타나다니..
실로 기적이 아닐수 없었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이주희였다.
그녀는 고깃집 정문에 가깝게 차를 주차시켰다.
잠시후 카렌스의 차문이 열렸다. 그리고 내린 이주희..
실로 놀라운 변화였다. 작년에 조감독의 모습이라곤 온대간대 없구 충무로의 권위있는 감독의 위풍이 느껴졌다.
그녀는 작년에 조감독을 맡았던 영화가 성공하여 능력을 인정 받았는지 감독이 되어있었다.
올해 초 그녀의 첫 작품.."복권부인 1등 당첨됐네"는 에로물시장을 석권하였으며 그 후속작 "복권부인 보너스걸렸네" 또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날로 감독의 위세가 올라가구 있었다.
지금은 에로물에서 손을 때고 2001년 당시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 "엽기적인 그녀"라는 작품을 리메이크하여 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소식을 주고받으며 이야기하고 있었기에 난 뒤에서 다가오는 검은색 그랜저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조심스레 다가온 그 친구는 나의 어깨를 치며 재민..하고 불렀다.
얼마전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을 받고 국내리그로 돌아온 박찬호와 함께 LG트윈스 선발을 이끌고 있는 희섭이였다.
희섭이는 작년에 18승6패를 기록하며 아깝게 다승 2위를 차지했다.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입은 부상으로 초반경기에 등판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았으나 엄청난 "운동부의 정신력"으로 마운드에 올라 올해 16승10패를 기록하였다.
그의 뒤에는 여전히 우정을 과시나 하는 듯이 근형이와 윤원이가 있었다.
근형이는 최근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자신의 이름을 건 횟집으로 체인점도 서울에 3곳이나 생겼을 정도로 일식계에선 알아주는 요리사가 되어있었다. 자식~ 좋겠다..^^
윤원이는 얼마전 국립중학교 교사를 그만두고 사립고등학교로 옮겼다는 소식이다.
요즘은 상대성원리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분석하며 강의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얼마후 나는 검은색 에쿠스 한대와 그뒤를 따르는 그랜저 두대를 보게되었다.
에쿠스가 멈춰서자 그랜저에 탔던 덩치크고 깎두기 머리를 한 사람들이 일제히 내려 한줄로 정렬하였다.
그중 한사람이 에쿠스의 뒷문을 열자...
검은색 양복에 빨강색 면티를 받쳐입었고 한손엔 백이 들려있는 사람이 내렸다..
순구형이였다.
순구형은 군대에서 영등포 보스의 젊은 오른팔을 바로아래로 두며 그 길에 들어갔다고 한다.
짧게 자른 머리에 잔뜩바른 젤..여전했다.
너무나 능청스레 웃으며 다가오는 순구형에게 난 나도 모르게 포근함마져 들었다.
형이 손짓을 하자 그 깎두기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고깃집을 빙 둘러서 서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요즘 암흑계에 세력다툼이 큰가보다.
7시가 되자 친구들이 하나둘씩 많아져갔다.
엑셀 한대와 에쿠스 한대가 고깃집에 주차장에 들어왔다.
우린 당연히 에쿠스에 연행이가..엑셀에 승석이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우리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에쿠스에선 승석이가 엑셀에선 연행이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사연인즉 이렇했다.
승석이는 작년에 차린 PC방이 인하대 앞에 위치한 관계로 24시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많았다.
자연히 사업은 번창했고 지금은 주안역 앞과 부평역 앞에 하나씩 200대 가량의 PC를 보유한 사장이 되었던 것이다.
실로 보기힘든 성공이였다.
반면, 연행이는 작년까지 천연 암반수라하여 번창하던 모모목욕탕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연행이 왈 "에이~~(극적 극적) 지하수가 말라버렸써~~어~~ 흐흐흐"
때마침 확장을 시도하던 연행이는 일명 빈집털이를 당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둘은 얼마전에 만나 차를 바꿨다고 한다..
잠시 후..
우린 고깃집을 향해 무식한 속도로 달려오는 덤프트럭 한대를 볼 수 있었다.
고깃집을 밟아 뭉겔듯한 기세로 달려오던 덤프트럭은 입구에 들어서자 잠이들었다.
너무도 터프하게 들어선 친구..경주였다.
작년에 포터로 일하던 친구가 이젠 덤프트럭 기사가 되어있었다.
포터가지고는 일하기가 힘들고 물량도 따라가기 힘들다는 이유에서 덤프트럭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건축업에서 알아주는 현장일꾼이 되어 이곳 저곳에서 일거리를 내미는 통에 눈코뜰새없이 바쁘다니 정말 다행이였다.
참..경주는 3년전에 결혼을 해서 지금 애가 있다고 한다.
2살인 사내 아인데 아빠를 닮아서 그런지 벌써부터 범상치않은 키로 자랐다고 하니..참 신기하다.
그때 덤프트럭에 가려 보이지 않던 작고 깜찍한 빨간 마티즈가 머리를 힐끔 내밀며 다가왔다.
마티즈 문을 연 승민이는 이미 산달이 가까워졌는지 배가 남산만해보였다. 핸들에 배가 꼈는지 못나오구 바둥바둥대고 있었다.
힘겹게 나온 승민이는 특유의 미소로 우리에게 인사를 했다.
그녀는 작년 우리 동창회가 있은지 얼마후 직장인 병원 자재과에서 근무하다 햇빛좀 쬐려 잠시 나왔는데 그때 한 치과전문의와 눈이 맞아 올봄에 결혼을 했다.
5월에 결혼을 한 승민이는 지금 한창 행복한 신혼을 맞이하고 있었다.
어? 그럼 담달 초가 출산 예정일이니깐..음..뭐지? 날짜가 안 맞네...^^;;
이럴때 우린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단 속담을 즐겨쓴다..ㅋㅋ
모인친구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을때.
어디선가 흰색 벤이 나타나 크락션을 울렸다.
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철..그가 온 것이다.
작년까지만해도 잘나가는 발라드 가수였던 현철은 올해 초 최고의 원로가수 조성모, HOT 와 맞짱뜨다 전니깨졌다고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벌어놓은 돈이 많은지 아직도 벤은 몰고다녔다..단, 작년과는 달리 자기가 운전한다.
뒤에 탈사람도 없으니..나같으면 팔아버리겠으나..그 자존심이라는 것이 뭔지..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였다.
하지만 그에게도 희망은 있다. 최근에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등..한때 우리나라 최고였던 가수들이 "4인조 트로트 그룹"을 만들자는 제의가 와서 신중히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잠시뒤 반짝반짝거리는 은백색 벤츠가 도착했다.
누굴까 하는 호기심에 눈에 초점을 모으자 차에서 내리는 창운이형의 모습이 눈이 비쳤다.
형은 세간에 들리는 소문으론 제벌에 가까울 정도의 재산을 축적한 사업가가 되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사귀던 여자 친구와 산업체근무를 마치자마자 결혼을 하고 지금은 자식을 둘씩이나 낳아 키우고 있으며
형수님은 창운이형의 비서 역할을하며 능력을 발휘하고있다고 하니..
실로 앞으로 엄청난 발전이 기대되는 형과 형수였다.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난뒤 나는 빠르게 달려오는 티뷰론을 발견했다.
티뷰론은 여느 차와는 달리 이것저것 화려하게 치장이 되어있었다.
차에서 내린 주인공은 다름아닌 정수였다.
그동안 그의 직업에 대해서 베일에 싸옇있던 나는 모든 것을 한눈에 깨달았다.
그는 군 운전병의 경험을 살려 자동차경주 선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록 유명선수는 아니었지만..시작한지 얼마 안된 선수치곤 그래도 인정받는 선수가 된것 같다.
이때..조심조심..나의 눈치를 살피며 다가오는 한 여자..
나는 알수 있었다..쑥이란 것을..
작년에 내 차를 그 지경으로 만들어서 미안함이 남아있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일은 잊어야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자 그제서야 웃으며 인사를 했다..
그 모습은..10년전쯤..지하철에서 보았던 듀오 광고 모델이랑 너무나도 흡사했다.
그녀는 지금도 노량진에서 남편과 함께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 사업확장을 위하여 아이템 구상중이라는 소문이다.
나는 이렇게 해서 다모였다고 생각하고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잠시후..걸려오는 전화 한통화..
준용이였다.
지금 어머님 환갑잔치땜에 4박5일로 한국에 돌아왔다는 연락이었다.
난 기쁜맘으로 이곳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는 작년에 석사과정을 마치고 올해 초 미국 예일대로 박사과정을 밟기위해 유학길에 올랐다.
지독한 공부벌래였기에 유학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은 약혼녀와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무슨 공부를 그렇게 하는지는 알수 없으나..
그래도 우리중에 끝가지 공부할 넘은 준용이밖에 없을 거란 10년전 나의 생각이 떠올라 난 잠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잔을 들고 한마디 외쳤다..
우린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10년이란 세월동안..한결같이 맘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친구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