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보국(製鐵報國)’은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40년 전 포항 모래벌판에 제철소를 세울 때 정립한 창립이념이랍니다.
포스코는 독자 기술로 개발한 파이넥스 설비를 5월 29일 준공함으로써
제철보국의 쾌거를 또 한번 이룩했습니다.
파이넥스 공법은
부스러기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그대로 원료로 사용하는 획기적인 제철 신기술입니다.
포스코 포항공장 정문에는 ‘자원은 유한, 창의는 무한’이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파이넥스 공법은 산업에서 인간의 창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주는 증거물이죠.
그렇다면 기술한국의 원천은 어디로 부터 나오는 것일까요?
우리 역사안에, 우리 민족의 DNA 안에서 면면이 내려 온 근원적인 재능이 그 기초입니다.
수많은 전란속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역사이기에 그 자랑스런 발자취를
역사서로 증명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있지만 요 며칠간의 우리 성과를 보더라도
포스코의 세계 최초 파이넥스 공법 개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이지스함 세종대왕함 진수,
전도연의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슈미트 구글 회장의 향후 수십년간 인터넷 리더는 한국 발언등
민족의 우수성은 엄청난 탄력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의 성과를 잃어버리지 맙시다. 빼앗기지 맙시다.
역사는 과거가 아닙니다.
우리 미래의 원천입니다. 아울러 우리 발자취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높여가 봅시다.
파이넥스 공법의 위대함은 이미 청동기 시대인 고조선부터 그 태동이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고조선과 漢나라의 금속기술
[조선일보 - 2006.06.29 ]
한국사 연구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중국보다 문명 수준이 낮았다”는 고정관념이다.
사대주의적 유학자들과 일제(日帝) 식민사학자들이 만든 이 신화는 아직도 살아있다.
청동기는 구리·주석·아연의 합금인데, 중국 것은 주석 성분이 많은 반면 고조선 것은 아연 성분이 많다.
과학자들은 아연·청동 합금을 세계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청동은 섭씨 1000도까지 가열해야 용융(鎔融)이 되면서 주물로 이용되지만
아연은 섭씨 900도 정도에서 끓으면서 날아가기 때문이다.
서로 비등점이 다른 아연·청동 합금은 고도의 합금(合金)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는 고조선보다 훨씬 뒤인 한(漢)나라 때에나 나타났다.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多紐細文鏡·잔무늬거울)은 청동 주조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국보 141호 다뉴세문경(多紐細紋鏡) - 고조선(기원전 4세기)]
20cm가 안 되는 원내에 깊이 0.7mm, 폭 0.22mm로 구성된 1만 3300개의 원과 직선이 새겨져 있는데, 선의 굵기는 머리카락 같다.
현대의 컴퓨터 기술로도 재현이 불가능한 이런 청동거울을 기원전 4세기경에 어떻게 만들었는지 여전히 수수께끼다.
제철 기술도 마찬가지이다.
철은 탄소 함유량에 따라 연철·선철·강철로 구분한다.
탄소가 많은 선철이 유럽에서 널리 사용된 것은 서기 14세기경 이후이고, 선철에서 강철을 얻는 제련 방법도 대략 이때부터 사용된다.
그 전에 사용했던 강철은 연철을 단조하여 얻은 것이다.
그런데 고조선 사람들은 기원전 수백 년 전에 연철과 선철을 제련하고 강철도 제련하여 사용했다.
이는 철에 대한 지식과 가공 기술이 매우 높았음을 말해 준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동이족(東夷族)의 수령인 치우(蚩尤) 집단이 “머리는 동(銅:구리)이고 이마는 철(鐵:쇠)”인 동두철액(銅頭鐵額)이라고 전하는데, 이는 이미 금속문명기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이처럼 ‘사기(史記)’에서 동이족이 화하족(華夏族)보다 빨리 금속문명을 사용했다고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도 “중국보다 문명이 낮았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TV 드라마 주몽이 한사군(漢四郡)의 제철 기술을 우리 민족의 그것보다 월등한 것으로 그려서 논란이다.
역사적·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