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신의 공식 대결은 이번 결승이 처음이었다. 신진서(왼쪽)가 영재입단 동기 신민준을 2-0으로 꺾으며 미래포석열전에서 우승했다. 복기를 나눌 때 신민준의 스승(프로가 된 뒤) 이세돌이 스튜디오로 찾아와 같이 복기를 했다. |
신진서가 최고의 영재 자리에 우뚝 섰다.
11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기 합천군 초청 미래포석열전 결승3번기 제2국에서 신진서 2단이 신민준 초단에게 171수 만에 흑불계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했다.
하루 전 1국에서 반집승을 거둔 신진서는 2국에서 선실리후타개 전법으로 신민준을 제압했다. 반상에서 두 사람은 진중했다. 영재입단 1세대들로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기도 한 두 사람이지만 실전에 들어서자 반상에 집중하며 미동이 없었다.
초반은 한 차례씩 대사 씌움을 시도하는 등 기세 싸움이 불을 튀겼는데, 이내 바둑은 한쪽이 실리를 챙기고 한쪽이 중앙을 키우는 흐름이 됐다. 신진서는 상변 백의 큰 집 한가운데 침투한 뒤 타개에 자신감을 보이면서 곳곳에서 실리를 챙겼다.
신민준은 실리를 조금씩이라도 차지하면서 실속 없는 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지만 신진서가 워낙 배짱을 보이는 바람에 단곤마를 쫓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역시 옛 사람의 지혜가 말하듯 ‘단곤마는 잘 죽지 않았다.’ 신진서는 알기 쉽게 타개를 하면서 큰 집 차이로 이겼다. 대국이 끝나자마자, 프로가 된 이후의 신민준을 가르치고 있는 이세돌 9단이 나타나 복기에 가세했다. 복기에서 이세돌은 상변 백세력을 좀 더 강화해 흑의 침입을 대비했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공격에 관한 내용을 짚었다.
▲ 인터뷰하는 신진서.
국후 신진서는 “내가 실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일방적인 타개 바둑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며 “중앙에 뜬 말은 쉽게 공격당할 것 같지 않아서 가일수를 하지 않았는데 진행되면서 보니 막상 그렇지도 않았다.”고 했다.
비공식대국은 꽤 많았어도 공식대국은 이번 결승전이 처음이었던 까닭에 상대전적은 신진서 중심 2승이 됐다. 우승을 결정지은 뒤 신진서는 “라이벌이라고 해서 더 의식하지는 않는다. 신민준 초단과 나는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바둑판 앞에서 만나는 사람은 누구든 이겨야 할 상대일 뿐이다.”라면서 “지난해엔 바둑팬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는데, 2014년엔 세계대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제 우승자와 준우승자 그리고 시드 나현 3단은 다음 주 영재-정상 대결에 출전한다. 금요일(17일)엔 준우승자인 신민준과 이창호 9단이, 토요일엔 나현이, 일요일엔 우승자 신진서와 최철한이 격돌한다. 특히 신진서와 최철한 대국은 합천에서 펼쳐질 예정. 시상식도 그곳에서 열린다. 신진서는 “최철한 9단에 비해 내 실력이 한참 모자란데 부끄러운 내용이 되지 않게 준비하겠다.”고 영재-정상 대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제2기 합천군 초청 미래포석열전의 우승 상금은 700만원, 제한시간은 각자 1시간에 1분 초읽기 1회씩다.
▲ 대기실에서 대국시작을 기다리던 신진서(왼쪽)와 신민준.
▲ 신진서와 신민준은 “바둑팬들께서 우리를 양신으로 부를 때 그 담긴 기대를 느끼며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 말한다.
▲ 결연한 각오로 가슴에 손을 가져가 본 신민준.
▲ 신진서는 어린 나이 답지 않게 대국 자세에 흐트러짐이 없다.
▲ 이세돌은 대국실을 나와서도 스마트폰을 펼쳐 오로바둑 어플을 통해 '양신'과 복기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