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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환경, 정의평화, 농촌 현장 찾아
서울대교구가 신학생을 위한 사회사목 실습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 6월 24일부터 30일까지 서울대교구 신학교 신학과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회사목 실습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정의평화위원회,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공동으로 마련했다.
이번 실습에는 서울대교구, 의정부교구,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 소속 신학생 27명이 참여했으며, 서울, 당진, 군산, 노안에서 환경, 정의평화, 농촌 현장을 탐방하고 관련 강의를 들었다.
24일 ‘사회사목과 카리타스 영성’(사회사목국장 윤병길 신부), ‘기후 위기와 거대한 전환’(조천호 박사) 강의로 시작해 충남 당진 화력발전소와 충남 홍성 에너지 자립 마을을 방문하고 관계자와 주민들을 만났다. 또 군산 하제 마을, 수라와 해창 갯벌을 찾고,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노안분회 농민들을 만난 뒤, 광화문 금요기후행동에도 직접 참여했다.
6월 28일 실습 중 광화문 광장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 신학생들. ⓒ정현진 기자
28일 광화문 거리에서 매주 금요일 진행하는 ‘금요기후행동’에 참여한 신학생들은 난생처음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서 보기 때문에 어색하다면서도, 1시간가량 피켓팅에 동참했다.
김현석, 나영흠 신학생(의정부교구)은 먼저 “신학생들 역시 사회 안에서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이기 때문에, 교회의 환경에 대한 입장을 배우면서도 그 태도는 아주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다양한 개인 입장도 결국 하느님나라 건설을 위한 방법과 수단을 고민한 각자의 결과가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실습을 통해 “환경이나 정의평화, 농촌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과 사례들을 직접 볼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는 것이 정말 좋았다”면서, “다양한 의견을 직접 듣고, 보고 그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며, 새로운 것들을 내 안에 채울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 같다. 어떤 실천을 할 것인지 배울 수 있는 기회여서 정말 좋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박건우 신학생(서울대교구)은 수라와 해창 갯벌 체험이 특히 인상적이었다면서, 수업과 본당(성당) 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환경, 기후 이슈에 집중하거나 참여할 여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서 갯벌이 파괴되면 갯벌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것으로 이어지는 환경과 주민들 삶의 파괴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느님이 만들어 주신 피조물을 다름 아닌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운 만큼 더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승우 수사(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는 그동안 환경 문제를 과학적 데이터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석탄 화력발전소 지역 주민들을 만나면서 비로소 삶의 고통 문제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그는 실습 기간 찾아가고 만났던 과정에서 심각함을 체감했다면서, “오늘 이런 피켓팅도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민망하기도 하지만 필요한 일이기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대교구 가톨릭농민회 노안 분회에서 현장 실습하는 신학생들.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농민들을 만나면서, 누군가가 옆에서 무릎 꿇었을 때 그 사람을 일으켜 줄 건가 아니면 같이 무릎을 꿇어 줄 건가 하는 그 말씀이었습니다. 함께하는 것만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그들을 어떻게 도와주고, 어떻게 위로해 주고 또 다른 이들의 삶에 어떻게 잘 스며들 수 있을 것인가 배웠던 것 같습니다.”
실습을 마무리하는 평가 시간, 신학생들은 구체적 현실, 현장을 직접 볼 기회에 무엇보다 감사하다며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사제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본당 사목만을 생각했지만 사회사목이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면서, 실습을 통해 배운 것들을 내면화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두 입장과 생각이 달랐지만 해야 할 일에 모두 함께 같은 모습으로 참여했던 것처럼,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야 할 일들에 같은 마음으로 해 나가야 할 몫을 찾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습 과정에 함께했던 임현호 신부(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는 신학생들에게 “저마다 관심 있고, 하고자 하는 사목 분야, 일들이 있겠지만 그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면서, “사제로서 몰라도 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알고 있어야 한다. 실습이 불편하고 의미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체험이 사제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도움과 힘이 되고 견문을 넓히게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신학생 대상 사회사목 실습은 2000년부터 이어 왔다.
실습 마지막 날, 파견 미사을 마친 뒤 다 함께. (사진 제공 = 서울대교구 사회사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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