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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낸 국가 원수♠
1969년 5월 한국도로공사가 설립된 지 석 달이 지났을 때 일이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서울-인천 간, 서울-오산간이 뚫려 차량 통행이 개시될 때였는데,
요금을 안 내고 지나가 버리는 위반 차량이 전체의 22%나 될 만큼 요금 징수 제도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24일 오전 10시경, 박정희 대통령의 전용차를 포함하여 6대의 승용차가 고속도로에서 수원 쪽으로 진입하기 위해 수원영업소 톨부스 앞에 섰다. 그런데 이 승용차들은 서울 쪽에서 온 것이 아니라 오산 쪽에서 올라와 램프를 돌아 영업소 앞으로 온 것이었다.
수원영업소의 직원들이 경호차 앞으로 달려가 통행권 제시를 요구하자, 운전자는 ‘서울~수원’으로 찍혀 있는 통행권을 내밀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오산 쪽에서 올라왔느냐는 질문에, 경호원의 대답인즉 실은 수원에 먼저 들러서 다시 나와 오산에 갈 예정이었는데 사정이 생겨 오산부터 먼저 다녀오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서울-수원 통행료 영수증. ⓒ 국가기록원 직원들이 오산-수원 간 여섯 대 분의 과태료 960원 (오산-수원 요금 80원의 2배에 6대 분)이 부과되었다고 설명하자 두말없이 과태료를 지불하고 통과하였다.
박 대통령 자신은 물론 수행하는 비서나 경호원도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는 반드시 통행료를 지불하였다.
이튿날 신문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국가 원수가 벌금(과태료)을 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국가 원수도 통행료를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뒤따랐지만, 정작 유권 해석은 박 대통령 자신이 직접 내리셨다. 도로공사 측의 사과 전화에 대답하여 “한국도로공사의 전망이 밝소.
그런 젊은이가 근무하고 있으니 마음 든든해”하며 해당 근무자의 근무 충실성을 높이 평가하여 그 직원에게 포상하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이 일로 통행료를 내지 않고 도주하는 차량이 줄어들고, 고위층이 권위를 앞세워 통행료 시비를 일삼던 일들도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처럼 도로공사에서는 어떠한 특권자도 무료 통행을 허락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고속도로를 만든 주역인 박 대통령 스스로도 꼭 요금을 내고 다니시며 모범을 보이셨고, 나 자신도 솔선해서 통행권을 구입해 다니는 등 영업 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했다.
심심찮게 국회의원들로부터 기차 이용 시처럼 고속도로 통행에도 무료 혜택을 달라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누구나 예외 없이 법에 정해진 대로 따라야 한다는 지론을 관철시켰다.
통행료를 내고 도로를 이용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초창기에 유료 도로 이용의 기강을 세우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한 전통을 만들기 위해 애썼던 때를 회상하면, 최근 일부 신도시 주민들이 고속도로 이용 요금을 거부하기 위해 눈살 찌푸려지는 실력 행사를 하는 것에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글, 옮김, 編: 동해바다) ♪흐르는 음악.사는 동안♪ /이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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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날의 행선지인 한독낙농목장에 당도한 박 대통령이
도로공사 측의 사과 전화에 대답하여
“한국도로공사의 전망이 밝소
솔선수범하시는 대통령 자랑스럽습니다
누가 그의 무덤에 침을 뵅을 수 있는가
오늘도 아침 명쾌한 대답을 들었습니다
기분좋게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