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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에게 》09.
지완이의 폭탄발언에 조용히 흘러나오는 음악이 크게 들릴만큼 정적이 흘렀다.게다가........알고는 있었지만.직접적으로 들으니까
충격이 더했는지.갑자기 머리가.몸이.마음이.........아프고 힘들어졌다.더 이상은 못버틸 것 같아 그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자리를 일어서려고 하자.내 손목을 잡고 방금 폭탄발언을 했던 그 입으로 다시 내게 말을 건네는 한지완.
"어디가."
"그냥....갑자기 몸이 안좋네.집에 가야될 것 같다."
라는 말에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벗어뒀던 겉 옷을 챙겨 같이 나가려는 지완이였고,그런 지완이 한없이 밉고 싫어서.
날 잡고 있던 손을 치워냈다.
"넌 따라오지마."
"뭐?"
"절대.....따라오지마.넌 여기있어.여기 그냥 있어........."
"야."
"따라오면 너 가만 안둘거야.정말 가만 안둘거야."
차고 올라오는 눈물을 겨우겨우 삼킨채 등을 돌렸고,등을 돌리자마자 폭포수처럼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들키기싫어서
재빨리 그곳을 나왔고,언제 따라왔는지 가만 안둘거라는 내 말에도 따라나와 날 다시 잡는 한지완이다.
"이렇게 병신같은 짓만 하는데.어떻게 혼자 보내."
"너.........내가 따라오지 말랬잖아."
"어디가 얼마나 아픈데."
라며 내 이마에 손을 짚는 놈.그런 놈의 손을 치워버리고선 눈도 마주치지 못한채 다시 말을 이었다.
"너 싫어.한지완 니가 싫어.그러니까......제발 가.따라오지 말란말야!!"
"............."
아무 표정없이 날 내려보던 지완이와 날 뒤따라 나온건지 내 옆에 서서 지완일 돌려보내려는 도겸이 오빠다.
"지금 넌.설아 달래주는거 못해.지금 눈물 닦아줄 수 있는거.너 아니야."
"하-"
어이없다는 표정의 지완이가 아무말 없이 날 또 지그시 내려다보면,도겸이 오빠의 손을 잡고 다시 지완이를 향해 입을 떼었다.
"그래.너 아니야.도겸이 오빠가 나 데려다줄거야.그러니까 넌 들어가."
"신설아."
"난 도겸이 오빠랑 가고싶어.너랑 있기 싫어 한지완."
"그러냐."
굳어진 얼굴을 한채 그러냐며 픽.웃어버렸고 알았다며 다시 들어가버리는 지완이다.그런 지완을 보며 더욱 저리는 내 가슴을
부여잡으며 뒤돌아 발걸음을 떼었고,아무말 없이 내 옆을 지켜주던 도겸이 오빠가 근처 한적한 공터 벤치에 날 앉혀주었다.
"물 마실래?"
".....아니."
"........그만 울어."
".....나도 그만 울고싶어.근데 눈물이 자꾸 안 멈추는걸 어떡해."
라며 더욱 눈물을 쏟아내자 말없이 설아를 안아주며 등을 토닥여주는 도겸이다.
"사실은 널 달래줄수 없는건 난데.니 눈물 닦아줄수 없는건 난데.한지완이 아니라."
"........나 너무 힘들어.그래서 죽을거 같아."
".............."
"너무 싫다......제일 친한 친구한테 이런 감정 느끼는 내가.그 상대가 한지완인 것도.세나한테 질투를 느끼는 것도.너무 싫어서
죽겠다.그런데도 쉽게 안접히는 이 마음이.............정말 싫다."
"............."
"싫고 밉고 짜증나는대도..............좋아서 죽어버릴 것 같은 이 내 마음이 정말 죽을만큼 싫다."
그리고 그때였다.한없이 치밀어오르는 눈물에 생각없이 뱉어낸 말이.
"오빠.......우리 정말..다시 사귈까?"
"뭐?"
"오빠말대로.....정말 오빠랑 나랑 다시 사귀면...그러면 나 지완이 잊을 수 있을까?"
"..........."
"미안.미안해.....내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정신차린 내가 미안하다며 오빠 품에서 나와 눈물을 닦자.한숨을 푹-내쉬며 입을 떼는 도겸이오빠다.
"니가 이러면.......내가 진짜 존나 못된새끼가 될 수 밖에 없잖아."
"뭐?"
"니가 이러면............주기 싫어지잖아.내 옆에 두고싶잖아."
".............."
뭐가 주기 싫다는건지.더 오빠의 말의 귀를 기울였을 때 오빠가 다시 한 번 나를 품에 넣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더 미안해.존나 못된 새끼가 될 수 밖에 없어서."
".......무슨 소리야 오빠가 왜.."
"미안해.....한지완 잊기 프로젝트 제대로 도와줄께."
"............."
"사귀자.다시 사귀자.한지완 다 잊을 때까지."
도겸이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설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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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의 감정이 다치던 아프던.그런건 상관없었다.나 스스로도 지금 도겸이 오빠를 이용하고 있는걸 알았지만
모른척 하고 싶었다.이용해서라도 한지완을 잊을 수 있다면.내 감정이 사라질 수 있다면.지금은 내가 아닌 누가 아프던.....
그런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겸이 오빠와 손을 나란히 맞잡고서 집 앞에 도착했고,언제 돌아온건지 집 앞에서 담배만 뻐끔거리며 피고 있는 해완이 오빠가
보였다.그런 해완이 오빠를 보며 작게 손을 흔들어 보였고,피고 있던 담배를 지져끄며 내 앞으로 다가오는 해완이오빠다.
"그렇게 너 나가고 얼마나.."
그리고 하던말을 뚝 멈춰버리고선 나와 도겸이 오빠가 맞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을 꽂은 후,다시 장난스럽게 하지만 약간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둘이...뭐야?"
"..........."
"둘이 손은 왜 잡고있어?"
아무말없이 내가 땅만 주시하자 타겟을 돌려 도겸이 오빠에게 되묻는 해완이오빠다.
"형.뭐예요?"
"우리 다시 애인 사이 됐어."
아무표정없이 대답하는 도겸이 오빠를 보며 약간은 화난듯한 목소리로 설아를 보내버린다.
"설아 넌 들어가있어.나 도겸이형이랑 할 얘기있으니까."
"오빠가 도겸이 오빠한테 무슨얘기."
"그냥 오랜만에 만나서 남자들끼리 할 얘기!"
"정말이야?"
라는 설아의 질문에 도겸이 고개를 끄덕이며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고 싱긋 웃으며 들어가라는 손짓에 알았다며 들어가는
설아이다.그리고 그 둘은 설아가 들어간 것을 확인한 후에야 근처 카페로 향했다.
"형 지금 존나 못된 짓하고 있는거 알죠."
"알아."
"설아한테 말 안했죠.지완이 얘기."
"그래."
".....왜요?왜요!!!!!!!!!!"
흥분한 듯한 목소리의 해완을 보며 다시 말을 잇는 도겸이다.
"내가 좋아하니까.내가 신설아.좋아하니까."
"하......"
"내가 못된새낀거 알고,지금 존나 몹쓸 짓 하는거라는 것도 알아."
"걔네 둘다 얼마나 힘들어하는데요,얼마나 병신같은데.....왜 형까지..왜."
"근데 그만큼 내 옆에 두고 싶다.설아 없으면 내가 안돼."
"한지완은 신설아 없으면 죽어요."
"..............."
"지금까지 그 둘 일에 개입하면 안될 것 같아서 놔뒀는데.안되겠어요.내가 말할래요.그냥 내가!!"
"설아가 잊고싶어해."
자기가 다 말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해완을 단 한마디에 정지시켜버린 도겸이다.
"그거야 둘이 서로 감정을 모르니까!!!!!!!"
"설아가 먼저 다시 사귀자고 했어.그 말의 뜻.모르겠냐?"
"하-......."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럴까.라는 생각에 해완이가 그래도 이건 아니라며 지완이에게 말해줘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런 해완이를 잡으며 간절하고 또 간절하게 말을 잇는 도겸이다.
"만약.내가 옆에 있는대도 설아가 한지완을 못잊고.한지완도 내가 설아 옆에 있는걸 아는데도 설아를 못잊고,
서로 좋아하는걸 알았을 때.그땐 깔끔하게 놔줄께.그때까지만이라도 나 좀 살자."
"그게.......가능할리가 없잖아요.서로 옆에 아무도 없었을 때도 말 못하던 것들인데.....그게 가능할리가......없잖아요."
"........나 좀 살자.일단."
"............"
"어쩌면 오히려 내가 자극이 될지도 모르지.한지완한테는."
라는 도겸의 말에 얼굴을 구겨버리며 한숨을 푹-내쉰다.
"내가 눈 감아주는건 여기까지예요.그 후에 둘이 어떻게 되든.그건 형이 개입할 일 아닌거예요.형이 입으로 뱉은 말.꼭 지켜요."
"그래."
그럴거라며 알았다는 도겸의 말에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주절거리며 나가버리는 해완이다.
"한동안 또 동생새끼 눈치도 존나 보면서 밥도 먹여야되고 학교도 보내야되고 술 친구도 되줘야되네,씨발."
첫댓글 재밌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