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8일 수요일 날씨: 아침에 비 조금 그리고 맑았다가 구름 반복...
*오후: 알카사렌
알베르게 표지를 보고 따라 가다가 광장 앞에서 두 여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길래
알베르게가 어디 있느냐고 물으니까 예쁘게 생긴 여자가 반기면서
금방 이야기 하던 여자와 헤어져서 나를 데리고 어떤건물의 사무실로 데려간다
들어가서 스탬프를 찍어주면서 오늘 이곳에서 잘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했다 어쨌던 오늘은 이 곳에서 자야한다
다음 마을까지는 30km이상 걸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곳 호스피탈리오는 문화센타에 관장이다
지금까지 지나온 작은 마을들이나 작은도시들이 다 부유한 생활을 하는것 같다
그리고 아주 작은 마을인데도 불구하고 오래된 성당들과 건물들이 남아 있다
나중에 알았지만 거의 모든 마을들이 11세기~12세기 로마시대에 이루어진 곳 들이다
키를 주면서 알베르게를 가르켜 주려고 가쟌다
나가면서 이 마을에 레스토랑은 있는냐고 물으니까 없단다
대 실망이다 그럼 밥을 굶어야 되느냐는 표정을 지으니까
그런 나를보고 웃으면서 자기를 따라 오란다
사실 어제 종일 물과 바게뜨빵만 먹었기 때문에 오늘 좀 잘 먹고 싶은데...
그녀는 근처에 있는 바로 데려가서 주인 여자에게 뭐라고한다
이 바 분위기는 지금까지 들어가 본 바하고는 분위가 좀 다르다
주인여자 목소리가 아주 가늘고 작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사람들 목소리가 좀 억세고 큰데...
그리고 가정집같다 호스피탈리오와는 자매간인데 동생이다
언니는 딸 하나이고 동생은 딸 둘인데 작은 아이가 이제 두살이다
친정엄마가 낮시간에 아이를 돌봐 주는것 같다
가끔 순례자들이 식사를 부탁하면 언니가 운영하는 바에서 특별히 준비해 주는 모양이다
물론 이들과도 말이 전혀 안 통한다 바디랭귀지는 더 안 통한다
내가 스페인어 여행회화 책을 꺼내서 쌀을 가리키고 닭을 가리키면서
"빠예야"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알았다면서 몇시에 식사할거냐고 하길래
시계를 보니 12시30분이다 그래서 5시에 오겠다고 예약을했다
호스피탈리오가 나에게 수퍼마켓이 어디에 있는지도 가르쳐주고 그리고 알베르게 앞까지 데려다 주고갔다
키로 대문을 열고 들어오니 이건 또 뭐야!!!
마당이랑 눈에 띄는 풍경이 사람이 살지않는 페허같다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마당을 지나서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바로 입구는 보일러실이고, 보일러실을 지나서 문을 여니 주방이다 주방은 꽤 깨끗하다
방은 두 개인데 안쪽에 있는 방은 이층침대가 둘인데
영 방 분위기가 코카의 귀곡 산장같은 알베르게랑 비슷하고
옆방으로 들어가 보니 이층침대 하나있는데 좀 아늑하다
어쩌겠나요...일단 이 방으로 정하고 배낭을 내려놓고 화장실로 가보니
욕조도 있고 그래도 생각보다 깨끗하다 온수를 틀어보니 따뜻한 물도 나온다
어쨌던 어제 잤던 알베르게보다 나은것이 창문에 덧문이 있어서 안정감이 있다
마당과 바깥 사이의 담도 높아서 누가 쉽게 넘어 오지는 못할것 같기도 하고...
대충 침대 정리도 하고 짐 정리도 해놓고 마을을 둘러보러 나갔다
차로 도로를 따라왔기 때문에 순례길이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는지를 알아 보아야겠다
이 마을은 "비예구이요" 마을 보다는 좀 크다 그래도 호텔이나 팬션은 없다
하긴 레스토랑도 없는 마을인데 뭘...이런것들이 없다는건 외부 사람들이 전혀 오지않는다고 보면 될것이다
마을로 들어오는 순례길쪽으로 한참 걸어 갔다가 되돌아왔다 역시 아름다운 길이다
5시가 될려면은 3시간은 더 있어야 하는데 배가 고프네...
수퍼마켓에 가서 간식거리라도 사야겠다 하고 수퍼마켓으로 갔더니 셧트문까지 내려져있다
마침 출발하려던 차안에서 누가 부른다 다가갔더니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종이를 꺼내서 5시30분을 숫자로 쓰고는 문을 여는 제스처를 쓴다
셔트문을 내렸기 때문에 간단하게 열 수도 없어 보여서 알았다고 하고는 "바"로갔다
점심시간 두시간 반동안 아예 문을 닫고 집으로가서 쉬고 오나보다
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저씨들 몇 명이 있다
물을 한 병 사고는 배가 고픈데 아까 예약한 음식 지금 먹으면 안되냐고 하니까
안된다네...아마 자기들도 어디다가 부탁을 해 놓은것 같다
배가 고파서 뭐 먹을만 한것이 없나하고 진열장 안을 기웃거리니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는 뭘 만드는것 같더니 나를 부른다
참치에 이것저것 넣고만든 셀러드와 꼭 짜장같이 보이는데 냄새를 맡아보니 진짜 짜장냄새다
언니가 조금 들어주면서 맛을 보라고 하길래 먹어보니 물오징어를 짜장에 볶았는데 먹을만하다
괜찮다고 하고 자리에 가 있으니까 두가지를 접시에 담아서 바게뜨빵과 가져다준다
배가 고프기도 해서 맛있게 먹었다
배가 부르다~ 다먹고나서 얼마냐니까 5유로란다 돈을 주고
숙소가 난방이 안되는지 춥다고 하니까 4시에 동생이 오니까 기다리란다
한쪽에 앉아서 일기도 쓰고 TV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오늘도 시간을 떼우려면 어디서든 개겨야만 한다
마침 TV에서는 투우경기 중계가 한창이다
TV를 보니까 우리나라 LG 평면 TV이다 자랑스럽고 가슴이 뿌듯하다
나는 순하디 순한 큰눈을 껌뻑거리는 소의 등에 칼을 꼿아서
피를 흘리며 잔인하게 죽이는 투우경기를 안 좋아한다
근데 그냥 심심해서 투우경기를 보는데 메인 투우사의 눈빛이 장난이 아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 소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하면서 마지막 일침을 가할 기회를 포착하는 순간
한손에 붉은 망또로 날카로운 칼을 감추고 있다가 달려가서
소 등의 한 가운데를 칼로 찌르고 재빠르게 물러난다
처음에 보조투우사들이 송곳처럼 생긴 침으로 몇번 가볍게 찌르면서 황소의 성질을 건드리면
성난 황소가 정신없이 날뛰다가 점점 힘을 잃으면서 씩씩거릴 때 쯤
메인 투우사가 마지막 일격을 가하면 비틀거리며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쓰러진다
관중들의 환호속에 메인 투우사의 승리에 찬 미소를 얼굴 가득히 띄우면서 관중들에 환호에 답한다
그리고 TV화면에는 그 투우사의 여자친구 얼굴을 크로즈 업 시켜준다
그 사이 피를 흘리며 죽은 소는 들것에 실려 나간다
그 동안 잘 몰랐었는데 투우사 정말 매력적이네~ 많은 여자들이 좋아할 만하다^^
4시쯤 되니까 호스피탈리오랑 친정엄마, 여자아이 둘이랑 두살짜리 애기랑 한 패가 들어온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로 되보이는 이종사촌 둘이는 학교가 끝나고 오는지 책가방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다
언니가 동생에게 뭐라고 내가 한 말을 전하니 나보고 알베르게에 같이 가 보잔다
같이 가서 보일러를 살펴 보더니 누구한텐가 전화를한다
좀 있으니까 기술자로 보이는 아저씨가 와서 뭘 건드리니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아저씨는 먼저가고 내가 호스피탈리오에게 여기 혼자 자기 겁난다고 하니까 웃으면서 안심하란다
바에 가거든 언니에게 5시 저녁예약을 7시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대문을 잠그고 현관문도 잠그고 방으로 들어오니 히터로 따뜻해 진다
창문으로 파란 하늘이 보이는게 괜찮다
편안한 마음으로 마드리드 헌책방에서 산 영어로 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성장기 소년이 쓴 다이어리인데 그 나이에 느낀것을 솔직하게 쓴 내용이 재미있다
하루 일과를 쓴것이기 때문에 내용 줄거리를 기억 안해도 되니까 여행중에 읽는 책으로는 좋은것같다
재미있게 읽다가 보니까 7시20분이다 에구~늦었다! 얼른 준비하고 바 로갔다
저녁 때라서 그런지 바 안은 손님들이 좀 많다
언니 부부, 호스피탈리오 남편, 엄마, 아이들 셋 그리고 손님들...
시껄벅적하지만 가족같은 분위기 때문에 한데 어우러져서 따뜻한 느낌이다
언니가 다가와서 미안하다면서 좀 기다리란다
걱정하지 말라고 아직 배가 안 고프다고 말했다
그 때 엄마가 자기자리 옆 테이블로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호스피탈리오 남편이 꼬마를 안고있는데 잠이 오는지 아빠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아이가 너무 예쁘고 귀엽게 생겼는데 오늘 몇번을 봤지만 우는걸 못 봤다
너무 순하고 하는짓이 예쁘니까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것같다
가족들이 참 보기좋다^^
좀 있으니까 호스피탈리오가 퇴근해서 왔다
말도 안 통하고 자기 일도 바쁜데도 불구하고 귀찮은 내색 한번 안하고
최선을 다 해서 순례자를 도와 주려고 하는 모습이 얼굴만큼이나 예쁘다
동생 가족들과 엄마가 가고나서 식사를했다
닭을 넣어서 만든 빠예야는 우리나라 닭죽하고 비슷한데 맛있다
콜라를 한병 시켰더니 언니가 소세지 3조각을 함께 먹어라고 가져다 준다
점심 때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좀 많이 먹었더니 아직 소화가 덜 됐다
남기려니 아까워서 억지로라도 먹을려니까 도저히 안되겠다 아깝지만 수저를 놓았다
계산을 하고 좀 앉아 있으니 언니가 와서 커피를 마시라고한다
커피 마시면 잠을 못 잔다고 사양했다 그랬더니 서비스로 콜라를 한병 마시란다
사양하는데도 그녀가 막 무가내로 콜라를 한병 가져와서 컵에 따른다
그 정이 고마워서 억지로 다 마셨다
9시쯤 여러가지로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고 알베르게로 왔다
참으로 친절한 사람들이다^^
이 마을로 들어오는 길~ 역시 아름다운 길이다~
어느 성당이든 종탑에는 황새들이 살고있다~
호스피탈리오가 근무하는 마을의 문화회관...
짜장 복은것과 참치셀러드...
호스피탈리오와 아기...너무 예쁘다~
아빠랑도 함께~
마음씨 좋은 언니...
친정엄마와 함께...
아이들이 사진찍어 주니 너무 좋아한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만든 그녀의 작품...용도는 접시
사진이 별로 선명하지는 않지만...우리나라 LG평면 TV라서^^
저녁으로먹은 닭죽같은것...치킨 빠예야
알베르게 대문 안 마당...좀 실망...
어릴 때 말고는 양말이 빵꾸 날 때까지 신어보기는 처음이다^^
침낭속에서 자는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욕실도 깔끔하다~
문을 잠그고도 불안해서 방문앞에 이렇게 해놓고 잤다 ㅎㅎㅎ
*일일경비 - 점심: 5.00 저녁: 8.50 함계 - 13.50유로
첫댓글 좋은곳다녀오쎴네요 작년에 열흘동안 스페인만다니면서 성당 고대유적등 힘으들었지만 좋은여행이었으요 그때기억이새롭네요
여 대장부 둥근돌.. 사진 잘 보았네요 ㅎ
양귀비꽃이 이리 흔하게 피어도 되나봅니다.^^ ㅋㅋ 외국 풍경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