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불안해요. 월세 보여주세요” 역대 최고 찍은 월세지수
4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106.756
경기·수도권 아파트 월세지수도 역대 최고
임대차 시장 내 월세 비중·거래량 증가세
전세 부작용에 “월세 중심 지원해야” 분석도
그동안 국내에서는 주된 주거 형태가 아니었던 월세가 가격도 오르고 거래도 늘고 있다. 그간 실수요자들이 선호한 전세와 관련해 사기 우려, 대출 고금리 부담이 커지자 월세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한국도 외국처럼 월세가 주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30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2022년 1월을 100으로 기준으로 했을 때 구준하며 4월 106.756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도(109.773), 수도권(108.354)로 마찬가지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월세는 전세 대출 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차라리 월세를 내겠다는 이들이 늘며 수요와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전세 사기에 대한 경각심에 월세를 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 1~2월 누계치로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5.2%로 1년 전보다 8.1%포인트(p) 증가했다. 올 들어 임대시장에서 월세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거래량도 증가세다. 지난 2월 전국 월세 거래량(보증부월세·반전세 등 포함)은 15만2267건으로 전월 대비 29.9% 늘었다.
현재 양천구에서 2억원대 보증금을 맡기고 빌라 전세살이 중인 30대 직장인 백모씨는 “전세 사기 우려가 크다 보니 불안해서 현재 계약이 끝나면, 무조건 월세로 갈아탈 계획”이라며 “과거엔 월세가 달마다 사라지는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대출 이자 내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월세가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월세 수요가 늘다 보니 ‘초고가 월세’도 흔해지며 주거 부담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에서 100만원 이상 고가 월세 계약은 1만16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한 해 서울 고가 월세 건은 3만3116건이었는데, 1개 분기 만에 벌써 1만건을 넘은 것이다. 올 1분기 중 1000만원 이상 월세 계약도 29건에 달했다. 지난 2월 서울시 성동구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159㎡는 보증금 5억원에 월세 2800만원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 같은 초고가 월세는 목돈을 묶어두지 않으려는 고소득 사업가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전세 제도 부작용과 관련해 주거 지원의 중심을 월세로 옮겨야 한다거나 월세 거래가 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도시연구소는 ‘2022년 실거래가 분석을 통해 본 주거정책의 과제’ 보고서에서 전세가 월세보다 실질 주거비가 낮고, 주거사다리 역할을 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전세 대출 증가가 ‘갭 투기’의 자양분이 됐다는 점도 고려해 전세임대주택 대신 월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거 지원의 중심을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증 비율을 낮춰야 하며, 전세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대체하는 ‘보증부 월세 계약’이 늘 것이란 견해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전세제도의 거시경제적 위험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서 “전세자금대출 보증 비율이 줄어들면 대출로 조달할 보증금 규모가 작아지고 월세 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불안전한 사적 계약을 유지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비용이 덜 들 것이라고 전했다.
헤럴드경제, 고은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