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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괴물 주의 (캐리비안의 해적 속 신화전설)
낙서장
2007/05/31 11:49 |
작년부터(!) 매일밤 침대에서 멜빌의 “백경(모비딕)”을 조금씩 읽고 있다. 어렸을 때 요약본으로 읽긴 했지만 갑자기 원본을 읽어볼 생각을 한 건, 거기 등장하는 항해사 스타벅이 정말 커피를 좋아했는지 궁금해져서였다. ^^ (스타벅스 커피가 이 스타벅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기 때문에...) 읽어보니 과연 고전의 힘을 느낄 만한 작품이고 은근한 유머도 있어서 좋긴 한데, 지독한 만연체로 써있기 때문에 진도가 하루에 1-2페이지씩이다... -_- 그래서 아직도 스타벅이 커피를 좋아했는지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대신 뜻밖에 다른 사실을 하나 알게 됐다. 그 책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이다.
신앙심 깊은 작살잡이는 절대로 좋은 항해자가 못 된다구. (중략) 냇 스웨인이란 젊은이가 있었는데 한때는 낸터키트와 비녀드 통틀어 제일 용감한 작살잡이였지. 그런데 교회에 한 번 가더니만 사람 버렸어. 자기의 죄 많은 영혼이 무섭다더니, 움츠러들어서는 고래 근처엔 가지도 않는 거야. 일격을 당해 데이비 존스 Davy Jones 한테 갈 때 사후세계가 걱정돼서 말야.
어? 데이비 존스? “캐리비안의 해적”에 나오는 그 문어발 수염 양반 데비 존스?
이 양반이 2편 “망자의 함”에서 오페라의 유령 분위기를 팍팍 내면서 문어발 수염으로 오르간을 연주하는 장면은 정말 명장면이었었다.. (토요일에 3편 “세상의 끝에서”를 봤는데 거기서도 한 번 연주하더군. 나처럼 열광하는 사람이 많아서 팬 서비스한 모양이다. ^^)
그런데 이 데비 존스가 그냥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래서 사전을 찾아본 결과 “데이비 존스의 라커로 간다 go to Davy Jones’ Locker”는 말은 뱃사람들이 쓰는 하나의 관용어로 죽는다는 뜻, 그것도 바다에서 죽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골로 간다”는 말이 죽는다는 뜻인 것처럼...) 그렇다면 데이비 존스는 대체 누구이며 왜 하필 그 이름인 걸까? 거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악마(데블)를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이라는 설이 많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데이비 존스의 모습도 제각각인데,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 재미있는 그림에서는 데이비 존스가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부활 (2003), 올슨 Skot Olsen (1969-)작, 캔버스에 아크릴
출처: www.skotolsen.com/home.html
이 그림은 올슨이라는 미국의 젊은 화가가 그린 것이다. 그는 각종 바다 전설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는데, 그의 설명에 따르면 뱃사람이 죽을 때는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 게 아니라 피들러(바이올린 켜는 사람)의 푸른 벌판 Fiddler’s Green 이나 데이비 존스의 라커로 간다는 것이다. 육지에서 죽어서 안장되면 일종의 낙원인 피들러의 벌판으로 가고, 익사하거나 배에서 죽어서 바다로 던져지면 데이비 존스의 라커로 간다고... 하긴 “캐리비안의 해적” 3편에서 맨처음에 나오는 노래에서도 피들러의 벌판이란 말이 나왔었다...
그리고 “백경”에는 “캐리비안의 해적” 2편에서 맹활약하던 거대한 바다괴물 크라켄 Kraken (3편에서는 아쉽게도 시체로밖에 나오지 않는다...) 에 대한 언급도 잠깐 나온다. 뱃사람들이 대왕오징어와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말이다...
길이도 너비도 8분의1마일은 될 것 같은 거대한 부풀은 덩어리가 유백색으로 번쩍거리며 물에 떠돌고 있었는데, 중심부에서 무수히 많은 길다란 팔을 내뻗고, 아나콘다가 또아리를 트는 것처럼 말고 꼬면서, 팔에 닿는 어떤 운 나쁜 물체든지 움켜잡을 듯한 기세를 보이고 있었다. (중략)
“그게 대체 뭐였죠?” 플라스크가 말했다
“거대한 오징어야. 사람들이 그러는데 저걸 보고 나서 무사히 항구로 돌아가는 포경선이 별로 없다는 거야. 그래서 저걸 봤다는 포경선이 거의 없는 거고.”
거대한 크라켄, 폰토피던 주교가 얘기하는 그 크라켄이 이 오징어로 변한 것이라고 상상할 만도 한 것 같다. 주교가 설명한 크라켄의 뜨고 가라앉는 방식이나 그밖의 특성들을 보면 이 오징어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믿기 어려운 거대함에 대해서는 상당히 축소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여기에 나오는 폰토피던이라는 사람은 18세기에 실존한 인물인데 어부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괴물 크라켄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그에 따르면 크라켄은 노르웨이 앞바다에 살며, 크기는 1마일 (1.6킬로미터) – 작은 섬 크기 -쯤 되고, 커다란 전함도 움켜잡아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어부들은 대왕오징어를 목격하고는 놀라고 신기한 나머지, 엄청나게 과장을 해서 크라켄 얘기를 만들어낸 것 같다.
랜드러버 (2003), 올슨 작, 캔버스에 아크릴
출처: www.skotolsen.com/home.html
역시 올슨의 작품인 이 그림은 예전에 크라켄의 습격을 받은 적이 있는 늙은 선원이 (등에 있는 빨판자국 흉터를 보라!) 그 유명한 유리병 속 범선 공예품 대신 유리병 속 크라켄의 습격을 받는 범선 공예품을 만들며 사는 이야기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정말 시니컬하게 웃기는 그림이기도 한데 어떻게 보면 비극적인 그림인 것이다...
영화에는 크라켄을 데비 존스가 조종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심지어 누구는 데비 존스의 애완동물이라고 표현한다 ^^) 원래 데이비 존스 전설과 크라켄 전설은 별개의 것이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재미있는 점 중의 하나가 이런 식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전해오는 바다 전설들을 재치 있게 연결해 놓았다는 것인데, 데비 존스가 타고 다니는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 Flying Dutchman (방랑하는 네덜란드인) 도 원래는 데비 존스와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전설이다.
플라잉 더치맨은 영원히 7대양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저주를 받은 배이고 그 선원들도 모두 죽지 못하는 신세라고 한다. (그리고 이 배를 우연히 보게 되는 배들도 재수가 없다고 한다.) 왜 그런 저주를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역시 여러 버전의 전설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은 그 선장인 반 데르 데켄 Van der Decken 이 역풍이 부는데도 희망봉을 돌아가려 애쓰다가 종말의 날이 올 때까지라도 여기서 버티겠다고 큰소리치면서 맹세했기 때문에 그 꼴이 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상징주의 화가인 라이더의 이 그림은 난파해서 보트로 옮겨탄 사람들이 유령 같은 플라잉 더치맨과 맞닥뜨리는 장면이다.
플라잉 더치맨 (1887)
라이더 Albert Pinkham Ryder (1847-1917)
하지만 다른 버전의 전설도 있는데 내가 어렸을 때 어떤 책에서 본 무시무시한 이야기에서는 이랬다. 어떤 남자가 자기가 짝사랑하는 여자가 자기의 형과 결혼하자 그 두 사람을 살해했다는 것이다. 형은 죽어가면서 피에 물든 손으로 동생의 뺨을 때렸고 그래서 그의 뺨에는 시뻘건 손자국이 영원히 새겨지게 되었다. (이런 얘기가 어린이책에 나오다니 지금 생각하면 좀.. -_-) 그러자 그는 그제서야 죄책감을 느끼게 됐고 배를 타고 고행의 길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배에서 악마와 그의 양심이 그의 영혼을 걸고 주사위놀이를 벌이게 되었고, 그 주사위놀이는 쉽게 끝나지 않아서 그 배 - 플라잉 더치맨 - 는 영원히 바다를 떠돈다는 것이다.
버전에 따라서 이 배는 몇 년에 한 번씩은 항구에 정박할 수 있다는데, 100년에 한 번씩이라는 얘기도 있고, 바그너의 동명의 오페라에서는 7년에 한 번씩, 그리고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10년에 한 번씩이었다.
게다가 “캐리비안의 해적” 3편에는 그리스 신화도 조금 들어있다. 바로 해적연맹의 아홉 영주들이 인간의 몸에 가둬두었다가 데비 존스에 맞서기 위해 해방시키는 바다의 여신 칼립소 Calypso 말이다. 원래 칼립소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바다의 님프였다. 트로이 전쟁 후에 그리스의 왕과 영주들은 각각의 선단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갔는데, 그 중 오디세우스는 그를 미워한 바다의 신 포세이돈 신의 방해로 즉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갖가지 모험을 하게 됐다. 그 와중에 그는 난파해서 칼립소가 살고 있는 섬에 떠밀려갔는데 그녀는 오디세우스에 반해서 그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에는 제우스 신의 명령으로 그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오디세우스와 칼립소 (1883)
뵈클린 Arnold Bocklin (1827-1901)
스위스의 상징주의 화가 뵈클린의 그림을 보면 적막한 섬에 단둘이 있는데도 서로 떨어져있는 오디세우스와 칼립소의 단절의 정서가 잘 나타난다. 오디세우스는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고 칼립소는 그런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해 안타까워 한다.
하지만 영화 속의 칼립소는 이런 순정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바람둥이이고, 반면에 일개 님프에 불과한 신화 속 칼립소와 달리 전 바다를 지배하는 막강한 여신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칼립소의 캐릭터가 굉장히 흥미로운데, 그녀는 원시모계사회에서 숭배되었던 강력하고 선악을 초월한 여신, 어떤 때는 자비롭고 어떤 때는 잔인한, 그리고 바람기 많은, 고대 서아시아의 이슈타르 같은 여신과 그 속성이 많이 닮은 것이다. 이런 여신들은 모계사회에서 가부장제로 이동하면서 축소되고 사라지게 되는데, 영화에서 여신 칼립소가 못마땅해서 남성 해적들이 그녀를 봉인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이 흥미로운 캐릭터인 칼립소 여신이 막상 해방돼서는 영 하는 일이 없는 것이었다, 허무하게도 말이다...-_- 인간의 몸에서 풀려나서 뭔가 무시무시한 재앙을 보여줄 줄 알았더니만, 그냥 커다란 소용돌이 한 번 만들고는 썰렁하게도 더 안 나오는 것이었다. 혹시 이게 4편이 만들어진다는 뜻인가? 칼립소의 못다한 복수 같은 거? -_-
그나저나 “오디세이아”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오디세이아에도 재미있는 바다괴물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여섯 개의 머리를 가지고, 섬 동굴에 숨어있다가 배가 지나가면 스윽 나타나서, 한 머리에 한 선원씩, 여섯 선원을 한꺼번에 물어가는 스킬라 Scylla 같은 괴물도 있고, 바닷물을 삼켰다 뱉어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카리브디스 Charybdis 같은 괴물도 있다. 하지만 역시 압권은 상반신은 여자, 하반신은 새의 모습인 괴물 세이렌 Siren 인데, 이들은 황홀한 노래를 불러서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을 홀려서 난파하게 만들거나 잡아먹는다고 한다.
다행히 오디세우스 일행은 마녀 키르케 Circe 에게서 이 괴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미리 배워서, 선원들은 모두 밀랍으로 귀를 틀어막고 오디세우스 자신은 몸을 돛대에다 꽁꽁 묶고는 세이렌이 지키는 바다 길목을 무사히 지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빠져나가는 장면이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낭만주의 화가 워터하우스의 그림에 나온다. 다른 선원들은 밀초로 귀를 막았기 때문에 덤덤한 데 반해서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오디세우스는 목을 쭉 빼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 비록 몸은 새지만 긴 생머리를 날리는 세이렌의 얼굴들은 모두 아름답고, 특히 그림 아래쪽에 선원한테 몸을 기울이고 있는 세이렌은 소름끼치게 애교 있는 모습이다...
한술 더 떠서 드레이퍼 같은 화가는 세이렌이 좀더 요염해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하반신이 새인 괴물의 모습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체의 여인의 모습으로, 그리고 인어의 모습으로 나타냈다.
그래서 돛대에 묶여있는 오디세우스의 눈을 보면 완전히 뒤집혀 있다...^^
이제 모처럼 재미있는 어드벤처 영화였던 "캐리비안의 해적" 3부작도 끝났으니 (혹시 4편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누가 새로운 해양 어드벤처 영화 프로젝트로 오디세이아를 영화로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 예전에 몇 차례 만들어진 적이 있다고 하지만 요즘의 발달된 CG로 만들면 새로운 맛이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캐리비언의 해적"은 전체적으로 잘 만든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라고 할 만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3편은 1,2편에 비해 실망스러웠다. 뭐, 내가 2편을 너무 재미있게 봐서 지나치게 기대를 한 탓도 있었겠지만, 2시간 40분 동안의 구성이 밀도있게 짜이질 못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주변에 조는 사람들도 몇 있었다.) 그리고 1,2편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다 소진해 버린 것인지 신선한 재미를 주는 부분이 별로 없었다.
게다가 아까 칼립소도 그랬지만 저우룬파(주윤발)는 대체 왜 나온 건지... 나오는 시간도 다 합쳐서 얼마 안 될 것 같고, 하는 역할도... 저우룬파라는 배우의 무게가 아까웠다. -_- 영화의 결말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3부였다.
첫댓글 그림이... 원문을 보셔야 겠네요.
에구 ㅋㅋ 열심히쓰셧네 ㅋㅋㅋ캐리비안의해적은여러가지전설을섞어서 ㅋㅋ
나는 관대하다 276초 만에 다 읽었다
그래서 결론은 뭔데
다 액박이라서리;;
엑박이라구요
에엑바악~
크라~~겐~~~~빠바바바~빠바바바~~ 샥샥샤샥샥 아니~? 후뢰시 타이탄 발진~
이거 엑박 광고아냐? 엑박 사고싶다
웩봑.
죄다엑박이라서 슬프오
엑박에 철수도 없어
뿌ㅐㄹ꺄ㅓ마ㅣ저기ㅏ꺼ㅣㅏㄲ쩌엑바거어ㅓㅉ쩔어ㅓ이ㅏ쩌이ㅏㅁ주서원
작살잡이라...흐음...무서워 ㅅㅂ
엑박이긴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전설 잘 봤습니다~~ ^^
엑박괴물 ㅠㅠㅠ 무서워 후덜덜덜덜
그렇군요
글씨 전니많어
엑박 그림보실라면 엑박 우클릭후 속성에있는 정보를 복사한후 주소창에 붙여넣기하셔요 ㅋ, 센스!
그림이 다 엑박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