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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찰서 취조실
화면 밖, 차갑고 스산한 공기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긴장감 도는 자판 타자 소리가 딱딱하게 들리고, 이어서 웃음 실린 호흡.
화면 나타나면, 장소는 취조실 내부.
이 형사의 날카로운 눈빛이 줌인, 매섭지만 뭔가 이상한 걸 본 듯 이내 눈살이 찌푸려진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수갑 채워진 철우의 손이 보인다.
힘 빠진 손은 손톱으로 소리를 내며 여유로워 보인다.
화면, 철우의 왼쪽 얼굴만 줌인,
그는 태연하게, 너무도 담담한 표정이다. 서서히 화면이 그의 오른 쪽 얼굴로 이동하면
그의 오른쪽 얼굴 전체가 징그러운 정도의 흉한 화상 자국이 있다.
철우, 소름 돋는 웃음을 흘린다.
철우 왜요. 내가 징그러워요?
지철 (시선회피) 노인네는 왜 죽였어
철우 재수 없어서요.
지철 대답 똑바로 안 해 이 새끼야!
철우 (싸늘한 정색) 가만히 서있는데 갑자기 술 취한 노인네가 와서 라이터 좀 빌려 달래, 빌려줬지.
근데 갑자기 내 얼굴을 보더니 담배를 떨어뜨리데? 술이 확 깼나봐 내 얼굴 보고,
그대로 존 나게 도망가는 거야. (픽) 재수가 없더라고.
지철 .......
철우 이봐요. 내 눈 좀 보고 얘기해요. 왜 피하지? 내가 징그러운가?
지철 (보면)
철우 그 표정이에요. 내가 죽여 버리고 싶을 때.
싸늘한 기운이 감돈다.
2. 경찰서 밖
경찰서 밖, 교도소로 들어가는 차 한 대가 서있고, 수갑이 채워 진 채 양 옆에 형사들의 팔짱을 보기에도 꽉 껴서 밖으로 나오는 철우, 차 안으로 오르기 1미터 직전이다
그 순간 밖으로 급하게 뛰어 나오는 김 반장.
김 반장 박 형사! 박 형사!
박 형사 (뒤돌며) 예! 반장님!
무심코 철우의 팔짱을 풀고 한 달음에 김 반장에게 달려가는 박 형사.
지키고 서있던 형사들 일제히 김 반장에게 향하면.
그 순간, 묘한 눈빛으로 변하는 철우, 생각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다른 한쪽 팔짱을 풀고 서있던 지철의 머리를 수갑으로 내리 찍는다. 쓰러지는 지철, 재빠르게 도망가는 철우,
형사들 모두 당황한 기색.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철우, 능수능란하게 경찰서 높은 담장을 넘어 그곳을 탈출한다.
형사들이 일사 분란 하게 움직인다.
다시 살고 싶었던 순간
(세상에 복수하고 싶었던 당신과, 포기하고 싶었던 내가
다시 살고 싶었던 순간,)
3. 버스 안 (늦은 밤)
버스 안은 빈자리가 꽤 많을 정도로 한가롭다.
그리고 그 안, 창가 쪽에 앉아 있는 철우가 있다.
수갑 채워진 손은 주운 옷으로 가리고, 모자를 푹 눌러써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있는 철우,
버스에는 학생부터 노인까지 6명가량 있다.
이인석 자리에 혼자 앉은 철우와, 그 뒤에 아줌마 두 명이 앉아있다.
버스에 있는 사람들은 철우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 순간 버스 안 라디오 뉴스가 나온다.
라디오 뉴스 앵커 뉴스 속봅니다. 이틀 전 잡힌 연쇄살인범 김철우가 교도소로 수용 되는 과정에서
탈출을 했다고 합니다. 그의 팔을 잡고 있던 형사가 방심한 틈을 타 반대편에 있던 형사의 머리를, 채워진 수갑으로 과격해 순식간에 탈출을 했다고 하는데요. 머리를 과격 당한 형사는 지금 일반병실에 입원 중이며, 형사들은 김철우를 검거하려 전 지역을 수색할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김철우는 수갑이 채워진 상태로 멀리 달아나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철우는 오른 쪽 얼굴에 흉한 화상 자국이 있으며..
버스 안내방송이번 정류장은 동 인천. 동 인천역입니다. 다음 정류장은..
철우의 시선이 불안해 지며, 수갑 채워진 손을 더 깁게 숨긴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40대 아줌마 둘, 라디오 방송을 듣고 한숨을 내쉰다.
아줌마1 이러니 어디 마음 놓고 밖에 다닐 수가 있겠냐고,
아니! 살인범을 잡고 있으면서 왜 방심을 하느냔 말이야 방심을! 그 모야 예전에 신창원 사건 때도 이렇게 방심해서 놓친 거 아냐! 탈출 한번 했었잖어, 어휴, 근데 이거는 뭐 연쇄살인범이야! 김철우 잡혔다 길래 안심 좀 하나 했더니 고새 놓쳐 고새?!
아줌마2 내말이, 뭐 하러 교도소 까지 끌고 가느냔 말이야.
그런 인간 그 자리에서 총 쏴서 죽여 버리면 되는걸!
철우 (뒷자리 아줌마들의 말에 귀 기울이며 어금니를 꽉 깨문다)
아줌마1 너도 딸내미 단속 잘해. 혹시 알아 우리 동네어디 숨어있을지!
아줌마2 어유, 끔찍하다 끔찍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고 뒷문이 열린다.
철우, 급하게 버스에서 내리는데 내리던 짧은 순간, 뒷자리에 앉아있던 아줌마들을 슬쩍 쳐다본다.
그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진다.
그 때 아줌마 1, 철우와 눈이 마주치고 그대로 머릿속에 하얘지는 아줌마1,
철우 버스에서 내린다.
4. 어느 골목 길 (밤)
사람 발 길이 거의 드문 어느 동네 골목 길. 잘 사는 동네는 아닌 듯싶다.
하나의 전봇대 조명에 의지해 겨우 그 동네 주변만 조금 가늠할 수 있다.
그 골목길로 처진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들어서는 철우.
도무지 어딘지 모를 동네 주변을 둘러보는 그의 눈빛은 불안감과 긴장감이 서려있다.
그저 보이는 골목을 헤집고 들어가는데
지친 철우의 걸음이 처지고 있다.
앞으로 보이는 공중전화 박스, 급하게 박스 안으로 들어간다.
팔목에 채워진 수갑 때문에 힘겹지만 어떻게 서든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그 때, 그 골목으로 들어서는 20대 중반 쯤 보이는 한 남자. 이 정호
어수룩함을 풍기며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을 들고 있고,
한 손에는 주소가 적힌 쪽지를 들고 있다. 집을 찾고 있는 모습니다.
정호,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 전화를 한다.
정호골목이 너무 어두워서 집 찾기가 힘들어요. (배터리가 나갔다) 아..!
마침 정호의 앞으로 보이는 공중전화 박스, 철우가 안에 있다.
그 뒤로 줄을 서는 정호.
철호, 간신히 전화번호를 눌러 수화기를 대는데,
‘이 번호는 고객님의 요청으로 착신이 금지...’
철우 (떨어뜨리며) 시발..
정호 (?)
철우, 뒤돌아 나가려는데 그 순 간 정호와 눈이 마주친다.
정호, 철우를 보고 갑작스런 공포에 질리는 표정이다.
뒷걸음치는 정호, 그대로 정신없이 앞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철우의 표정에서 묘한 웃음이 드러난다.
공중전화 박스 옆, 쓰레기 더미 사이로 보이는 부서진 나무 조각을 들고
정호의 뒤를 더 빠른 걸음으로 따라 간다.
정호의 긴박한 숨소리,
철우, 정호의 뒤를 빠르게 따라가 그의 머리를 나무 각목으로 내리 친다.
수십 번을 정호의 머리를 내리 꽂는다. 그들의 얼굴과 몸에 핏자국이 살벌하게 튄다.
정호, 죽는다..
철우, 가쁜 숨을 내쉰다. 정호가 들고 있던 도시락은 바닥에 깨져 널브러져 있고
철우, 도시락을 보더니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우걱우걱 주워 먹어댄다.
4-1 골목, (시간경과)
온 몸에 핏자국 범벅이 되어 아직도 동네를 헤매고 있다.
주택가 동네 대부분 집은 거의 불이 꺼져 있다.
그러나 불이 환하게 켜진 딱 한 집이 눈에 들어온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그 집으로 향한다.
5. 보영의 집 앞 (집 밖)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집 앞까지 와버렸다.
철우, 문에 바짝 귀를 대고 집 안에 소음을 들으려 하지만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조심히, 아주 조용히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흉기를 찾는다.
그리고 집 앞에 깨져서 버려진 거울을 발견하고 큰 유리 조각을 집어 든다.
철우, 문고리를 잡아 천천히 돌려보는데, 문이 열려있다.
철우, 숨소리도 숨기며 조심히 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6. 보영의 집 안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집안은 사람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안심한 듯, 집안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플라스틱 통이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조각을 들고 있던 철우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소리가 난 방으로 조심히 걸음을 옮기는데,
천장에는 목매달려고 만들어 놓은 듯 보이는 줄이 쳐져 있고,
바닥에는 수면제 약통이 떨어져 알약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그리고 바닥을 기어 손을 더듬거리며 약을 줍는 보영.
그녀의 행동이 일반인과 다르다는 걸 직감하는 철우,
보영 (초점 없는 눈빛, 인기척을 느껴 문 쪽 보며) 거기 누구에요
철우 .......
보영 (옅은 미소) 도둑?
철우 (본다)
수면제 통을 찾는 보영,
그러면 수면제 통을 살짝 발로 밀어 침대 밑으로 넣어 버리는 철우. 보영,
계속 손을 더듬거리며 헛손질만 한다.
철우, 보영이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안다.
찬장 위에 들고 있던 유리조각을 내려놓고 자연스럽게 부엌으로 향해 냉장고를 열어 물을 마신다. 그리고 살벌하게 가위를 집어 들고 다시 방으로 향한다.
보영, 의자 위로 올라가 천장에 매달린 줄에 목을 걸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리며 스르륵 감는다.
그녀, 울고 있다. 의자를 발로 밀어내려는 순간,
긴장감 도는 묘한 분위기, 철우가 들고 있는 가위가 그녀의 머리로 빠르게 올라간다
(이때 보영을 살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긴장감 유도)
동시에 그녀의 발이 의자를 걷어 차 버리고 ‘쿵!’하는 소리와 함께 목을 맨 줄이 끊어진다.
철우가 그 끈을 잘랐다.
철우 쑈하지마.
보영 (흐느낀다)
철우 그런다고 쉽게 안 죽어. 죽이는 건 쉬워도 혼자 죽는 건 어렵거든.
보영 ........
철우 .......
보영 그럼 당신이 나 죽여줄래요?
철우, 쭈그려 앉더니 보영과 얼굴을 마주본다.
초점 없는 보영, 철우가 어디 있는지 보지 못한다.
철우 나 안 무서워?
보영 (고개 들어 보는데, 초점은 없다)
철우 나 이집 털러 왔어. 갈 때 없어서 들어온 아주 악질 범죄자거든?
보영 눈에 뵈는 게 없으면 겁 대가리도 없어.
철우 (픽) 다행이네 (일어나서 거실로 나간다)
보영 (뒤따르며) 갈 때 없다고 했죠
철우 (보면)
보영 도망 다니는 거에요? 정말 범죄자냐구
철우 (보다가) 응
보영 이 집엔 드나드는 사람 없어요. 일주일에 한번 월요일,
수녀님이 와서 쌓인 빨래 해주고 밀린 일거리 해 주는거 말고는 우리 집 아는 사람도 없어., 내가 당신.. 숨겨줄테니까 우리, 거래할래요..
철우 .... 미친년,
보영 (진지하게) 보다시피 나 눈 병신이야,
당신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른다구혼자서는 전화 하는것도 힘들어서 당신 신고하기도 힘들 거구, 할 생각도 없어. 대신, 나 좀 깔끔하게 죽여줘.. 응? (눈물이 맺힌다) 하고 한날 자살 시도해. 수면제를 들이부어도 개 거품 물고 병원 끌려가서 다시 눈뜨고, 손목을 그어도 다음날이면 중환자실에 누워있어, 죽는것도 사는거 못지 않게 힘들어..,
철우 ........(가만히 보다가) 좋네, 좋은 거래네,
보영 장난 아니야.
철우 단 절대 자살시도 하지마. 수습하는데 귀찮아, 혹시라도 이 동네 소문이 퍼지면 내가 아주 난감해 지거든.
아주 조용히 알아서 죽여줄테니까 헛은 수작 같은 건 하지 말라구,
보영 약속만 지켜..
철우,
현관문에 붙어있는 열쇠수리공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떼어, 거실 수화기를 든다.
(시간경과)
보영 거실 소파에 쭈그려 앉아 있다,
철우, 부엌 식탁에 앉아서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다.
거지가 들어찬 것 마냥 허겁지겁도 먹어댄다.
그때 누군가 보영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철우와 보영 그들 전부 현관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긴장한 눈빛
보영, 더듬거리며 현관문으로 향한다.
보영 누구세요?
수리 공열쇤데요,
보영 (부엌 쪽 본다)
철우 열어
보영 (문을 열고) 들어오세요.
철우, 부엌에서 칼자루를 집어 들고 현관 쪽으로 나온다.
수리공의 목 가까이 칼을 들이밀자, 수리공 사색에 질린다.
철우 (보영에게) 너 가서 앉아있어
보영 ? ........(이상하긴 하지만 소파로 가서 앉는다)
철우 (눈으로 수갑 가르치며) 허튼 생각 말고 살고 싶음 이거 풀어,
수리공 (떨리는 손으로 공구통을 연다. 잔뜩 겁에 질려있다)
철우 빨리해.
수리공 (떨리는 손에 열쇠가 쉽게 들어가지도 않는다)
철우 똑바로 해.
수리공의 손놀림이 그의 말에 의해 더 빨리 움직인다.
결국 수갑을 풀고야 마는 수리공,
수갑에서 풀린 철우의 손이 자유롭게 스트레칭을 한다.
수리공 (도망치 듯 밖으로 뛰쳐 나간다)
철우 야
보영 ?
철우 설거지 좀 해놔.
7. 골목
골목 사이를 다급하게 빠져 나가는 수리공 뒤를 밟는 철우.
수리공의 숨소리가 공포에 질려 거칠다.
빠른 속도로 달려 수리공의 등을 칼로 찌르는 철우.
8. 보영의 집 안 (아침)
철우, 거실 소파에서 자고 있다.
빛 때문에 눈살 찌푸리며 눈 뜬다.
멍 때리는 표정으로 눈만 꿈벅, 감긴 눈으로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향한다.
변기뚜껑을 올리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데
그 뒤에 벽에 붙어 쭈그려 앉아 양치를 하고 있던 보영,
세면대로 와서 입을 헹군다. 너무도 태연하고 담담하게,
오히려 놀라 뒤로 넘어지는 철우,
철우 야! 너 뭐야!!
보영 (입 다 헹구고 뒤돌아서 나가며) 안 보이는 거 몰라.
철우 에이씨..! (뭔가 당한 느낌)
보영 (나가며 혼잣말로 들리게) 무슨 소리가 그렇게 처지냐
철우 ?(‘뭐래..’인상쓰며 다시 일어나는데, 뒤 늦게 그 말뜻 알아차리고) 에이씨..(자존심 상하는데)
거실로 나오는 철우,
보영, 냉장고에서 집히는 반찬 아무거나 집어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밥까지 퍼서 대충 앉아서 먹는다.
철우, 못마땅한 표정, 밥을 퍼고 그 앞에 앉아 먹으려는데,
반찬은 깍두기, 배추김치 두 가지 뿐.
할 말 잃은 철우, 반면 맛있게 먹는 보영.
철우 뭔 맛으로 먹냐
보영 (먹기만)
철우 맛있냐?
보영 (일어나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르는데, 허튼 데로 물을 쏟는다)
철우 (보다가 쏟아지는 물로 컵을 슬쩍 민다.)
보영 (느끼고 물통 내려놓는다) 재밌죠?
철우 (괜히 따라진 물 먹는다) .
보영 ....... (보며) 언제까지 있을 거에요?
철우 (무시)
보영 ....... 기계 같은 거 고칠 줄 알아요?
철우 (본다) ?
시간경과-
보영과 철우, 거실에 나란히 서서 어느 한 곳에 시선을 두고 있다.
보영이거요
라디오다.
딱 보기에도 오래된 라디오.
철우 아직도 이런 라디오가 있구나
보영 저번에 한번 던졌는데 그 뒤로 안 나와요.
철우 (보며) 뒤가 다 깨졌네
보영 못해요?
철우 듣기라도 하고 싶나보지?
보영 못하면 말어요 (뒤도는데)
철우 야
보영 (다시 보고)
철우 아무거나 입을 거 없냐
보영 ?
어제 그대로의 옷, 얼마나 안 빨았는지 지저분한데다 어제 묻은 핏자국이 그대로다.
잠시 후,
소파에 앉아 있는 보영,
보영의 방문을 열고 머뭇거리며 발을 떼고 나오는 철우,
철우, 보영의 멜빵바지를 입었다. 바지가 짧아 발목까지 다 드러난다.
그 모습이 꽤나 우스꽝스럽다.
철우 (엉덩이 빼며) 야, 좀 큰 거 없냐
보영 그게 젤 커요
철우 옷을 사도 왜 이런 걸 사
보영 옷 사본 적 없어요
철우 그럼 뭐 주워왔냐?
보영 네
철우 (뭐야..)
철우, 보영 옆에 떨어져서 소파에 앉는데,
그 상태로 5초간 멍 때리고 있는 둘.
철우 티비 없냐
보영 못 보는데 왜 필요해요
철우 듣기라도 하는거지
보영 그러니까 저거 고쳐 달라구요.
철우 저건 고쳐서 될게 아냐, 어떻게 던졌으면 저렇게 박살나냐
보영 열 받으면 뭐든 던져야 풀리거든요 (앞에 놓인 전화기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올리며 던지려는)
철우 (순간 쫄아서)
보영 이렇게요.
철우 (진정하고, 욱 하는) 야!
보영 무슨 죄 지었는데요?
철우 뭐?
보영 범죄 분야
철우 그게 뭐여
보영 절도라던가, 폭행이라던가, 뺑소니라던가, 아니면 사기죄?
철우 (당황)
보영 것도 아니면, 살인?
철우 (정색)
보영 신고할까봐?
철우 그중에 니가 제일 무서운 게 뭔데
보영 무서운거? (생각하다가) 없어요, 말했잖아요. 눈에 뵈는게 없어서 겁 대가리도 없다구,
근데 난 그쪽이 차라리 엄청난 범죄였으면 좋겠어.
철우 ..?
보영 어차피 범죄자 숨겨 주는 거, 고작 절도죄 지은 사람 숨겨주면 재미없잖아.
기왕이면 살인이 낫지, (사이) 뭐 그래야. 약속한데로 나 죽여주는데도 익숙할 거구,
철우 .......
보영 근데 그쪽은 아니야.
철우 왜?
보영 그쪽 목소리가 그쪽은 아닌거 같아서.
철우 ........뭐?
보영 눈은 안보여도 귀는 보통 사람들 보다 두 배는 밝거든요. 그쪽은 아냐.
철우 그럼, 뭐 같은데.......?
보영 (생각하다가,) 노상방뇨?
철우 이런 씨,
갑자기 울리는 전화 벨
철우, 순간 적으로 예민하게 반응 한다.
보영 (받는다) 여보세요?
철우 (긴장한 눈빛)
보영 아, 수녀님
철우 (날카롭게)
보영 네... 네, 그럼 조만간 찾아뵐게요. 아니에요 제가 갈게요. 네 끊어요.(끊는)
철우 뭐야?
보영 보고 해야 되요?. (더듬거리며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철우 (끊긴 전화 보는)
9. 병원. 일반병실
지철, 머리를 붕대로 감고 누워있다.
조금씩 눈을 뜨는데,
김 반장 이 형사, 정신 좀 들어?
지철 (윽)
김 반장 제대로 눈 좀 떠봐,
지철 보여요..
박 형사 이 형사님, (손가락 두 개 펴서) 이게 몇 갭니까?
지철 이백대 맞고 싶냐?
박 형사 (김반장에게 정중하게) 정신 돌아온 것으로 보입니다.(빠지고)
김 반장 아이 그러니까 이 미련한 놈아, 왜 방심을 해 그놈이 누군데,
지철 아 시발 기억도 안나요. 대구빡 터지는줄 알았어요
김 반장 그 자식 아마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을 거야,
지철 결국 놓친겁니까?
김 반장 순식간이야..
박 형사 저는 순간이동 하는 줄 알았습니다?
지철 넌 이 새끼야 반장님이 부른다고 냉큼 달려가?
박 형사 죄송합니다.
지철 나 일어나면 넌 내가 수갑으로 후갈길테니까 각오해! 빠져가지고..
박 형사 죄송합니다.
김 반장 죽을 지경 아닌 거 같구만 뭐, 지금 일어나, 그 새끼 더 움직이기 전에 잡아야 되. 위에서 난리 났어 인마.
지철 (짜증과 분이 밀려온다)
10. 보영의 집
철우, 핏자국 묻은 옷을 꽉 차있는 쓰레기 봉지에 구겨 넣고 현관 문 옆으로 꽉 찬 쓰레기봉투를 던지는데, 옆 집 현관문 앞으로 굴러가는 쓰레기봉투,
들어가려다 다시 가서 드는데, 마침 집 밖으로 나오는 옆 집 사람 두봉팔,
쓰레기봉투를 잡으려 허리 숙인 포즈의 철우, 추리닝차림에 머리띠를 한 백수 봉팔이 서로 응시하고 있다.
철우, 순간 긴장한 표정.
봉팔 (눈 커지는)
철우 (긴장)
봉팔 ?........ ! (하이톤) 이사 오셨구나!
철우 ?
봉팔 어라? 이 건물에 사는 사람은 나랑 미스 박 뿐인데, 미스 박 이사 갔어요?
철우 .........
봉팔 ? ...... 아~ 두봉팔이에요.
철우 (허리 세우고 일어나, 낮게) 나 몰라요?
봉팔 (엥?) 나 알아요?
철우 (가만히 보다가 몸 돌려 가려는데)
봉팔 아!
철우 (!?)
봉팔 수녀원에서 봉사 나오셨구나?! (아~) 쓰레기 버리시나 보네, 새로 오셨나봐 처음 보는 얼굴인데,
철우 (뒤돌아 봉팔 본다) ..
봉팔 나요? 나 옆집 살아요. (저음으로) 남잡니다.
철우 (이사람 뭐야?!)
봉팔 (가까이 가는) 근데.. (얼굴)화상?
철우 (묘해지는 표정, 정색) 씹..(하려는 순간)
봉찰 (옅은 웃음, 소매 걷어 올리며) 나도 화상 자국 있어요. 내가 그쪽보다 더 심하죠?
철우 ..........?!.
봉팔 나, 자기 딱 보자마자 느낌 왔잖아~ 아! 이 남자 나랑 뭔가 통하는구나
봉팔 그 눈빛이 나랑 닮았어..
철우 (멍 때린다)
봉팔 동질감 같은게.. 느껴지는데?
철우, 무시하고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나오는 보영,
철우 모야
봉팔 미스박!
철우 (팔뚝 잡으며) 어디가?
보영 슈퍼가요 놔요.
철우 슈퍼를 왜가?
봉팔 아, 마늘 받으러 가는구나?
철우 마늘? 마늘을 왜
보영 놔요 좀
봉팔 미스박 요 앞 슈퍼에서 마늘 까는 알바 하잖아요, 어우, 난 죽어도 그런 알바 못해~
철우 (팔뚝 놓는) 알바두 하냐?
보영 (현관문 옆, 손 더듬거리며 빨간 바구니 찾아 드는)
철우 별짓거릴 다한다.. (문 닫고 집으로 들어가는)
봉팔 어머, 미스박, 이번 봉사자는 너무 시크한거 아냐? 아하하..봉사자 맞지?
보영 갔다 올게요.
봉팔 그래, 조심히 같다와~ (멀어지는 보영보며) 아! 미스박 내일 아침부터 갈께!
보영 (계단 내려가는데 불안불안)
철우 (벌컥 문 여는)
봉팔 (깜짝놀란) 엄마, 어우! 애 떨어 질번 했네!!!
철우 야! (보영 잡는)
보영 (?)
철우 (바구니 뺏어 들고는) 슈퍼 어디야
보영 (보는)
11. 강력계 김 반장 방
박 형사, 지철, 김 반장, 방으로 들어온다.
소파에 앉는 세 사람, 곧이어 최 형사가 들어온다.
최 형사 (인사 하고) 과장님이 부르십니다.
김 반장 (짜증) 아, 또 까이게 생겼구만 이거
12. 과장 방
김 반장 부르셨습니까,
신 과장 거 앉게,
김 반장 (소파에 앉는) 죄송합니다. 너무 순식간에 일이라.. 전국으로 수색하고 있으니까 곧 다시 잡힐 겁니다.
얼마 도망가진 못했을 거구요.
신 과장 부평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어.
김 반장 예?
신 과장, 테이블 위로 사진 자료를 올려놓는다.
철우에게 살해당한 정우의 사진이다. 처참하게 살해당해 피가 범벅이 되어있다.
신 과장 어제 밤에 일어난 사건이야.
동네 골목에서 무자비 하게 돌로 찍혀서 죽은거 같아. 질서 없이 여기저기 찍힌 거 보면 살해 범행 방법이 김철우가 한 짓이 분명한데.... 증거가 없어. 신원 조사는 하고 있는데, 지갑도 없고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게 없어서 찾기가 쉽진 않을 거 같아.
김 반장 ........ (사진 날카롭게 보다가) 옆엔 뭐죠?
신 과장 도시락, 갑자기 과격을 당했는지 음식이 멀리까지 튀었더구만,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육안으로 보기에도 저건 규칙도 없고, 제한된 흉기도 없이 살해 됐어. 김철우 밖에 없어. 이 사건 김 반장이 맡아. 저 지역 제대로 수색하고.
김 반장 예, 알겠습니다. (자료 들고 나가려는데)
신 과장 이번 사건 무조건 우리가 해결해야 돼. (단호하게)
김 반장 ........예,
신 과장 나가봐.
13. 동네 슈퍼 앞 (저녁)
슈퍼 앞, 철우가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다.
슈퍼에서 바구니에 마늘을 한 가득 담아서 나오는 보영,
보영 여기요
철우 (자연스럽게 바구니 받아 든다) 요즘에도 이런 일거리가 있냐?
보영 없어요. 저 아줌마가 그래도 내 사정 아니까 없는 일거리 만들어 주는거지,
철우 그래? 아줌마 독하게 생겼던데
보영 눈 뜬 사람들은 그게 문제야. 겉만 보고 판단해 버리거든,
철우 (가만)
보영 눈 안보여서 좋은게 있다면, 사람 마음부터 보게 된다는 거에요.
철우 언제부터 안보였는데 ..?
보영 스무 살 때요. 낼 모레면 대학 갈 나이에..
14. 보영의 집 부엌
식탁에 마주보고 앉아 마늘을 까고 있는 철우와 보영.
보영 (철우가 깐 마늘은 손으로 만져보며) 이게 아니잖아요 비닐이 그대로잖아.
철우 깨끗하게 벗겼는데 왜
보영 봐요. (능숙하게) 이렇게요
철우 안 해!
보영 그럼 밥 먹지 마요!
철우 (뜨끔) 먹는 거 가지고 치사하게..!
보영 이거 안들어가는 반찬 없거든요?
철우 누가 들으면 반찬 좀 많은 줄 알겠다, 김치 두 개 있으면서 생색이야!
보영 먹지 말든가.
철우 (다시 칼 들고) 저거 눈 안 보이는 거 뻥이야 뻥..
조용히 다시 마늘을 까는 둘.
철우 근데 너 눈,
보영 (끊고 바로) 녹내장이요. 그래도 아직까지 아예 실명은 아니에요.
밤 낮은 구별 하니까 다행인거죠, 뭐- 이것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철우 ........자살은 왜
보영 살고 싶지 않아서요,
철우 에이씨.. 자꾸 말 반 토막씩 끊고 지랄이야...
보영 사는게.. 죽는거 보다 더 고통스러울거 같으니까, 차라리 죽는게 편할거 같아서요.
눈 안보이고 나니까 어찌나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많던지, 사기란 사기는 다 당해 봤을걸요. 눈이 안보이면요.. 자는 시간 빼고는 난, 지옥에 갇혀 있는 거 같아요. 너무 무서워요..
철우 (본다)
다음 날 -
식탁에 앉아서 마늘을 한쪽 손에 들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철우,
아침부터 초인종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첫댓글 뭔가굉장히새로운스타일이네요, 앞으로도기대할께요!
소설이라기 보다는 시나리오에 가깝죠? 그래도 기대하시고 매 회 읽어 주세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