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가톨릭 교리 상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왜 교회가 개인의 결혼에 이렇게 간섭하는 건가요?
요즘은 결혼을 안 하거나 하더라도 아이는 안 낳는 부부가 늘어나는데, 교회가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무조건 아이 낳고 이혼은 하지 말라는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서 답답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많은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많은 조사들을 살펴보면, 이는 현실적인 문제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일간지에 실린 설문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9세의 미혼 청년 10명 중 4명은 결혼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합니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꼽은 원인 중 경제 문제와 현실적 조건이 전체 응답 중 40%를 각각 넘겼습니다. 그래서인지, 직장 만족도가 높은 집단의 70%는 결혼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2023년 8월 10일 자 서울경제) 결혼을 기피하는 흐름은 인간의 본성에 따른 필연적인 귀결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우리 사회의 내부적인 문제들이 마땅히 결혼해야 하고, 결혼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앞길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교회는 어떻게든 이러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진단하고, 이를 타파할 복음적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애쓰고자 합니다. 그것이 ‘시대적 징표’를 읽어야 한다는 교회 가르침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혼인은 그 자체로 인간의 본성과 관련된 것임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혼인은 하느님께서 직접 만드신 고귀한 선물입니다. 이는 창조 때부터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것으로, 하느님은 혼인을 통해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12 참조) 교회가 결혼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적인 통념에 따를 것을 강요하는 ‘꼰대’의 마음이 아니라,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 안에서 살길 바라는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교회는 가정을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라는 의미에서 ‘가정 교회’라고 부릅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 가정 안에서도 일어난다는 의미입니다. 교회에서 일어나는 일이란, ‘복음화’라고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먼저 나 자신이 하느님께 나아가며 기쁨에 차오르고, 그 기쁨을 남에게도 전하는 것입니다. 그 일이 가정 안에서도 똑같이 반복됩니다. 부부는 서로가 하느님을 향한 성덕에 나아가도록 도와주며, 자녀에게 신앙을 전수하여 신앙의 첫 스승이 되지요.
이와 관련하여 어느 교우분께서 사람이 꼭 결혼해야 할 이유라며 당신의 소신을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비운만큼 그 자리를 하느님으로 채워나가는 삶을 살아야 하는데, 그것은 결혼을 통해서만 진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노력을 나름 한다고 했었지만, 정말로 ‘안 내려놓으려야 안 내려놓을 수 없는’ 경험은 결혼하여 배우자를 맞이하고 나서야 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배우자를 통해 자기 비움을 충분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자녀가 생기고 나니 그간의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부모가 되어 자녀를 앞에 두고 보니, 진짜로 나 자신을 포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되었다는 고백이 참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교회가 혼인의 특성이라고 설명하는 단일성과 불가해소성도 그 교우분의 고백과 다르지 않습니다. 단일성은 혼인하는 남녀가 서로에게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아야 함을 말하며, 불가해소성은 이 과정이 일정 기간만이 아니라 인생 전체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그리스도께서 교회와 맺은 관계처럼 말이지요. 부디 우리 사회가 뒤로는 청년들의 결혼을 가로막고 앞에서는 결혼을 종용하는 ‘꼰대’가 되지 않길, 우리 교회가 여러분에게 그 꼰대 중 하나로 비치지 않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2024년 6월 30일(나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서울주보 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