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반 .
낮 기온 23°C .
짧은 소매의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걷기에 딱 맞는 날씨입니다 .
바나나와 야채, 과일을 사러 잠시 가까운 수퍼마켓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보니 동네 아이들 놀이터 풀밭에 어느 젊은 아빠가 어린 딸과 강아지 한마리를 데리고 나무 그늘 아래 한가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
얼마나 소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인지 운전에 집중하지 못하고 차창으로 내다 보며 지나갔습니다 .
오늘이 주말이니 엄마는 아마 남편과 아이 먹을 것을 준비하는지, 아니면 마음 놓고 혼자 쉬는 시간을 향유하는지 세네살 되어 보이는 딸과 새내기 아빠의 집 앞 소풍이라 .
그 동안 가는비 계속되고 기온도 제법 차가웠으니 이 맑고 따뜻한 陽光이
참 반갑기도 하겠지 .
날씨 좋고 풍광 좋기로는 금수강산을 빼고는 아프리카의 케냐, 시드니, 캘리포니아가 1,2,3 위가 되지 않울까 싶은데 그 중에도 해발 1,800 m 고지의 수도 나이로비는 가히 지상 천국이라 할 만큼 청명하고 1년 내내 풀꽃과 나무꽃이 만개하며 수도 안의 사파리 구경도 아무 때나 준비 없이 나설 수 있었습니다 .
조금만 수도 외곽으로 돌아도 토착 서민들의 낡은 집들과 맨발, 벌거숭이로 뛰노는 아이들을 볼 수 있지만 그곳에 진출하여 광석 채굴이나 거대한 농장 경영을 하는 유럽 사업가들의 마을과 저택은 완전 별천지 지배자들의 왕국이었습니다 .
2년간 근무하면서 변두리 고무나무 농장에도 들러본 적이 있는데 그 광활한 농장의 고무 채취로 가져가는 서구인들의 이윤 추구는 거의 착취 수준이라 아니 할 수가 없었지요 .
나무에 예리한 도구로 줄을 그으면 흐르는 고무액을 원주민들이 모으고 말려서 멧돌 모양의 原始的 도구로 눌러 가져가면 그만인 것입니다 .
조금만 기술,자본 지원을 해준다면 운동화나 간단한 고무제품으로 부가가치를 늘려 가져갈 수도 있지 않울까 하는 생각으로 비판적 의문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
자동차 타이어 까지 제작하는 기술협력이 이루어 진들 상부상조의 이득이 서로 감소하는 것만도 아닐텐데 .
유럽과 선진 각국에 유학하여 언어와 지식을 잘 갖춘 장관과 고위 관료들의 개발 의지에도 이해난과 의문이 적지 않았지만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그치겠습니다 .
케냐인들의 소득 수준과 식민 피지배의 경험까지 類似했던 우리는 지금 전투기까지 생산하는 첨단 방위산업국으로 등장하였으며 최첨단 산업의 필수 제품인 반도체 공급으로 세계가 낮추어 보기 힘든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는 기막힌 현실에 이르렀으니 가슴 툭탁 아니할 수가 ! .
' 한강의 기적 ' 을 이룬 시대에 희생과 기여를 다한 백발 노구의 모든 분들께 모자라지 않는 존경과 사랑을 바칩니다 .
지금 다시 어려운 흥망의 기로에서 방관할 수가 없습니다 .
부디 엄히 나서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
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