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洞房)
동굴의 방이라는 뜻으로, 신혼부부가 첫날밤을 보내는 방을 일컫는 말이다. 또는 집안 깊은 곳에 있는 방으로 전하여 부인의 침방(寢房)을 이르는 말이다.
洞 : 동굴 동(氵/6)
房 : 방 방(戶/4)
이 성어는 출처를 잘 알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전설에서 유래한다.
진시황(秦始皇) 아방궁(阿房宮)의 미녀(美女) 삼고낭(三姑娘)은 진시황(秦始皇)의 폭정과 음일(淫逸)을 참지 못해 화산(華山; 西安 동쪽의 산으로 중국 오악 중에 하나로 도교가 번창함)으로 도망쳤다.
그전 분서갱유(焚書坑儒; 책을 불태우고 선비를 생마장한 일)때 심박(沈博)이라는 서생도 참변을 피해 화산(華山)에 숨어들어 있었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만나 나뭇가지를 향으로, 천지신명을 주례로 혼례를 올렸다. 그러나 산속이라 첫날밤을 보낼 신방(新房)이 있을 리 없었다. 두 사람은 바위 아래에 있는 동굴(洞)을 신방(房)으로 삼아 첫날밤을 보냈다.
이리하여 '동방(洞房)'은 '동굴(洞窟)의 방(房)'으로 신방을 뜻하게 되었다. 지금은 신혼부부가 사는 집을 뜻하지만 본디는 첫날밤을 보내는 방(房)으로 신부측 집의 방(房)이다.
신방(新房)에는 화촉(華燭)을 밝혀 놓는데(華燭洞房), 신랑이 먼저 들어가 신부를 기다린다. 신랑(新郞)은 이미 사모관대(紗帽冠帶)를 벗고, 신부(新婦)측이 마련한 두루마기로 바꿔 입는데 이것을 '관대벗김'이라고 한다.
신부(新婦)가 들어오면 간단히 술을 나눈 다음 신부(新婦)의 족두리와 예복을 벗긴다. 이때 친지들은 신방(新房)의 창호지를 뚫어 엿보는데, 그것을 '新房지킨다', 또는 '新房 엿보기'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촛불이 꺼지면 물러나게 되는데 촛불은 반드시 신랑(新郞)이, 그것도 옷깃으로 꺼야 한다. 입으로 불어 끄면 불길(不吉)하다고 했다. 이렇게 하여 신방(新房)에서 첫날밤을 보내면 아침에 신방(新房)에 잣죽이나 떡국이나 올렸다.
이상은 전통 혼례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이고 이제는 많이 바뀌었다. 이하 동방(洞房)이 나오는 시 몇 편을 본다.
寄夫江莎讀書
강사에서 글 읽는 남편에게 허난설헌(許蘭雪軒)
燕掠斜兩兩飛
처마 밑의 제비는 쌍쌍이 날고
落花亂撲羅衣
곱은 날개 맞 부디 치며 꽃잎 떨군다.
洞房極目傷春意
동방에선 눈 빠지게 애가 타는데
草綠江南人末歸
강남에는 풀 푸른데 소식 없구나.
고가(古歌) 허균(許筠)
明月昭昭照洞房
밝은 달 밝아 밝아 동방을 비추니
愁人獨夜思斷腸
시름에 겨운 사람 밤에 홀로 애끊기네
絡緯秋啼近我床
여치는 가을 울음 내 침상에 다그니
爲誰理衣裳
뉘를 위해 의상을 매만진단 말인가
我心自悲傷
내 마음 스스로 슬프고 서러워라
令我白頭懷故鄕
날 같은 백발이 고향을 그리다니
辭家日趍遠
내 집을 하직한 지 날이 하마 멀어지니
衣帶日趍緩
옷띠는 날로날로 헐렁하기만 하네
願爲雙黃鵠
원컨대 쌍쌍의 황곡이 되어
飛來棲君屋
날아와 그대 집에 깃들었으면
춘궁사(春宮詞) 권필(權韠)
香風澹蕩吹綺羅
향긋한 바람은 일렁여 비단옷에 불고
千門碧樹鸎聲多
천문의 푸른 나무엔 꾀꼬리 소리 많아라
珠簾晝下洞房深
주렴이 낮에 드리워져 동방이 깊은데
美人睡覺傷春心
미인은 잠 깨어 가는 봄에 상심하누나
起把金針刺孤鳳
일어나 금침 잡고 고봉을 수놓자니
翠鬟欲墜鸞釵重
난차 비녀 무거워 검푸른 머리 떨어질 듯
芳華已晩君不來
꽃 피는 봄 하마 저무는데 님은 안 오니
玉階寂寂生靑苔
옥계는 적적하고 푸른 이끼만 생기도다
유신(庾信) 영무(咏舞)
洞房華燭明(동방화촉명)
동방에 혼례의 촛불 밝고,
燕餘雙舞輕(연여쌍무경)
잔치 뒤의 쌍무 경쾌하구나.
잠삼(岑參) 춘몽(春夢)
昨夜洞房春風起(작야동방춘풍기)
어젯밤 동방에 봄바람 일어
遙憶美人湘江水(요억미인상강수)
멀리 상강의 미인을 생각했네.
枕上片時春夢中(침상편시춘몽중)
베개 위 잠깐의 봄 꿈 속에서
行盡江南數千里(행진강남수천리)
강남 수천 리를 모조리 갔다 왔다네.
백거이(白居易) 공규원(空閨怨)
寒月沈沈洞房靜(한월침침동방정)
차가운 달은 밤 깊어 침침하고 동방은 고즉넉한데,
眞珠簾外梧桐影(진주염외오동영)
진주로 엮은 발 바깥에는 오동나무 그림자 지네.
▶️ 洞(골 동, 밝을 통)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同(동)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洞자는 '마을'이나 '동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洞자는 水(물 수)자와 同(같을 동)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同자는 여럿이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함께'나 '같다'라는 뜻이 있다. 고대에는 강이나 하천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었다. 그러니 洞자는 사람들이 하천을 중심으로 한데 모여 산다는 의미에서 水자와 '함께'라는 뜻을 가진 同자가 결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洞(동, 통)은 (1)골이나 마을의 뜻을 나타냄 (2)지방 행정 구역의 하나. 시, 읍, 구의 아래에 둠. 동의 아래에는 광과 반으로 편제되어 있음. 서울 특별시에는 관할 인구 1만 5천 명을 기준(基準)하여 한 동으로 정(定)했음 (3)동사무소(洞事務所) 등의 뜻으로 ①골, 골짜기 ②고을, 마을, 동네 ③굴(窟), 동굴(洞窟) ④공경(恭敬)하는 모양 ⑤혼돈한 모양 ⑥서로 이어진 모양 ⑦깊다, 그윽하다 ⑧비다 ⑨공허(空虛)하다 ⑩빨리 흐르다 ⑪(물이 세차게)치솟다 ⑫설사(泄瀉)하다, 그리고 ⓐ밝다(통) ⓑ꿰뚫다(통) ⓒ통(通)하다(통) ⓓ통달(通達)하다(사물의 이치나 지식, 기술 따위를 훤히 알거나 아주 능란하게 하다)(통)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동네 방(坊), 마을 부(府), 마을 촌(邨), 마을 촌(村), 마을 서(署), 마을 아(衙), 마을 리(里), 마을 려(閭), 마을 염(閻)이다. 용례로는 마을로 지방 행정 구역인 동과 리의 총칭을 동리(洞里), 깊고 넓은 굴을 동굴(洞窟), 동네 어귀를 동구(洞口), 한 동네의 우두머리를 동장(洞長), 잠자는 방을 동방(洞房), 한 동네 안에서 사는 사람을 동민(洞民), 하늘에 잇닿음 또는 신선이 사는 곳을 동천(洞天), 마을을 지켜 주는 신께 드리는 제사를 동제(洞祭), 동네의 일을 협의하는 모임을 동회(洞會), 벼랑이나 바위에 있는 굴의 구멍을 동혈(洞穴), 물체 속에 아무것도 없이 빈 것 또는 그 구멍을 공동(空洞),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 또는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이 동네를 본동(本洞), 신선이 산다는 산골을 선동(仙洞), 방의 구들장 밑으로 나 있는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을 갱동(炕洞), 풍경이 아득하게 멀고 깊은 모양을 홍동(澒洞), 가까운 이웃에 있는 동네를 근동(近洞), 윗사람이 아랫사람의 사정이나 형편 따위를 깊이 헤아려 살핌을 통촉(洞燭), 환히 내다봄 또는 꿰뚫어 봄을 통찰(洞察), 뚫어서 통함을 통관(洞貫), 앞일을 환히 내다 봄 또는 속까지 꿰뚫어 봄을 통견(洞見), 물똥을 좍좍 쌈 또는 그렇게 하는 설사를 통설(洞泄), 막힘이 없이 트이어 밝고 환함을 통연(洞然), 속까지 잘 앎을 통지(洞知), 부인의 방에 촛불이 아름답게 비친다는 뜻으로 신랑이 신부의 방에서 첫날밤을 지내는 일로 결혼식날 밤 또는 혼례를 이르는 말을 동방화촉(洞房華燭), 매우 공경하고 삼가하여 조심스러운 모양을 일컫는 말을 동동촉촉(洞洞屬屬), 신혼 부부가 첫날밤을 지내는 방을 일컫는 말을 화촉동방(華燭洞房), 범 없는 골에 이리가 범 노릇 한다는 뜻으로 높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보잘것 없는 사람이 잘난 체 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무호동중(無虎洞中), 천지가 탁 트여 아무런 장해도 될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건곤통연(乾坤洞然) 등에 쓰인다.
▶️ 房(방 방)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지게 호(戶; 지게문)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곁의 뜻을 가진 方(방)으로 이루어졌다. 당집 옆의 작은 방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房자는 '방'이나 '거실', '가옥'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房자는 戶(지게 호)자와 方(모 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方자는 소가 끄는 쟁기를 그린 것으로 '방향'이나 '네모'라는 뜻을 갖고 있다. 房자에 쓰인 方자는 발음역할을 하면서도 '네모'라는 뜻도 함께 전달하고 있다. 보통의 거주공간은 네모난 구조로 지어져 있다. 그러니 房자는 네모난 방(方)으로 들어가는 출입구(戶)라는 의미에서 '방'을 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房(방)은 (1)궁(宮) (2)조선시대 때 시전(市廛)보다 작고 가가(假家)보다 큰 가게 (3)사람이 거처하거나 일하기 위하여 집안에 만들어 놓은 간. 방사(房舍) (4)성(姓)의 하나 (5)방성(房星) 등의 뜻으로 ①방(房), 곁방 ②규방(閨房), 침실(寢室) ③거실(居室) ④관아(官衙) ⑤사당(祠堂) ⑥집, 가옥(家屋) ⑦전동(箭筒; 화살을 담아 두는 통) ⑧아내, 처첩(妻妾) ⑨방성(房星; 28수의 하나) ⑩별의 이름 ⑪도마(제사의 희생을 올려놓는 제기) ⑫둑, 제방(堤防) ⑬송이, 꽃송이 ⑭향시(鄕試; 지방에서 실시하던 과거의 초시 初試)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로 안방 규(閨)가 있다. 용례로는 방을 드나드는 문을 방문(房門), 집안에 사람이 거처하거나 일을 하기 위해 벽 따위로 막아 만든 간을 방사(房舍), 방을 빌린 세를 방세(房貰), 겨울에 외풍을 막고자 창문이나 방문에 치는 휘장이나 모기장이라는 방장(房帳), 남녀가 성적으로 관계하는 일을 방사(房事), 방안이나 방안에 들어 앉은 사람들을 방중(房中), 방을 덥게 함을 난방(暖房), 더운 철에 일부러 방 안의 온도를 낮춤을 냉방(冷房), 음식을 차리는 방을 주방(廚房), 한약을 지어 파는 곳을 약방(藥房), 세를 내고 빌어 쓰는 방을 셋방(貰房), 차를 마시는 곳을 다방(茶房), 혼자서 거처하는 방을 독방(獨房), 형무소에서 죄수를 가두어 두는 방을 감방(監房), 주인 마누라가 거처하는 방을 내방(內房), 남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함을 대방(代房), 서재에 꼭 있어야 할 네 벗 즉 종이와 붓과 벼루와 먹을 일컫는 말을 문방사우(文房四友), 글을 쓰는 네 가지 벗이라는 뜻으로 종이와 붓과 벼루와 먹을 일컫는 말을 문방사보(文房四寶), 부인의 방에 촛불이 아름답게 비친다는 뜻으로 신랑이 신부의 방에서 첫날밤을 지내는 일로 결혼식날 밤 또는 혼례를 이르는 말을 동방화촉(洞房華燭), 신혼 부부가 첫날밤을 지내는 방을 일컫는 말을 화촉동방(華燭洞房), 빈방에서 혼자 잠이란 뜻으로 부부가 서로 별거하여 여자가 남편없이 혼자 지냄을 뜻하여 이르는 말을 독수공방(獨守空房), 빈 방에서 혼자 잔다는 뜻으로 독수공방으로 와전되어 일컫는 말을 독숙공방(獨宿空房), 무슨 일이나 빠짐없이 끼임 또는 반드시 끼어야 할 사물을 일컫는 말을 약방감초(藥房甘草), 각각 딴 방에서 지냄을 일컫는 말을 각방거처(各房居處), 벌의 집과 물의 소용돌이라는 뜻으로 건물이 꽉 들어차 있는 모양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봉방수와(蜂房水渦), 기생을 첩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화방작첩(花房作妾), 딴 여자를 보고 다님 또는 계집질을 하고 다님을 일컫는 말을 외방출입(外房出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