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매일]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수문설치` 가닥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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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 `수문설치` 가닥

사연댐에 수문 3개 설치…수위 52.2m로 낮춰 암각화 보존
낙동강 통합물관리위 의결 `회의적`…"시민식수 확보 우려"

연중 40일 이상 물에 잠겨있는 울산 울주군 소재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는 최적의 방안으로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울산시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말까지 9개월 동안 진행한 `암각화 살리기` 용역 결과다. 여수로는 댐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물이 유입되었을 때 댐에 있는 물을 빼내는 수로를 말한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의 최대수위는 60m다. 그런데 최대수위까지 물이 차면 댐 상류지점 53m 높이에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는 자동적으로 물에 잠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수로에 수문을 3개 설치하면 최대 만수위의 경우에도 상류지역이 52.5m를 유지할 수 있어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이 28일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지키는 최적의 방안으로 사연댐 여수로 47m 지점에 폭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이 최종 제시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울산시는 반구대 암각화의 영구적인 보존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해 5월 사연댐 수문 설치 효과를 분석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해당 연구에는 울산시뿐만 아니라 환경부, 국토교통부, 문화재청, 한국수자원공사가 함께 참여했으며, 수문 설치에 따른 침수시간 감소, 사연댐 수위 조절 전후의 용수 공급량, 수문 설치에 따른 방류가 주변에 미치는 영향, 사업비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됐다.


연구 과정에서 사연댐 여수로에 3개의 수문을 설치하는 방안, 여수로에 수문을 1개만 설치하는 방법, 수문 설치 없이 여수로 높이를 조절하는 방안 등 3가지가 검토됐고 `사연댐 여수로 47m 지점에 폭 15m, 높이 7.3m의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이 최종안으로 제시됐다.


한편 3개의 수문을 설치할 경우, 현재 60m인 사연댐 여수로 수위가 52.2m로 낮아져 53m 높이에 있는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를 막을 수 있다. 또 집중호우 등으로 물 유입량이 늘어 댐이 만수위 이상으로 높아질 때는 수문을 모두 개방해 암각화 침수를 예방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반구대 암각화의 연평균 침수시간은 1시간 이내로 단축되며, 200년 빈도로 발생하는 극심한 홍수에도 완전 침수를 피할 수 있고(전면부 60%는 침수) 침수시간도 최대 18시간에 그치게 된다. 댐이 없는 자연하천 상태에서의 침수시간 18시간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반구대 암각화의 연평균 침수기간이 1~5개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침수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그러나 3개의 수문이 설치되면, 사연댐의 용수 공급양이 크게 감소한다. 사연댐은 당초 하루 용수 공급량 18만㎥를 목표로 건설됐으나 지난 2014년 댐 수위를 60m로 조절하면서 15만㎥로 줄었고 수문을 설치할 경우 다시 13.1만㎥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초 계획량보다 4.9만㎥ 줄어든 시민 식수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해결 과제로 남는다. 또 홍수 때 수문을 통해 일시적으로 방류량이 늘어날 경우, 태화강 하류의 수위가 약 2cm 상승할 것으로 이번에 분석됐다.    


울산시는 이번 연구 결과를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에 제공해 낙동강 유역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 용역, 태화강 하천기본계획 등 정부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맑은 물 공급과 태화강 홍수방지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문설치 방안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때문에 시민식수 확보가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6월 영남권 시도지사가 참여한 자리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위원회가 의결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운문댐 물 공급에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당시 송철호 시장이 문화재 보존과 물 문제 동시해결에 강경자세를 보이자 정부가 송 시장에 힘을 실어줬고 경북권 지자체들이 `할 수 없이 묵인`하는 수준에서 최종 봉합됐다는 후문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이들의 의결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울산시가 암각화 보존과 물 문제 해결이란 `두 마리 토끼` 대신 한 마리만 잡는 선에서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정종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