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7월 22일 제가 있는 이곳 창원의 모처에서 [카페 지리산]은 태어났습니다.
[카페지리산]은 많은 지리님들이 알고 계시듯 처음 '방장산'(아마도 방장산이 좋아하던 색이 아니었나 합니다.)님이 다음공간에 카페를 열었고,
지리를 사랑하는 님들이 모이고 모여 현재 만여명이 넘는 큰 규모의 카페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 모임을 마치고 돌아와 카페의 지난 글들을 몇개 읽어봤습니다.
추억의 단어들이 떠오르더군요.
남부군, 계룡대, 전북연합군, 이군사령부, 수방사..
남부군은 또 지역별로 여러지구로 나뉘어져있었죠.
여순지구,구미지구,진주지구,광주지구등등..
방장산과 제가 있었던 이곳 창원,마산지역(지금은 창원시로 통합되었지만), 그당시 마창지구였고..
두 지역의 대표적 산이었던 무학산과 봉림산(정병산)의 한글자씩을 따와 '무림지구'로 불렸던 시절..
지리산동우회, 지리산동쥐회, 올드 수방사, 뉴 수방사, 무풍지대까지..
맞다..제가 예전에 살던 곳은 '신월궁'(창원 신월주공)이라고 불리웠더군요 ^^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어쩌면 이 이름들이 지리산의 추억이 된건 이 이름과 함께 했던 많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있었기 때문일겁니다.
제가 지리산카페를 들어온 건 2002년 여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해 이곳 남쪽지방엔 지겨우리만치 많은 비가 내렸던 거 같습니다.
언제나 꿈꿔오던 지리산..하지만 천왕봉 한번 오른 이후 쳐다보기도 싫었던 그곳 지리산..
그 지리산을 내 발로 그것도 혼자 찾으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 얻은 정보와 용기가 그 길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힘들었던 시절..(돌이켜보면 그럴일도 아니었는데 저딴에는 상처받았었나 봅니다.) 지리산은 저에게 위로가 되었주었고, 힘든일(?) 그까짓것쯤이야 하게 해주었죠.
그때 카페 지리산은 저에게 지리산을 가는 길을 열어주었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사람들~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지역에 국한되지 않았고, 나이에도 구애받지 않고..
그저 지리산이 좋다라는 이유 하나로 하나될 수 있었던 사람들...
그 사람들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까지 카페에 남아있을 수 있었겠지요...
처음 카페사람들을 만난 건 2002년 청소산행..
그때 테러리스트(아마도 테러가 좋아하던 색일겁니다. 이색은..)를 비롯한 동우회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의 열정이 너무도 부러웠습니다.
청소산행, 뒷풀이, 그리고 마라톤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일정을 보며 그렇게 열심히 자신의 시간을 채우고 있는 그네들이 참으로 부러웠고,
그 많은 시간들을 그들과 함께 하며 나또한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뛰어들 열정을 가지고 싶었지요.
카페 공식모임에 참석한 건 아마도 그해 겨울..등구에서 열렸던 겨울캠프였을겁니다.
광야님을 뵈었고, 진주의 졸린마녀도 보았고..지리산다람쥐님도 뵙지 않았을까..
참, 가물가물한 기억이 되었네요.
그 뒤로로 여름과 겨울의 캠프, 총정모, 계룡대 시산제 그리고 동우회모임 등에 참석하며 참 많은 님들을 만났습니다.
제 손으로 두번째 문집도 만들었고, 그 당시 활발히 활동하던 뉴 수방사(서울,경기지역의 지리산님들) 여러님들을 만나기도 했었지요.
번개모임 또한 여러지역에서 자주 있었지요.
그렇게 지리산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저의 삼십대를 정말 화려(?)하게 보냈던 거 같습니다.
아마도 저처럼 카페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추억을 쌓으신 님들이 많겠지요.
그리고 카페지기가 된건 2005년.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바빠지던 시기여서 카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지는 못하겠습니다. 메일로 방장산이 카페지기를 맡아줬음 하는 이야기를 전해왔고, 첨엔 거절했지만 힘들어 보였던 방장산의 목소리에 그렇게 카페지기까지 되었버렸습니다.
아마 그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란 말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로 시작한 일이 있어 산을 자주 찾기도, 또 여유있게 카페에 머물지도 못할거 같았기에..
그리고 5년...
카페지기로 이 [카페지리산]을 지킨지 어느새 5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첫댓글 11주년에 맞춰 어제 올리려했었는데..바빴다는 변명을 하게 되네요~~누구는 그렇게 얘기하니 '아무것도 못한다'하지만..
중심 흔들리지 않는 달맞이님이 있어서 지리산 카페가 있습니다.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詩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나는 얼마전에 도종환 시인님이랑 점심을 같이 먹었다는...
음, 내 가입년도를 보니 2003년이네...
그해 시집을 왔지, 아마도...
피아산방님 덕분에 여기도 알게되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여전히 나는 지리산향락객 주자로 남아서...^^
카페를 관리하는 운영위원님들 덕에 편히 글을 읽으면서...
카페 회복을 위한 변화에 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카페를 양도하였던 것은 문집 제작에서 보여준 지리산 카페에 대한 진정성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저의 지리산카페가 아닌, 누나의(물론 모든 이들이겠지요) 카페로 가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오랜만에 온 카페에서 반가운 이름들을 보니까 좋으네요...갑자기 지리산에 가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