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3일 연휴로 북적이는 기차와 버스를 타고 상원사에서 내려 감자밭등을 여유 있게 돌아보려는 생각으로 시간을 아끼려 계곡으로 들어섰다가 그나마 흐릿했던 산길이 올겨울 적설에 쓰러진 나무들로 사라지고 덮여있어 온몸을 찔리고 부딪치는 고생 끝에 안부로 올라선다.
내심 기대했던 박새 군락의 신록 물결도 만나지 못하고 주 능선으로 붙어 예년보다 부쩍 많아진 당귀들을 보면서 척척 늘어진 가지들을 헤치고 노상 점심을 먹던 안부로 내려가 시기는 조금 이르지만 예상했던 만큼 자란 나물들을 만나는데 얼핏 벌써 손을 탄 흔적들이 보여 놀라게 된다.
홀로 자유로운 해방감을 느끼며 오르락내리락 사면을 뒤지고 진한 철쭉들로 치장한 호령봉으로 올라가 헬기장에 앉아 4개월 만에 산 막걸리를 마시며 점심을 먹고 산길이 어지러울 감자밭등은 지레 포기한 채 주위의 덤불들을 헤집고 다니며 알맞게 자란 연약한 나물들을 뜯고는 넉넉하게 시간을 남겨 지나왔던 사면을 흩으며 내려간다.
안부로 돌아와 올라왔던 계곡 대신 늘 다니던 능선을 타고 염불암 윗 봉우리로 붙어 사면에서 역시 손을 탄 남은 나물을 뜯으며 시간을 보내고 웽웽거리며 죽기 살기로 날려 드는 초파리 떼를 연신 손으로 쫓으며 상원사로 내려간다.
연휴라서 그런지 월정사와 민박촌에서 오가는 많은 가족 단위 여행객들을 보면서 진부터미널로 돌아가 역까지의 버스 연장 운행을 극구 반대했었다는 그 택시를 타고 진부역으로 가서 한 시간 앞당긴 만원 열차에서 졸다 깨다 중왕산을 다녀온다는 광인님과 만나 청량리로 돌아온다.
▲ 지계곡
▲ 호령봉
▲ 계방산
▲ 황병산
▲ 발왕산
▲ 설악산
▲ 1403.3봉 감자밭등
(09:50-17:32, 8.36km, 2024.5.4.)
첫댓글 거기도 폭설 피해가 대단한가 보군요.
감자밭등도 못 가실 상태이니.
감자밭등은 조만간 다시 가봐야겠습니다.
캐이님 손길이 먼저였나봅니다.ㅎ.비가 안왔나요?작년 어린이날에도 비가 많이 내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캐이님...? 아닌 것 같은데요. 간혹 보이는 흔적이어서 아닐 겁니다. 지금이 피크이네요...
아직 일렀든가 봄니다 지난겨율 눈이 너무 많이 와서요
이르지 않습니다. 이번 주말은 하루이틀 늦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