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케이크
자허토르테 Sachertorte
열여섯 살 프란츠 자허가 만든 자허토르테는 가히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케이크가 되었다. 다만 재미있는 점은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는 2장의 초콜릿 케이크 시트 사이에 살구잼을 바르고, 또 다른 자허토르테는 시트 한 겹에 살구잼을 바른다.
진한 초콜릿 시트 사이에 살구잼을 바르고 초콜릿 글레이즈를 입힌 케이크는 오스트리아에서 한번쯤 꼭 먹어볼 만한 디저트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사람조차도 무엇이 원조인지 잘 모른다. 자허토르테는 법적 원조 분쟁으로 유명해졌다. 우리나라로 예를 들면 종로3가의 굴보쌈 골목에 가면 너도나도 원조라고 써놓았지만 실상 어느 집이 원조인지 애매하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너도 원조 나도 원조 하면서 서로 인정을 하고 지나가지만, 자허토르테의 경우는 콕 짚어 주인이 있는 셈이다.
이름 그대로 자허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케이크다. 자허토르테는 1832년 오스트리아 외교가인 메테르니히 공이 빈 회의에 참석할 각국 대표를 위해 특별 디저트를 주문하면서 탄생했다. 메테르니히 공의 요리사가 갑자기 아프면서 당시 그의 견습생으로 있던 열여섯 살 프란츠 자허가 대신 케이크를 만들게 되는데, 이게 바로 자허토르테의 모태다. 역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기회 같은 것이었을 테다.
프란츠 자허의 아들인 에두아르드 자허가 아버지 뒤를 이어 요리사가 되었고, 아버지가 만들던 케이크를 모토로 지금의 자허토르테를 완성시켰다. 그는 빈에 호텔 자허를 열고 1층 베이커리에서 자허토르테를 팔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에두아르드 자허가 죽은 후 호텔이 외부인에게 팔리면서 이 길고긴 소유권의 분쟁이 시작된다. 에두아르드 자허의 아들이 일하는 데멜 베이커리에서도 자허토르테를 팔고자 했고, 호텔 자허에서도 팔던 대로 자허토르테를 팔고자 했기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허라는 사람이 만든 케이크이니 에두아르드 자허의 아들 에두아르드 자허 주니어에게 소유권이 있을 것도 같지만, 호텔 자허를 인수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우리 호텔의 시그니처 디저트인데 갑자기 100년 넘게 팔아오던 이름을 쓰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공방이 7년간이나 이어졌다.
지금은 호텔 자허에서는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라는 이름을, 데멜 베이커리에서는 ‘에두아르드 자허토르테’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어쨌든 이 소송 덕분에 오스트리아 전역에 자허토르테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니 요즘 시대의 노이즈 마케팅을 미리 알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호텔 자허와 데멜 베이커리에서 파는 두 케이크는 약간 다른데 호텔 자허의 오리지널 자허토르테는 2장의 케이크 시트 사이에 살구잼을 바르고, 에두아르드 자허토르테는 한 겹 시트에 살구잼을 바른다. 두 곳 모두 방문해보고, 좋아하는 자허 토르테 순위를 정해보는 것도 오스트리아 빈을 기억하는 재미가 될 것이다. 버터, 설탕, 초콜릿, 달걀, 살구잼 등을 준비해 집에서 봐도 좋겠다.
특별한 날 선물용으로 만들어도 근사하다. 초콜릿 글레이즈가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자허토르테를 즐기는 전통적인 방법은 케이크와 함께 설탕을 넣지 않아 부드럽고 곧 무너질 것 같은 힘없는 크림을 옆에 한 스쿠프 곁들인다. 화려하진 않아도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정작 오스트리아 빈에는 비엔나커피가 없다. 진짜 빈 사람들이 먹는 커피 멜랑지 (Wiener Melange)를 한잔 곁들인다면 빈의 달콤한 맛에 빠져들 것이다.
재료
버터 225g, 설탕A 113g, 초콜릿 225g, 바닐라 익스트렉트 3g, 노른자 90g, 흰자 135g, 설탕
B 112g, 살구잼 적당량, 하드 가나슈(생크림 350g, 초콜릿 600g), 생크림 적당량
만드는 법
1 오븐을 180℃로 예열한다.
2 볼에 버터, 설탕A를 넣어 크림화시킨다.(사진 1)
3 노른자를 조금씩 넣으며 섞는다.(사진 2)
4 중탕해 녹인 초콜릿과 ③을 완전히 섞는다.(사진 3)
5 볼에 흰자, 설탕B를 넣고 휘핑기를 이용해 머랭을 부드럽게 올린다.(사진 4)
6 머랭을 3회에 걸쳐 반죽에 부으며 섞는다.(사진 5)
7 반죽을 지름 20cm 케이크 팬에 붓고 예열한 오븐에 40분 정도 굽는다.(사진 6)
8 케이크 시트를 식힌다.(사진 7)
9 가나슈를 만든다. 생크림을 끓인 후 초콜릿 위에 붓는다.(사진 8)
10 초콜릿이 살짝 녹으면 완전히 섞는다. 거품이 생기기 때문에 너무 휘젓지 않아야 한다. 초콜릿이 완전히 녹지 않으면 중탕으로 완전히 녹인다.
11 체에 한 번 거른다.
12 케이크를 만든다. 케이크 시트를 3단으로 슬라이스한다.(사진 9)
13 바트 위에 체를 깔고 케이크 시트 1겹 위에 시럽을 바르고 살구잼을 바른다. 다른 시트로 덮은 후 시럽을 바르고 살구잼을 바른다. 시트로 다시 덮는다. 윗면과 옆면을 반듯이 정리한다.(사진 10)
14 케이크 위에 가나슈를 골고루 붓고 윗면과 옆면은 가나슈를 펴 바른다.(사진 11, 12))
15 가나슈가 어느 정도 굳으면 자허토르테가 완성된다. 자허토르테 한 조각 위에 생크림을 휘핑하여 한 스쿠프 곁들인다.
16 자허토르테를 데커레이션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케이크 위에 자허토르테 (Sachertorte)라고 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데커레이션을 달리 해도 특색이 있다. 포도알과 로즈메리를 따뜻한 설탕 시럽으로 코팅한 후 흰 설탕에 굴려 건조시키면 된다.
권은경& 임미래 셰프
‘도시를 대표하는 디저트’를 소개하는 권은경·임미래 셰프는 미국 뉴욕 CIA에서 공부하며 쿠킹과 베이킹에 매료되었다. 권은경 셰프는 라스베이거스 CSN(College of Sothern Nevada)과 뉴욕 CIA를 졸업한 후 뉴욕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피촐린’에서 실력을 쌓았다. 파리바게트 R&D팀에서 근무하며 빵과 디저트를 선보인 바 있으며,현재 쿠킹&베이킹 스튜디오 ‘셀에수크레’를 운영하고 있다. 임미래셰프는 뉴욕 CIA를 졸업한 후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 뉴욕 현대미술관 내 ‘더 모던’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식품 전문 홍보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다.
요리와 글 권은경(셀에수크레)ㅣ글 임미래(요리연구가)에디터 문경옥ㅣ사진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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