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3편 세상꽃>
① 첫사랑 준희-22
“동수는 인민군에 납치되어 이북으로 간다더군.”
노씨는 경산을 보자, 동수가 전쟁당시 인민군에게 납치되어서 북녘 땅으로 끌리어간다고 하였다던 말을 전하였다.
“걔가 언제쯤 와서 그랬나요?”
경산은 노씨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서 이렇게 물었던 거였다.
“그러니까, 그해 그때가 추석을 쇠고 며칠이 지났으니까, 구이팔수복 때군요.”
노씨는 삼년 전의 일을 기억을 더듬어서 말하였지만, 경산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동혁이 같으면 혹시 모르겠으나, 그와는 사상을 달리하는 동수로서 서북청년단 요원이었으며, 전직 경찰로서 좌익무리를 뿌리 뽑겠다던 그가 이북에 끌리어갔다면, 신상이 온전치 못하리라는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마땅하였다.
“처음에는 어머님과 형수님은 어디로 가셨느냐고 묻더랬어요. 그래서 충청도 고향으로 가신다고 떠났다고 했더니, 자기는 이북에 잘 있게 될 거라며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다고 했더랬어요. 그리고 조카들 잘 키우시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안부를 전하더군요.”
노씨는 덧붙여서 이렇게 말하였으나, 통일이 언제나 될는지는 가마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사상을 달리하는 동수가 그 땅에 가서 몸을 온전히 부지하고 살아갈는지도 의문이었다.
게다가 동혁의 소식조차 감감하고 막막하다보니 더욱더 앞이 캄캄하여지었던 거였다.
경산은 당장 눈앞에 나타나지도 않고, 언제 만날 기약도 없는 혈육의 자식들을 이야기하여보았자, 허무감만 일깨울 뿐 아니라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자 속이 쓰리어왔다.
“.....!”
하기에 경산은 노씨의 입을 통하여 동수가 하였다는 말을 전하여 듣고는 속이 찌릿하였으나, 마음이 그에 기울기보다는 당장 어린 꼬맹이 손자들과 젊은 며느리와 살길이 막막한 터라, 고개만 끄덕이고 말았다.
그리고 서둘러서 집을 처분하는 일이 더 급할 수밖에 없었다.
“노씨! 그동안 집을 봐줘서 고맙소. 내가 이번 올라온 건 여기서 살려고 온 게 아니라, 집을 처분하려고 왔소. 시골에서 살자면 농토가 있어야 다섯 식구가 구명도생이라도 하지 않겠어요?”
경산은 노씨를 시키어 복덕방에 집을 내놓게 하였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노씨의 아내가 지어주는 저녁을 그네 가족들과 함께 먹었다. 용훈이와 늘 함께 놀았던 큰딸 기옥이는 어느덧 처녀티가 났고, 그 밑으로 꼬맹이 아들딸들이 여럿 있었다.
경산은 노씨내외가 아랫목에 따로 펴주는 이브자리를 깔고 덮고 혼자서 자고, 윗목에는 노씨내외가 잤다. 기옥이를 비롯한 그의 자녀들은 건넌방에서 자는지 보이지 않았다.
노씨내외가 집주인이라고, 경산의 잠자리를 아랫목에 따로 펴준 것까지는 좋았으나, 전등불을 끄고 눈을 감아보았으나, 잠이 쉬이 오지 않았다. 거의 뜬눈으로 누워있을 뿐이었는데, 밤이 깊어지자 윗목에서 이브자리를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어오는 거였다.
그래서 눈을 그리로 돌리고 보니, 노씨가 벌거벗은 채로 또한 벌거벗은 자기의 아내 위에 올라서 어줍지 않은 자세로 윗몸을 세워놓았다. 아마도 내외가 교구를 시작할 모양이었다.
그러자 경산은 눈을 돌리었다.
‘하필 손님이 한 방에 있는데, 일을 벌일 건 무어람?’
경산은 이러한 의문을 품고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노씨의 거친 숨소리와 그의 아내의 응얼거리는 소리가 거침없이 들리어왔다.
‘허-헉, 헉헉...’
‘으-음, 음음...’
어느덧 남녀가 서로 얽히어 음험한 소리를 내는데 방안을 진동하고 있었다.
경산은 노씨내외가 남의 집을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만일 집이 팔리지 않더라도 자기네 식구를 쫓아내고 가족들을 몰고 들어와 살지는 못하리라고 버티는 심보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에게 허세라도 부리어서 지례 범접을 못하도록 하려는 수작으로 추태를 일부러 벌이는 것 같았다.
하기에 아랫목에 사람이 누워있는데, 비록 내외간이라도 두 남녀가 벌거벗은 몸으로 숨소리를 죽이려하기는커녕 되레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경산은 눈을 돌리고 감았다 떴다하면서 이따금 그 연놈의 짓을 힐끔거리어보았다. 그런데 날씨도 써늘한 밤인데, 이불을 훌떡 젖히고는 두 남녀가 알몸으로 갖은 음탕한 짓을 다 보이고 있었다.
첫댓글 정말 요사스런 일입니다
그래서 검은머리짐승은 거두지말라했던가요
그간 덕분에 잘 살은 걸 고마워해야할텐데 욕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흔히 경매할 때 조심할 사항은 집주인이든 세입자든 사람이 살고 있는 가옥이나 건물은 사전에 잘 살펴보고 임해야합니다. 경매 끝나고 집을 비워달라고 하면 비워주지 않습니다. 이럴 경우 엄연히 철통 같은 돈을 주고 사고도 집주인 노릇을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애를 먹게 되고 급기야는 소송을 하여 집달리를 동원하는 등 난리를 펴야합니다. 노씨도 그럴 생각이지만 전쟁 후 빈집을 차지하여 자기것으로 만든 서울사람들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