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릉!
아주 오래 전부터 조선 왕릉을 답사해보자고 계획을 해놓고 못 가본 곳 중의 하나!
지난 8월에 잠실에서 별내까지 8호선 지하철이 연장되면서 동구릉역이 신설되었단다.
그걸 만행 홍 회장이 바로 캐치를 하고 실행에 옮긴다.
참으로 그 센스에 놀란다.ㅎㅎㅎ
추석에 하노이 2주간 자유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날 만행!
원래는 추석 다음날이 만행일이었으나 홍 회장이 특별히 나를 위해 배려해준 듯하다.ㅎㅎ(노망의 전조?ㅎㅎ)
그렇게 무덥다던 여름 날씨가 아침에 긴팔을 입어야 하나? 반팔을 입어야 하나? 하고 갈등하게 만드는
서늘한 날씨가 되었다.
근데 너무 멀다.
집에서 나서서 부터 2시간, 왕복 4시간?
그래도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나섰다.
동구릉 역 3번 출구 집합!
반가운 마음과 어제 고 홍경수 동기의 이야기로 안타까움이 혼재한다.
홍 회장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회원이 누군가? 확인하며 조급한 마음에 입구까지 나가본다.
누구라고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찾아 보면 알 수 있다.
어떤 회원은 동구릉 역이 아닌 별내 역까지 갈려고 했단다.
이제 우리가 그럴 나이가 되었다.ㅎ
매표소 앞에 체구가 작은 해설사 한 분이 기다리고 있다.
아! 오늘 나는 사진만 열심히 찍으면 되겠구나!하고 안도감이 왔다.ㅎㅎ
사실 동구릉에 대해 사전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여기에 있는 왕들 중에 태조 이성계를 제외하고
선조, 인조, 영조 등은 싫어하는 왕이고, 헌종, 경종, 익종 등은 관심이 없으며
특히 왕비들의 무덤까지는 아예... ㅎㅎ
해설사는 유사이례 최대 규모의 답사단이라고 너무 좋아한다.ㅎㅎ
이 표정은 혹시 우리들을 저 유치원생 정도로 보는 것은 아닐까?ㅎ
동구릉 시작점인 홍살문에서부터 해설이 시작된다.
9개의 릉을 전부 돌아볼 줄 알았는데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까지 이르는 길 아래쪽에
수릉, 현릉, 건원릉까지만 해설한다고 한다.
나머지를 볼려면 개인적으로 방문?
조금 실망했으나 1시간 40분 정도가 해설사의 기력이 바닥나는 시점인가 보다.ㅎ
해설사가 이뻐서(?)인지 전혀 흐트러짐이 없는 대형으로 집중력이 대단하다.ㅎㅎ
끝나고 시험본다고도 안했는데 열심히 사진도 찍고, 인터넷도 찾아보고(?)
말 한마디도 안 놓칠려고 귀를 쫑긋하고 듣는다.
학구열 하나만큼은 칠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대한민국에서 제일인 듯하다.ㅎㅎㅎ
해설사에 따라 만행 회원들의 학습 분위기가 하늘과 땅 차이이다.ㅎㅎ
맨 먼저 만나는 수(綏)릉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문조(익종)와 신정왕후 조씨의 합장릉이다.
문조(익종)는 제 23대 순조의 아들 <효명세자>이다.
효명세자는 왕이 되기 전 22살의 나이로 요절을 하지만
세자비인 조씨(풍양 조씨)와 태어난 아들이 후에 <헌종>이 되면서 왕의 아버지이기에 추존되었다.
여기 나오는 세자비 조씨는 <헌종>의 어머니로써 조선 후기 세도정치의 대표적인 이름의 <조 대비>가 된다.
두 번째 만난 현 (顯)릉
현릉은 동원 이강릉 형식이다.
수릉의 합장릉과는 달리 왕과 왕비가 정자각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이 릉의 주인은 제 5대 문종이다.
문종은 세종의 큰 아들이다.
둘째가 수양대군.
세종은 조선의 왕위가 장자 세습으로 이루어지기를 희망하며 6세에 왕세자로 책봉하여 교육하였으며,
외모가 수려했다고 한다.
세종을 대신하여 5년동안 대리청정을 하다가 36세에 왕위를 물려받지만 2년 3개월만에 요절하고 마는 불운의 왕이다.
그런 역사가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능이 어딘지 슬프고 외로워 보이기도 하다.
건원(健元)릉 - 태조 이성계의 릉
모두 진지하게 해설을 듣고 있다.
양태선 회원은 마치 경외하는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ㅎㅎ
'적자 생존(적어야 살아 남는다.)'이 아니라 '찍자 생존'인 듯하다.ㅎㅎ
건원릉은 단릉이다.
신의왕후 한씨의 능인 제(齊)릉는 개성에, 신덕왕후 강씨의 능인 정(貞)릉 성북구 정릉동에 위치해 있다.
조선의 능 이름은 전부 한 글자이다.
다만 태조 이성계의 능만 健元이라는 두 글자로 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봉분은 태조의 유언대로 고향인 함흥의 흙과 억새로 만들었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다만 저게 진짜 함흥산인지는 모르겠다.ㅎㅎ
보는 사람들마다 "엇! 왜 벌초를 안했지?"하는 탄식을 한다고 하는데
벌초는 1년에 딱 한 번 <한식> 절기에 하는데 그 모습을 공개한다고 한다.
까치 머리처럼 보이는 게 내 머리와 대비되어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드는 듯하다.ㅎㅎ
건원릉에서만 해설사의 요청에 따라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예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제실에서 봉분이 빼꼼히 내다 보인다.
태조도 이 시선으로 내려다 보고 있을 것 같다.ㅎㅎ
1시간 40분이 순삭했다.
나머지 능을 다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짦은 시간동안에 서오능에서 느끼지 못한 깊은 감정을 느껴본다.
내려오면서 인증샷을 남긴다.
여유있는 시간을 가지고 산책하러 와도 좋을 동구릉이다.
서오릉에 비해서 다소 거친 산책길이긴 했지만 잘 관리되어 있었다.
굵직하고 커다란 소나무가 평안한 마음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나중에 개별적으로 다시 와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나오면서 입구인 홍살문 앞에 인증샷을 했다.
홍 회장이 나를 배려해서 한 컷 담아주었는데
나는 홍살문을 잘라 놨고, 홍 회장은 내 다리를 잘라놨다.ㅎㅎㅎ
홍 회장이 담아준다고 하니 모두 긴장하며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차렷자세로 담는다.
회장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ㅎㅎ
홍살문을 나오는데 유치원생인 듯한 어린이가 우리를 보며 "아저씨!"하고 부른다.
모두 '할아버지'라고 안 불렀다고 그렇게 좋아한다.ㅎㅎ
우리 손주는 나를 "꿀꿀 합바!"라고 부르는 데....
요즘엔 유치원 선생님들이 원생들을 아주 잘 가르치는 것 같다.ㅎㅎ
나이 칠십에도 할아버지 보다는 아저씨가 좋은가?ㅎㅎ
수염가래
동네에서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던 녀석이 여기에 있다.
크기가 손톱만하다.
수염같은 게 갈래를 쳐서 핀다고 붙여진 이름인 듯하다.
나에겐 오늘 어떤 것보다 큰 소득이다.ㅎㅎ
선괴불주머니
일반 괴불주머니는 봄철에 볼 수 있지만 이 녀석은 늦여름부터 가을에 볼 수 있다.
괴불이란 '고양이 불X'을 뜻한답니다.ㅎㅎ
주걱간버섯
황일면 회원이 걸어가다가 발견하고 담아보란다.ㅎ
영지 아닌가?했는데 주걱간버섯이다.
기관지염, 관절염에 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만행을 마치고 동구릉 바로 앞에 위치한 염소 요리집에서 염소탕(특대)을 점심으로 했다.
하노이 여행에서 너무 현지식만 먹어서인지 속이 허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최고 맛있는 점심이었다.ㅎㅎ
내 몸이 힘들고 아직 시차적응(?)이 안되어서인지 몽롱하다.
그래서 처 삼촌 벌초하듯 건성 건성으로 지나간다.ㅎㅎ
그러나 뭔가 지적으로 머리가 가득 채워지고 입이 즐거운 느낌의 만행이었다.ㅎ
준비하고 수고한 홍 회장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만행에 참석한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10월 만행은 10월 17일(목)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정한답니다.
일정관리 잘하셔서 시원하고 청량한 가을에 많이 참석하시길 기대합니다.
첫댓글 정말 부지런도 하신 우리의 주작가!.....
몽롱한 여행뒷끝이라 힘들었을텐데 숙제를 미루지않는 지지지..(?) 성격ㅎㅎㅎ
경수에게 갔다와서 뒤숭숭한 마음에 쉽게 잠이 오지않았는데 깔끔한 후기를 올려주셔 감사합니다! 오래전에 가신 왕들과 경수의 부음소식이 절묘하게 뒤섞인 하루를 보내면서 ~~~~~~
늘 健幸합시다! 만원의행복 여러분!
몇 일간 홍씨분들 때문에 좀 바뻤네요.
좋은 일도 않좋은 일도...
인생이 항상 좋은 일만 있을 수 없을테니까...
10월 1일에 봐요.
@주창일
만원의 행복 여러분+33회 남편&아내 여러분! ㆍㆍㆍㆍㅎㅎㅎ
덕분에 나도 만행에 참석한 듯, 생생한 느낌입니다. 모두 반갑고, 주작가님의 후기에 감사드려요.
나 사장이 갑자기 보고 싶네.ㅎㅎㅎ
동구릉을 처음 볼 수 있도록 사전답사까지 해주신 회장님과 두 시간여 무거운 장비를 짊어지고 달려와 구수한 제담과 멋진 사진으로 만행의 기록을 남겨주는 주작가님께 늘 감사드립니다.
자꾸 무겁다 무겁다 하시면 진짜 무거워집니다.ㅎㅎ
구수한 제담은 언감생심, 전문용어로는 그냥 노가리...ㅎㅎㅎ
2024.9.26(목)
덕분에 역사공부도 하고
야생화도 보고~~
베트남여행 여독이 풀리시지도 않았는데
넘 수고많으셨습니다.
멋들어진 글과 사진 읽다보니
벌써 끝났네요
그런데 염소고기 엄청 많있을것 같습니다.
내년에 우리 재구중대도 트레킹코스로 선정할려고
합니다
즐감했습니다
네! 염소탕 맛있습니다.
보통은 고기가 적고 특대는 많다고 특대로 시켜주었습니다.ㅎㅎㅎ
함께하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는데 주작가 후기를 읽고나니 배까지 살살 아파지네 ㅉ
혼자서라도 꼭 다녀와야겠다.염소탕으로 더위에 빠진 기력도 회복하고.^^
산 같지 않은 곳에는 안 가신다고 들었습니다.ㅎㅎㅎ
야호! 역시나 만행은 살아 숨쉬는 멋쟁이들의 향연입니다.짝짝짝입니다
살아 숨쉬는? 숨을 안 쉬기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면 큰일 나는데...ㅎ
@주창일 위트와 유모어두 풍부한 소중한 주작가님 파이팅입니다!!!!♡♡♡♡
좋은 만행코스입니다
만행이 아니라도 다시 가 볼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