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1.
저녁으로 삼겹살을 먹던 남편이 고기가 모자라다면서 반토막만 더 구워 달라고 한다.
'국이 남아 있으니 국이랑 먹으면 되겠네? 이참에 다이어트도 하고' 라고 하자 '반찬도 없고'하면서 빈정 상한 말투로 투털거린다.
그 모습을 보고는 '더 구워줄까?'라고 하니 '괜찮다'라며 남은 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그런데 남편의 행동에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서 왜 그런지 계속해서 그 원인을 찾아본다.
그러니 2월 고창에서 교무님께서 선화언니의 마음을 감정해주시면서 [위아래가 어디 있어?] 라고 하신 말씀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런... 위아래가 없는 것을...
내가 위아래를 확실히 구분 짓고 살고 있었구나!
같이 밥을 먹던 막내가 고기가 더 먹고 싶다고 했으면 난 두말없이 일어나서 고기를 구워주었을 텐데...
남편이 고기를 더 먹고 싶다고 하니 어른은 고기를 배불리 먹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과 다시 굽기 귀찮은 마음에 나에 대한 배려도 없어 자꾸 먹으려 한다는 불평의 마음까지 생겨 버렸구나!
남편도 고기가 더 먹고 싶을 수 있는 것을...더더욱 자기가 좋아하는 파전에 싸서 먹는 삼겹살이니 더 먹고 싶은 마음이 오죽 했을까!
내가 위아래를 확실히 구분해 놓고선 아랫사람인 딸들에게는 해주고 윗사람인 남편에게는 해주지 않으려고 하니 남편도 기분이 상할만했구나!
이런... 교무님께서 [위아래가 어디 있어?]라고 하셨을 때 나는 위아래를 구분 짓는 사람은 전혀 아니라 생각했는데 나를 알아차리고 보니 위아래를 확실히 구분지어 놓고 사는 사람임이 알아진다. 나를 알아차리지 않고서는 도통 나를 알 수가 없는 것이구나!ㅎㅎㅎ
** 자식이 해달라고 하면 당연하고
남편에게는 하기 싫은 마음이겠지요?
굳이 위아래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하지만 위아래까지 공부 했으니
내가 위다 또는 아래다라는 상도 없게 하는 공부도 되었겠지요? **
2
위의 일기를 적고 나니
지난날의 내 모습이 보인다.
아랫사람인 딸들에게는 허용 되지만, 윗사람인 남편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것이 확실히 구분 지어져 있었구나!
그래서 남편이 딸들처럼 행동하면 철딱서니가 없다며 타박을 주었었구나!
이제서야 남편이 철딱서니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위아래가 없음을 모르고 위아래를 확실히 구분지어 놓고 살았음이 알아진다.
이런... 나로 인해 남편이 구박덩어리가 되어졌었구나!
남편에게 정말 미안해진다.
그리고 남편의 투덜거림으로 인해 위아래를 확실히 구분 짓고 살아온 내 모습에서 벗어 날수 있게 되었으니 남편의 투덜거림이 참으로 고맙다. ㅎㅎ
** 남편으로 인해서 나의 한가지를 깨고 나니 오히려 은혜가 되었네요.**
3.
[무생법인]
'매 순간 순간이 원래 마음 그대로 그대로이면 곧 법인(법의 도장을 찍는 것)이다'라는 뜻이구나!
무생법인이 바로 영육쌍전이고 만법귀일 일귀하처이고 대종사님의 게송이구나!
그러고 보니 마음공부로 내 삶속에서 무생법인을 그대로 나툴 수 있게 되어졌구나!
이 귀한 순간이 오기까지 마음공부를 잘 지도해주시고 이끌어주신 교무님께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해진다.
** 지금 이순간도 무생법인의 도장을 꽉 찍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