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추운 날, 더운 여름의 여행을 떠올리는건 별로 마음에 감흥이 일지 않는 일이지만 초록님과 로미오님덕으로 사진을 올려볼 수 있게 된 마당이라 (비록 앨범방이긴 하지만..), 그 김에 정리해 놓았던 글에서 헝가리 부분을 올려볼까 합니다.
여행기라는게 사실 여행한 사람 자신만 재미있는 것 같아서, 또 단지 겨우 하룻동안 훑고 지나간 이야기라서 그냥 던져두고 있었거든요..
또 은근슬쩍 재촉하시는 뎀님께 죄송하기도 하고...
날씨도 찬데, 쓸쓸한 김에 그냥 심심풀이로 읽어 보시길...
(일정은 독일--오스트리아--헝가리--체코--독일이었습니다. 4박 5일로.)
7월 30일
헝가리가 아직 유럽 연합에 완전 가입이 안된 상태라 우리도 오스트리아에서 국경을 넘을 때에 여권 검사가 필요했다. (체코 역시 마찬가지..)
버스의 소속이 독일로 되어 있어 그래도 다른 차들보다는 빨리 또 수월하게 통과를 했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국경 근처에 널려진 시장과 끊없이 이어지는 옥수수밭과 해바라기밭을 보며, 또 잠깐 내린 비로 하늘을 장식한 쌍무지개도 보며 버스는 천천히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헝가리에 들어서면서부터는 밖의 풍경이 오스트리아와 완연하게 달랐다.
도로변에 철조망이 쳐진 것부터, 집들의 외관이나 규모가 천지차이.
그래도 아무리 낡고 작은 집이라 해도 맑은 유리창에 장식한 꽃과 예쁜 레이스는 다름이 없으니, 삶의 양은 모자라도 질은 넘친다는 설명이 이해가 가기도 했다.
공산화 되기 이전에 누리던 문화의 풍요로움 때문인 듯.
LG의 간판이 제일 먼저 반겨주는 부다페스트에는 거의 어두워질 때에 도착해 차로 시내를 천천히 돌았다, 독일로부터의 헝가리의 독립을 기념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치타델라 언덕까지.
밤에 다뉴브(도나우)강을 유람선으로 돌아보면 정말 아름답고 멋지다던데...
동유럽은, 프라하는 덜하지만 이곳 부다페스트와 동독의 드레스덴은 옛 영화의 단꿈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군주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특히나 예비 지식이 별로 없었던 드레스덴은 놀랍기가 이루…..)
말끔히 단장하지 못해서 더 멋지고, 청소가 덜 되어 있어 더욱 웅장함을 느끼게 한다. 관광객이 많기는 하지만 일정하게 모이는 장소가 없어 더욱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제 이 곳 부다페스트,, 늦어서 좀 피곤하다.
저녁을 먹고 호텔 근처에 24시간 운영하는 마트가 있다고 해서 물도 사고 간식도 사고 구경도 할 겸해서 헝가리 포린트를 후론트에서 바꾸어 간 곳은 우리의 홈플러스 테스코와 체인인 듯한 ‘테스코’.
EU에 들었다고는 하지만 2006년 까지는 완전 가입이 아니란다. 따라서 화폐도 그냥 옛날대로 쓰고 있다고.
유로 화폐는 관광지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이 테스코에서도 사용이 불가능.
매장은 월마트같이 어마어마하게 컸는데 물건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고 과자도 수준 이하, 농업이 주여서 그런지 못보던 과일이 많다.
과일값은 생각보다 비쌌지만 다른 물가는 싼 편이고, 인심은 아직 좋아서 봉지는 무한정 내준다.
이곳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커다란 박스에 담겨져 싼 값으로 팔리고 있고.
구석구석 세세히 살펴보진 못했지만 한국 상품은 보이질 않았다. 이들에겐 고가에 속하는걸까...
독일의 전자제품 가게에는 삼성이나 엘지의 휴대폰이나 TV 등이 비싼 값으로 진열되어 있어서 마음이 좋았었는데..
바꾸어간 20유로어치에 맞추어 구매!
7월 31일:
아침에 일차로 간 곳이 영웅 광장!
건국 1000년을 기념하여 1929에 완공했다는 혁명의 중심지라고.
높이 솟은 가브리엘 천사상과 7개 부족장의 기마상이 함께 서 있고 광장 양쪽으로는 미술관과 아트 갤러리가 마주보고 있다.
마야 문명과 피카소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그런데 다른 도시의 광장들은 화려하거나 혹은 따듯해 보였는데 넓디 넓은 이곳은 광장에도 또 주변에도 카페 하나 기념품 가게 하나 성당 하나 없이 썰렁하다. 처음이다 이런 광장은, 그야말로 싸늘한 사회주의를 보는 느낌이다.
유럽의 광장 문화라는 것이 이곳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문화 유산 보수의 해’란다. 그래서 그런지 가는 곳마다 공사중인 곳이 다수! 이곳도 군데군데 포장을 쳤다.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내려놓은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이리저리 겹치고 있고,
우리도 기념 사진 몇 장 찍고는 자리를 옮긴다.
이젠 사진 찍기도 별 흥미가 없어 재촉하는 친구나 찍어주는 실정.
머리 속에나 넣어놓지 뭐…
그리고는 독특한 양식의 국회의사당(강 건너에서 볼 때가 훨씬 더 멋지다)을 거쳐서 그 유명하고 아름다운 어부의 요새로….
그런데 1900년 경에 세워졌다는 이 국회의사당은 네오 바로크와 네오 고딕의 절
충식이라는데 규모도 엄청나게 크지만 아름답기로도 엄청나다. 헝가리를 나타내는
모든 그림엽서에 대표로 실려 있을 정도로.
내부 입장은 불허.
역시 1900년 경에 세워졌다는 어부의 요새의 건축 양식은 네오 로마네스크라고 한다.
고깔 모자의 형태를 한 지붕들이 아주 특이하게 아름답고 그 옆의 마차시 교회
(Matyas Templom)와 함께 더욱 어우러진다.
한여름임에도 웬지 가을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곳은 올해 또 보아도 마음에 쏙
들어 온다.
이곳에서 바라다 보이는 시가지의 모습은 다뉴브강과 함께 어울려 한숨이 저절로
나올만큼 뛰어난 경관을 보여 준다. 머리 속에 삼삼하게 그려질 정도로…
헝가리의 역대 왕들이 대관식을 올렸다는 마차시 교회, 빈의 스테판 성당과 비슷하다, 고딕 양식이라는 겉모양과 지붕이 타일이.
내부는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 현저하게 다른데 어느 쪽과 비슷한건지 궁금하다.
혹시 러시아 정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헌데 마치아스 교회 바로 옆의 현대적인 일직선 모양의 힐튼 호텔은 함부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강대국의 횡포를 보는 것 같아 안스러움을 함께 느끼게 하기도 한다.
성당에서 나와 그 옆에 자리한 엄청나게 큰 규모의 부다 왕궁을 거닐어 본다.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서쪽이 왕궁이 있는 부다지구, 동쪽이 국회의사당이 있는 페스트지구, 이 둘이 합해져서 부다페스트가 되었다고..
13세기 후반에 세워져 17세기에는 합스부르크가의 호화스런 궁전으로 쓰였었다는데 현재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헝가리는 약 17세기부터 1차 대전이 일어날 때 까지 합스부르그가의 지배를 받았다.)
이곳 역시 멀리 강 건너에서 볼 때가 더 웅장하고 멋지다.
큰 건물들의 외관은 멀리서 봐야 한 눈에 전체가 들어오고 그래야만 그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오는 듯.
왕궁에서 나와 민속 공예품을 파는 가게들을 지나 버스 타러 가는 곳이 꼭 인천 자유 공원 뒤에서 홍예문을 지나 신포동으로 내려가는 길과 흡사하다.
이 나라의 관광상품들로는 수예품이 많다.
민속 의상도 있지만 주로 여러 종류의 식탁보들이 대부분, 손으로 그려서 만든 벽걸이용 접시들이 있고, 작고 붉은 고추를 예쁘게 엮어 말려서 파는 것들도 있는걸 보면 물건의 종류가 많지는 않은 듯하다.
물건도 손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똑 같은 것들도 크기와 색깔이 조금씩 틀리는게 질은 많이 떨어지는 편으로 오스트리아와는 천지차이이다.
상인들이 물건 소개하는 말을 들으면 참으로 재미 있는 것이,
중국의 기계 자수와는 달리 자기네는 수공예품이라서 60번을 빨아도 그대로라고 침을 튀긴다. 그래서 비싸다고. 영어도 잘도 한다.
우리가 하면 콩글리쉬, 그들이 하면 헝글리쉬…ㅎㅎ
이곳에서도 아직 중국제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재미있다.
우리 친구들은 40유로에서 20유로로 내려간 물망초가 수놓아진 식탁보와 냎킨 세트를 하나씩 샀다.
헝가리는 마자르어를 쓰고 있지만 독일어도 많이 쓰고 있는 까닭에 독일에 살고 있는 친구의 완벽한 말솜씨로 가격을 덜할 수가 있었다. 덕분에 일행을 약간 기다리게는 했지만….
나는 집에 물건 쌓아 놓는걸 무서워하는 체질이라 쇼핑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필요한 물건만 놓고 살기에도 별로 여유가 없는게 그 첫째 이유, 둘째는 나중에
필요할 때, 그 때 얼마든지 살 수 있을텐데… 하는 것이 내 주의!
참, 왕궁에서 다뉴브강을 내려다보면 영화 ‘Gloomy Sunday’에 나오는 다리가 멋지
게 보인다. 영화에서와 똑 같은 모습으로… 아마도 이 자리에서 촬영한 듯하다.
이참에 그 영화의 매력있는 주인공들과 음울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을 자살로 내몰았다는 주제곡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그 유명한 리스트 보다도 영화 음악이 더 먼저 떠오르는건 어쩐 일..??
(여행 끝나고 친구가 여러 버전의 영화 주제곡을 CD로 만들어 주었다.)
헝가리사람들은 키는 큰 편이고 얼굴은 잘 생긴 편이다. 뚱뚱한 사람들은 별로 없고 대체로 보기좋은 체격을 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매운 것을 즐기고, 한국으로 돼지고기를 많이 수출한단다. 혹시 엊저녁 먹은 삼겹살이? ㅎㅎ
이곳의 '토카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포도주란다. 우리도 엊저녁 식사에 곁들여 맛은 보았지만...
점심은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에서..
이곳은 아니지만 동유럽의 한국 식당은 북한 출신의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란다.
현지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두고 식구들이 운영을 하는 듯, 그들이 말하는 우리말이 서툴지 않은걸 보니 한국 손님이 넘치는 모양으로 식당은 성업중인 듯하다.
식당은 갯수가 적으니 이곳에 가면 한국 여행사의 모든 손님이 모두 모일 정도, 혹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마주칠 수도 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이곳도 역시 중국식과 병행, 일식과의 병행은 동유럽에선 오스트리아를 제외하곤 없단다.
동유럽은 공산주의에서 벗어난지 아직 얼마 안되어서인지 일본의 진출 경향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모든 면에서 일본을 우대하고 또 도처에 일본이 널려 있었는데...
헝가리나 폴란드 사람들은 임금이 상대적으로 좋고 노동력을 구하고 있는 서유럽으로 많이들 진출한단다. 겨울에는 집으로 돌아오고 봄에는 다시 일하러 가고…
아직도 부다 페스트 시내에도 고풍스런 집들이 부서진 벽을 그대로 가지고 살 만큼 경제가 어려운 것이 보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 나라 역시 우리와 비슷한 기후에, 면적은 비슷하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별로 없는 넓디 넓은 평야가 있다.
(유럽에는 산이라는 것이 도대체 없다. 산맥 줄기 이외에는. 이쪽에서 볼 때에 언덕 같은데 올라가보면 그곳이 또 언덕 위의 평야이다. 약 오르는 일이다.)
그리고 다듬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관광 자원, 해서 미래는 상당히 낙관적이라고 생각이 된다.
생각할수록 부러운 것들만.
수메르님,.이렇게 멋진 기행문을,..어릴 적 늘 이야기에 굶주렸던? 추억?이 떠오릅니다..금방 하나 듣고도 '하나만 더,..' 하며 언니나 어머니를 졸랐던 생각이 문득 납니다..수메르님께도 그헐게 자꾸 졸랐던 것 같아 웃습니다..ㅎㅎ..다뉴브강,‘Gloomy Sunday’ 국회의사당,..아름다운 건축물로 스카이라인도 아름다운
공산권에서 벗어난 지 얼마되지 않는 나라일 수록 문화유산의 보관상태는 전혀 손대지? 않아서 옛모습 그대로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긴 글이지만 짧게 느껴지는 글,..나중에 찬샘으로 옮길겁니다...*^^..브르노편도 기대한다면...ㅎㅎ ..무재님,..안녕하시지요?..*^^
앨범방의 멋진 그 건물이 왕들의 대관식이 치러진 곳이었군요.^^ 다른 사람의 답사기만으로도 여행을 한 듯한 뿌듯함을 느끼는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 못가본 세계에 대한 정보도 되어주고 참 좋습니다. 유럽에까지 미치고 있는 중국시장의 위력이 느껴지구요. ^^ 저도 다음편 계속 이어지길기대합니다. ^^^^^
호오 그런 신기한(?) 일이...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도 제대로 정리가 안된 B품이고, 이곳에 올리자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다가 너무 길어 재미 없으신 분들 지루할테고... 어제 정리된걸 다시 올려보려 했더니 웬일인지 잘 안되고... 며칠 후 큰 화면 있는데서 다시 시도해봐야...
첫댓글 맛깔스런 글쓰기에 혹시나 하고 플래닛에 들렀는데...^^ 여행기 몇편 미리 읽었습니다... 다음엔 사진과 함께(저도 잘 못하지만...) 올려주시면 느낌과 감상이 훨씬 좋을 것 같은데요... 참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신듯... 혹시 빨리 판단하시고, 집착을 싫어하시는 분일까 생각도 해보고...^^ 죄송... 다음편 기대합니다..^^
우우,, 그거 정리도 제대로 안하고 연습으로 올려본건데..... 제 컴이 화면이 작아 수정도 못하거든요, 큰 화면 있는 곳으로 원정을 가야...
수메르님,.이렇게 멋진 기행문을,..어릴 적 늘 이야기에 굶주렸던? 추억?이 떠오릅니다..금방 하나 듣고도 '하나만 더,..' 하며 언니나 어머니를 졸랐던 생각이 문득 납니다..수메르님께도 그헐게 자꾸 졸랐던 것 같아 웃습니다..ㅎㅎ..다뉴브강,‘Gloomy Sunday’ 국회의사당,..아름다운 건축물로 스카이라인도 아름다운
공산권에서 벗어난 지 얼마되지 않는 나라일 수록 문화유산의 보관상태는 전혀 손대지? 않아서 옛모습 그대로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어요..긴 글이지만 짧게 느껴지는 글,..나중에 찬샘으로 옮길겁니다...*^^..브르노편도 기대한다면...ㅎㅎ ..무재님,..안녕하시지요?..*^^
헉..조용한 가슴에 불을 지피시다니..떠나고 싶당..ㅋㅋ
앨범방의 멋진 그 건물이 왕들의 대관식이 치러진 곳이었군요.^^ 다른 사람의 답사기만으로도 여행을 한 듯한 뿌듯함을 느끼는 저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 못가본 세계에 대한 정보도 되어주고 참 좋습니다. 유럽에까지 미치고 있는 중국시장의 위력이 느껴지구요. ^^ 저도 다음편 계속 이어지길기대합니다. ^^^^^
이제보니 내 꼬리가 언제짤렸을까나...^^*^^* 수멜님 프레닛에서 잼나게...ㅎㅎ추운날 건강하세요~~~
내일 당장 여권 만들러 가고 싶게하는...참 꼼꼼히도 살피셨습니다...턱스찍사 가슴에 불을 지피실 정도니...ㅎㅎ 다음기행문 기대만빵( 스키피오님 버전?) ,,ㅎ
수메르언냐 플래닛에만 가면 컴이 다운돼요. 혹시,,,마법으로? ㅎㅎㅎ 플래닛에 여행기 있는걸 봤는데 몇 번 시도해도 자꾸 다운돼거든요. 다른 사람들 플래닛에 들어가는건 다 잘 되는데 ㅠ.ㅠ. 나머지 여행기도 이곳으로 퍼다 올려주세요.^^
호오 그런 신기한(?) 일이...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도 제대로 정리가 안된 B품이고, 이곳에 올리자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다가 너무 길어 재미 없으신 분들 지루할테고... 어제 정리된걸 다시 올려보려 했더니 웬일인지 잘 안되고... 며칠 후 큰 화면 있는데서 다시 시도해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