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6일 오후 7시, K-리그 컵 대회 A그룹 경기에서 인천유나이티드 FC와 대구FC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다음날 오마이뉴스에 한 축구팬이 이 경기에 대한 관람평을 기사로 쓰며 “무기력함을 드러낸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라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특히, 홈경기에서조차 유효 슛 하나 만들어내지 못한 인천에 실망감은 더욱 깊었다. 그만큼 일방적인 게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인천의 문지기 윤기원 선수에 대한 언급도 보인다.
그는 대구 FC의 일방적인 공격을 막아낸 윤기원 선수가 “측은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고 적고 있다. 그나마 경기를 무승부로 끝낼 수 있게 한 윤 선수의 활약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당시 인천유나이티드 FC를 이끌던 허정무 감독은 2011년 K-리그 개막을 즈음해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윤 선수를 극찬하며 “지난해 윤기원의 발견은 최대 소득”이라고 말하며 최고의 선수가 될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며칠 전부터 故 윤기원 선수의 기록을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있다. 윤 선수의 됨됨이를 좀 더 생생하게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축구선수로 활동하던 당시, 신예였던 윤 선수의 활약을 기록한 기사는 많지 않았다. 그를 기록한 많은 웹문서들은 대부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윤 선수는 24살. 젊다는 말보다 어리다는 수식이 더 어울릴 만한 나이였다. 2011년 5월 4일 오전, 그는 오후 8시까지 외출을 허락받고 인천 연수구에 위치한 선수단 숙소를 나섰다. 이날 동료들과 점심 약속도 있었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휴대전화 전원은 꺼져 있고, 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구단에서는 그를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후, 윤 선수는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하행선 주차장에 세워진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유족에게 윤 선수의 죽음은 더더욱 갑작스럽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었다. 더구나 자살은 더더욱 납득할 수 없는 사인이었다. 그가 그렇게 발견되기 사흘 전, 그는 부모님께 어버이날 자신의 경기를 관람하러 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또, 이날 아버지를 위해 선물로 와이셔츠를 사 놓기까지 했었다.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속이 깊은 아이”라고 말했다. 또 주변에는 그를 “분위기 메이커”로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을 만큼 그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국가대표를 꿈꾸며 최선을 다짐하던 그가, 더구나 구단의 기대주였던 그가 갑자기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유는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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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윤기원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 씨의 페이스북 게시물. 옥 씨의 기억 속에 윤 선수는 다정하고 올곧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
4년여 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윤 선수의 죽음은 점차 잊히는 듯했다. 그 기억은 온갖 세상사에 묻혀 시간의 저편 아래로 가라앉는 것만 같았다. 그러자 어머니 옥정화 씨는 작년 12월에 윤 선수 사망사건에 대한 의혹을 정리한 책 『모두의 가슴에 별이 된 골키퍼』(책과 나무)를 내고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윤 선수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하나하나 짚으며 진실을 찾아 나서는 이도 나타났다. 그가 바로 <시사저널> 탐사보도 팀장과 <팩트TV>보도본부장을 지낸 정락인 기자다.
정락인 기자는 작년 4월 <시사저널>을 끝으로 18년의 기자생활을 정리하고 1인미디어로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정의감 있고 양심적인 사람들과의 연대를 통해 권력과 자본, 그리고 언론을 감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현재 정 기자는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인 정락인닷컴(http://jeongrakin.tistory.com)에 「윤기원 사망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7월 31일부터 연재를 시작했고 지금(9월4일)까지 12편이 게재돼 있다. 연재는 모두 25편까지 진행될 계획이라고 한다. <개미뉴스>는 정락인 기자의 「윤기원 사망사건」 연재를 함께 게재하며 정 기자가 풀어나가는 여러 가지 의혹을 독자들과 함께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응원하고자 한다.
강창대 kangc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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