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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 2010) by Stephen Hawking
『위대한 설계』에서 스티븐 호킹은 “신이 우주를 창조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함으로써 세계의 과학자들과 종교인들을 격렬한 논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고 있으며, 출간되자마자 곧장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점령할 정도로 일반 독자들도 열광시키고 있다. 이미 진화론이 대세를 이루어 신의 창조론이 자리를 잃은 생물학계의 선도적인 석학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무신론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는 이 책의 출간을 환영했다. 그는 호킹이 신의 존재에 관한 논의를 종결시킬 수 있는 “결정적 한방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스티븐 호킹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 등 현대물리학의 이론을 제시한 물리학자. 1942년 갈릴레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하게 300주년이 되는 날에 영국 옥스포드에서 태어났다. 대학교 유니버시티 칼리지와 케임브리지 대학교 트리니티 홀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공부했으며, 1963년 루게릭(근위축성 측색경화증)이라는 전신마비의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 을 선고 받았다. 1974년 사상 최연소 왕립학회 회원이 되었고, 1978년 이후 영국 과학자로서는 최고 영예이며, 아이작 뉴턴이 거쳐간 케임브리지 대학 루카시안 석좌 교수를 맡고 있다. 1985년 폐렴으로 기관지 절개수술을 받아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호흡을 하고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를 통해서 대화를 하여야만 했다.
하지만 삶을 어렵게 연장해 가는 속에서도 그는 특이점(特異點) 정리, 블랙홀 증발, 양자우주론(量子宇宙論) 등 현대물리학에 3개의 혁명적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뒤를 잇는 천재 물리학자로, 우주의 비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이 시대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히게 되었다. 그는 과학 대중화에도 많은 기여를 하여 그의 저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는 40개 국어로 번역되어 1천만 부 이상이 팔렸고, 과학 저술의 역사에서 공전의 성공을 거두었다. 후속작인 『호두껍질 속의 우주(The Universe in A Nutshell)』, 킵 손과의 공저인 『시공의 미래(The Future of Spacetime)』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호킹 교수는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을 연구해왔는데, 로저 펜로즈와 함께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시간과 공간이 빅 뱅에서 출발점을 가지고 블랙 홀에서 끝난다는 함축을 가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 결론은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양자론은 20세기 전반기에 이루어진 또하나의 중요한 과학적 발전으로, 이러한 통합의 결과 중 하나로 그는 블랙 홀이 완전히 검지 않으며 복사를 방출해서 결국 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블랙홀은 강한 중력을 지녀 주위의 모든 물체를 삼켜버린다는 종래의 학설을 뒤집은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가설로 우주가 허시간에 가장자리 또는 경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도 내놓았다.
그는 계속 미시(微視)의 세계를 지배하는 양자역학(量子力學)과 거시(巨視)의 세계인 상대성이론을 하나로 통일하는 통합이론인 ‘양자중력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며, 1990년 9월 휠체어에 탄 채 한국을 방문하여 서울대학 등에서 ‘블랙홀과 아기우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하였다. 지은 책으로는 『시간의 역사』(1988),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1996, 펜로즈와 공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1998), 『호두껍질 속의 우주』(2001)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많은 과학 논문과 저서를 출간한 바 있다.|||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알렉산더 폰 훔볼트 펠로우를 역임했고, 칼텍에서 미래의 과학도들에게 확률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다. 그는 텔레비전 연속극 『맥가이버』와 『스타 트랙:다음 세대』의 대본을 썼다. 저서로는 『유클리드의 창:기하학 이야기』,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행복한 물리학자 파인만에게 듣는 학문과 인생 이야기』, 스티븐 호킹과 함께 쓴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등이 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파사데나에 살고 있다.
아!! 이 얼마나 멋진 책인가!!
이렇게 재미있게 술술 읽혀내려가는 책을 만난게 얼마만인가.
1. 존재의 수수께끼
인간은 오로지 짧은 시간동안 존재하면서 우중 전체의 작은 부분만을 경험한다!
우리가 속한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주는 어떻게 작동할까?
실재(實在, REALIITY)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주는 창조자가 필요했을까?
전통적인 우주관에 따르면, 대상들은 잘 정의된 경로 위에서 움직이고 확정도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대 물리학이 출현하기 전까지, 일반적으로 세계에 관한 모든 지식은 직접적인 관찰을 통해서 얻을 수 있고, 사물등은 우리가 감각을 통해서 포착한 그대로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고전적은 우주관은 현대의 여러 실체들, 이를테면 원자(atom)과 아원자(subatom)의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양자물리학(量子物理學, quantum physics)과, 한 시스템은 하나의 역사가 아니라 가능한 모든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파인만의 견해로 대체되었다.
과거의 실재관은 현대물리학과 양립할 수 없다. 이에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을 채택하게 되는데, 우리의 뇌가 우리의 감각기관들에서 온 입력을 해석한다는 생각에 토대를 두고 있으며, 실재로 과학의 역사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은 이론 혹은 모형을 발견해왔다.
궁극적인 만물의 이론을 향한 연구는 계속되는데,
M이론(M-theory)은 궁극의 이론이 갖춰야 한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속성들을 갖춘 유일한 모형이며, 우리가 전개하는 논의의 상당 부분이 의지하는 이론이다.
M이론은 다양한 이론들의 집합 전체를 일컫는 명칭인데, 지구 천체를 충실하게 표현하려면 각각 한정된 영역을 표현하는 지도 여러 장을 사용하는 것과 같이
M이론 역시 서로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다양한 버전들이 서로 겹치는 부분에서 동일한 바탕 이론의 측면들로 간주될 수 있다.
M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유일한 우주가 아니다. 오히려, M이론은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무(無, nothing)에서 창조되었다고 예측한다.
그 우주들이 창조되기 위해서 어떤 초자연적인 존재 혹은 신의 개입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다수의 우주들은 물리법칙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며 그것들의 존재는 과학의 예측에 의한 존재다.
우주를 가장 깊은 수준에서 이해하려면 우주의 행동에 대해서 "어떻게"라는 질문 뿐만 아니라 "왜"라는 질문에도 대답할 필요가 있다.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있을까?
왜 다른 법칙들이 아니라 이 특정한 법칙들이 있을까?
2. 법칙의 지배
자연의 작동방식에 대한 무지는 고대인들로 하여금 인간의 삶의 모든 면을 제멋대로 지배하는 신들을 발명하도록 이끌었다.
신들이 기분이 좋으면, 인류는 좋은 날씨, 평화, 자연재해와 질병으로부터 자유를 누렸다. 신들이 기분이 나쁘면, 가뭄, 전쟁, 전염병, 유행병이 생겼다.
그러나 약 2600년경 전에 밀레토스의 탈레스가 등장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자연이 한결같은 원리들을 따르며 그 원리들을 알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한 것이다
탈레스는 기원전 585년 일식을 최초로 예측했다고 칭송된다.
그의 고향은 이오니아라는 지역의 학문 중심지 가운데 하나였다. 이오니아의 과학은 자연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근본 법칙들을 밝히는 것이 특징이었으며,
인류의 사상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그것은 위대한 시작이었다.
전설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자연법칙이라고 부를 만한 수학 공식을 처음으로 제시한 인물은 이오니아 사람인 피타고라스였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유명한 그는 현악기의 현의 길이와 소리의 화성적 조화 사이에 성립하는 수적인 관계를 발견했다고 한다. 장력(張力)이 고정된 상태에서 현의 진동수-현이 1초동안 진동하는 회수-는 현의 길이에 반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고대인들이 정확하게 알았던 물리법칙은 아르키메데스가 자세히 논한 세가지 법칙이 있다. 아르키메데스는 고대 세계를 통틀어 견줄 상대가 없을 만큼 가장 탁월한 물리학자였다. 그는 오늘날의 용어로 지렛대의 법칙과 부력의 법칙, 반사의 법칙을 설명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갓난아이는 무력하므로 만일 최초의 인간이 갓난아이로 세계 속에 출현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인류 최초의 진화론이라 할만한 생각을 펼치면서 그는 인류는 갓난아이보다 더 강한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했음이 분명하다고 추론했다.
시칠리아의 엠페도클레스는 "클렙시드라"라는 도구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가 물이 구멍으로 드나드는 것을 막는다고 추론했고,
이는 우리가 공기라고 부르는 물질의 최초의 발견이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데모크리토스는 모든 생물을 포함한 만물은 더 자르거나 부술 수 없는 근본입자들로 이루어졋다는 이론에 도달했다.
그는 이 궁극의 입자를 "원자"(atom)라고 명명했다. 이는 그리스어 형용사인 "자를 수 없는"에서 유래했다. 또한 그는 모든 물질적인 현상이 원자들의 충돌에서 비롯된다고 믿었고, 원자들이 공간속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는데 방해를 받지 않는다면 한없이 계속 나아간다고 보았다. 이러한 그의 견해는 오늘날 관성의 법칙으로 발전한다.
이오니아 학파는 고대 그리스의 수많은 철학 학파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오니아 학파의 자연관은 겨우 2-300년 동안만 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이오니아의 이론들이 흔히 자유의지나 목적의 개념, 혹은 신들이 세계의 운행에 개입한다는 생각을 배제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에 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의 자연에 관한 몇몇 생각들은 대단한 통찰을 담고 있지만, 그들의 사상 대부분은 오늘날 타당한 과학의 모범으로 간주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은 과학적 방법을 고안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의 이론들은 실험을 통한 입증을 목표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고 게다가 인간이 정한 법칙과 물리법칙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연법칙들을 의도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고대인들의 관심의 초점이 자연의 작동방식에 있지 않고 작동이유에 있었음을 반영한다.
그리스인들의 뒤를 이른 기독교도들은 우주가 냉담한 자연법칙에 의해서 지배된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그들은 또한 우주에서 인간의 지위가 틀별하지 않다는 생각도 거부했다.
근대적인 자연법칙의 개념은 17세기에 발생했다. 케플러는 자연법칙을 근대적인 의미로 해석한 최초의 과학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아는 자연법칙의 개념을 최초로 분명하고 엄밀하게 제시한 인물은 르네 데카르트였다.
데카르트는 모든 물리 현상은 운동하는 질량들의 충돌을 통해서 설명되어야 하며, 세 법칙이 그 운동을 지배한다고 믿었다. 그 세가지 법칙은 유명한 뉴턴의 운동법칙들의 선구적인 존재들로, 자연법칙들이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유효하다고 단언했으며, 운동하는 물체들이 그 법칙들에 복종한다고 해서 그 물체들이 정신을 지녔다고 할 수는 없다고 명시적으로 말했다.
데카르트는 또한 오늘날 우리가 "초기 조건"이라고 부르는 것의 중요성을 이해했다. 자연법칙들은 시간이 흐르면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주어진 초기 조건 아래에서 결정한다. 따라서 초기 조건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경우, 시스템의 진화는 특정될 수 없다. 따라서 물리학의 법칙들을 적용하려면, 시스템의 초기 상태를 알아야 한다.
아이작 뉴턴은 세 가지 운동법칙과 중력 법칙을 제시함으로써 과학법칙이라는 근대적인 개념이 널리 수용되었다. 그의 법칙들은 지구와 달과 행성들의 궤도를 설명했고 밀물과 썰물 등의 현상을 설명했다.
"자연과 자연법칙들은 어둠 속에 있었네.
그때 신께서 뉴턴이있으라고 말씀하시니 모든 것이 밝아졌네."
시인 알렉산터 포프는 위와 같이 썼다.
현대 과학에서 자연버빅들은 대개 수학의 언어로 표현된다. 그것들은 비록 모든 사례에서 보편적으로 성립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규정된 조건들에 맞는 사례들에서는 예외없이 성립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법칙들이 자연을 지배한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들이 제기된다.
1. 법칙들의 기원은 무엇일까?
2. 법칙의 예외, 이를테면 기적은 존재할까?
3. 가능한 법칙들의 집합은 오직 하나뿐일까?
첫번째 질문의 전통적인 대답은 법칙들이 신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의 전통적인 대답은 양분되는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기독교 사상가들은 신이 법칙들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하고 기적을 성취할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라플라스는 일반적으로 과학적 결정론을 분명하게 주장하는 최초의 인물이다. 과학적 결정론이란 어느 한 시점에서 우주의 상태가 주어지면, 완전한 법칙들의 집합에 의해서 우주의 미래와 과거가 철저히 결정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은 기적이나 신의 능동적 역할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인간은 우주 안에서 살면서 다른 물체들과 상호작용하므로, 과학적 결정론은 인간에게도 적용되어야 마땅하지만, 우리에게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인간의 행동만큼은 예외로 삼으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행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느끼지만, 생물학의 분자적 토대에 관한 우리의 지식은 생물학적 과정들이 물리학과 화학의 법칙들에 의해 지배되며 따라서 행성의 궤도와 마찬가지로 결정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인정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 인간의 행동은 워낙 많은 변수들에 의해서 아주 복잡한 방식으로 결정되므로 실질적으로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탕에 있는 물리법칙들을 이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예측한다는 거슨 매우 비현실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른바 유효 이론(effective theory)을 채택한다. 유효이론이란 관찰된 특정 현상을, 그 바탕에 있는 모든 과정들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으면서 모형화하기 위해서 창조된 이론이다.
인간과 관련해서 우리는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유효이론을 사용할 수 있다.
세번째 질문의 대답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데카르트와 아인슈타인은 자연의 원리들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고 믿었다.
3. 실재란 무엇인가?
몇 년 전 이탈리아 몬차 시의 시의회는 금붕어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 조치를 주창한 인물의 설명에 따르면, 물고기를 둥근 어항에서 키우는 것은 잔인한 행위인데, 왜냐하면 그런 어항 안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물고기는 실재의 왜곡된 상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실재의 참되고 왜곡되지 않은 상을 본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금붕어의 시각은 우리의 시각과 다르지만, 금붕어도 둥근 어항 바깥의 물체들의 운동을 지배하는 과학법칙들을 정식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식화된 유명한 실재상의 예는 기원전 150년경에 프톨레마이오스가 천체들의 운동을 기술하기 위해서 도입한 천체모형이다. 그는 지구가 공 모양이고 움직이지 않으며 우주의 중심에 위치하고, 천체들까지의 거리에 비해 미미할 정도로 작다는 생각의 근거를 제시하여, 중심에 멈추어 있는 지구를 중심으로 행성들과 별들은 주전원이 포함된 복잡한 궤도를 따라서 지구 주위를 돈다는 모형은 가톨릭 교회에 의해서 1,400년 동안 공식 교리로 채택되었다.
이는 1543년에 이르러 발표된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의 우주모형은 성서와의 충돌을 이유로 거센 저항을 불러왔고, 1633년 갈릴레오가 재판을 받게 되는 결과까지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1922년 로마 가톨릭 교회는 갈릴레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잘못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실재(實在, reality)에 부합할까? 이에 대한 답은 그림이나 이론에 의존하지 않는 실재의 개념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형 의존적 실재론”이라는 입장을 채택한다. 이 입장은, 물리학적 이론 혹은 세계상은 모형과 그 모형의 요소들을 관찰 자료와 연결하는 규칙들이다.
플라톤 이래로 철학자들은 실재의 본성을 논해왔다. 고전과학은 대체로 “실재론”의 견지를 취하고 있는데, 이는 대상들은 존재하고 속도와 질량 등의 물리적 속성들을 지니고 있으며 그 속성들은 잘 정의도니 값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이론들은 그 대상들과 속성들을 기술하려는 노력이며, 측정과 지각은 그 속성들에 부합된다.
실재론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반실재론자라고 불렸으며, 이들은 경험적인 지식과 이론적인 지식을 구분한다. 대개 그들은 관찰과 실험은 유의미하지만, 이론은 유용한 도구일 뿐이며 관찰된 현상의 바탕에 있는 심오한 진리의 표현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모형 의존적 실재론(model-dependent realism)은 실재론과 반실재론이 벌여온 모든 논쟁과 토론을 우회한다. 모형 의존적 실재론에 따르면, 모형이 실재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은 무의미하고, 오직 모형이 관찰에 부합하느냐는 질문만이 의미가 있다. 금붕어가 본 풍경과 우리가 본 풍경에 관한 이야기에서처럼, 관찰에 부합하는 두 모형이 있다면, 한 모형이 다른 모형보다 더 실재에 가깝다는 말은 할 수 없다. 해당 상황에서 더 편리하다면, 어떤 모형을 써도 무방하다.
우리는 과학을 할 때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모형을 만든다.
우리의 지각은 직접적이지 않고 오히려 일종의렌즈에 의해서, 인간 뇌의 해석 구조에 의해서 형성된다.
좋은 모형은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1. 우아할 것(elegance)
2. 자의적이거나 조정 가능한 요소들을 거의 포함하지 않을 것
3. 기존의 모든 관찰에 부합하고 그것들을 설명할 것
4. 만일 틀렸을 경우에 모형을 반증할 수 있는, 미래 관찰에 관한 상세한 예측들을 내놓을 것
이 조건들은 명백히 주관적이다. 예컨대 우아함은 쉽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매우 소중하게 평가된다. 왜냐하면 자연법칙들의 본분은 여러 개별 사례들을 간단한 공식 하나로 경제적으로 압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인슈타인은 이론은 최대한 단순해야 하지만 그보다 더 단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새롭고 놀라운 예측들이 옳다고 판명될 때 항상 깊은 인상을 받는다. 다른 한편, 어떤 모형의 결함이 발견될 경우, 사람들은 흔히 모형을 버리는 대신에 수정해서 살리려고 애쓴다. 그러나 어떤 이론의 수정이 작위적이거나 거추장스럽게 되고 따라서 “우아하지 않게”되는 지경에 이르면 그 이론을 수정하는 경향은 사라지고, 새 모형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은 발견하기 위해서 애쓰면서 수많은 이론, 혹은 모형들을 구성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이론 혹은 모형이 채택될 때마다, 실재가 무엇이고 우주의 근본 요소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었다. 예를 들면 뉴턴의 빛 이론이다. 빛이 미립자들로 이루어졌다는 미립자 이론(corpuscle theory)는 뉴턴의 원무늬(Newton's rings)라고 불리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쓸모가 없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빛의 파동 이론(wave theory)이 등장했다.
19세기에 등장한 빛의 파동 이론은 미립자 이론이 틀렸음을 보여준다고 여겨졌지만, 20세기 초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설명으로 인해 빛은 파동의 행동도 하고 동시에 입자의 행동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이중성들 - 전혀 다른 두 이론이 동일한 현상을 정확하게 기술하는 상황들 - 은 모형 의존적 실재론과 조화를 이룬다. 각각의 이론이 특정한 속성들을 기술하고 설명할 수 있지만, 어떤 이론도 다른 이론보다 더 낫거나 실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과 관련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이다.
4. 대안 역사들
1999년 어느 오스트리아 물리학 연구팀은 축구공 모양의 분자들을 차단벽을 향해서 발사하는 실험을 했다. 그 분자들 각각은 탄소 원자 60개로 이루어졌고,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가 설계한 건물들과 모양이 같기 때문에 “버키볼(buckyball)"이라고도 불린다.
버키볼 축구(이중틈 축구): 축구공 분자들을 틈이 두 개 잇는 차단벽을 향해서 발사할 때 생기는 패턴은 낯선 양자법칙들을 반영한다.
실험설계 : 공의 방향은 약간 불안정하게, 그러나 원하는 속도로 공을 차 보낼 수 있는 축구선수가 필요하다. 그 선수는 틈이 두 개 있는 차단벽 앞에 서고, 차단벽 너머에는 아주 긴 그물을 차단벽과 평행하게 설치한다.
실험내용 : 축구선수가 차는 공의 대부분은 차단벽에 부딪혀 되튀어 나오겠지만, 일부는 두 틈 중 하나를 통과하여 그물에 도달한다. 이 때 틈 하나를 막는다면, 그 틈으로 날아가는 공들은 차단되겠지만, 다른 틈으로 날아가는 공들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만일 막았던 틈을 다시 연다면, 차단벽 너머 그물의 여러 지점들에 도달하는 공의 개수는 다시 늘어난다.
결과예측 : 두 개의 틈이 모두 열려 있을 때 관찰되는 현상은 첫 번째 틈만 열려 있을 때 관찰되는 현상과 두 번째 틈만 열려 있을 때 관찰되는 현상의 합이다.
실험결과 : 틈 두 개를 다 열자, 차단벽에 도달하는 축구공의 개수가 어떤 지점들에서는 늘고 다른 지점들에서는 줄어든다. 게다가 틈이 하나만 열렸을 때는 축구공들이 도달하는데, 틈이 둘 다 열렸을 때는 축구공이 도달하지 않는 지점들도 있었다.
실험분석 : 실험시 나타나는 영사막의 패턴은 한 틈만 열렸을 때에 형성되는 패턴과 다른 틈만 열렸을 때에 형성되는 패턴의 합이 아니다. 이 패턴은 파동들이 간섭할 대에 발생하는 특유의 패턴이다. 분자들이 도달하지 않는 지점은 두 틈에서 방출된 파동들이 역위상으로 만나 상쇄간섭이 발생하는 지점에 해당하고, 많은 분자들이 도달한 지점은 파동들이 동위상으로 만나 보강간섭이 발생하는 지점에 해당한다.
리처드 파인만은 이러한 이중 틈 실험에 “양자역학의 수수께끼가 모두 들어있다”고 했다.
뉴턴의 이론을 비롯한 고전이론들의 뼈대는 일상 경험을 반영한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은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요구한다. 그 요구에 부응하려면, 대상들의 위치, 경로, 심지어 과거와 미래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요컨대 일상적인 대상들의 구성 요소들은 양자물리학을 따르지만, 뉴턴의 법칙들은 우리의 일상 세계에 있는 복합물들의 행동을 매우 정확하게 기술하는 유효이론(effective theory)이다. 이 말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물리학에는 큰 집단의 행동이 개별 요소들의 행동과 다른 경우가 많다. 뉴턴 이론의 예측들은 우리 모두가 우리 주위의 세계를 경험하면서 터득하는 실재관과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개별 원자들과 분자들은 우리의 일상 경험과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 양자물리학은 그 이상한 원자들과 분자들의 우주를 표현하는 새로운 실재모형이다.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의 핵심적인 개념들 중 하나는 파동/입자의 이중성이다. 또 다른 중요한 가르침은 1926년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정식화한 불확정성원리(不確定性原理, uncertainty principle)이다. 이 원리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비롯한 데이터들을 동시에 측정하는 우리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우리가 아무리 많은 정보를 소유하게 우리의 계산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리적 과정들의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연은 제각각 실현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다양한 경우들을 허용한다.
양자물리학은 새로운 형태의 결정론을 향해서 이끄는데, 그 결정론에 따르면 어떤 시스템의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가 주어지면, 자연법칙들은 그 시스템의 미래와 과거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미래들과 과거들의 확률을 결정한다.
1940년대에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 세계와 뉴턴적인 세계의 차이에 관한 놀라운 통찰을 하기에 이른다. 그는 이중 틈 실험에서 간섭 패턴이 어떻게 발생하는가라는 질문에 흥미를 느꼈다.
뉴턴 물리학에 따르면, 입자 각각은 발사지점에서부터 영사막까지 잘 정의된 단일한 경로로 이동한다. 입자가 이동하다가 우회하여 두 틈 각각의 근방을 방문할 여지는 없다. 반면에 양자 모형에 따르면, 입자는 출발점과 종착점 사이에 있는 동안 확정된 위치가 없다. 이 상황은 오히려 입자가 출발점과 종착점을 잇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거친다는 뜻일 수도 있다. 바로 이것이 양자물리학과 뉴턴 물리학의 차이점이라고 파인만은 단언했다. 양쪽 틈의 상태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은 입자가 확정된 단일 경로를 거치지 않고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거치기 때문이다.
입자 하나가 위치 A에서 출발하여 아무 힘도 받지 않으면서 움직이는 간단한 과정을 상상해보자. 뉴턴의 모형에서 그 입자는 직선 경로로 움직일 것이며, 우리는 특정한 미래 시점에 그 직선상의 정확한 위치 B에서 그 입자를 발견할 것이다. 파인만의 모형에서 양자적인 입자는 A와 B를 잇는 모든 경로를 시험하면서 각 경로에 대응하는 “위상(位相, phase)"이라는 수를 수집한다. 그 위상은 파동의 주기 안에서의 위치를 말해준다. 입자가 위치 A에서 출발하여 B에 도달할 확률 진폭을 계산하는 파인만의 방법은 A와 B를 잇는 모든 경로 각각에 대응하는 위상들을 합하는 것이다.
파인만의 이론은 더 일반화되어 단지 입자 하나가 아니라 “시스템”이 산출할 가능성이 있는 결과들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었다. 시스템의 초기 상태와 나중에 우리가 그 시스템의 속성들을 측정하여 얻은 결과와의 사이에서 그 속성들은 어떤 식으로든 진화하게 되는데, 물리학자들은 그 진화를 시스템의 “역사”라고 부른다.
이대문에 파인만의 방법은 양자물리학에 대한 “역사들의 합(sum over histories)"의 정식화 또는 ”대안 역사들(alternative histories)"의 정식화라고 한다.
양자원리 중 또 다른 핵심은 시스템의 진로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관찰하는 것”만은 불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양자물리학은 관찰을 하려면 관찰자가 관찰 대상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관찰이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우리의 생각은 “과거”라는 개념과 관련해서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다. 뉴턴의 이론에서 과거는 확정된 사건들의 연쇄로서 존재한다. 하지만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현재에 대한 우리의 관찰이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관찰되지 않은) 과거는 미래와 마찬가지로 불확정적이며 다만 가능성들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우주는 양자물리학에 따르면, 단일한 과거 혹은 역사를 가지지 않는다. 시스템의 과거가 확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당신의 현재 관찰이 시스템의 과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학자 존 휠러는 이 사실을 극적으로 강조하는 이른바 “뒤늦은 선택 실험”을 고안했다.
5. 만물의 이론
우주와 관련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우주가 이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까닭은 우주가 과학법칙들에 의해서 지배되기 때문이다. 곧, 우주의 행동은 모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1687년 출판된 뉴턴의 중력법칙은 우주의 모든 물체가 다른 모든 물체를 자신의 질량에 비례하는 힘으로 끌어당긴다고 말했다. 중력 다음으로 관련 법칙 혹은 모형이 발견된 우주의 측면은 전기력과 자기력이었다. 이 힘들은 중력과 유사하게 행동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같은 종류의 전하들이나 자석의 극들은 서로 밀어내고, 다른 종류의 전하들이나 자석의 극들은 서로 글어당긴다는 것이다. 이 힘들은 중력보다 훨씬 세지만, 우리는 보통 일상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데, 그것은 거시적인 물체가 지닌 양전하와 음전하의 개수는 거의 같아서 물체들 사이의 전기력과 자기력은 대개 거의 0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는 몇 년 전의 덴마크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의 “전자기력”의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전류가 자기장을 일으킬 수 있다면 자기장도 전류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고 추론했다.
패러데이가 이룩한 지적인 혁신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장(力場, force field)이라는 개념이다. 패러데이는 대상을 움직이려면 원격작용이 아니라 무엇인가가가 그 대상과 접촉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전하들과 자석들 사이의 공간이 보이지 않는 관(tube)들로 채워져 있고, 그 관들이 물리적으로 서로 밀고 당긴다고 가정하고, 이를 역장이라고 명명했다. 오늘날 우리는 모든 힘이 장(場, field)에 의해서 전달된다고 믿는다.
1860년대 스코틀랜드 물리학자 제임스 클럭 맥스웰은 패러데이의 생각을 발전시켜 전기력과 자기력을 “전자기장”(電磁氣場, electromagnetic field)이라는 동일한 존재의 두 가지 표현으로 기술하는 방정식을 만들었다. 맥스웰은 전기력과 자기력을 하나의 힘으로 통합한 것이었다. 그는 빛이 전자기파라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맥스웰이 발견한, 전기장과 자기장을 기술하는 방정식들은 오늘날 맥스웰 방정식이라 불린다.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맥스웰 방정식은 상업적으로 가장 중요한 방정식이다. 그것들은 가전 제품에서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온갖 전기기계의 작동을 지배할 뿐 아닐, 마이크로파, 전파, 적외선, X선등과 같은 빛 이외의 다른 전자기파들을 기술한다.
맥스웰 방정식등에서 얻은 광속이 지구를 기준으로 측정한 속도라고 믿을 근거는 없다. 광속은 그때까지 탐지되지 않았지만, 온 우주에 충만한 발광 에테르(luminiferous ether) 혹은 줄여서 에테르라는 매질을 기준으로 삼은 속도라는 것이다. 에테르는 원래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상 근처를 벗어난 우주에 가득 차 있다고 믿은 물질의 이름이었다. 만일 에테르가 존재한다면,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돌 때 에테르 속에서 운동할 것이다. 만일 지구가 에테르 속에서 운동하고 있다면, 빛의 속도가 계절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그 운동을 탐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1887년 마이컬슨과 에드워드 몰리의 실험에서는 기대한 측정값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에테르 모형을 살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이는 1905년에 “운동하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를 발표한 26세의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이 논문은 특히 광속이 일정한 속도로 운동하는 모든 관찰자들에 대해서 동일해야 한다는 간단한 전제를 채택한다.
비행 중인 제트 비행기의 내부에서 당신이 제트 비행기 안에서 공을 바닥에 떨어뜨리면, 기내의 관찰자는 공이 거듭 튀어오르면서 매번 같은 지점에 떨어진다고 판단할 것이다. 반면 지상의 관찰자는 공이 떨어지는 지점들 사이에 큰 간격, 즉 비행기가 이동한 거리만큼의 간격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이상야릇한 상황이다. 두 관찰자가 동일한 물리적 과정을 보면서도 시간을 다르게 측정하니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시간 간격에 대한 측정 결과는 이동 거리에 대한 측정 결과와 마찬가지로 측정을 하는 관찰자에 따라서 달라진다는 놀랍지만 논리적인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이른바 “특수상대성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을 이해하기 위핸 중요한 열쇠들 중의 하나이다.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정지와 운동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도 절대적이지 않음을, 뉴턴이 생각한 절대적인 시간은 있을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아인슈타인의 논문은 물리학자들에게 엄청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광속이 모든 기준 틀에서 동일하다고 전제할 경우,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은 시간을 공간의 세 차원과 별개로 취급할 수 없게 만들고, 오히려 시간과 공간은 얽혀 있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평범한 세 차원인 좌/우, 앞/뒤, 위/아래에 네 번째 차원으로 과거/미래를 추가해서 한꺼번에 다루어야한다. 물리학자들은 그렇게 결합된 시간과 공간을 “시공”(時空, space-time)이라 부른다. 이는 좌/우, 앞/뒤, 위/아래가 관찰자의 방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방향도 관찰자의 속도에 따라서 달라짐을 의미한다.
얼마 후,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상대성이론과 조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이론을 발표하는데, 이것은 11년 후에 개발한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중력의 개념은 뉴턴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며, 기존의 생각과 달리 시공이 평평하지 않고 질량과 에너지에 의해서 휘어진다는 혁명적인 생각을 기초로 삼는다.
시공의 휘어짐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좋은 방법은 지구의 표면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뉴욕에서 마드리드로 여행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두 도시의 위도는 거의 같다. 만일 지구의 표면이 평평하다면 가장 짦은 여행경로는 곧장 동쪽으로 향하는 경로(5,966km)일 것이다. 하지만 지구의 표면은 휘었기 때문에, 평면 지도에서는 곡선이고 따라서 더 길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더 짧은 경로(5,802km)가 존재한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은 질량이 시공을 휘어지게 한다는 사실의 귀결이다. 물체는 측지선(測地線, geodesic)을 따라서 이동하는데, 휘어진 공간에서 측지선은 평평한 공간에서의 직선과 마찬가지로 두 점 사이의 최단경로이다. 따지고 보면, 직선은 평평한 공간에서의 측지선이며, 대원은 지구 표면에서의 측지선이다. 물질이 없을 때, 4차원의 시공에서 측지선은 3차원의 공간에서의 직선과 같다. 그러나 물질이 있어 시공이 휘면, 그 시공에 대응하는 3차원 공간에서 물체들의 경로도 휜다.
맥스웰의 전자기이론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들은 물리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켰지만, 뉴턴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고전이론들이며, 원자와 아원자의 규모에서 이러한 고전이론들은 관찰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양자이론들을 사용해야 하고, 각각의 고전이론들에 대응하는 양자버전이 필요하게 된다.
일부 법칙들은 양자적이고 다른 법칙들은 고전적이어서는 일관성이 없으므로, 모든 자연법칙들의 양자버전을 발견해야 한다. 그렇게 자연법칙들을 양자적으로 기술하는 이론들을 일컬어 “양자장이론”(量子場理論, quantum field theory)이라고 한다.
1. 중력(gravity) : 자연의 네 가지 힘 가운데 가장 약하지만, 먼 거리까지 미치며 우주에 있는 모든 것에 인력으로 작용한다. 큰 물체들에서는 중력이 다른 모든 힘들을 압도할 수 있다.
2. 전자기력(Electromagnetism) : 먼 거리까지 미치며 중력보다 훨씬 강하지만, 전하를 띤 입자들에만 작용한다. 부호가 같은 전하들 사이에서는 척력, 부호가 반대인 전하들 사이에서는 인력이 작용한다. 큰 물체들에서는 척력과 인력이 대개 상쇄되어 효과가 없지만, 전자기력은 모든 화학과 생물학의 토대이다.
3. 약한 핵력(weak nuclear force) : 방사능의 원인이며 별들과 초기 우주에서 원소들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이 힘을 경험할 수 없다.
4.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 : 원자핵 내부의 양성자들과 중성자들, 쿼크를 묶어놓는 힘이다. 강한 핵력은 태양과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에너지의 원천이지만, 일생생활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
전자기장을 다루는 양자이론, 양자전기역학(quantum electrodynamics, QED)은 1940년대에 리처드 파인만 등에 의해서 개발되어 모든 양자장이론의 모범이 되었다. 양자전기역학에서 역장은 보존(boson)이라는 다양한 기본입자들로 이루어졌는데, 보존들은 입자들 사이를 오가며 힘을 전달하는 힘 운반 입자들이다. QED에 따르면, 전하를 딘 입자들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은 광자 교환을 통해서 기술된다.
파인만이 개발한 시각적 표현법은 역사들의 합에 포함된 항들 각각을 시각화할 길을 제공한다. 기 결과로 산출되는 그림은 파인만 도표(Feynman diagram)라고 불리며, 현대물리학에서 중요한 도구의 하나이다. QED에서 모든 가능한 역사들의 합은 파인만 도표의 합으로 표현될 수 있는데, 이 도표들은 전자 두 개가 전자기력으로 서로를 밀쳐낼 때 채택할 수 있는 방식들 중 일부를 표현한다.
강한 핵력은 QCD, 곧 양자색역학(陽子色力學, quantum chromodynamics)이라는 이론에서 재규격화될 수 있다. QCD에 따르면,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다른 많은 기본입자들은 쿼크들로 이루어졌고, 쿼크들은 물리학자들이 “색”(色, color),이라고 명명한 진기한 속성을 가졌다. 쿼크들의 색은 적색, 녹색, 청색 이렇게 세 가지이다. 게다가 각각의 쿼크는 반입자 짝꿍을 가졌는데, 그 짝꿍 입자들의 색은 반(反)적색, 반(反)녹색, 반(反)청색이라 불린다.
쿼크들과 반쿼크들은 다양하게 조합될 수 있는데, 오직 최종 색이 없는 조합만이 독립적인 입자로 존재할 수 있다. 중립적 쿼크 조합을 얻는 방법은 두 가지 인데, 색과 반(反)색은 상쇄된다. 또 세가지 색(또는 반색)이 다 모이면, 최종 색은 없어진다.
약한 핵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한 물리학자들은 1970년대 강한 핵력을 추가로 통합하는 이른바 대통일이론을 고안했다. 하지만, 이러한 대통일이론들은 관찰 증거에 의해서 뒷받침되지 않았으므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표준모형이라는 임시 방편적인 이론을 채택했다.
양자중력이론은 개발하기 훨씬 어려운데, 양자중력이론에 등장하는 무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초중력(supergravity)이다. 이는 초대칭성(超對稱性, supersymmetry)과 관련이 있다. 물리학어세 대칭성이라는 말은, 공간 속에서의 회전이나 좌우반전 등의 특졍한 변환을 해도 시스템의 속성들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대칭 개념은 초중력이론이 만들어지는 대에 결정적인 구실을 했지만, 그보다 몇 년전에 이른바 끈이론(string theory)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되었다. 끈이론에 따르면 입자는 점이 아니라 진동의 패턴이다. 그 이론들은 시공이 4차원이 아니라 10차원일 때에만 일관적이다. 시공이 10개의 차원들이 있다면, 우리가 4개의 차원들 외에 나머지 차원들을 감지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끈이론에 따르면, 나머지 차원들은 아주 작은 공간속에 아주 작게 돌돌 감겨 있어서 우리에게 감지되지 않는다.
차원의 문제 외에도 적어도 다섯 개의 서로 다른 끈이론들이 있고, 나머지 차원들이 감기는 방식들은 수백만 개가 있다. 이는 끈이론이 유일무이한 만물의 이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난처한 문제이다. 그러나 1994년을 전후하여 사람들은 이중성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이론들과 나머지 차원들의 감기기 방식들이 동일한 4차원 현상을 기술하는 서로 다른 방식들에 불과한 것을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섯가지 서로 다른 끈이론들과 초중력이론을 근사이론들로 거느렸다고 생각되는 더 근본적인 이론은 이른바 M이론이다. 이 명칭에서 "M"은 “거장(master)", 또는 ”기적(miracle)" 또는 “수수께끼(mystery)"를 뜻할 수 있다.
M이론이 단일한 정식화로 존재하건 아니면 그물망으로 존재하건 간에, 우리는 이론의 몇 가지 속성을 알 수 있다.
첫째, M이론은 10차원이 아니라 11차원 시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M이론은 진동하는 끝들과 더불어 점 입자들, 2차원 막들, 3차원 덩어리들, 그리고 시각화하기가 더 어렵고 더 많은 차원들을 차지하는 다른 대상들까지 수용할 수 있다. 이 모든 대상들을 p-브레인이라고 부른다.
M이론의 법칙들은 내면 공간이 어떻게 감기느냐 하는 데에 따라서 결정되는 다양한 가시적인 법칙들을 가진 다양한 우주를 허용한다. M이론의 해들이 허용하는 내면 공간은 다양하며 어쩌면 그 개수가 무려 10의 500승에 달한다.
M이론이 가시적인 법칙들의 집합을 10의 500승개나 허용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우리는 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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