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밥 먹고 정치 좀 잘하라고 기름 진 평택쌀 가져 왔다."
10일 오전 11시. 대추리 주민 일곱 명이 '구속자 석방, 미군기지이전 전면 재협상' 등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6일 째 단식 농성 중인 평택범대위 대표 문정현 신부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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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평택쌀을 전달하겠다"며 이를 막는 경찰에 항의하는 대추리 주민 황필순씨. ⓒ민중의소리 |
구속된 김지태 팽성주민대책위원장의 어머니인 황필순(76)씨는 더욱 야윈 문정현 신부를 보자 처절한 마을 상황과 아들의 구속, 세 번째 추방 위협에 시달리는 인생 역정 등이 한꺼번에 복 받친 듯, 문 신부를 부여 잡고 오랫동안 곡을 하며 울먹였다.
궂은 날씨로 더욱 황량스러운 문 신부의 단식 농성장을 보며 마음이 아픈 것은 다른 주민들도 마찬가지. 그러나 서로의 모습을 확인한 이들은 곧 담소를 나누며 잃었던 기운을 되찾아 갔다.
주민들은 농성장 바닥에서 열린 미사에도 문신부와 함께 참여 했으며, 논으로의 출입이 철조망에 막히면서 채 심지 못한 어린 모와 평택쌀 한 단지를 봉헌했다.
미사에 참석한 천주교 신도 60여명과 주민들은 이 어린 모를 문 신부 잠자리 바로 옆 정원에 심었다.
황필순씨는 서울 도심 맨 땅에 심어지는 모를 보며 "지금은 논에 물을 들여 놓았다가 한 반 달 있다가 물을 다시 빼서 비료와 농약을 줘야 하는 때다. 그래야 7월 중순 넘으면 이삭이 패이는 건데, 지금 그러기는 커녕 심어 놓은 보리도 못 거두고 있으니..."라며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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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가져온 모가 농성장 한 켠에 심어지고 있다.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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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또 가지고 온 평택쌀 단지를 들고 "대통령에게 좋은 쌀 먹여서 정치도 다시 잘 하게끔 해야 한다"면서 청와대로 향했으나 이내 경찰들에게 제지 당했다.
'홧병이 도지는 것 같아 다시는 경찰들 욕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는 주민들은 그러나 '서울에서나 평택에서나 변함 없이 속썩이는' 경찰들에게 한 바탕 악을 쓰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먼길을 앞둔 주민들은 이내 농성장으로 돌아왔다.
농성장에 처음 방문하면서 눈물을 짓던 주민들은 "이렇게 문 신부를 보고 실컷 울고, 청와대 앞에서 소리도 지르고 했더니 답답했던 심정이 뻥 뚫린 듯 하다"며 환한 표정으로 문 신부와 인사를 나누고 평택으로 돌아갔다.
골룸반 수도회 김종근 신부와 천주교 신도 60여 명도 단식 중인 문 신부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고, 그를 뒤따르는 실천을 다짐하며 문 신부의 단식농성장 앞에서 미사를 열었다.
한편 이미 기력이 쇠약해진 상태에서 단식을 시작한지 6일 째에 접어든 문정현 신부는 건강상태 역시 급속히 악화되는 중이어서 주변의 걱정을 사고 있다.
특히 문 신부는 심한 협심증을 앓고 있는 중이라 강한 성분의 심장약을 복용 중인 상태. 그러나 단식을 시작하고 부터는 약을 먹자니 복통에 시달리고 끊자니 발작이 찾아 오는 등 문신부는 매우 고통스러운 상태에 처해 있다.
어지러움증도 점점 심해간다는 문 신부는 "단식 전에는 하루에 3갑씩 태우던 담배도 이제는 몸이 받아 주지 않는다"며 "오늘(10일)은 여태 단 두가치만 피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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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성주민들과 문 신부가 함께 미사를 올리고 있다.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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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앞에서 열린 미사. ⓒ민중의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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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부를 붙잡고 울음을 터뜨린 황필순씨. ⓒ민중의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