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은 무섭습니다.

[최종민]

잘 계시지요?
저는 한국섬선교회 최종민입니다. 환태평양선교회 가족들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요즘 날씨가 참 변화무쌍합니다.
섬도 다른 곳과 다를 것이 없답니다.
장마기간에는 비가 없고 대신 안개가 하루종일 바다를 덮고 있었습니다.
장마끝에 며칠 불벼락이 떨어져 머리가 몽롱하기까지 하더니 그것도 잠깐, 이번에는 물벼락이랍니다.
그것으로 끝이 난게 아니라 지금은 태풍으로 섬을 쓸어(?)버렸답니다.
동해안과 남동쪽만 괜찮고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 인천의 섬들은 혼이 났습니다.
완도에 있는 저희 선교선(방주11호)은 뱃머리가 부서지기도 했습니다.
그 외 다른 곳은 피해가 없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동안 제가 게을러서 편지를 자주 못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부지런히 여러분을 만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저희 선교회는 선교선이 어럿 척 있습니다.
이곳 운항책임자(섬 목사, 전도사)께서 드리는 편지 한 통을 첨부하였습니다.
편지를 쓴 김홍윤 목사님은 경남 사천시 마도의 마도교회를 목회하면서
방주6호를 가지고 인근 무교회 섬들을 순회 전도하고 있습니다.
신도, 저도, 별학도, 진도, 월등도, 등근섬 등 6개 섬입니다.
인구는 1세대 혹은 2세대, 많아야 10세대 정도인 작은 섬들입니다.

무더운 여름에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을 보내십시오.
박에녹 목사님께서는 집회 시 오고가는 길을 조심하시구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최종민 드립니다.

		뉴스에서는 이곳에 집중호우가 내린다고 예보를 합니다. 지리산 일대는 경보, 이곳은 주의보가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 드디어 장맛비가 장대같이 쏟아집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언제나 들려오는 꾀꼬리소리 대신 쏴-하는 비 소리와 쿵쾅하는 뇌성소리로 시끄럽습니다. 한 순간 희뿌연 비구름 속으로 섬이 사라져버립니다. 배들이 총총히 묶여 쉬고 있는 선창이 배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습니다. 아니, 제가 살고 있는 섬 마을이 빗속에 가라앉아 버렸습니다. 골목골목은 강줄기가 되어버리고 빗물은 콸콸콸 굉음을 지르며 바다로 바다로 세차게 헤엄쳐 흘러갑니다. 이제 바다는 이미 바다가 아닙니다. 사방에서 쏟아져 나온 빗물, 흙탕물들이 다 점령해 버리고 자기들만의 놀이터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더 큰일은 남강댐입니다. 지리산 일대에 호우경보가 내렸으니 지금쯤 댐의 문을 열고 이곳 사천만으로 엄청난 민물과 흙탕물, 그리고 지리산 인근을 씻은 모든 땟국 물들을 마구 쏟아 붓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7월 1일부터 금어기가 풀리자 문어잡이 어부들이 문어잡이 단지를 바다에 투하하고 문어잡이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문어가 풍년이어서 올해는 더 큰 기대를 가지고 더 많은 단지를 준비하여 작업을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문어가 없다는 군요. 큰일이지요. 지난겨울이 너무 추워 수온이 떨어져 문어가 얼어죽었다느니, 태풍이 일찍이 와서 남강댐 문을 여는 바람에 민물과 황톳물로 인해 문어가 다 죽었다느니 의견이 분분합니다. 제 생각에는 후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전에도 태풍 때에 남강댐 문을 열고 민물과 흙탕물을 방류했을 때 문어들이 다 죽어 없어지고 멸치잡이 죽방렴도 쓰레기더미로 다 무너지는 것을 봤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 섬마을은 산이나 계곡이 없어 냇가도 없고, 저수지도 없답니다. 그래서 물길을 따로 만들지 않아 비가 오면 평소 걸어 다니는 골목길을 물에게 내어준답니다. 갑작스런 폭우가 한꺼번에 많이 내리면 문제가 생기겠지만 웬만한 비는 내리는 대로 곧 바로 바다로 흘러가 버리기 때문에 바닷물이 쳐들어오는 해일이 없는 한 큰 물난리는 없답니다. 그러나 6년 전에만 해도 비가 내리기만 하면 사택은 물받이 그릇들이 이곳저곳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예배실은 한강이 되어 장판지를 거둬내고 물을 퍼내느라고 비지땀을 흘려야만 했습니다. 지금은 비가 아무리 많이 쏟아져도 그런 걱정 없이 그저 편안히 빗줄기를 바라보면서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묵상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답니다. 참! 감사하지요. 참! 고맙지요. 재건축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가난한 교회 사정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들으시고 여러 교회들과 성도님들의 마음을 감동시키셔서 아름답고 튼튼한 건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할렐루야!! 기도해 주시고 헌금을 보내주신 모든 교회와 성도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이제 그만 비가 그쳤으면 합니다. 이대로 비가 계속 내리면 내일 주일날 휠체어를 타시고 오시는 유집사님과 삼천포 시내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바다를 건너서 오시는 유집사님의 며느리 배집사님이 오실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습하여 바닥은 미끌미끌하고 벽면에는 곰팡이로 얼룩이 지고, 텃밭에 여름 배추와 달랑무(총각무)와 상추가 다 녹아 버리겠는데 이제 그만 비가 그쳤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 김홍윤 드립니다.(방주6호 운항책임자, 마도교회 목사)
	묶여 있던 배들과 함께 바닷가 선창은 구름 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리고, 섬 마을은 장대 빗속에 가라앉아 버렸다. 골목길을 내리는 빗물에게 내어주니 곧 즉시 바다로 흘러가 버린다. 빗물에 흙탕물까지, 바다는 이미 바다가 아니다. 이제 그만 비가 멈추기를...

[박에녹]

태풍이 올때마다 섬선교를 위해 애쓰시는 최종민목사님이 걱정됩니다. 그리고 섬에 사시는 분들이 더욱 걱정되구요... 모두 모두 제발 아무 탈없이 잘 지내셔야 할텐데...
기도하겠습니다.

[박옥경]

올해는 유난히도 장대비가 많이 내립니다. 지금도 내리고 있는데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