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이후 한국사진의 새로운 지형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한국사진은 130여년을 지나면서 사회문화적인 상황, 제도의 변화, 작품의 경향 및 미학 등에 따라서 여러 차례 분기점이 있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최초로 등장한 1920년대에는 일본사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기 때문에 그들과 마찬가지로 흔히 말하는 살롱사진이 주류적인 경향이었다.
그 후 1945년에 해방이 되고나서도 전체적인 흐름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임석제를 비롯한 몇 몇 사회주의 성향을 가진 사진가들은 사회적인 현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1950년부터 3년 동안 한국전쟁을 겪으면서는 임응식을 비롯한 일부 사진가들은 사회적인 의식을 갖게 되면서 사진에 대한 미학적인주관도 변모했다. 특히 1957년에 경복궁미술관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켄이 기획한 ‘인간가족展’이 전시되면서 그에 영향을 받은 새로운 세대들은 현실을 반영하는 사진 찍기를 하게 된다. 이 전시의 정치적인 기획의도와는 무관하게 한국사진가들은 새로운 사진경향으로 인식한 결과이다.
1960년대부터는 현실을 기록한 ‘생활주의사진’ 이라고 일컬어지는 사진경향이 주류적인 흐름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의 사진들도 과거의 ‘회화주의 살롱사진’처럼 공모전사진형태로 수용되어 미학적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생활주의사진과 미국의 저널리즘사진 그리고 다큐멘터리사진은 1960년대 당시의 일부 젊은 사진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어 현재까지도 사진의 순수성과 스트레이트포토에 대한 교조주의적인 미학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스트레이트포토를 주창한 미국에서도 1960년대 이후부터는 표현의 자율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진이 주류적인 경향으로 자리 잡고 있는데, 미국근대사진의 영향을 받은 50대 이상 일부 사진가들은 신앙처럼 내재화되어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1970년대 한국사진은 유신독재로 인하여 표현의 자율성이 많이 위축되었지만 육명심, 홍순태한정식 등 이론으로 무장한 최초의 세대들이 사진아카데미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사진전공자들이 늘어나면서 미미한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또한 대학사진동아리에서도 학구적인 태도로 사진에 접근하여 사진문화발전에 공헌했다. 대학사진동아리는 대학사진학과의 비중이 커지기전인 1980년대까지 한국사진문화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후 1980년대에는 새로운 변화의 물길이 일어났다. 파인힐 갤러리를 비롯한 사진전문 화랑이 개관했고, 해외에서 사진을 전공한 사진가들도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흐름이 조금씩 감지되었다. 또한 포토291, 월간 사진예술 등 공모전사진을 주류로 수용한 기존의 사진매거진과는 다르게 이론과 새로운 사진경향을 반영하는 전문지가 창간되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에는 본격적인 현대화, 세계화, 국제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국사진은 문화적으로 큰 변동을 거쳤고 본격적으로 사진전문가들이 사진문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이후 2000년대부터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지형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이 기존의 예술제도에 수용되어 50대 이하 젊은 사진가들은 과거와는 다르게 폭 넓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사진제도 내부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동강국제사진제를 비롯하여 국제성을 표방한 사진행사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2006년에 첫 행사를 개최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10년에 별도법인이 출발하면서 외형적으로는 가장 큰 사진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 행사는 이제 곧 10년이 된다. 또 다른 도약을 할 때가 되었다. 그 전제 조건이 독자적인 예산확보와 사무국의 안정이다. 사진 행사 외에도 사진상과 사진가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사진제도 외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을 수용하는 대형화랑 및 미술관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2007년 이후 두 번째로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하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특히 다큐멘터리사진가가 수상자라는 것은 어느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좀 더 생산적인 일이 되려면 이제 막 40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이 작가가 앞으로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작업과 행보를 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사진은 사진전공자나 사진을 베이스로 작업을 하는 사진가들만의 소유가 아니다.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 특히 미디어 아트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가 사진이다. 이러한 사진제도의 내외부적인 현실을 배경으로 새로운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지난 1990년대 초반이후 1950년대에 출생한 사진가들이 한국사진문화를 오랫동안 주도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는 1960년대 후반에 출생한 사진가들이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미술대학출신의 작가들도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이면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들도 30대, 40대 작가들이다. 이들은 탈 사진제도를 통하여 국내외적으로 폭 넓은 활동을 펼치려고 한다. 물론 일부 사진가들은 여전히 사진제도에만 머물고 있어 안타깝다.
하지만 1970년생 이하 젊은 사진가들은 새로운 문화적인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폭 넓게 활동한다. 사진가들 외에도 기획자, 이론가, 평론가 등도 기존의 50대 이상은 퇴조를 하고 있고, 1960년대 후반이후에 출생한 40대 후반이하 세대들이 점차적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면서 자리매김해나가고 있다. 새로운 세대들에 의해서 새로운 물결이 조용히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제도와 영역을 초월하여 새로운 사진문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미지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 이미지의 중심에 사진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한 시대에 사진문화가 좀 더 발전하고 성숙해지려면 문화의 하행평균화를 경계해야 한다. 일시적으로 역사가 퇴행 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진보하고 있는 것이 인류의 역사다. 그것은 사진문화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한 사진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깊은 철학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대라는 얘기다.
포토저널 10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