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건을 놓고 역사를 되돌아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역사적 사건의 이면에는 필시 그 원인과 결과에 해당하는 ‘결정’들이 있게 마련이다. 특정 결정이 원인이 돼 역사적 사건이 일어나기도 하고, 사건의 결과물로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을 불러온 김일성의 남침이 전자의 경우라면, 거역할 수 없는 민주화의 열기 속에 내려진 6·29 선언은 후자의 대표적 사례다.
때문에 역사적 결정은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적 사건보다 훨씬 심층적일 수밖에 없다. ‘역사탐험’은 이러한 취지에서 우리 역사를 보다 심층적으로 진단해 보는 특집 기획을 마련했다. 역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국사의 물꼬를 바꾼 역사적 결정’을 묻자는 것이었다.
이번 설문은 기존의 역사 관련 설문과 몇 가지 점에서 차별화된 것이었다. 우선 사건을 중심으로 순위를 매기는 객관식 설문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한 점이다. 심도 있는 결과를 얻을 목적에서 주관식 5개씩의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정했다. 그 결과 설문 응답률이 당초 목표치보다 낮았지만, 각각의 응답은 나름대로 유의미한 것이었다.
각자가 생각하는 역사적 결정을 적되, 그렇게 보는 이유를 함께 적도록 한 것도 이번 설문의 특징이었다. 이는 응답자들이 답변을 작성할 때 나름대로 신중을 기하도록 함과 동시에 우리 역사 전문가들의 역사의식과 사관도 함께 진단해 보자는 취지에서였다.
조사 결과 응답 빈도가 가장 높았던 결정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였다. 전체 응답자 101명 가운데 51명이 이를 지목했다. 정치·사회적 배경에서 행해진 역사적 결정이 숱하게 많았음에도 문화적 의미가 더 강한 훈민정음 창제가 최대의 역사적 결정으로 손꼽힌 것은 다소 의외였다.
이는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를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인 동시에, 역사를 반드시 정치나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볼 일은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2위는 37명이 답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었다. 무엇보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면서 500년 동안 지속된 조선왕조 개국의 직접적 계기가 된 점을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한글 창제가 긍적적 평가 일색이었던 데 비해, 위화도 회군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아 이채로웠다.
군대를 되돌림으로써 만주 고토 수복의 기회를 포기하고 말았다는 의견이 특히 많았다. 역사에 미친 영향이 컸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회군 결정 자체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는 양상이었다.
이 밖에 ▷김춘추의 나당동맹 체결(33명) ▷박정희의 5·16 쿠데타(31명) ▷전봉준의 동학농민전쟁 선포(29명) ▷광종의 과거제 도입(27명) ▷정중부 등의 무신의 난(25명) ▷장수왕의 평양 천도(24명) ▷김일성의 한국전쟁 도발(22명) ▷선조의 ‘동의보감’ 저술 지원(20명)의 순으로 높은 응답 빈도를 보였다.
11위부터 20까지는 ▷김재규의 박정희 암살(19명) ▷박정희의 경부고속도로 건설(18명) ▷전두환의 12·12 쿠데타(17명) ▷김대중과 김정일의 남북정상회담 결정(15명) ▷안두희의 김 구 암살(14명) ▷대원군의 쇄국정책(12명) ▷서 희의 소손녕과 담판 및 강동 6주 획득(11명) ▷이승만의 5·10 단독선거 강행(10명) ▷한국 정부의 올림픽 유치 결정(8명) ▷서인 세력의 인조반정(7명) 등이 차지했다.
20대 역사적 결정을 시대별로 보면 근현대사가 절반인 10개를 차지해 최근에 있었던 것일수록 영향력이 큰 것으로 인식됨을 느끼게 했다.
고대에서는 단군의 고조선 건국, 북부여 동명성왕의 창업, 광개토대왕의 남진정책 등을 지목한 응답이 많아 민족의 ‘뿌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신라의 삼국통일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소정방의 신라 군사 처벌을 강력히 반대했던 김유신의 결정도 ‘한국사를 바꾼 결정’으로 거론돼 눈길을 끌었다.
고려시대의 결정은 후삼국 시절 왕건의 대 신라 유화정책에서부터 고려말 강경 개혁파의 토지개혁 단행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고루 안배돼 있었다. 조선시대에서는 한양 천도, 왕자의 난 등 개국 초기의 결정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지목됐다. 결정의 주체로는 ‘동의보감’ 저술 지원, 10만 양병설, 여진의 원군 제안 거부 등으로 선조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채로웠다.
근현대의 역사적 결정은 해방 이전과 이후가 골고루 포함됐다. 인물별로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 가운데, 2002년의 월드컵 개최가 가장 최근에 나온 역사적 결정으로 꼽혔다.
최근의 경제난을 반영하듯 ▷이병철의 반도체 생산 결단(현대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생산 결정으로 21세기 한국의 주요한 성장 동력이 됨) ▷정주영의 중공업 진출(한국 경제 발전의 기틀이 된 자동차·조선 등 중공업 발전의 기틀 마련) 등도 한국사를 바꾼 결정으로 지목돼 눈길을 끌었다.
관련기사
• 한국사 흐름 바꾼 10大 결정
• 문화 중시, 자주·독창성에 높은 점수
• 역사 판도 바꾼 '숨은 결정들'
• "민족주의 사관 강하게 반영됐다"
• 같은 역사, 상반된 평가
■ 설문조사 어떻게 진행했나?
‘한국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적 결정’을 묻는 설문의 모집단은 역사 전공 교수, 관련 연구기관 종사자 등 350명으로 정했다. 이들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 역사의 결정 5가지를 선정하고, 각각의 선정 이유를 밝혀 달라’는 설문지를 이메일과 팩스로 보내고 작성된 설문지를 같은 방법으로 회수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
설문은 지난 11월 초순부터 약 15일 동안 진행됐으며, 총 101명이 응답했다. 답변 가운데는 ‘결정’보다 ‘사건’에 가까운 것이 적지 않았다. 행위의 주체가 분명한 결정으로 해석되는 답변만 취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위에서 정리한 20위까지는 응답 빈도가 모두 7건 이상이었으나 그 이하의 응답들은 빈도수가 급격히 낮아졌다. 주관식 설문의 특성상 응답자들의 성향에 따라 답변이 분산되는 현상이 나타나, 단 한 명만 답한 결정도 상당수에 달했다. 이처럼 응답 빈도가 낮은 20위권 이하의 답변에 대해 순위를 매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 이들 소수 답변은 시대별로 정리하기로 했다.
■ 설문응답자 명단
고석규 목포대 사학과 교수
구자성 부천여고 교사
권내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권영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경수 청운대 교수
김대환 구덕고 교사
김동수 전남대 사학과 교수
김미희 장성생활정보고 교사
김병기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김세봉 단국대 동양학연구소 전문연구원
김순석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
김인호 경성대 교양과정부 전임강사
김일권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연구위원
김종혁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김창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선임편수연구원
김풍기 강원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현정 상지영서대 강사
김희곤 안동대 사학과 교수
나각순 서울시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
도진순 창원대 사학과 교수
문철영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
민경현 고려대 서양사학과 교수
민덕기 청주대 역사학과 교수
박기수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박문교 충암고 교사
박병식 가라민족문화연구원 학술고문
박성봉 경북대 사학과 교수
박성수 국제평화대학원대학교 총장
박소연 전주대 교수
박옥걸 아주대 사학과 교수
박용운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박종석 외국어대 강사
박진태 대진대 사학과 교수
박진호 디지털 복원 전문가
박한제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박화진 부경대 사학과 교수
박 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
복기대 단국대 석주선기념박물관 학예연구원
사공득 홍명고 교사
서길수 고구려연구소 회장
손승철 강원대 사학과 교수
송기호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송호수 개천학회장
신경현 충암고 교사
신동규 강원대 사학과 강사
신상용 목포대 사학과 교수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신형식 이화여대 교수
원영환 강원향토문화연구회
원 철 영남대 사학과 교수
유재춘 강원대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
육낙현 백산학회 총무
윤내현 단국대 사학과 교수
윤동진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
윤명철 동국대 사학과 교수
이길상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이동현 중앙일보 전문위원
이민원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위원
이상배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
이상협 서울시 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
이성무 전 국사편찬위원장
이영춘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원
이이화 역사문제연구소 고문
이재범 경기대 사학과 교수
이정신 한남대 사학과 교수
이주천 원광대 사학과 교수
이형우 영남대 국사학과 교수
이희근 역사학자
장두홍 충암고 교사
장보웅 전남대 명예교수
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정구복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정병철 전남대 사학과 교수
정연식 서울여대 사학과 교수
정제원 숭의여고 교사
정창현 국민대 교양학부 교수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
조범환 서강대 박물관 연구교수
조병만 전주고 교사
조한경 부천 중흥중 교사
주채혁 강원대 사학과 교수
진태하 명지대 국문과 교수
최광식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최동일 괴산 연풍중 교사
최맹식 문화재청 전문위원
최병헌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최봉룡 한국정신문화연구원 대학원 박사과정
정문연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위원
최용범 역사작가
최진옥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
최태선 충암고 역사교사
최호균 상지영서대 교양과 교수
하문식 세종대 역사학과 교수
하정용 송광사 성보박물관 연구원
허동현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허영란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허흥식 정문연 연구위원
홍윤진 충암고 역사 교사
홍진호 한양대 사학과 전임강사
황은영 강원대 중앙박물관 조교 <총101명>
.
월간중앙 2004년 01월 01일 338호 / 2004.01.12 11:26 입력 / 2004.01.12 11:47 수정
첫댓글동북아 역사와 세계사 흐름을 바꿀 큰 일은 [한글만 쓰기 이룸] 일 것이다. 우리가 한글만 쓰기를 이룰 때 우리 나라는 불 같이 일어날 것이고 동북아 역사와 세계사 흐름을 바꾸어 놓을 거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술들들을 빛나게 만들고 온누리도 빛나게 할 것임을 굳게 믿는다. 나는 ...
첫댓글 동북아 역사와 세계사 흐름을 바꿀 큰 일은 [한글만 쓰기 이룸] 일 것이다. 우리가 한글만 쓰기를 이룰 때 우리 나라는 불 같이 일어날 것이고 동북아 역사와 세계사 흐름을 바꾸어 놓을 거다. 한국의 정치 경제 문화 과학 예술들들을 빛나게 만들고 온누리도 빛나게 할 것임을 굳게 믿는다.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