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다. 주말에 카페에서 기사 작업을 하다가 끼니를 홀로 때워야 해서 홍대입구역 근처의 한 돼지국밥 전문점에 찾아갔다. 국밥 한 그릇을 시켜놓고 한창 먹는데 한 무리의 외국인 관광객이 식당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한참 살피던 이들은 종업원에게 영어로 “채식 메뉴는 없느냐”라고 물었다. 종업원의 대답은 “No”. 당연하게도 돼지국밥 전문점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은 다시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메뉴는 없느냐”라고 물었다. 아마도 다들 답을 알 것이다. 가게 이름은 ‘돈수백’. 아마도 이름만 보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뭘 파는 곳인지 감이 오지 않아서 벌어진 해프닝이었으리라. 만약 여기가 ‘돼지국밥’이라는 메뉴를 파는 곳임을 알았다면 애초에 저들은 이 곳에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내가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다. 한국을 찾은 당신이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진짜’ 맛집을 찾는 효율적인 방법을 소개해 주기 위함이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진짜 맛집'을 찾아가려면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 기자가 되기 전인 학생 시절 다수의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그중 하나가 일명 ‘맛집 리뷰 블로그’였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올렸는데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몇 차례 노출되며 방문객이 확 늘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 글이 올라왔을 때는 하루에 5만 명 가까이 들어오기도 했다. 나중에는 업체에서 먼저 “와서 식사를 하고 리뷰를 남겨달라”라고 연락해왔다. 호기심에 수락했고, 그렇게 ‘무료 시식’ 라이프가 시작됐다. 그렇게 가본 식당은 맛있는 곳도 있었지만 썩 맛있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렇다고 ‘공짜 밥’을 얻어먹었는데 마냥 나쁜 이야기만 쓸 수는 없는 노릇. 그럴 때는 리뷰에 최대한 음식 맛에 대한 설명을 자제했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검색하면 나오는 맛집 리뷰의 절반 이상은 이런 식으로 쓰인 것이다. 단언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내가 그 시스템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뉴스에도 가짜 뉴스와 진짜 뉴스가 있는 것처럼, 맛집에도 가짜 맛집과 진짜 맛집이 있다. 한국어를 조금이라도 할 줄 안다면 한국 포털 사이트에서 ‘맛집’을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의 맛집 정보는 네이버와 다음, 특히 네이버에 가장 많다. 대부분의 정보가 네이버 블로그에 있고, 이 블로그는 네이버의 폐쇄적인 검색 정책상 구글에서 검색하면 잘 나오지 않는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홈페이지. / 사진제공 미쉐린가이드서울 일단 내가 돈이 좀 있고, 맛도 있으면서 적당히 분위기도 있는 곳에서 식사하고 싶다면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서 레스토랑 정보를 얻는 것이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돈 낸 만큼 기본 이상은 한다. 대신 이렇게 입소문을 탄 가게들은 사람이 많이 몰리기에 예약하지 않으면 제때 밥을 먹기 힘들다. ‘블루리본 서베이’는 1년에 한 번 나오다 보니 최신 정보에는 취약하지만 블루리본이 문 앞에 도배돼 있는 식당이라면 기본 이상의 맛은 보장한다.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구글 맵’과 ‘트립어드바이저’를 유용하게 썼다. 그러나 한국에서라면 이 두 서비스를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외국과 달리 구글 맵에 식당이 많이 없거나 있어도 리뷰가 거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춘천 여행을 가서 트립어드바이저를 켰는데 식당이 몇 개 나오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다. 네이버에서는 리뷰가 50개 넘게 쓰여 있는 레스토랑이 구글 맵에서 검색하면 아예 안 뜨기도 한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 / 사진제공 SBS tvN 예능프로그램 <수요미식회>. / 사진제공 tvN 말 그대로 ‘한국에서 유명한 식당’에 다녀왔다는 티를 내고 싶다면 네이버나 다음에서 지역 이름 뒤에 ‘백종원 삼대천왕 맛집’이나 ‘수요미식회 맛집’이라는 키워드를 붙여 검색하라. 띄어쓰기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3대 천왕>과 tvN <수요미식회>는 한국에서 꽤 인기 있는 음식 프로그램이다. 한 번 소개된 맛집은 몇 달간 문전성시를 이루기 때문에 “나만의 숨은 맛집을 방송사에 빼앗겼다”며 분노(!)하는 사람들도 많다. 먹고 나서의 반응은 대부분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네”이지만, 밥시간을 피해서 가면 줄을 서지 않아도 되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먹으면 맛있는 곳들이다. 두 프로그램은 애초부터 숨은 맛집을 발굴한다기보다는 지역에서 이미 어느 정도 소문난 곳에 찾아가서 촬영하기 때문이다. 다만 채널A 시사고발프로그램 <먹거리 X파일>은 경우가 조금 다른데, ‘먹거리 X파일 착한식당’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식당들은 선정 기준이 단순히 ‘맛’보다는 ‘얼마나 자연식에 가까운지, MSG를 넣지 않았는지’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맛을 좋아한다면 다소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 맛집 검색을 할 때에는 ‘가짜 맛집’과 ‘진짜 맛집’ 리뷰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에 내가 맛집을 찾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이태원에서 뭔가를 먹을 생각이라면 ‘이태원 맛집’이라고 검색한다. 예전에는 ‘이태원 맛집 오빠랑’이라는 검색어가 인기였다. 여자 친구들이 남자 친구(오빠)와 데이트하러 가서 올린 맛집이니 돈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고 맛도 있을 거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그러나 발 빠른 업체들이 자기들이 쓴 광고 글에도 저 단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재미있게도 네이버에서 ‘이태원 맛집 남편이랑’으로 검색하면 검색 결과가 6000여 건이지만 ‘이태원 맛집 오빠랑’으로 검색하면 1만 3000여 건이 넘는 결과가 뜬다.
일단 이태원 맛집을 검색하면 지도와 맛집 리스트가 보일 것이다. 잠깐, 이렇게 검색하자마자 바로 뜨는 식당은 포털 사이트에 비용을 지불하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일부는 진짜 맛집이지만 일부는 아니다.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장사에 놀아나는 ‘호구 고객’이 되지 말자. 검색한 후 나온 식당 중 끌리는 곳이 있다면 반드시 클릭해서 하단의 별점을 확인하자. 비슷한 시기에 좋은 별점이 너무 몰려 있으면 ‘알바’를 풀었거나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품평단’을 모집했을 확률이 높다. 다년간 괜찮은 리뷰가 쌓였다면 비교적 가서 실패할 확률이 낮다.
블로그에서 맛집 리뷰를 클릭해서 읽다 제일 밑에 ‘이 글은 OOO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글입니다’라고 쓰인 걸 발견했다면 너무 내용을 맹신하지 말자. 대학생 때 ‘무료 시식’ 라이프를 즐기던 나 같은 상황에서 쓰인 글이라 객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 메뉴판이나 매장 분위기를 사진으로 살펴보는 정도로 만족하고 다른 글로 넘어가자.
오직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맛을 원한다면 체인점은 피하라. 체인점이 맛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평균적인 맛은 보장해 주지만 어느 지역에 가서 먹어도 똑같으니 전국에 체인점이 있다면 굳이 여기 이 지점에서 먹을 필요가 없다. 식당이 체인점인지 아는 방법은 상호 뒤에 ‘공덕역점’ ‘광화문점’ 등의 지역명이 붙는지 보는 것이다. 이게 없다면 단일 매장이다. 요즘에는 ‘있어 보이려고’ 단일 매장인데도 뒤에 저렇게 붙이는 경우도 있다.
맛집 검색 애플리케이션 ‘망고플레이트’ / 사진제공 해당 애플리케이션 맛집 검색 애플리케이션 ‘다이닝 코드’. / 사진제공 해당 애플리케이션 맛집만을 전문적으로 검색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한국에서는 ‘망고플레이트’와 ‘다이닝 코드’가 대표적이다. 망고플레이트는 맛집 검색 및 추천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이다. 이용자가 등록한 리뷰와 평점을 기반으로 별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자가 꽤 있어서 리뷰도 많은 편이고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맛집, 파인 다이닝에 대한 정보는 빈약한 편이다. ‘다이닝 코드’는 빅데이터로 맛집을 검색해주는 곳이다. 블로그 리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맛집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를 같이 보여주는 게 장점이다. ‘혼밥 하기 좋은 곳’ ‘데이트하기 좋은 곳’ 등의 연관검색어 덕에 분위기를 파악하기 좋다. 다만 빅데이터 수집에는 함정이 있으니 ‘알바’나 ‘품평단’을 쓴 맛집이면 블로그 리뷰글이 많을 수밖에 없어서 옥석을 가려내려면 최근 3개월 정도의 리뷰를 읽어봐야 한다. ‘위생이 별로다’ ‘불친절하다’는 내용이 있으면 ‘맛있다’는 평가가 있어도 피했다. 최소한 ‘지뢰’를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맛집은 찾아가기 전에 네이버나 다음에서 상호명으로 검색해보고 가장 최근의 리뷰가 며칠자인지 확인하자. 한국에서 자영업을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한 달 전까지 리뷰가 있던 디저트 집이라 찾아갔는데 바로 전 주에 망해서 없어진 경우도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무조건 가기 전에 검색해보고 전화해본다. 특히 제주도를 여행하고 있다면 검색에 이어 전화통화가 필수다. 일주일에 띄엄띄엄 3~4일만 여는 카페도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를 비롯한 주요 여행지의 식당은 포털 사이트에 명시한 브레이크 타임과 구글 맵에 나온 브레이크 타임이 달라 혼란을 주기도 한다. 어느 정도 인기 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자체 SNS를 운영하고 있다. 귀찮더라도 손가락 몇 번 더 움직여서 해당 업체 SNS에 들어가 그날의 공지나 메뉴를 확인하길 바란다. 그래야 헛걸음 하지 않을 수 있다.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