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화중진대표작가전 특별인터뷰/9.8/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전통과 현대는 이분법이 아닌 하나의 양식
오늘날 한국문인화의 양식적 현주소를 살펴보고 미래양식에 대한 방향성 모색을 위해 본지가 기획한 한국문인화중진작가전은 중진문인화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전시에 초대된 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문인화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
*한국문인화의 양식적 측면에서 전통성과 현대성에 대한 견해는?
김영삼 : 문인화는 전통적인 가치를 터부시 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킬수 있는 고급예술인데 작가조차도 고전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현대성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
황외성 : 전통문인화가 지닌 좋은 요소들을 타분야에서 많이 채용하고 있다. 전통에만 매몰되어 있기 때문에 열매는 타분야에서 수용하니 아쉽다. 면과 색으로 성급하게 덤비니 문제이다.
주시돌 : 매미가 7년 동안 땅속에 있다가 죽을 때는 울고 죽는다. 아직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너무 성급하게 현대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재영 : 문인화가 지닌 장점들, 예를 들면 선비정신 등 전통성을 바탕에 깔고 작가별로 개성을 살려서 현대성을 살려나갈 때 현대인들의 호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무호 : 전통에 대한 확실한 이해와 거기에 바탕을 둔 현대성 추구가 바람직하다. 전통적인 것에 대한 충분한 학습이 있어야 비로소 현대성에 대해서 길이 열린다고 보면 될 것이다.
백준선 : 현대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작가들 스스로 전통적인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장르로 크로스를 통한 현대성 확보에도 문을 열어놓아야 비로소 현대인과 호흡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시형 : 역으로 보면, 현대성은 가장 전통적인 수련이 극점에 이르면 저절로 길이 열릴 것이다. 전통 속에 현대성이 있는 것이다. 밖에서 구하지 말고 안에서 구해볼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곽영수 : 소재와 표현의 다양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통위주의 작업은 자칫 현대인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전통성은 무시하고 현대성만 추구하자는 말은 아니다.
김연익 : 고전을 보고 엄청난 임화를 한 뒤에 현대성을 말할 수 있다. 충분할 정도로 고전을 연마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현대적인 측면만 강조하다보면 설땅을 잃을수도 있다.
김홍자 : 소극적인 현대성보다 적극적인 현대성확보로 지평을 확대해야한다. 감각이나 화면양식도 진부한 추종에서 벗어나 작가별로 특색있는 양식확립과 새로운 실험적인 시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에게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이다.
*문인화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비젼은?
김영삼 : 소재의 확대는 바람직한데 기초에 대한 생각이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 후에 문인화의 전통성과 시대성을 살려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성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이라야지 최근 일각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혼돈상태가 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앞서가는 작가들이 후배들에게 숨을 고르면서 문인화의 비젼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주시돌 : 현대에 이르러 언어는 각종 외국어를 배우는데 반해 우리 그림인 문인화는 입문때부터 전통이 제대로 학습되고 있지 않아 안타깝다. 전통 문인화에 들어있는 좋은 요소들을 찾아 우리 것으로 승화시켜야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황외성 : 필묵의 정신이 살아있는 다양한 분야로 문인화의 영역확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는 단순히 소재나 형식의 문제가 아니고 정신적인 면과 시대여건이 반영된 작가의 심미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재영 : 한국적인 정체성을 살려나가야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김무호 : 문인화가 지닌 특성을 잘 살려서 현대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살려나갈 때 미래성이 있을 것이다.
김연익 : 충분히 미래에도 문인화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작가들이 뼈를 깎는 노력이 있어야 될 것이다.
김홍자 : 조금씩 문인화영역의 프리즘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군자에만 매달려서는 폭이 좁아질 우려가 있다.
곽영수 : 소재의 확장과 표현의 개방화, 그리고 장르구분이 해체되어야 더 넓은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백준선 : 문인화에 내재된 사의적인 측면은 현대회화의 추상성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이런 부분들이 활성화된다면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장르로 거듭날 것이다.
김시형 : 먹이 주는 깊은 울림, 전통 사군자에서 풍기는 고아한 분위기, 격조있는 화풍으로 품위를 유지하는 작가, 이런 요소들은 쉽진 않지만 분명히 경쟁력있는 문인화 고유의 장점이자 비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중점을 둔 내용과 앞으로 계획은?
김영삼 : 이번에는 감상자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제작했다. 채색을 했지만 여백처럼 사용했고, 야광안료로 꽃을 그려넣어서 불을 끄면 보이도록 해 보았다. 어둠속에 핀 꽃, 그리고 낮에 보는 초록계통의 화사한 색채를 통해 은일하게 숨어있는 군자와 같은 조형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다. 앞으로 계획은 서양화 팦아트계열의 작가와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데 동양과 서양의 회화가 한 화면에 배치됨으로써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 이 작업으로 홍콩아트페어에 초대되어 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보고자 한다.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김무호 : 이번 작업에서 내용상으로는 뜻은 숨기고 마음은 비울수록 정신과 합일되는 화면을 보이려고 했다. 기법적인 측면에서는 전통산수화를 문인화적인 기법으로 단순화 하고 여백을 살려 의경미를 표출하려 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들을 정리하고 선별하여 그 핵심적 내용들을 추출해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려고 한다. 가까운 시간에 지금까지의 화업을 회고하는 전시를 할 예정이다.
황외성 : 이번 출품작에서는 선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다양하고 섬세하게 표현해 보았다. 선만으로도 작품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켰고, 어떻게 하면 화면을 많이 비울 수 있을까 고민을 해 보았다. 마치 야구선수의 직구라고 할까. 다른 잔재주를 부리지 않은 순수한 화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앞으로 노정은 순수한 회화본질과 종이의 맛을 잘 융합시키는 게 단기적인 과제이고, 인물과 풍경을 어색하지 않게 한 화면에 배치하여 한 차원 높은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이 장기적인 과제이자 희망이다.
근처 시골로 들어가서 고추농사를 해 가면서 자연환경에서 느낀 점을 그대로 살려나가면서 작품으로 옮겨 보려고 한다.
주시돌 : 출품작은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그 일단을 보인 것이다. 서예와 문인화의 조화를 모색했고, 자연속 다양한 식물들과 현대인의 시각을 고려했다. 앞으로는 화훼와 사군자가 지닌 깊은 울림에 더 깊이 천착하면서 나의 시각이 더 많이 실린 작품을 보이도록 연구할 작정이다.
이재영 : 이번에는 삼베와 황토라는 재료를 가지고 실험했다. 아직도 실험중이지만 지속적으로 도전을 해 볼 생각이다. 이런 재료를 통해 우리의 토착적인 정서를 찾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전통 사군자 위주의 작품에서 한 발 문호를 넓히기 위해 따가운 채찍을 얻을 생각으로 작품을 했다. 객관적인 평도 들어서 용기를 얻었다. 앞으로 더 연구를 해서 문인화의 정체성과 정신성이 살아있으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제작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김시형 : 사군자에서 풍기는 운치를 수묵위주로 표현해 정신성을 전하려고 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화목을 통해 그것이 지닌 의미를 함축적인 조형메시지로 화면에 드러내 보았다. 앞으로 전통문인화가 지닌 장점을 나름대로 화폭에 옮기면서 안동 전원생활의 아름다움을 생활속에서 얻어가면서 그림으로 재현해 보려고 한다.
곽영수 : 이번 작품전에서는 도자기에 사군자를 비롯한 다양한 소재들을 그 동안의 필력으로 옮겨보았다. 대형 병풍 몇 점에는 사의적인 문인화의 특징과 여백을 살린 화면구성을 통해 심원한 의경을 전하려고 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한 소재에 실험적인 표현을 해봄으로써 독자적인 문인화가의 길을 걷고자 한다. 관심과 격려를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백준선 : 출품작에서는 동서양회화의 융합을 모색한 현대적인 작업을 해 보았다. 여름날 정원에서 보여지는 다양한 수목과 화초들의 생동함을 나의 조형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앞으로 변함없이 동서양회화의 장점을 취사선택하여 나만의 정체성이 들어있는 작품창작을 위해 붓질을 계속하려고 한다.
김연익 : 문인화의 전통적인 구도와 배치에서 변화를 모색해 보았다. 무엇보다 문질빈빈의 차원에서 그림에 어울리는 화제를 선문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도 外師造化 中得心源의 자세를 바탕으로 삼아 서예와 가장 잘 어울리는 전통문인화의 격조있는 문기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김홍자 : 이번 전시 작품의 컨셉은 문자도이다. 문자 가운데 갑골문을 택해 조형성을 살렸고, 내용은 논어, 노자, 장자 등 평소 좋아하는 글귀를 골랐다. 이집트 벽화에서 본 오래된 고풍스러운 느낌을 푸른색조로 살렸고, 한지 위에 찍고 쓰거나 바르면서 구성해 보았다. 형체는 살아져도 흔적이 남는 그런 이미지를 전하려고 했다. 앞으로도 구상과 추상이 공존하고 고대와 현대가 공존하며,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지고, 서예와 회화가 융합된 그런 느낌들을 지속적으로 발현시켜나가고자 한다.
사회 및 정리 : 정태수(월간 서예문화 편집주간, jts2003@hanmail.met)
* 이 글은 월간서예문화 2012년 10월호에 실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