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뮌헨까지 가는 9시간 남짓동안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잠을 푹 잤다. 마눌만.....
난 중간에 여권 검사를 받으러 온 세관원들과 인사하고 도장받고, 체코승무원과 독일 승무원의 교대에 맞춰 둘러보러 오는 소리에 깨어 문을 열고 인사를 하고, 다시 잠을 청하고....잘 못잤다...ㅡ.ㅡ
마눌은 위대하다....잘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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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착한 뮌헨역. 아침 7시경 도착했다. 역시 크다....
혹시 퓌센을 아시나요? 에어콘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절반만 아는 곳이고, 디즈니랜드 성을 얘기한다면 당신은 70%만 아는 것이다. 이제 퓌센을 얘기하려 한다....했지만 또 다른 얘기를 먼저 하면...
아침에 뮌헨역에 도착한 우리는 올만에..진짜 올만에 버거킹을 가기로 했다. 사실 외국 나가면 철저히 현지 음식만 먹자는 생각을 하는 우리지만 그 아침에 먹을게 진짜 없었다.
그래서 버거킹에서 배낭객답게 쪼잔한 세트 하나(사실 이것도 입구에서 할인 쿠폰을 줘서 먹으러 간 것이다)를 사서 나눠먹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근데....아까부터 자꾸 신경이 쓰이는 커플 하나....일본인지 우리나라애들인지...옆 건너 테이블에서 햄버거 하나 먹으려 하는 모양인데 술 퍼먹은 듯한 독일애들한테 시비 아닌 취조를 당하는 듯 하다.
'이걸 아는 척 말아...만약 했는데 일본 애들이면 뻘쭘하자나...하지마.....아냐, 한국애들이 분명해 독일애들한테 삥 뜯기는 중이야 가서 도와줘....' 이렇게 나의 머리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싸우고 있는 동안 마눌은 햄버거를 맛나게 다 먹어 버렸다...ㅡ.ㅡ 난 감자튀김만 먹으라는 것이냐....나도 배고프다.....
결국 지나가다 물어보는 척 하며 "한국에서 오셨나봐요" 물어보니 역시 한국인이다. 독일애들이 말 거는데 귀찮아 하던 중이었단다...'내가 보기에는 삥뜯길 뻔 한 것인데...ㅡ.ㅡ
이들은 우리만큼 과감하게 유럽 여행을 떠나 온 남매지간, 진짜 누나(표민씨, 이름을 잊어 먹었다 ㅡ.ㅡ) 동생지간이다. 새벽에 뮌헨에 떨어져 역에서 노숙을 하고 방황을 하던 어린 양으로 우리가 퓌센간다니 함께 간다고 쫄쫄 따라 붙었다. 흐흐흐. (표민씨 이 글 혹시 보더라도 화내지 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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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에 도착해 먼저 배를 채우자고 들어간 식당. 각자 하나씩 여러 음식을 시켜 나눠먹었다. 간이 뷔페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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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론리에 표시된 유스를 찾아가자는 마눌의 극성 아닌 극성에 30분 정도 걸어 숙소를 잡고, 표민씨 남매와 함께 디즈니 성, 정식 이름이 노이슈반인 성으로 가기로 했다. 마을에 있는 중세시절 죄인을 벌하던 기구에 들어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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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은 많이 보셨을 것이다. 디즈니랜드 성의 기초가 되었다는 노이슈반성. 원래 이 곳 성주가 자신만을 위해 지었다고 하는데 완공을 못 보고 쫓겨났다나 붜라나..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쨋든 그림속의 성이며, 이날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 진짜 이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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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을 보기 위해서는 약 50미터 높이의 나무 다리위에서 봐야 하는데 삐걱 소리가 들리고, 나무다리 아래로 협곡이 뻔히 보이는 곳이라 심장 약한 분들은 가지 못한다. 우리 마눌도 원체 이런거 못가는 성격이라 눈 감고 내 손잡고 5걸음 갔다가 3초만에 다시 돌아간 곳이다. 그래도 이러한 비경은 마리엔다리 아니면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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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 무쌍한 남매의 누나인 표민씨와 마눌...잘 지내고 있을지..어쩌면 시집 갔을지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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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성 건너편 산에 지은 호엔성. 상대적으로 안 이뻐서(누구는 모텔이라고도 했음) 인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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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엔다리까지는 우리처럼 셔틀버스를 타던가 사진처럼 마차를 타야 한다. 물론 마차가 더 비싸다. 그래서 우리같은 배낭객들은 말이 지나가며 싸놓은 말똥을 보기만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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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성에서 내려오면 있는 알프씨. 알프스같이 이쁘다고 지은 모양인데, 이쁘긴 했다. 이쁜 호수와 뒷 모습만 이쁜 또리와 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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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민씨와 동생(진짜 미안한데 이름이 안 적혀 있음 ㅡ.ㅡ)을 위해 마트에서 쏘세지와 치즈, 야채, 과일을 사서 샌드위치를 만들어 저녁 겸 만찬 겸 내일 아침을 만들었다. 사실 배낭객들은 더치페이가 기본이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어디 그런가...이국에서 배낭객들을, 그것도 나보다 어린 사람 만나면 왠지 뭘 하나라도 사줘야 하고, 먹여줘야 기분 좋아지는 아름다운 풍습을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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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시 저녁과 내일 도시락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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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호스텔에서 잔 다음 날 먼저 출발하는 표민씨 남매를 버려두고(?) 우리 부부는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로 했다. 퓌센은 자전거 도로가 잘 짜여 있어 산 속과 마을, 호수변을 따라 시원하게 달릴 수 있게 되어 있다.
다만 유럽애들 체형에 맞추었는지 안장은 높고, 얍실하게 생겨서 나같은 전형적인 동북아사람은 엉덩이에 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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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웃고 있지만 역시 엉덩이 문제로 아파하는 마눌. 그래도 퓌센의 시골길은 여유와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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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낮의 더위를 식혀주는 퓌센의 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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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하이킹을 마치고 뮌헨으로 돌아가는 기차. 마눌은 여행중에서 프라하와 함께 연속으로 날씨의 축복을 받았다며 마냥 행복한 모습이다. 그러나 엉덩이는 아픈 중이다. ^^
<출처 : ★배낭길잡이★ 유럽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