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몸의 작은 이상에도 촉각이 곤두서는 엄마들. 병원에 가자니 '오버'인 것 같고, 그냥 있자니
꺼림칙한 몇몇 증상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시, 안짱다리, 혀 짧은 소리. '크면 저절로 좋아진다'는 주변의 말에도 안심할 수 없는 엄마들에게 전하는 단비 같은 정보.
◆ 아이 눈이'사시'같아요
▷ 왜 사시 증상이 나타날까?
사시는 두 눈이 동시에 한 물체를 볼 수 없는 상태로,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소아기에 흔한 질환으로 100명당 4명 비율로 나타난다. 사시 방향에 따라 검은 동자가 안쪽으로 돌아가는 '내사시'와 바깥쪽으로 돌아가는 '외사시', 위로 올라가는 '상사시', 아래로 내려가는 '하사시' 등으로 구분한다. 유사 내사시는 생후 6개월 이내, 원시와 관련된 내사시는 2~3세, 외사시는 2~3세 이후에 많이 생긴다.
생후 6개월 이내 나타난 내사시를 가리켜 '유아 내사시'라 하는데, 눈의 검은 동자가 매우 심하게 눈 안쪽으로 돌아가 있는 상태로 조기 수술이 필요하다. 어릴 때 생긴 사시를 방치하면 두 눈을 동시에 쓰지 못하기 때문에 양안시(입체시)가 발달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뇌의 시각 중추에 생긴 변화는 회복되지 못하지 때문이다. 결국 한 눈으로만 물체를 보게 되고 사시인 눈을 쓰지 않아 '약시'가 된다.
▷ 언제까지 지켜볼까?
어린아이의 '사시'는 크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 있었던 사시가 없어지는 경우는 세계 학회에 보고될 정도로 매우 드물다. 어린 아기는 코가 낮기 때문에 코쪽의 피부가 눈을 덮어서 마치 사시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를 '가성내사시'라고 하는데 마치 사시처럼 보이지만 자라면서 없어진다.
일반인이 아기의 가성내사시 여부를 알기는 어렵기 때문에 만약 조금이라도 '사시'가 의심되면 곧바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결과 사시로 판정되면 적절한 시기에 교정을 해 주어야 한다. 이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약시 등 시력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정확한 눈 상태를 모른 채 호전을 기다리는 것은 금물. 생후 2개월 이후에도 아이 눈이 몰려 보이면 바로 소아안과에 가서 내사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햇빛 비치는 곳에서 한쪽 눈만 찡그리거나 눈썹이 검은동자를 찌른다면 '외사시'일 가능성이 있다.
▷ 어떤 치료를 받을까?
유아내사시는 생후 6개월경까지 지켜보아 내사시가 지속되고 사시각이 줄어들지 않을 때 수술을 실시한다. 모든 사시 치료의 일반적인 과정은 먼저 굴절검사를 해서 근시, 난시, 원시가 있으면 안경을 착용하고 이후 시력검사에서 약시가 있으면 약시 치료를 한다. 모든 치료를 마친 후에도 사시가 계속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사시 수술은 눈동자를 덮고 있는 결막을 조그맣게 절개하고 이를 통해 한 눈 또는 두 눈의 근육을 수술하는데, 아이들은 전신마취를 하게 된다.
외사시는 안대로 눈을 하루 2~4시간씩 가려 좋아지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개 가림을 중단하면 다시 외사시가 심해진다. 안경이나 가림 치료에도 불구하고 외사시가 지속될 경우, 눈동자가 바깥쪽으로 쏠려 있는 시간이 생활하는 시간의 50% 이상인 경우, 외관상 좋지 못한 경우 역시 수술이 필요하다. 사시가 있는 눈을 사용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약시는 건강한 눈을 가림으로써 강제로 약시안(시력이 약한 눈)을 사용하게 해 시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효과적이다. 모든 치료가 끝났는데도 사시가 교정되지 않으면 전문의와 상의해 사시 교정수술을 결정한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의 눈이 몰려 보일 때 임의로 '가성내사시'라고 판단하지 말고 안과에서 진찰을 받아 사시 여부를 정확히 아는 것이 우선이다. 간혹 주변에서 자녀가 사시인지 조심스레 물었던 경험이 있다면 주저 말고 안과로 가야 한다. 매일 아이를 보는 엄마는 사시 상태를 정상인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가성내사시 판정을 받았더라도 크면서 아이 눈이 더 몰려 보이고 상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다시 안과를 찾아 재확인을 해야 한다. 가성내사시였다가 시간이 지나 실제 내사시나 외사시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
▷ 아이가 TV에 바짝 다가간다면?
아이가 TV에 바짝 다가가거나 찡그리면서 보는 경우, 또 책을 눈에 가까이 대고 본다면 '근시'일 가능성이 높다. 근시는 말 그대로 가까운 곳의 물체는 잘 보지만 먼 곳의 물체는 잘 못 보는 상태. 만약 안과에서 근시 판정을 받으면 안경을 써서 두 눈의 교정시력을 정상으로 해주어야 한다. 교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눈이 발달하지 않고 약시가 될 수 있다.
◆ 다리가 안쪽으로 휘었어요
▷ 왜 다리가 휘는 걸까?
'안짱다리'는 일반적으로 휜 다리를 말한다. 무릎이 안으로 휜 X자 다리를 '외반슬'이라 하며, 반대로 O자 다리를 '내반슬'이라고 한다. 내반슬이나 외반슬이 심한 경우 미관상 좋지 못하고, 무릎에 통증이나 관절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다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약간 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상적으로도 신생아는 약간의 내반슬로 태어나 3~4세에는 오히려 외반슬이 됐다가 점차 펴지기 시작해 약간의 외반슬 상태로 어른이 된다.
따라서 만 3세 이전 약간의 내반슬은 정상 발달이며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된다. 걸을 때 발끝의 방향이 걷는 방향의 안쪽으로 향하는 '내족지 보행(안짱걸음)'은 역시 아이들에게 흔한 증상이다. 자궁에서 태아의 다리는 꽈배기처럼 꼬여 있다가 태어날 때는 넓적다리가 안쪽으로 45도 정도 비틀린 상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15~20도로 호전되기 때문에 걸음마 초기에 약간의 내족지 보행은 정상이다. 내반슬이나 내족지 보행과 관련된 유전적인 인자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별다른 치료 없이 4~6세 이후 자연적으로 좋아지는 경우가 90% 이상이다.
▷ 언제까지 지켜볼까?
몸의 다른 곳에 이상이 없이 건강하다면 3세까지 두고 볼 수 있지만 화농성 관절염, 뇌성마비, 비타민 D 결핍, 외상에 의한 성장판 손상, 또래보다 유난히 키가 작은 경우, 양측 다리가 비대칭으로 휜 경우 등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정형외과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이가 3세 이후에도 내반슬과 내족지 보행이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더 심해질 경우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 어떤 치료를 받을까?
질병으로 인해 휜 다리는 우선 원인이 되는 질병의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영양 결핍에 의한 구루병의 경우 영양소 보충으로 교정할 수 있고, 화농성 관절염으로 인한 뼈의 손상이나 외상에 인한 성장판 손상의 경우는 수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3세 이후 내반슬이 호전되지 않으면 보존 치료를 하거나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성장기 아이들은 '성장판 유합술'이라는 간단한 수술 치료로 교정이 가능하다. 내반슬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가 다양하고 치료법 또한 많기 때문에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의들은 휜 다리나 내족지 보행으로 병원을 찾는 아이들 대부분이 정상 범주에 속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미리부터 지나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검증되지 않는 교정 보조기구 착용은 주의해야 한다. 실제 병적인 안짱다리는 정형외과적 치료를 통해서만 교정이 가능한 경우가 많으므로 전문의와 상의를 거쳐 치료 방향을 결정 할 것. 평소 W자로 앉는 아이에게 책상다리로 앉게끔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 아이의 평발이 의심될 때는?
발 안쪽은 아치 형태로 되어 효과적으로 체중을 지탱하는데 이 아치가 없는 것이 '평발'이다. 신생아 때는 아치가 없다가 보통 3~4세경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가 평발이더라도 잘 뛰어놀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개 특별한 치료 없이 6~7세까지 지켜봐도 괜찮다.
증상이 있더라도 심하지 않은 경우는 교정 깔창 등으로 치료하고, 심한 경우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 아기처럼 혀 짧은 소리를 내요
▷ 왜 혀 짧은 소리를 낼까?
말소리를 정확히 내기 위해서는 소리를 변별하는 능력('가, 까'를 다른 소리인지 같은 소리인지 변별하는 능력)과 청력, 혀와 입술, 입천장, 잇몸 같은 조음기관의 구조와 운동 능력 등이 관여한다. 실제로 혀가 짧은 경우(설소대 단축증)는 혀를 내밀었을 때 혀끝이 하트 모양이며, 혀끝을 올리는 게 잘 되지 않는다. 혀를 올려서 발음하는 ㄹ 소리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해 '라면'을 '나면'으로 발음하곤 한다. 또한 혀끝을 윗니 뒤쪽 잇몸에 올려 마찰시켜 발음하는 ㅅ 소리도 정확하게 내기 힘들어 '사탕'을 '타땅'이라고 할 수 있다.
▷ 언제까지 지켜볼까?
어린아이가 '혀 짧은 소리'를 낸다고 해서 무조건 조음장애 또는 발음장애로 볼 수는 없다. 발달 과정상 오류를 보이는 특정 음을 발음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 3세 아이가 '사과'를 '따과'라고 발음하거나 '우유 다 먹었어요'를 '우유 다 머거떠요'라고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직 ㅅ 발음을 할 수 없는 연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음기관에 문제가 없는 3~4세 아이가 ㅅ, ㄹ 소리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할 경우엔 6세까지 기다려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만 4세가 되어도 '가방'을 '다방'이라고 하는 등 ㅂ 계열과 ㄱ, ㄲ, ㅋ 발음 오류가 계속된다면 전문기관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한 만 4세가 넘었는데도 또래 친구나 주변 사람들이 아이의 부정확한 발음으로 소통의 어려움을 느낄 때도 치료가 필요하다. 참고로 우리나라 아이들의 말소리 발달 연구에 따르면 2~3세에는 비음과 ㅂ 계열, ㄷ 계열 말소리를 습득하고, 3~5세에는 ㄱ 계열과 ㅈ 계열 말소리를 습득한다고 한다. ㄹ은 5~6세, ㅅ은 6~7세에야 완전히 습득한다.
▷ 어떤 치료를 받을까?
혀의 구조상 문제가 있다면 설소대를 자르는 수술을 하지만 혀가 조금 짧아 보이더라도 혀끝으로 윗입술과 아랫입술에 묻은 요구르트를 다 훑어 먹을 수 있고 좌우 움직임이 가능하면 언어치료만으로 발음 교정이 가능하다. 아이의 발음 오류 유형을 분석하고 조음점을 알려주어 입안에서 정확한 혀의 위치를 찾거나 마찰, 파찰 하는 훈련 등을 한다.
▷ 어떻게 해야 할까?
집에서 지나치게 발음 연습을 시키면 아이가 말하는 것 자체를 거부할 수 있으므로 강요는 절대 금물이다. 아이의 발음에 오류가 있을 때는 정확한 말소리를 강조해서 들려주면 된다.
예컨대 아이가 "엄마, 따가 다 머거떠요"라고 한다면 조금 강조해서 "아, 사~과 다 먹었어~요?"라고 틀린 발음을 정확하게 다시 들려주기만 해도 발음 교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말을 잘하는 형제자매가 아이의 말을 대신 해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발음이 불명확하더라도 상대가 알아들을 때까지 방법을 달리해 스스로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아이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교정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 아이 말이 더딜 때는?
말이 늦게 트이는 경우 생후 30개월을 기준으로 언어 이해력이 정상이고, 또래와 비슷한 성장 발달을 보이고, 표현 어휘가 '엄마', '아빠', '물' 등 4개 이하라 하더라도 몸짓으로 표현하는 어휘가 많다면 3세까지 지켜봐도 된다. 하지만 이후에도 표현 어휘가 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가 없는지 전문가에게 상담 받을 것. 생후 30개월 미만이더라도 이해하는 언어 발달이 늦고, 놀이 발달이 또래에 비해 눈에 띄게 더디다면 언어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 Checklist
∴ 소아 안과에 가야 하는 경우
□ 생후 2개월 이후 한쪽 눈의 시선이나 초점이 바르지 못하다. □ 생후 3개월이 지났는데 엄마 눈을 못 맞춘다. □ 생후 3~6개월 아이가 고개를 가누면서 사물을 볼 때 고개를 기울이고 본다. □ 만 2~6세 아이가 TV를 앞으로 바짝 다가가서 본다. □ 아이가 걸을때가 되어도 잘 걷지 못하고 자주 넘어진다. □ 눈을 자주 찌푸리거나 깜빡인다. □ 햇빛에 한쪽 눈만 찡그린다. ※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소아 안과에 가야 합니다.
∴ 소아 정형외과에 가야 하는 경우
□ 양쪽 다리가 비대칭으로 휘었다. □ 외상으로 성장판이 손상됐다. □ 만 1~5세 아이가 아침 나절 혹은 앉거나 누워있다 일어나서 몸을 움직일 때 갑자기 아파한다.
□ 만 6~7세가 넘었는데도 평발이다. ※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소아 정형외과에 가야 합니다.
∴ 언어치료기관에 가야 하는 경우
□ 만 3세가 넘었는데 표현 어휘가 4개 이하다. □ 만 3세가 넘었는데 ㅂ 계열과 ㄷ 계열 발음을 제대로 못한다. □ 만 4세가 넘었는데 ㄱ, ㄲ, ㅋ 발음을 제대로 못한다. □ 만 4세가 넘었는데 부정확한 발음 때문에 의사소통이 안 된다. □ 만 6세가 넘었는데 ㅅ 발음을 제대로 못한다. ※ 이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언어치료기관에 가야 합니다.
기획 | 한보미 기자 사진 | 조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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