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16일 조 갑제 닷컴 대표가 올린 컬럼입니다. 어렵게 세운 윤 정부가 제대로 새 일을 수행하려면 이러한 지적도 겸허하게 꼭 받아들여야 할 것 같군요.(앞부분 일부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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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과 싸운 자신의 당 대통령(박 근혜 전대통령)을 ‘반역자’로 규정하고 그 밑에서 일한 공무원(우 병우)을 날조된 사실에 기초하여 ‘부역자’로 몰았으니, 그 순간 장제원은 좌익의 완장을 찬 이념적 배신자였다. 우병우 씨의 장모까지 끌어들여 욕을 하고 '교활' '허영' '치부' '사리사욕' '악마' 등의 극단적 용어로 인격살인적 매도를 한 것도 문제지만, 우병우를 차지철에 비유한 것은 역사의 무지(無知)를 넘어서 묘한 자기 고백처럼 느껴진다. 요사이 장제원의 행동이 '윤석열의 차지철?'이란 말을 입속에서 맴돌게 하기 때문이다.
그가 우병우 씨를 차지철에 비유한 것은 선동이지만, 지금부터 내가 장제원을 차지철과 비교분석하는 것은 증명된 사실(史實)에 기초한다.
1. 박정희 대통령을 업은 차지철의 안하무인적 행동이 우직한 김재규를 자극, 대통령 시해(弑害)를 부른 면이 있다. 10.26 사건을 수사한 사람들은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주범은 차지철이고 종범이 김재규다"고 한다. 김재규가 버르장머리를 모르는 차지철을 한사코 편드는 박정희가 미워서 쏘았다는 뜻이다.
지금 윤석열을 업은 장제원의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원색적 인신공격이 나경원으로 대표되는 ‘반장(反張)’ 세력으로 하여금 윤석열을 공격하도록 만들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장제원보다 감싸는 윤석열이 더 밉다'는 감정의 확산은 위험하다.
.2. 차지철은 최후의 순간에 박정희를 버렸다. 10.26 현장인 궁정동 식당에 차지철 경호실장은 권총을 차고 가지 않았다가 김재규의 기습총격을 받았다. 김재규는 "각하, 이런 버러지 같은 놈 하고 무슨 정치를 합니까"라면서, 차지철의 팔을 먼저 쏘고 박정희의 가슴을 쏜 뒤 권총이 고장 나자 바깥으로 뛰쳐나간다. 이때 차지철은 모로 쓰러진 주군을 버리고 실내 화장실로 피신했다.
박정희 곁의 두 여자가 가슴 관통상을 당하여 등 뒤에서 피가 샘솟듯 하는 그를 감싼다. 차지철은 화장실 문을 빼꼼히 열고는 "각하 괜찮습니까"라고 말할 뿐 대통령 곁으로 달려오지 않는다. 권총이 없으니 대항수단도 없었다. 경호실장직을 권력 남용에 이용했을 뿐 본연의 직무를 태만히 했다가 주군과 함께 당한 것이다.
세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니 박근혜 정권을 반역 세력시하여 그 대통령 부하를 부역자로 몰았던 장제원 의원은 윤석열이 불리해지면 어떻게 행동할까? 2019년 광화문 광장과 국회에서 문재인 정권을 상대로 한 투쟁을 앞장서서 지휘하였던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를 '반윤의 우두머리'라고 매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짓도 못할 게 없어보인다.
3. 차지철은 박정희를 업고 권력을 남용, 당시 정권 핵심을 분열시켰다. 경호실장 사열식에 3군 참모총장들을 부를 정도였다. 지금 장제원도 국민의힘을 분열시키고, 있지도 않은 '반윤 세력'이란 유령을 만들어 자신을 ‘반윤’과 처절하게 싸워서 윤석열을 지키는 ‘돈키호테 기사(騎士)’로 자리매김, 대통령의 신뢰를 얻으려 획책하니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되고 있다.
차지철은 특히 김재규 정보부장을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어 김(金)의 가슴에서 차(車)를 편드는 대통령에 대한 ‘역심(逆心)’이 자라나게 만들었다. 장제원을 싫어하는 국민의힘이나 보수세력이 장(張)을 편드는 윤 대통령을 불신하게 되면 2024년 총선을 망치게 된다.
4. 차지철의 월권을 방치한 박정희가 비극을 불렀듯이 장제원의 월권을 방조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치를 대가는 비쌀지 모른다. 장제원 같은 현역 국회의원이 윤석열이 미는 김기현 의원의 선거본부장 역할을 하는 것은 전당대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종의 월권이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현역의원의 당대표 선거 캠프 참여 자제를 촉구했다.
5. 윤석열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의 종말을 부른 차지철과 김재규의 갈등이 박 대통령의 야당 전당대회 ‘개입’에서 비롯되었다는 묘한 일치점을 잘 모를 것이다. 1979년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박정희는 강경파 김영삼의 총재 당선을 막기 위하여 김재규에게 저지공작을 시켰다. 차지철도 이와는 별도로 반(反)김영삼 공작을 폈다.
김영삼이 결선투표에서 이철승을 누르고 총재가 되자, 박정희와 차지철은 김재규의 무능을 비판하고 김재규는 차지철이 훼방을 놓아서 실패했는데 대통령이 자신만 질책한다는 불만을 갖게 된다. 만약 이번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의원이 낙선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누구를 원망할까?
6. 윤석열 대통령은 늦기 전에 전당대회 불개입 선언을 하고, 김기현 의원은 장제원과 헤어질 결심을 하는 것이 본인들과 국민의힘을 위기에서 구하고 2024년 총선에서 이기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그러지 않으면 장제원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크게 다칠 것 같다.
이번이 운 대통령의 세번째 정치적 실수이다. 무리한 청와대 이전, 지리한 이준석 밀어내기에 이은 나경원 해임, 장제원 막말 파동. 아무리 안보 법치에 성공해도 정치에서 실패, 정권을 잃으면 모든 게 무효가 된다. 정치의 핵심은 인사(人事), 즉 사람을 알아보고 가려서 쓰는 것이다. 지금 장제원의 분탕질이 이재명을 가장 크게 돕고 있다는 계산이 안 된다면 대통령이 위험해진다.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