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수지역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거 입주한 여수국가산단의 특성상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먼저 지난 19일 낮 12시 15분께 여수시 낙포동 금호 티앤엘(T&L)의 발전용 유연탄 저장고 1기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붕괴된 금호 티앤엘 유연탄 저장고는 아파트 20층과 같은 높이 시설로 유연탄 8만t을 저장할 수 있는 국내 최대 유연탄 저장 시설로 사고 원인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준공한 지 불과 5개월만에 붕괴사고가 발생해 ‘설계 및 시공부실’ 지적이 따르고 있다.
여수시는 이날 사고와 관련해 가운데 시설이 무너져 내리면서 좌우의 사일로 외벽도 손상을 입은 것으로 보고 향후 2개월간 사용을 중지하고, 안전대책을 마련토록 업체에 통보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에는 여수산단 GS칼텍스 원유부두에 유조선이 충돌해 16만4000ℓ의 기름이 바다에 유출되고, 근로자 1명이 중상을 당한 사고가 발생해 현재까지 육상방제가 이어지면서 주민 건강과 어장피해, 수산물 판매 부진 등의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
또, 지난 6일 오후 7시42분쯤에는 GS칼텍스 여수공장 석유화학 공정 설비에서 불이나 40여분만에 진화됐다.
지난 5일에는 신월동 한화 여수사업장내 ‘기폭제’를 보관하는 ‘습상 유치고’에서 원인을 알수 없는 폭발사고 발생해 창고 1개동이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처음 폭발당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사고 원인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또다시 폭발이 일어나 국과수 직원 등이 치료중이다.
이처럼 불과 20일만에 대형 안전사고 4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또, 여수에 대한 대외이미지 하락으로 수산업계와 관광업계가 어려움에 처하는 등 지역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쳐 지역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시민․노동단체 특별법 제정 추진
이처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시민단체와 노동단체가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먼저,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여수국가산단 특별법 제정 운동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대림산업 폭발사고를 계기로 출범한 대책위가 20일 오전 여수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림참사 대책위를 해체하고 ‘여수국가산단 특별법 제정 운동본부’를 공식 출범했다.
운동본부는 그동안 여수 국가산단에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조치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왔다.
이들은 그동안 대림참사 대책위 활동 과정에서 법과 제도를 정비해 국가산단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고 노동자와 주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실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대안으로 여수국가산단특별법 제정을 마련해 왔다.
운동본부는 조만간 특별법에서 다룬 내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하고 오는 3월 1일부터 여수국가산단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각종 집회와 시위, 토론회, 공청회 등을 추진키로 했다.
‘화학물질 관리 지역사회 알권리’추진도
또, 여수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화학물질 관리 및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제정을 추진한다.
여수 YMCA와 민노총 전남본부 등은 19일 오후 여수시의회 소회의실에서 ‘지역사회 알권리 조례안 발표와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화학물질 사고예방은 기업과 정부외에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의 감시자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도, 지역민들은 유해 화학물질에 관한 정보제공과 접근권의 제약을 받고 있어 제도장치(조례)마련이 시급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에 다른 대안으로 조례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이들 단체는 이른 시일내에 가칭 ‘여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모임을 결성해 오는 4월말쯤 관련 조례를 시의회에 제출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3월 여수 대림산업폭발 산재 사망사고와 최근 GS칼텍스 기름 유출사고 등 화학물질에 의한 화재·폭발·누출사고 처리 과장에서 기업과 정부의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감시감독의 문제점이 드러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여수시, 안전관리 다짐대회 계획
최근 잇따른 안전사고와 관련 여수시는 안전관리를 강화해 사고 예방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시는 조만간 산단 입주업체들과 함께 안전관리 다짐대회를 열어 경각심을 갖게 하고, 전반적인 안전관리 점검을 강화키로 했다.
하지만, 지난 6일에도 노동청, 소방서 등 관계기관과 여수산단 주요 업체들이 무재해 안전결의를 했음에도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일부에서는 시설 노후화와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업체가 집중돼 있는 국가산단의 특성상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화학산단의 특성상 매번 사소한 실수로 인한 사고 발생이 이어지고 있어 업주와 근로자들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인식 변화를 새롭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수산단에서는 지난해 8건(사망 9, 부상 16)의 사고가 발생했고, 2012년에는 9건, 2011년에는 8건, 2010년에는 9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출처: 남해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