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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동 단편소설 인간말석
인간말석
사람이 한평생을 살아가는데 오복(五福)을 타고 난다지만 훈은 지지리도 박복한 놈이었는지 아니면 세상 사는 방법이 모자라서였는지는 모르겠으되 물려 받울 재산이 없어 부모덕은 를 친지 이미 오래고, 제 주둥이 하나 처신하지 못하는 주제에 돈 벌어서 장가 들겠다고 딴엔 굳은 결심을 하다보니 어느덧 수염은 가로 뻐드러지고 총각앞에 노(老)가 덜커덕 붙어 버렸으니 자식덕도 역시 를 쳐야 했고, 게다가 칠남매 중에 체신머리 없이 세상에는 제일 먼저 끼집어 나온 탓으로 하여 형제덕은인데다가 마지막 남은 유일한 처복 마져 (?) 상태이니 한심한 노릇이기는 한데 그래도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끈기는 있어서 인간말석을 차지한 채 눈물 깨물고 버티는 훈은 으례껏 하루에 한차례씩 마차의 포장문을 제치고 들어가 길 걸을 때 억세게도 덜렁거리던 담배가루 묻은 동전 몇 닢을 미련 없이 털어 누가 먹다둔 소주병에서 따루어 주는 쇠주 한잔에다 통새 한 마리를 뜯었고, 어쩔 수 없이 밀린 방세 때문에 찌그러진 깡통처럼 볼품사나운 주인 여자가 도사리고 앉은 허름한 집일망정 찾아 가야 하는 훈은 도둑고양이처럼 힐끔힐끔 안방쪽으로 신경을 써야하는 고역을 매일 겪어야 했으며 그럴 때 마다 니기미 씨펄이 껑충껑충 뛰어나오려는 발작을 간신히 꼬실러 진정시킨 다음 진절머리나는 원고지를 또 방바닥에 깔아놓고 가슴에 베개 고인 채 배붙이고 아침에 던져두었던 담배꽁초 날름 집어 물었지만 가슴속에 한 맺힌 대명작(大名作)은 계속적으로 달아나는 상태에서 쓰레기통에 들어갈 파지만 쌓이는 덕으로 자석에 끌리듯 달라붙은 가난이 멍들게 한 현실은 맞선보려고 가는 노총각에게 찢어진 구두를 신게 하였고, 동생들의 얼굴에 마른 버짐을 히게 하였고, 전당포의 창살너머로 해죽해죽 웃는 영감쟁이의 얼굴을 걸핏하면 보아야 했고, 강아지새끼 모양 친구들의 궁둥이를 쫄쫄 따라 다니며 대폿집 문지방을 넘는 신세가 되어버린 훈은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하고, 매시꺼움을 잘도 참으면서 처복을 억세게도 기대했는데 요즘 그는 처복에 눈물을 머금고 를 쳐야 겠다는 결심---이유인즉 새끼손가락 걸고 사랑의 맹세를 엄숙히 했던 첫사랑의 여자는 철따구니 없이 연탄깨스를 먹고 눈을 감아 버렸고 국민하교 마당에서 공짜배기 영화를 하던 날 밤 머리 길게 닿은 순이를 꼬실러 사상을 가르쳐 놓았더니 어수룩하게 생긴 꼴에 하필이면 비정상스럽게 목소리는 고와 가지고 전국노래자랑에 나간다고 껍죽거리더니 그게 그만 싱겁게도 년말 톱싱거에 덜커덩 걸린 후에 고무신 벗어 던지고 삐딱구두신고, 댕기 매고 땋았던 머리 미련없이 싹뚝 잘라버린 채 지지고 볶고 나서 몽당치마 입고 까불다가 작곡가라는 어른하고 달싹 붙어 버렸고, 펜팔로 있는 정 없는 정 다 쏟아 놓았더니 그 아가씨는 놈팽이 있는 것을 잘도 속였고, 어쩌다가 고속버스 안에서 눈이 맞아 속닥거렸던 처녀는 친구놈에게 소개를 시켜 주었다가 날치기를 당해 버렸고, 맞선보고 알게 된 여자는 돈 많은 홀애비 후처로 시집을 가벼렸으니 앞으로 결혼을 한다고 해도 이런 처복 가지고는 그 기집 필경 간통을 범하리라고 생각되어 표를 치고 싶긴 하지만 신성일 닮은 얼굴이 잡아 당기는 미련은 행여나 돈주머니 큼직한 여자가 배필될 듯 하여 비록 통새 한 마리에 쇠주 한 꼬뿌 마시는 초라한 오늘이였으나 길거리에 세워둔 자가용이 모두 내 것인 것 같기도 한 기분에 훈은 가슴속 깊이 알룩달록한 꿈을 가진 채 동전을 짤랑거리며 마음 든든히 명동을 걸었고, 그럴 때마다 그는 살랑살랑 흔드는 여자들의 살찐 엉 퓻【 촉촉한 사랑의 속삭임을 들었고, 몽당 치마밑으로 시원스럽게 뻗은 다리를 부담없이 관람시켜주는 아량 깊은 서비스에 체면 차릴 것 없이 마음 흡족토록 시선을 쏟아 더듬었고, 뽈록뽈록한 젖가슴에 따사로운 정감(情感)을 느꼈으나, 그것은 호롱불 심지처럼 가슴을 바싹바싹 타게 하였을 뿐 끝내는 씁쓸한 미소를 터뜨리고 마차의 포장문을 열게 하였고, 무력한 두뇌가 열심히 찾아낸 것은 내일이라는 히끄므레한 시간(時間)의 디다림이었고 그래서 연재소설의 마지막 구절처럼 아쉬운 미련을 남겨 놓은 채 오늘은 갔고, 그래서 지나간 시간은 지난호의 줄거리처럼 남아 추억을 잉태하였고, 그 밤이라는 공간이 지나면 연재소설같은 새로운 장(章)이 펼쳐지는 현실(現實)은 항상 무엇인가 실마리가 풀릴 듯 하면서도 풀어지지 않고, 명작(名作)이 창작될 듯 하면서도 통속소설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달덩이 같은 여자 날 잡아 삼키슈 하고 자기집 호적에 붉은 줄 긋고 이름 석자 이(李)씨 가문에 끼어달라고 눈물 깨물며 애원을 할듯도 한데 거머리처럼 달라 붙는 건 습기 찬 판잣집에 뒹굴고 있는 대포잔에 웃음 끼워 파는 장사꾼 처녀들 뿐이고, 이처럼 아슬아슬한 인생연재(人生連載)속에 남은 것은 아직 미발표(未發表)의 장(章)인 각본(사주팔자)에 대한 치사스러운 기대뿐, 오늘은 쓰디쓴 고독을, 내일은 쓰디쓴 공허(空虛)를 안겨다 준 채 또 하나 붙은 렛델은 무능력- 그러나 훈은 열심히 원고지의 칸을 메꾸면서 결혼이란 특사로 출감(시집)하는 에덴 동산의 범죄자를 맞아 신혼이란 새 삶을 마련하여 줄 계획을 하면서 인간말석(人間末席)에 앉아 세상을 구경하였고, 부모가 만들어 준 각본은 언제나 삼류극장에서 동시 상영을 하는 싸구려 영화의 엑스트라역만 하도록 되어 있어서 먹는데는 <공짜>만, 물건을 살때는 항상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의 <싸구려>, 친구들과 어울려 오락장을 갈 때는 <꼽살이>, 여자들 앞에서는 <씨씨>, 고스톱판에서는 <개평>이나 얻어 내는 부끄럴운 실력만 가졌고, 쌀 한 가마니라도 들고 들어가야할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집안 구석구석에 가난만 남았고, 그런데도 세상은 꿈쩍도 없이 화려하게 비치기만 하였고, 훈에게 출세의 짬을 주지 않았고 덤덤하고 차갑기만하게 시간은 흘러 인생 연출은 계속되고 있으며, 훈은 순간순간 이미 막이 내린 일막과 이막을 더듬어보며 씁쓸히 웃기도 하였는데 일막은 머리와 다리에 온통 종기투성이가 된어 누우런 고름을 흘리며 동무들의 저주를 받으면서 머릿속에 먹물을 집어 넣기 시작하였고, 머리에 가운데 중(中)자를 붙이고 부터는 찐빵집 나무의자에 걸터 앉아 단발머리를 기다렸고, 가운데 중(中)자가 고(高)자로 바뀌면서 부터는 여자의 살냄새가 그리웠고 술주전자를 자주 만지게 되었으며 단추 떨어진 옷을 입고 다니기를 좋아 했고 으슥한 뒷골목이 생리에 맞았으며 담배를 피우는 시절에 권모술수(담배값을 마련하기 위한)를 터득하게 되었고, 이막 일장이 시작되면서 <섹스피어>와 <소크라테스>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큰대(大)자의 위용을 과시했고 <위대>를 배웠는데 총칼들고 삼년간 뜀박질하다 돌아오니 인간맔석에 앉혀졌고, 남은 각본을 속시원히 알고 싶어졌고 감정사(관상쟁이)를 찾아가 보니 30세가 넘어야 인간상석에 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처복으로도 먹고 살겠다는 고명하신 말쌈에 기분 흐믓하기도 하였느나 일일(一日) 생명 유지비가 달랑거리는데 얌전히 앉아서 각본에 의한 주연이 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나의 크나큰 수난이었음으로 세기적(世紀的) 명작을 노리는 야심의 작가가 대망(大望)을 슬그머니 밀쳐 두고 쌀을 물고 올 것을 결심- 예술이 낳은 긴 머리를 싸악 깍아버리고 이력서를 열심히도 썼고, 그로 인하여 저녁 무렵이면 신문을 사는 습관이 하나 더 생겼는데 그건 훈이 결코 문화인이라서가 아니라 <모집광고>가 필요했기 때문이었으나 고작해야 외무사원 아니면 보증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는 장사꾼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광고- 말하자면 그들이 던져둔 낚시에 걸려 드느냐 아니냐 하는 선택형에 입맛이 썼고, 능력에 따라 수당 지급이란 조건이 인격을 농락하는 것 같은 기분에 씨펄이 목구멍에 걸려 분노를 터뜨리고 싶었으며, 희멀건 목줄기에 영광스럽게도 아름다울 미(美)자가 붙은 얼굴만 하드래도 여자들 입에서는 십원짜리 칭찬이 쏙쏙 빠져 나오는데 게다가 평범을 초월한 비현실적인 이상(理想)과 가난에 푹 빠진 의식주(衣食住)를 보고서도 당황하는 기색없이 초연할 수 있는 우둔(愚鈍)과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예고도 없이 불쑥 솟구치는 염세적인 논법(論法)으로 가득한 두뇌와 한번도 부러져 본 적 없는 성능 좋은 자존심-이렇듯 중요한 요소들을 고르게 갖춘 천재를 감히 몰라보는 , 진주를 짓밟는 돼지같은 존재들에게 눈물 섞인 설명을 먹여주고 싶었지만 훈은 스스로 안타까움에 가슴을 울게 하였고 그럴 때 마다 마차의 포장문으로 들어 가서 심각하게 침착의 도(道)를 닦았으며 소주잔 앞에 놓은 채 무심한 삼신(三神)할매를 원망하였고 가난에 중독되어 핏기 없는 어머니의 환상에서 죄(罪)를 깨달았으며 공짜로 주는 오뎅국물을 마시는 순간에 <초라>를 맛 본 훈은 한숨을 낳았고 끝내는 <천재>에서 <평범>으로 돌아온 훈은 자기 스스로를 <멍텅구리>라고 고백했으며 그 <멍텅구리>에 <천재>란 알량한 위선을 뒤집어 쓴 채 살았노라고 쓰디쓴 웃음을 웃었는데 그런 그는 천재란 쌀을 요령껏 물고 들어오는 능력이라고 미친 듯 외쳤으며 현대(現代)는 창백한 지성미(知性美)를 바라지 않고 과식한 아이처럼 똥배가 나온 사람을 존경하고 규방(閨房)에서 학(鶴)을 수 놓던 순정을 어리석음이라하여 다방(茶房)을 열나게 돌아다니며 암내 풍기는 게 행복의 지름길이 되어버린 지금 절름방이 여자일망정 어찌 몽당 치마에 삐딱구두 신지 않을 수가 있으리요만 허영은 아름답게 변해 가고 다들 사치스러운데 어째서 <천재>는 형이하학(形而下學)의 경지를 벗어나지 못하여 고통스럽게 허덕여야 하는가 하고 외쳐대는 훈은
-역시 나는 멍텅구리다-
하는 결론을 부정할 수 없었고, 그러나 그는 염세에는 세련되어 있었으며, 전당포 출입에는 익숙했고, 가난에는 면역이 되어 있었고, 세월에는 끈질겼고, 자존심은 병들지 않았고, 처복(?)에는 변함이 없었으며, 패기는 항상 푸르며 봄을 기다리는 개구리처럼 현재(現在)를 잠재워둔 채 오늘은 쾌락적인 상태에서 찌그러진 웃음을 웃었고, 그럴 때 마다 희미하게 실마리 잡혀 오는 것은 미남이라고 쫑알대던 기집들의 십원짜리 칭찬에서 마지막 힘을 가해 쥐어 짠 흐믓함이 였으며 그러면서도 쉬이 잡히지 않은 행운을 훈은 진열장속에 든 찹쌀모찌를 보고 침을 꿀꺽 삼키며 아쉬움에 젖은 채 돌아서는 아이의 심정같은 여자들이 자기를 대하는 입장이라고 슬쩍 자신을 위안해 버렸고, 비오는 날 자가용 타고 물장구치며 달아나는 놈 때문에 단벌옷에 흙탕물이 튀어서 그 옷을 세탁해 입을 동안에는 억울하게도 외출금지를 당했는데 그런 날에 훈은 저주스러운 현재를 닭똥집처럼 질근질근 씹으며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고 뇌리속 깊이깊이 때려 박고 쏟아지려는 눈물을 서럽게 삼켰고 그런 일로 하여 그는 고진감래란 말을 현실의 방패로 삼게 되었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는 말이 앞날에 대한 커다란 기대를 가져다 주었는데 이유인즉 두부비지로 끼니를 잇고 다 떨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며 빌빌거리뎐 철이 녀석이 탈렌튼가 뭔가 되어 가지고 TV에 얼굴 쏙쏙 내밀더니 이젠 똥배가 슬슬 나오고 있었으며,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기역 니은을 제대로 모르던 식이가 일요일마다 천주교엘 뻔질나게 드나들더니 신부(神父)의 양자(養子)가 되어서 태평양을 슬적 건너가 꼬부랑 말을 천연덕스럽게 지껄이며 메이드 인 U.S.A만을 사용하여 살고 있고, 애비 없는 자식이라고 천대만 받으며 살아온 석이 죽은줄만 알았던 자기 애비가 느닷없이 돌아와서는 누추한 판자집에서 고급 아파트로 이사를 시켜 주었고 재일교포 재벌이 된 애비가 그래도 부모 노릇 한답시고 동경에 주재하고 있는 자기 사업체의 지사(支社)를 명동에 그것도 거창한 빌딩을 사서 덜커덩 만들어 놓고 아들놈을 지사장으로 임명하였으니 먼지만 폴삭거리던 주머니에 수표책이 들어 앉아 지지리도 못났던 팔자를 살살 뜯어 고치고 있는 실정이니 어찌 시간문제가 아니 겠는가만은 기막힌 <천재>가 그런 <사람 팔자 시간문제>라는 탈출구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한심스럽다고 훈은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와서는 사람 팔자시간문제를 만들기 위하여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遺産)인 일제때의 채권이며 적금통장을 잘 챙겨서 대일 민간 청구권협회에 신청하였더니 나올 듯 말 듯 하다가 이젠 종무소식이니 지지리도 복(福)없는 놈이라고 한번 더 박복을 비관하였고 그럭저럭 인간말석(人間末席)에서 비참만 먹으며 달력을 넘기는 동안 가정형편은 창피할 정도로 바닥이나 쌀 떨어지자 연탄 떨어져 밥 굶고 냉방에 들어 박혀 있으니 아까운 천재가 소식도 없이 황천으로 갈 지경에 이르렀고 어머니와 동생들은 목숨을 떼어 버리려고 양잿물 놓고 앉아는 순간에 그대로 죽으면 출세한 놈들이 멋대로 비웃을 것 같기도 하고, 패배하기도 싫었고, 추리소설처럼 잡힐 듯 하며 묘하게 빠져 나가는 행운에 대한 미련이 왈칵 잡아당기는 바람에 약사발을 걷어차고 뛰어나와 김씨네 집으로 달려가 사연을 낱낱이 이실직고하고 보드라운 사정을 하니 김씨 마누라가 쌀 한만을 선뜻 내어 주길레 꾸벅꾸벅 절을 했으며 인정은 가난한 가슴에 있다는 것을 느꼈고 노동자인 김씨가 하루 세끼닌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정승만큼이나 우러러 보였으며 이젠 <천재>란 껍데기를 훌렁 벗어야겠다는 결심과 함께 숱한 사원모집광고 중에 제일 큼직하다고 느껴지는 회사를 선정하여 거기서 <쎄일즈란 열대 지방에서 난로를 팔아먹고 한대지방에서 냉장고를 팔아먹는 것이다>라든가 <쎄일즈는 고객에게 친절해야 하며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간파해야 하고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세련된 언어를 쓸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이 빨라야 한다> 또는 <쎄일즈란 개인 개인이 모두 기업주다>라는 식의 교육을 정성껏 받고 누우런 봉투 옆구리에 끼고 밖으로 나왔으나 <나는 외무사원이다>하는 생각에 용기는 푹 끼집어 들어가 버리고 지금부터는 인생이 엉뚱하게 바뀐다는 생각이 행동을 망설이게 하였고 무엇보다 딱한 것은 넓디 넓은 서울 바닥에 어디를 제일 먼저 찾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걱정이었으며, 생각을 짜고 짠 끈에 친구를 다방에 불러내어 마주 앉았으나 물건 하나 사라는 말을 감히 할 수가 없어서 엉뚱한 이야기만 하다가 실적도 없이 퇴근을 하였고 그렇게 되고 보니 취직은 하나마나였으며 생활은 여전히 없는 게 많은 상태에서 허덕였기 때문에 호구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른 구멍을 뚫어야 했음으로 하는 수 없이 김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힘이 되어 주십사고 빌었던 결과, 그 다음날부터 김씨와 함께 아파트 건축공사장에서 벽돌운반을 하는 일을 했는데 일당은 일금 일만원- 비록 호사스러운 여자들의 일일 교통비(택시요금)도 되지 않은 적은 액수였지만 그것으로 여덟 식구의 배를 거뜬히 채우고도 연탄 몇 장을 살 수 있었으니 값진 보수였고 힘드는 육체노동이었으나 돈을 꼬박 꼬박 물고 들어간다는 사실이 동생들에게는 체통을 세울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얼굴을 부담없이 대할 수 있었고 일하느라고 움직이다 보니 몸 운동이 되어 근육이 생기고 그러므로 혈액순환이 잘 되어 밥맛 생기는 덕에 휘딱 먹어 치우는 한 그릇 밥이 몽땅 피와 살이 됨은 물론 구둘짱 달구어 놓고 등 따시고 배 부르니 그 보다 더 좋은 행복은 없었으며 천제에 대한 허망한 자부심도 엉큼하게 노리던 처복도 이젠 모두 시원스럽게 X표를 쳐야겠다고 생각하며 오늘도 훈은 벽돌을 열심히 운반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