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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산 가는 길에 조망, 앞은 태화산 자락, 멀리 가운데는 금박산(418m)
이런 날이 있었다
길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소나무 가지 하나
길게 뻗어나간 쪽으로 갔다
찾던 길이었다
――― 고은, 『순간의 꽃』
▶ 산행일시 : 2013년 11월 16일(토), 안개
▶ 산행거리 : 24.2㎞(경안교에서 태화산까지는 이정표거리 19.5㎞, 태화산에서 노곡1교까지
는 도상 4.7㎞)
▶ 산행시간 : 9시간 11분
▶ 갈 때 : 16번 버스 타고 상일육교 앞에서 1113-1번(또는 1113번) 광주 가는 버스로 환
승하여 광주 경안교 건너 새광주주유소 앞에서 내림. (강변역에서) 13번 버스도
광주로 가지만 중부고속도로로 가지 않고 온 동네를 다 들리므로 30분 이상 더
걸림
▶ 올 때 : 노곡1교 앞에서 (주)오토산업 여사장님이 운전하는 트럭에 동승하여 곤지암터
미널로 가서 동서울 강변역 가는 1113-1번 버스 탐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를 따랐음)
06 : 45 - 광주 쌍령동 새광주주유소 앞, 산행시작
07 : 26 - 마름산(315m)
07 : 43 - ┼자 갈림길 안부, 공작현
08 : 24 - 백마산(白馬山, 461m)
09 : 02 - 용마봉(勇馬峰, △503.2m)
09 : 40 - 발리봉(發梨峰, 511m)
10 : 06 - 씀베산(325m)
10 : 35 - 다시 발리봉
10 : 53 - △403m봉
11 : 28 - 노고봉(老姑峰, 579m)
11 : 43 - 정광산(正光山, 562m)
12 : 07 - 휴양봉(520m)
12 : 15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12 : 27 - △474.7m봉(마락산)
12 : 34 - ┼자 갈림길 안부, 마구산 0.8㎞
12 : 58 ~ 13 : 25 - 마구산(馬口山, 595m), 점심
13 : 44 - 헬기장
13 : 57 - 태화산(泰華山, 641m)
14 : 21 - ├자 갈림길 안부, 시어골고개
14 : 40 - 미역산(△612.4m)
15 : 32 - △275.3m봉
15 : 56 - 광주 도척면 노곡리 노곡1교 앞, 산행종료
1. 정광산 내리는 길
▶ 마름산(315m), 백마산(白馬山, 461m)
중부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리던 버스는 광주에 들어 솔치 넘으면서부터 정류장마다 선다.
쌍령동에서 내리게 해 주세요.
쌍령동에도 여러 곳에서 정차하는데 어디를 말씀하시나요.
경안교 바로 건너서요.
새광주주유소 앞에서 내리세요. 안내방송 나갈 겁니다.
새광주주유소 앞. 아직 어둡고 안개가 자욱하다. 아무리 두 눈을 부릅떠도 가시거리는 겨우
5m 내외다. 산기슭에 접근하려고 고샅길이려니 들어갔다가 번번이 공장 담벼락에 막히고 뒤
돌아 나온다. 아예 멀찍이 돈다. 참숯가마 간판이 보이고 오른쪽은 수협유통이다. 대로 왼쪽
산기슭에 길게 패인 소로가 보여 냉큼 든다.
금방 무덤이 나오고 그 위로도 산길은 탄탄하다. 오르막길 덮은 낙엽은 안개비로 축축하게 젖
어 꽤 미끄럽다. 나뭇가지에 모인 안개비는 바람이 살짝만 건드려도 기다렸다는 듯 소낙비로
내리곤 한다. 걷어붙인 팔뚝에 떨어지는 빗물이 차디차다. 이런 안개 속에 과연 길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을까 한 걱정은 기우였다. 지능선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갈 길을 안내하고 있어
외길처럼 간다.
숨이 벅찰만하면 장의자 딸린 둥근 탁자를 놓아 쉬어가도록 했다. 동네 산책길이다. 능선은
두어 번 꾸벅하다가 냅다 길게 오르고 315m봉을 정점으로 곤두박질한다. 315m봉이 마름산
인 줄을 몰랐는데 0.5㎞ 내린 잣나무숲 쉼터 이정표에 거기가 마름산이었다. 다시 한차례 쭈
욱 내리면 ┼자 갈림길 야트막한 안부가 공작현이다.
줄곧 오름길이다. 안개 자욱하여 막막하지만 한편으로 심산의 정취를 느끼게 하고 둘러보아
그리 볼품 있을 것 같지 않는 풀숲이 안개로 덮이니 산수화의 여백이다. 극락사의 가느다란
염불소리도 이 경치에 한 몫 한다. 거기는 이달(李達)의 시구 그대로일 것 같다. 다만, 이 계절
에는 ‘송화가 늙어가는구나’ 대신 ‘낙엽이 쌓여가는구나(落葉積)’로 함이 좋겠다.
절집은 흰 구름 가운데 있고 寺在白雲中
흰 구름을 스님네는 쓸지를 않네 白雲僧不掃
손님이 와야 비로소 문이 열리니 客來門始開
골짝마다 송화가 늙어가는구나 萬壑松花老
안개(운해) 위로 부상한다. 통나무계단 길 올라 간이운동시설이 있는 449m봉이다. 그 옆은 운
동장만큼이나 너른 헬기장이다. 삼각점이 있다. 이천 454, 1987 재설. 오른쪽으로 방향 틀어
잠깐 내려 운해 속으로 잠수하였다가 큰 한 숨으로 떠오르면 헬기장에 이르고 곧 백마산 정상
이다.
이 산의 모양이 백마와 같은 형세라며, 우리나라 풍수지리학의 태두인 도선대사(道詵大師)가
후백제의 견훤을 물리치고 고려를 개국할 재목으로 왕건을 지목하고 그의 휘하 군사들을 훈
련시킬 장소로 백마산 일대를 택했다고 한다. 이 일대가 그때부터 군사훈련장으로 사용되었
나 보다. 조금 더 가면 오른쪽 사면은 특수전 교육장이다.
2. 마름산 정상까지 0.4㎞ 남았다
3. 백마산 가는 길
4. 백마산 가는 길, 쉼터
5. 백마산 가는 길, 안개 위로 잠시 부상하였다
6. 백마산 동쪽 능선, 백마산 가는 도중 전망바위에서
▶ 용마봉(勇馬峰, △503.2m), 발리봉(發梨峰, 511m), 씀베산(325m)
백마산에서 한차례 뚝 떨어지면 ┫자 갈림길 안부다. 능선마루를 경계로 오른쪽 사면은 가시
철조망 치고 경고판 줄줄이 단 특수전 교육장이다. 사격과 폭파훈련장으로 중대한 인명사고
가 발생할 수 있으니 출입을 절대금지 한다고 경고한다. 긴 오름길 전망바위가 나온다. 허기
져서 더 못가겠다. 첫 휴식 겸 아침 요기한다.
가파른 목제계단을 오르다 바윗길 지나면 용마봉 정상이다. 삼각점은 ┼자 방위표시만 보이
는데 옆의 안내판에 ‘이천 311’이라고 한다. 정상에는 오석의 정상 표지석과 돌탑, 장의자 딸
린 둥근 탁자가 있다. 용마봉 또한 주산인 백마산과 관련된 이름이다. 앞으로 넘게 될 발리봉,
마락산, 마구산 등의 산 이름도 그렇다.
봉봉 오르내리는 굴곡이 심하다. 꼬박 직등한다. 임도가 나오고 군용시설을 지난다. 헬기장과
참호도 지난다. 안개는 여전히 짙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불안하다. 가벼운 옷차림인 등산객
을 만난다. 이 길로 발리봉 가는 길이 맞다고 한다. 모형 미사일을 전시한 미사일 기지를 내리
고 안부에서 임도는 왼쪽 골짜기로 가고 등로는 직진한다.
발리봉도 목제계단 올라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 뒷면에 새긴 발리봉의 유래가 요령부득이다.
백마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발리봉은 ‘흰 말이 힘차게 달린다’는 뜻으로 ‘盋 馬+菫 峰’이라
표기한다는데 ‘盋’은 ‘그릇 발’이거니와 ‘馬+菫’자는 자전에 나오지도 않는다. 한편 배꽃 피는
봉우리라는 뜻으로 ‘發梨峰’으로 쓰기도 한단다.
이정표의 왼쪽 방향 ‘1.6㎞ 씀베산’라는 글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쪽으로도 길
이 훤하다. 왕복 3.2㎞. 이런 때 갈등한다. 가다 후회 안 가도 후회할 것. 간다. 완만한 내리막
길 줄달음한다. 밧줄 나와 손바닥이 화끈하게 쓸어내린다. ┼자 갈림길 안부 지나고 미적지근
한 오름세. 철봉과 훌라후프가 있는 공터가 나온다. 아무런 표지가 없다. 더 간다. 내리막길이
다. 도로가 가까웠다. 안개 속 요란한 찻소리에 쫓겨 뒤돌아 오른다.
┼자 갈림길 안부에서 사각기둥 이정표를 자세히 살폈다. ‘씀베산 0.2㎞’라고 뒷면에 새겼다.
철봉과 훌라후프가 있는 공터가 씀베산이었다.
7. 발리봉 정상
8. 발리봉 내리는 길의 물푸레나무 군락지
9. 안개 속 등로
10. 노고봉 가는 길
11. 노고봉 정상
12. 정광산 가는 길
13. 정광산 정상 표지석
14. 정광산 내리는 길
▶ 노고봉(老姑峰, 579m), 정광산(正光山, 562m), 마구산(馬口山, 595m)
다시 발리봉. 씀베산 다녀와 어쨌든 개운하다. 물푸레나무 군락지 지나 ┼자 갈림길 안부. 안
부마다 길이 나 있다. 403m봉에는 ┼자 방위표시만 보이는 삼각점이 있다. 노고봉은 ‘勞苦
峰’으로 새겨야 함이 마땅하다. 되게 오른다. 비지땀 흘린다. 겉옷 입으면 덥고 벗으면 춥다.
노고봉 북동사면의 곤지암리조트 스키장은 한창 제설(製雪) 중이다.
노고봉의 정상 표지석은 큼지막한 오석으로 2009.5. 용인시에서 세웠다. 돌탑 앞 등받이 벤치
에서 휴식한다. 안개는 중천의 해를 무력한 보름달로 만들고 노고봉 정상도 덮쳤다. 정광산은
노고봉과 비슷한 표고로 서로 0.5㎞ 떨어져 있다. 와석의 정상 표지석을 용인시 왕산초 동심
회에서 설치했고 무인산불감시시스템 시설이 들어섰다.
정광산에서 방화선 등로로 한 피치 내린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2009년 9월 개장하였다
는 용인자연휴양림 밤골매표소로 간다. 헬기장 지나고 520m봉, 휴양봉이다. 데크전망대가
있는데 오늘은 안개로 천지가 캄캄하다. 혹시 여기가 토산의 장릉(長稜)에서 제일 큰 바위라
는 형제바위가 아닐까? 바윗길 살금살금 지나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나온다. 대여섯 명의
패러글라이더들이 안개 걷히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활공장 바로 아래까지 트럭을 타고 올라왔다. 도로는 ├자 갈림길 안부에서 오른쪽 산
허리 돌아가고 △474.7m봉은 방화선 너른 길로 직진한다. △474.7m봉은 전후 이정표로 판단
하건데 ‘마락산’이다. 삼각점은 이천 463, 1987 재설. ┼자 갈림길 안부에서 0.8㎞ 남은 마구
산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목제계단이 있으되 구실을 하지 못하여 옆으로 새길이 뚫렸다.
마구산도 ‘魔口山’으로 새겨야 마땅하다. 헥헥대다 못해 입가에 버캐 인다. 예전에 마구산 정
상 주변에 산불이 크게 났었다. 참나무 고사목지대다. 마구산을 우리말로 풀어 ‘말아가리
산’이라고도 한다. 조망 좋은 마구산 정상 암반에 올라 휴식 겸해 늦은 점심밥 먹는다.
15. 마구산 가는 길
16. 마구산 가는 길
17. 마구산 가는 길
18. 마구산 정상 주변
19. 마구산에서 포곡면 금어리 조망
20. 태화산
21. 미역산
▶ 태화산(泰華山, 641m), 미역산(△612.4m)
안개가 걷히기 시작하여 주변 풍광이 스산하다. 동쪽으로 방향 틀어 쭉쭉 내린다. 491m봉 내
려 안부.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지고 잠시 멈칫하여 565m봉. 너른 헬기장이다. 헬기장 가장자
리에 보기 드문 1등 삼각점이 있다. 이천 11, 1987 재설. 혹시 태화산 정상에 설치해야 할 것
을 에라 하고 여기에 설치한 것은 아닐까?
태화산 오름길 그나마 바위 슬랩 두 군데를 데크계단으로 덮어버렸다. 태화산 정상. 자연석의
커다란 표지석이 있다. 작품이다. 자연석이 워낙 커서 이동이 어려울 것 같아 원래 있던 것이
아닌가 한다. 장의자가 여러 개 놓여 있고 정자도 있다. 조망이 트일까 KT기지국 주변을 돈
다. 대해 멀리 고도는 추계리 금박산이 틀림없다.
태화산은 예전에 ‘대하산’ 또는 ‘대해산’이라고도 불렀다 하니 오늘은 참으로 적실한 이름이
다. 태화산 내림 길도 잘 정비하였다. 가파른 돌길은 데크계단 놓았고 곳곳에 쉼터와 이정표
를 설치하였다. ├자 갈림길 안부는 삼지송 삼거리이자 시어골고개다. 삼지송이 늙어 가운데
가지는 죽었다. 오른쪽은 은곡사로 내린다.
미역산 오름길. 오른쪽 사면은 모수 듬성듬성 남겨두고 벌목하였다. 금박산 쪽으로 오늘 산행
중 가장 볼만한 가경을 연출하여 긴 오르막 한걸음 오를 때마다 이경(異景)이라 어느새 미역
산 정상이다. 너른 헬기장 한가운데 삼각점(이천 466)이 있고 대구 김문암 씨가 정상 표지판
을 세웠다.
하산. 가장 긴 능선의 끝 노곡1교를 향한다. 동진하여 Y자 능선이 분기하는595m봉. 왼쪽은
‘등산로 없음’이라는 표지로 막았다. 십년 전에 그 쪽으로 내려 상림리로 갔었다. 가파른 내리
막 도중에 Y자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은곡사로 간다. 인적을 은곡사로 보내고 나니 한층
한갓지고 햇낙엽 고스란한 길이다.
지도에는 유정리 도로가 능선마루 가까이 다가왔지만 모른 체한다. 군 참호 몇 개 지나고 뚝
뚝 떨어진다. △275.3m봉이 제법 당차다. 땀난다. 삼각점은 판독불능인데 안내판에 ‘이천
471’이라고 한다. 숲길,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조림연구단지 표지와 함께 간다. 안터말 내
리는 안부. 앞의 잔봉우리를 내처 오른다.
인적 없는 오지다. 잡목 숲 헤친다. 잣나무숲 지나고 생사면 쏟아 내렸더니 노곡천 갈대숲 늪
지다. 다시 능선마루로 올랐다가 공장 뒤뜰로 내린다. 개들이 짖어댄다. 쪽문 열고 공장 마당
으로 나가자 곱게 차려입은 여인이 나를 공장인부로 오인한다. 산꾼임을 밝히고 광주 가는 버
스를 어디서 탈 수 있는지 묻자 마침 곤지암을 경유하·여 양평 가려는 참이라며 자기가 모는
트럭에 타라고 한다. 공장 여사장이다. 부디 그 공장이 일익 번창할진저!
22. 태화산 오르는 도중 뒤돌아본 마구산
23. 태화산 정상 표지석
24. 뒤쪽이 금박산
25. 시어골고개의 삼지송, 가운데 가지는 죽었다
26. 미역산 오르면서
27. 태화산 자락 뒤는 금박산
28. 왼쪽이 금박산
29. 안터말 갈림길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