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나눔교실 4주차 과제]
(중3) 조카에게
지난번 시골에서 보니까 작은 아빠보다도 훨씬 커버렸더구나. 청소년기를 지나는 널 보면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겠다 싶었어. 혹시 네가 살아가면서 어려운 문제에 부딪힐 때 도움이 될까 해서 이야기 좀 해주고 싶구나.
<문밖에 사자가 있다> 그림책이 있는데 혹시 보았니? 문 안쪽에 두 사람이 있는데, 전혀 다르게 반응하지. 한 사람은 사자가 두려워 문밖에 나갈 생각을 못 하고 사자의 소리만 들어도 주눅이 들어 벌벌 떨면서 이불을 뒤집어쓰지. 반면에 다른 사람은 문밖의 아름다운 산과 바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고 싶어서 문밖으로 나갈 방법을 열심히 찾고 연구해.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속담이 있잖아. 그는 결국 문밖으로 나오게 되지.
어떻게? 사자가 좋아하는 고기를 구워 냄새를 풍기고 고깃덩어리를 문밖으로 멀리 던져버려. 사자가 그 고기를 찾으러 갈 때, 바로 그 기회를 이용해 문밖으로 나와 달아나지. 마침내 밖으로 나온 그는 등산도 하고 밤하늘의 별들도 보며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하지.
두려운 문제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란다. 하지만 두려움에 붙잡히지 말았으면 좋겠어. 두려움에 붙잡히면 무기력한 삶, 패배자로 살아가기 쉬우니까. 두려움은 한번 잘 해결되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야. 또 다른 두려움이 닥치거든. 그래서 두려움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인식, 두려움 때문에 오히려 강해지고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 좋겠어.
몸이 매우 약한 어떤 사람이 큰 바위가 집 앞에 있어 시야를 가린다며 치워달라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지. 하나님께서 기도만 하지 말고 스스로 바위를 밀어보라고 하셨어. 그래서 매일 세 번씩 바위를 밀어내고자 몸부림쳤지. 1년쯤 지나서 어떻게 되었을까? 바위는 꿈쩍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거야. 헛수고한 건가? 아니야. 그 사람은 건강한 근육질의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어.
작은 누나(둘째 딸, 교육공학 박사학위 4학기 중)가 끊임없이 문제에 도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잖니. 누나가 어려서부터 그런 건 아니었어. 두려움이 참 많았었지. 두려움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당시에 유행했던 인터넷 소설과 비디오에 깊이 빠져 지냈지. 두려움에 붙잡혀 현실에서 도피하고, 항상 짜증 난 얼굴로 지냈어.
누나는 그때 친구들도 잘 사귀지 못하고 선생님께도 자주 혼나곤 했지. 짜증 나게 하는 것들이 모두 친구들과 선생님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집에 와서 짜증 난 일들을 이야기하면 난 그런 누나의 마음에 공감해 주지 못하고, 너 자신이 문제라고 말해 주었지. 누나는 다시는 마음의 고민을 이야기하지 않더구나. 누나는 더욱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되어 갔어.
그런데 그 무렵 누나가 교회 수련회에 며칠 다녀왔는데, 거기서 자신이 문제란 사실을 깨달았지. 수련회 다녀와서 숨겨놓았던 인터넷 소설들과 비디오테이프들을 버리라며 꺼내놓았는데 얼마나 많았던지 놀랐어. 그 후 누나는 두려움 문제를 피하려고만 하지 않고 부딪혔어. 그러자 바닥을 치던 성적도 조금씩 오르고 친구도 몇 명 사귀더구나. 그때 누나는 중학생이었지.
누나가 고등학생 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니? 고3 수능 앞두고 평가원에서 출제하는 9월 모의고사를 모처럼 잘 봤어. 자신감을 얻어 남은 두 달 잘 정리하면 좋은 결과를 얻겠구나! 희망을 품고 열심히 공부하더라고. 그런데 10월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죽을 쑤었어. 이제 한 달 남은 수능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예 공부를 포기하고 드러눕더라고.
일단 누나의 두려워하는 마음에 공감해 주었지. 그리고 이런 말을 해주었어. “9월 모의고사 잘 봤는데, 10월 모의고사 더 잘 봐서 방방 뜨다가 11월 수능에 망하는 것이 좋겠어? 아니면 10월 모의고사 망쳐서 겸손히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수능시험을 잘 보는 것이 좋겠어?” 누나는 두려움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다시 열심히 공부해 어떤 모의고사보다 수능을 더 잘 보았지.
작은 아빠도 길게 산 인생인 만큼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 가장 힘들었던 것은 13년 전에 작은 엄마가 하늘나라로 떠난 일이었지. 정말 눈앞이 캄캄하더라고. 혼자 살아갈 날들을 생각하니 밤에도 잠이 오지 않는 거야. 장래에 대한 두려움에 붙잡힌 거지. 그러나 친구들을 만나 고민을 털어놓으며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지금은 너무나 씩씩하게 잘 살아가고 있단다.
그렇다고 이제는 두려움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야. 암, 치매, 심혈관계 질환 등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하지만 두려움에 붙잡히지 않고자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지. 무엇보다 운동이 좋다 해서 요즘 상당히 덥지만, 집 주위 전철역까지 2~3km는 기본으로 걷고, 시골집에 갈 때도 터미널에서 6~7km를 걸어 다니거든. 걷기 싫을 때는 지금 걷지 않으면 걸을 수 없는 날이 그만큼 빨리 온다는 생각을 하면 정신이 번쩍 들어. 또 요즘은 인생나눔교실에서 글쓰기를 배우는데, 치매 예방에 아주 좋다는구나.
아무튼, 두려움을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 부정적으로만 보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두려움에 붙잡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거든. 하지만 두려움은 긍정적인 면도 있어. 우리를 성장케 하고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어, 불확실한 세상에서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멋진 삶을 살아내게 하거든.
그런 사례를 한번 찾아보려무나. 현대그룹 창업자 정주영 회장이 어떻게 아산만 방조제를 쌓았는지, 건국대 부총장을 지낸 류태영 박사가 어떻게 세계 각지의 큰 돌들을 건국대병원 주위에 옮겨 놓을 수 있었는지, 김동호 목사님이 왜 날기새(날마다 기막힌 새벽) 유튜브를 운영하는지? ….
(2024. 8. 31. 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