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암산 능선의 암릉인 1,166m봉, 도자 님과 솔개 님(오른쪽)
산장은 대개 땅 위에 그대로 세운 통나무집이다. 문을 열자 축축한 공기가 코를 찌르고 어두
침침한 구석에는 괴물이라도 숨은 듯하다. 한가운데 불을 지핀 자리가 시커멓게 남아 있고 그
옆에 타다 남은 나무토막들이 제멋대로 뒹굴고 있는 것을 보면 오랜만에 내 둥지에 돌아온 듯
한 기쁨에 사로잡힌다. 무거운 배낭을 내던지고 우선 담배 한 대 피어 물 때 비로소 숨이 나가
고 마음이 가라앉는 그 기분은 정말 산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아는 즐거움이다.
--- 후카다 큐야(深田久弥, 1903~1971), 『산장의 하룻밤』
▶ 산행일시 : 2012년 8월 11일(토), 맑음, 박무, 염천
▶ 야영인원 : 23명(영희언니, 버들, 스틸영, 숙이, 메부인, 솔잎, 중산, 드류, 대간거사,
감악산, 화은, 사계, 산그림애, 신가이버, 두메, 솔개, 해마, 도자, 인샬라,
구본경, 승연, 가은, 메아리)
▶ 산행시간 : 8시간 40분(휴식과 점심시간 포함)
▶ 산행거리 : 도상 12.8㎞
▶ 교 통 편 : 차량 4대(25인승 버스 1대, 봉고 1대, 승용차 2대)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6 : 40 - 동서울종합터미널 출발
09 : 50 - 인제군 서화면 서흥리(瑞興里) 앞골, 별장, 산행시작
10 : 05 - Y자 계곡 직전에서 오른쪽 사면 치고 산속 진입
10 : 24 - 516m봉
11 : 18 - 723m봉
12 : 10 ~ 12 : 45 - 746m봉, 점심
14 : 15 - 암벽 우회
14 : 32 - 대암산 ┳자 능선 분기봉
15 : 00 - 1,166m봉
15 : 55 - △1,040.1m봉
17 : 05 - Y자 능선 분기봉, 오른쪽은 면계 △822.8m봉으로 감
17 : 38 - 임도 절개지 절벽
18 : 15 - 군사도로
18 : 30 - 별장, 산행종료
▶ 야영지는 대암산 자락 별장
오늘은 오지산행이 매년 혹서기 때 한 차례 갖는 1박2일 야영 산행하는 날이다. 야영지는 원
통 태릉갈비집 사장님의 대암산 자락 앞골 별장이다. 우리가 설악산이나 그 인근 산을 다닐
때마다 산행 후 뒤풀이 음식점으로 으레 원통의 태릉갈비집을 찾았던 연유로 지난봄에 사장
님이 우리의 혹서기 하룻밤 야영지로 당신의 별장을 이용해도 좋다고 쾌히 승낙했었다.
태릉갈비집 사장님 부부의 마음 씀이 과분하여 황송하기 그지없다. 오늘 아침에 원통을 지나
다가 우연히 만났는데 태릉갈비 서울 본점 사장님의 따님이 갑작스레 고양시 일산에서 혼례
를 올리게 되어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가는 중이라며 서울 가는 차안에서 드실 요량으로 마련
한 떡을 한 상자 떼어내 우리에게 주는가 하면,
대암산 자락 앞골 별장에는 요즘의 강원도 별미인 찰옥수수를 삶아 먹으라고 한소쿠리 담아
놓았고, 별장 테라스에 노래방 기기를 일부러 설치했으며, 늦은 저녁에는 일산 혼례식 참례를
마치고 내려오는 길로 바로 이곳 별장에 들려 혼례식 음식을 푸짐히 내놓았다. 그러고도 별장
마당 한쪽에 기르고 있는 오리를 잡아주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워하였다.
춘천고속도로는 이른 아침부터 피서행렬 차량으로 밀린다. 일치감치 국도 타기 잘했다. 괜히
고속도로 통행료 내고 더디 갈 뻔했다. 화은 님 차가 그랬다.
원통에서 453번 지방도로로 들어 칠성고개 넘고 인북천 따라 서화로 향한다. 인북천 지천을
서흥교로 건너기 전에 왼쪽으로 방향 틀면 앞골이다.
별장이 가깝다. 별장은 단층양옥으로 마당은 너른 잔디밭이고 가장자리에는 겹삼잎국화 무
리 옆으로 정자가 있다. 별장 앞에는 맑은 개울이 흐르는데 돌 포개어 물 막았고 차일 쳐서 아
무 때나 물놀이하기 좋다. 분위기가 이럴진대 한편에서는 천렵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개울물
에 발 담그고 장진주사(將進酒辭) 읊으며 염제(炎帝)를 희롱하는 것 또한 그 아니 낙락(樂樂)
하랴 싶다.
1. 야영지인 별장, 짐 내려놓고 산행 출발한다
2. 능선 길
3. 노란망태버섯, 버섯의 여왕이라고도 하는 화려한 버섯으로 서양에서는 신부의 드레스 같
다 하여 드레스버섯이라고도 한다. 망태처럼 얽혀 있고, 옛날의 대학생들이 입던 망토와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대암산 산행
그러나 알탕의 맛을 만끽하고 술발이 더욱 잘 받기 위해서는 산을 가서 육신을 노곤히 할 일
이다. 여느 때의 오지산행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해를 이고 농로를 간다. 15분 걸어 농로는
군사도로로 이어진다. 바리케이드를 열어놓았다. 출입하려면 7039부대에 문의하시라는 팻말
이 있다. 자주포 주차장 지나고 Y자 계곡 약간 못 미쳐 오른쪽 산기슭의 덤불숲을 뚫는다.
척후는 솔개 님. 지열 후끈한 가파른 사면이다. 금방 얼굴이 땀으로 범벅이 된다. 뒷심 좋은
일부는 더덕을 찾는지 이리저리 사면 훑지만 나는 한 걸음도 허실 없이 조신(操身)하게 등로
따른다. 516m봉에서 잠시 휴식. 탁주로 목 추긴다. 하늘 가린 숲속 길. 당분간은 오름길이 완
만하다. 이따금 바람이 불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723m봉을 넘고부터 오르내리는 굴곡이 꽤 심하다. 1시간 가까이 진행하여 겨우 고도 30m를
높인다. 쉴 때마다 요기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요기일 뿐, 때가 되어 점심밥 먹는다. 뒷골로
내리는 갈림길 지나고 거대한 암벽과 맞닥뜨려 암벽 왼쪽 밑으로 크게 돈다. 암벽 밑에는 석
간수 똑똑 떨어지는 물이 약간 고였다.
너덜 잠깐 지나고 오름길이다. 입에서 단내가 나게 바짝 오른다. 갑자기 뒤에서 벌에 쏘였다
는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땅벌 집을 건드려 5명이나 벌떼의 습격을 받았다. 인샬
라 님은 5방이나 쏘였다. 맨 앞에 가던 대간거사 님이 상비약 갖고 서둘러 내려간다. 복불복
(福不福)인가. 이후로도 두 차례에 걸쳐 3명이 더 벌에 쏘였다.
대암산 정상이 보이는 ┳자 능선 분기봉에 오르고 진용 추슬러 암릉을 내린다. 외길 릿지다.
바위틈 비집은 솜다리를 본다. 솜다리는 우리나라 희귀식물이다. 군락으로 있다.
릿지를 살금살금 긴다. 한발만 삐끗해도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어느 해 봄날 찬바람 세
차게 불던 날등이 아니라 주변의 무성한 나뭇잎이 단애 가려 고소공포감은 덜었다.
릿지 끝나면 인적 뜸한 밀림지대다. 바위 슬랩이 나온다. 그중 완만한 슬랩 골라 슬링 걸어 내
린다. 뚝 떨어진 반동으로 △1,040.1m봉을 오른다. 등로 한가운데 있는 삼각점은 ╋자 방위표
시만 보인다. 이제부터는 줄곧 내림이다. 울창한 잡목 헤치며 줄달음한다. Y자 능선 분기봉.
오른쪽은 계속 면계(面界)로 △822.8m봉을 넘어가고 우리는 왼쪽으로 간다.
앞서가던 도자 님이 벌에 쏘였다는 외침이 들리고 벌이 있는 위치를 가늠하기 어려워 미리 멀
찍하니 사면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또 누가 당할까? 어째 걸음걸음이 아슬아슬하다. 산허
리 도는 임도가 보이고 다가가자 절개지가 절벽이다. 7m쯤 될까? 슬링이 짧아(10m이지만 내
리고 나서 회수하기 위해 두 겹으로 쓰니 5m다) 언젠가 산에서 주은 노끈을 내렸다.
솔개 님이 먼저 하강한다. 중간쯤 내려 줄이 뚝 끊어진다. 솔개 님이 날래기 망정이었다. ‘에
헐질 번하괘라’였다. 철렁했던 가슴 쓸어내리고 슬링 외줄로 건다. 슬링 회수는 인샬라 님의
날렵한 솜씨. 다시 능선 타고 쭉쭉 내려 아까 산행 시작했던 원점이다.
4. 대암산(1,309m)
5. 대암산 1,304m봉 군부대
6. 솜다리
7. 대암산
8. 암릉
9. 참취 꽃
10. 왼쪽 멀리 안산과 그 맞은편 가리봉이 보인다
11. 임도 절개지 절벽, 하강의 모범을 보이시는 중산 님
12. 메부인, 재미 붙이셨다
▶ 야영
별장. 야영산행추진위원장인 신가이버 님을 비롯한 몇몇은 산행을 마다하고 예의 주도면밀
한 야영준비를 풀어 별장 마당 잔디밭에 상을 걸게 차렸다.
땀 식기 전에 개울로 달려가 물속으로 들어간다. 자맥질 서너 번에 소름 돋는다.
좌정하여 대암산 앞골이 울리게 건배한다. 술은 생더덕주고 안주는 삼겹살과 훈제오리다. 인
북천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도 끓였다.
백댄서 임무 맡은 도자 님의 우아한 몸놀림은 큰물에서 놀아 본 가락이다. 무대가 살아난다.
밤은 깊어가고 노래방 기계 볼륨을 한껏 낮췄는데 태릉갈비집 사장님 부부가 들리고 나서 가
근방에는 마을 집이 없으니 목청 높이란다. 마침내 술이 나를 먹는다. 노래 두 곡에 목이 잠기
고 개울가로 가서 스티로폼 위에서 물소리 들으며 잘까 하다 정자로 간다. 대자로 눕는다. 노
랫소리가 귀에 가물거린다.
13. 별장 마당
14. 사계 님과 솔잎 님
15. 왼쪽부터 메부인, 솔개 님, 버들 님
16. 화은 님, 명창이시다
17. 대간거사 님
18. 원통 태릉갈비 사장님(왼쪽)과 솔개 님
19. 원통 태릉갈비 사장님 부인
20. 단체사진 일부, 가운데가 중산 님
21. 야영산행을 마친 아침
첫댓글 수고 많으셨습니다^^
아직도 제게 천재성의 변화가 없습니다.
영어가 전혀 나오지 않는걸 보니....
약효가 없었나 봅니다...ㅎㅎㅎ
벌에 쏘이고...더워서 땀으로 목욕을 했지만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였던것 같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준비하느라 고생하신 신가이버성님 형수님 수고하셨구요, 유럽여행 시차 적응도 채 안되셨을텐데... 드류 성님, 감악산 성님, 숙이 누님 멋쟁이. 항상 조용히 애둘러 주시는 총대장 대간거사님, 메아리 성님 수고하셨구요 이하 오지팀 화이팅입니다.^^
잘 올라가셨는지요~~저는 아직도 머리가 휑하네요~~^^*
ㅎㅎㅎ아이고! 배아파라! 만사를 제치고 갔어야 하는데... 이 배 아픔을 어찌할꼬나?
성님들 누님들 벗들 고생많으셨습니다.
드류형님과 감악산형님은 찍기만 하시고~~~ 양쪽 다 아예 안보이십니다. ㅎㅎㅎ
구라파 가족여행 무탈 귀경을 감축드립니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