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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서랍까지 수색…'바이든-날리면' 보도 괘씸죄? < 사회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MBC 임현주 기자 '브런치'에 자택압색 항의 글
"휴대전화, 업무용 노트북 다 제출했는데
속옷 서랍까지 들춰보며 수치심 주는 이유는"
"사건발생 작년 4월 적시하고 20년 전 다이어리는 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 MBC 임현주 기자를 압수수색 중인 경찰이 지난달 30일 상암동 MBC 사옥 진입을 시도하자 노조원 등 직원들이 이에 항의하고 있다. 2023.5.30.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당한 MBC 임현주 기자가 지난달 31일 온라인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장문의 항의 글을 올렸다. 경찰은 임 기자가 글을 올리기 하루전인 30일 임 기자의 집과 MBC뉴스룸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임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그 때문에 국민의힘으로부터 고발 당한 바 있다.
임 기자는 글을 통해 “저는 지난해 9월 정치팀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 발언 보도로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건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인 줄 알았다”며, 그래서 경찰에 “요즘은 명예훼손 혐의로도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참 지난 이야기를, 이제 와서 주거지와 차량까지 압수수색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수사관 얘기는, 이번에는 다른 건으로 왔다는 겁니다. 지난해 4월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인사검증자료를 A매체 기자에게 파일로 전송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 기자는 “좀 구체적으로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알려줄 수 없다면서 대뜸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습니다.” 임 기자는 말문이 막혔다.
“경찰이 영장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 장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건지 검찰에서 나온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임 기자는 압수수색 당시의 상황을 글을 통해 자세히 전했다. 자신의 심경도 글에 밝혔다. (아래 전문)
페이스북과 트위터, 관련기사 댓글창 등 온라인에는 임 기자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글이 쏟아졌다.
박성제 전 MBC 사장은 페이스북에 임 기자의 글을 읽고 통화도 했다며 이번 사태를 정리했다. 그는 “임 기자가 다른 기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한동훈 장관 인사청문회 자료는 작년 4월에 국회 출입기자 수백 명에게 뿌려진 것”이라며 ‘(한동훈 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했으니 위법’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무리한 과잉수사’도 지적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이전인 지난 주, 3차례에 걸쳐 임 기자가 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영장없이 CCTV를 뒤졌으며 임 기자의 가족과 어린 자녀의 출입 장면,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모습까지 샅샅이 촬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년 전 일로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10년 전 수첩과 다이어리, 서랍 속 팬티까지 뒤졌다? 이래서 과잉수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엠비시 피디수첩
그는 ‘바이든-날리면’ 때문에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현주 기자가 작년 9월 22일,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사건 당일, 12시 뉴스에 리포트를 한 기자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는 것이다.
그는 임 기자와 함께 자신을 포함, 고발당한 MBC 기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리며 “앞으로 MBC의 많은 언론인들이 이런 식으로 털리고 과잉수사를 당하고, 매도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그럴수록 상식을 가진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대처하길 당부한다”고 글을 맺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주민번호를 방송이나 기사로 공개한 것도 아니고 기자들끼리 취재 용도로 공유한 것이 개인정보법 위반인지도 불분명하다”며 “고작 초본 따위에 무려 서울경찰청 특수부가 나서게 된 것은 가뜩이나 윤석열 지지율도 빠지고 있는 우울한 입장에서 민주당의 정치공작으로 몰아가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상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현주 기자 힘내시라! 워낙 베테랑이니 별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응원했다.
조성민 교수 페이스북
그런가하면 조성민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는 “임현주 기자 압수수색은 언론인들을 겁박해서 언론을 통제하려는 술책일뿐. 그러나 언론자유를 억압할수록 민주시민들의 정의감은 더욱 불타오를 것이고, 폭압정권의 수명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라고 썼다.
임 기자의 글과 관련기사를 소개-링크하고 응원한 사람들도 많았다.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자사 관련기사 <“속옷 서랍까지 뒤져 수치심”…한동훈 관련 MBC기자 ‘과잉’ 압수수색 행태 고발>을 링크해 올렸다. 박영훈 더불어민주당 청년미래연석회의 부의장도 임 기자의 글을 소개했다. ‘제보자 X’로 알려진 이오하 씨도 임 기자의 글을 링크하고 ”여러분도 꼭 읽어봐야할 글입니다”라고 썼다.
트위터에도 임 기자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글이 연달아 게시됐다. 검찰과 경찰, 윤 정부를 성토하는 글도 많았다. “MBC 임현주 기자를 응원합니다. 반드시 저들의 더러운 죄악들이 드러나는 날이 올 겁니다.” “압수수색 나온 경찰이 왜 임현주 기자에게 한동훈 이야기를 하는 거죠?” “경찰 얘네들 진짜 미쳐 가는구나.”
임현주 기자의 글 (전문)
기자는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기자이기 전에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으며, 기록을 남깁니다.
저는 18년 차 기자입니다. 저에겐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기자라는 이유만으로 늦은 저녁 뉴스 화면을 통해 엄마 얼굴을 보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주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을 오래 출입한 터라,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는 아이 친구들이 "아줌마, 경찰이에요? 검찰이에요?" 묻곤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기자로 일하면서 자기 일을 좋아하고, 일 하는 걸 행복해한다고 느꼈는지, 친구들에게 우리 엄마가 경찰청에서 일한다, 검찰청에서 일한다고 말했던 것 같습니다. 정확히는 경찰청을 출입했었고, 검찰청도 출입했었으니, 아이의 시선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지요.
기자생활 하면서 가장 보람되게 일했던 곳도 사회부였습니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본다고 욕을 먹을 때도,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이 국민들께 비난받을 때도, 저는 검경 조직 내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분들을 믿고 응원하며 저는 제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아이에겐 늘 바쁜 '기자' 엄마인 게 미안했지만, 그래도 우리 사회에 누군가는 해야 할 일들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저는 제 직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트위터
그런데 어제는 하마터면 아이에게 '못볼꼴'을 보여줄 뻔했습니다.
어제(30일) 오전, 서울청 반부패부 소속 경찰관들이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저는 지난해 9월 정치팀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 발언 보도로 수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건으로 압수수색이 진행된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경찰관분께 물었습니다.
"요즘은 명예훼손혐의로도 주거지와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이 발부되나요?"
한참 지난 이야기를, 지금에 와서 주거지와 차량까지 압수수색한다는 게 좀 이해가 안 됐습니다. 그런데 수사관 얘기는, 이번에는 다른 건으로 왔다는 겁니다.
지난해 4월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 당시 인사검증자료를 A매체 기자에게 파일로 전송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좀 구체적으로 내용을 설명해달라고 했더니 경찰은 알려줄 수 없다면서 저에게 대뜸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휴대전화부터 제출하시죠. 한동훈 장관님께서도 휴대전화 압수수색은 협조하셨습니다."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경찰이 영장집행을 나와서 기자에게 '한동훈 장관님'을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엇보다 중립적이어야 할 수사기관이 마치 한동훈 장관님의 대변인 같은 발언을 하며,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를 하라니, 압수수색을 경찰에서 나온건지 검찰에서 나온건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저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한 장관님께서 당시 휴대전화 제출 과정에서 검사와 몸싸움이 벌어져 독직폭행으로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가요? 제 기억엔 끝까지 휴대전화 비밀번호는 알려주시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 어떤 협조를 하셨다는 말씀인지?…"
경찰은 더 이상 한동훈 장관이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협조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 변호사님이 도착했고, 경찰이 제시한 영장을 읽어봤습니다.
도대체, 기자가 얼마나 중한 죄를 지었길래 판사가 기자의 신체, 의복, 소지품에 주거지 집, 차량, 사무실까지 영장을 발부했을까.
변호사님과 함께 영장 내용을 확인하고 신체, 의복, 소지품에 대한 수색에 협조하고 차량 수색이 끝난 뒤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집안에 모든 PC, USB 등을 확인했고, 취재 수첩과 다이어리 등을 확인했습니다. 2006년에 사용했던 다이어리부터, 10여 년 전 사용했던 취재수첩까지…집안에 자료란 자료는 열심히 들여다봤습니다. 과연 20년 전 다이어리와 10여 년 전 취재수첩 등이 한 장관님의 인사청문회요청안 PDF 파일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사건 발생은 작년 4월이라고 영장에 나와있는데 2006년 다이어리는 왜 필요하며, 10여 년 전에 쓰던 취재수첩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경찰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간혹 일부러 옛날 수첩이나 다이어리에 메모를 해 놓는 분들도 계셔서요."
저는 몇 시간 동안 최대한 수사기관 분들께 수사 진행 협조를 했습니다. 찾으시는 물건들은 갖다 드리고, 회사 업무용 노트북은 압수 목록에 작성하셨고, 그 외에도 명함과 각종 서류 등을 챙기셨습니다. 제가 혹시라도 질문하면 경찰은 판사님께서 영장을 괜히 발부하셨겠느냐며, 절차에 따르라고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판사님.
저는 수색 장소, 신체,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주셨으니, 저도 최대한 협조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방에 들어가서 팬티까지 손으로 만지면서 서랍을 뒤지는 것을 보는데, 솔직히 화가 났습니다. 영장을 발부하신 부장판사님도 같은 여자시던데, 영장에는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속옷까지 수색하라고 영장 범위에 적어 놓지는 않으셨던데요.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건가요.
지난해 4월 한동훈 장관님의 인사청문회 파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저희 집에서 그 범위에 한해 압수수색을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휴대전화도 제출했고, 업무용 노트북도 제출했는데.. 굳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 속옷 서랍까지 다 들춰보며 수치심을 주는 이유는 뭔가요.
저는 정말이지, 경찰이 속옷 서랍을 열고, 만질 때 상당히 불쾌했습니다. 그래서 정중히 부탁드렸습니다.
"여기는 속옷이 있는 서랍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속옷은 손은 좀 씻고 수색해 주시죠."
몇 시간가량 집안에 대한 수색이 끝나고, 다음엔 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기자들은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이미 노트북은 집에서 확보하셨으면서 제 부서 책상까지 다 확인하셔야 한다며 경찰은 직원들과 대치를 이뤘습니다.
언론단체들은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1년 이상 지났고, 기자 업무가 보통 개인 휴대폰과 전자기기 등으로 이뤄진다는 점, 뉴스룸에는 언론사가 보호해야 할 수많은 취재원 정보와 취재 관련 정보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부당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저는 어제 아침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처음으로 한동훈 장관님의 개인정보유출 위반 혐의란 새로운 저의 죄명을 듣고, 새로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에 이어, 현직 법무부장관에 대한 개인정보유출 수사라… 솔직히 기자 개인이 감당하기엔 저에게 '죄가 있다'고 하시는 분들이 너무 높은 분들이셔서, 겁도 나고 두렵습니다.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는 1천 명이 넘습니다. 외신기자까지 하면 약 1천3백 명에서 1천5백 명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인사청문회 기간이면 인사검증 자료들이 공개되고, 기자들은 그 자료들을 토대로 취재하면서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해 검증하는 보도를 합니다. 그런데 그 당시 무슨일이 있었다는 것인가요.
난생처음 압수수색을 경험하고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하고 나니, 군인이 총과 칼을 뺏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경찰이 압수수색 전 이미 두 차례나 저희 집을 방문했었고, 2개월치 차량 기록과, 저희 가족들이 엘리베이터를 드나드는 영상들을 모두 촬영해 갔다는 사실을요.
물론 압수수색을 위해 주거지 사전 탐문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마치 미행하듯, 기자 차량이 주차장에 들어오자마자 경찰차가 따라 들어오고, 기자 차량 아파트 출입기록이 2개월치나 떼가면서, 가족 얼굴이 담긴 영상들을 왜 찍어가신 건지. 이 사건 수사와 저희 가족들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건지 묻고 싶습니다.
페이스북
한동훈 장관님, 인사청문회 검증 당시 따님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 기자들이 취재할 때 미성년자녀니까 자녀에 대한 과잉 취재는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으셨었나요? 미성년자녀는 장관님 자녀에게만 해당되는건 아니지요? 취재와 수사. 어떤 게 더 당하는 입장에서 공포스러울지, 한번쯤 생각해보셨나요?
수락석출, 물이 빠지고 나니 돌이 드러난다는 말처럼 언젠가는 흑막이 걷히고 진상이 드러나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까지 묵묵히, 저는 기자로서 제 길을 걷겠습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