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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공지보기▶ 231년 전 도화서 출신 단원 김홍도·복헌 김응환
양양 낙산사·관음굴 찾아 모두 세폭의 그림 남겨
떠오로는 태양·겹겹이 펼쳐진 능선 매우 사실적
의상대·홍련암 주변 해송·굴참나무·적송 눈길
2005년 산불로 단원이 본 산세와 변화 아쉬워■김홍도가 반한 낙산 쪽빛 바다=양양은 서울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개통된 후 동해안 관문이 됐다. 주말이면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몰려들고 있다. 우리나라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양양터널(10.96㎞)은 땅속 백두대간을 관통해 동해안으로 안내한다. 터널 중간쯤, 양양군으로 진입하면 내비게이션은 “고맙다 양양”이라는 말로 홍보 멘트를 선보인다.
231년 전 조선의 유명한 두 명의 도화서 출신 화원이 양양 낙산사를 찾았다. 단원 김홍도와 복헌 김응환이다. 단원은 낙산사와 관음굴 두 폭을 담았고 복헌은 낙산사 한 폭을 남겼다.
복헌의 낙산사 그림을 보면 홍예문과 사찰이 보인다. 절 주변에 활엽수와 소나무들이 둘러싸고 있다.
육지와 가까운 위치에서 넓게 펼쳐진 수평선 위로 아침 해는 3분의 1쯤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음력 8월 중순이면 일출 시간은 대략 오전 6시10분대다.
단원 김홍도의 그림도 구도가 비슷하다. 사찰 앞 능선과 속초 방향의 산들이 겹겹이 펼쳐져 있다. 사찰 주변의 나무들도 위치가 비슷하게 그려져 있다. 사찰 입구에 비교적 큰 활엽수 한 그루가 서 있다. 지금의 그 자리는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있다. 단원의 해돋이는 해가 뭍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 동해안의 해돋이는 겨울이면 해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여름에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9월 중순의 해돋이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 단원과 복헌의 그림 중에 음력 8월 중순의 해돋이 그림은 단원 그림이 사실에 가깝다.
1467년에 지어진 홍예문(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3호)은 현재 누각을 쓰고 있다. 누각은 1963년에 세워졌다. 홍예문이 축조될 당시에 강원도는 26개의 고을이 있었는데, 세조의 뜻에 따라 각 고을에서 석재 하나씩을 내어 쌓았다고 전한다.
김홍도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상황을 메모한 것이 보인다. 深靑(심청)이라는 메모가 먼 바다와 앞 바다에 쓰여 있다. 단원은 짙푸른 바다를 양양 낙산사에서 봤다.
지금은 쪽빛, 에메랄드 색깔이라고 부르는 색이다. 고속도로 개통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양양을 찾는다.
양양은 우리나라 최초의 집터 유적이 나올 정도로 아주 오래된 도시다. 고인돌 등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이 오랜 시간이 축적된 도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고맙다 양양”보다는 “김홍도가 반한 쪽빛바다, 양양으로 오세요”를 추천하고 싶다. 조선 최고의 화가가 직접 보고 감동한 양양 바다를 더 많은 사람에게 문화 감성으로 느끼게 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홍련암과 관음굴 그리고 의상대=단원의 관음굴이라는 그림 안에 두 화사는 지금의 의상대 자리에 앉아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크고 작은 소나무들이 능선을 다라 줄지어 서 있다. 관음굴 위에는 홍련암이 보인다. 의상대와 홍련암 사이에 있는 호젓한 오솔길은 마음을 비워내기엔 안성맞춤이다.
홍련암(강원도 문화재자료 제36호)은 의상대사가 낙산사를 창건하기에 앞서 관음보살의 진신을 친견한 장소다. 낙산사의 모태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당시 신라의 수도인 경주에서부터 멀리 이곳까지 온 의상대사는 파랑새를 만났다. 파랑새가 석굴 속으로 들어가므로 이상히 여겨 굴 앞에서 밤낮으로 7일 동안 기도를 했다. 7일 후 바다 위에 붉은 연꽃, 곧 홍련이 솟아나더니 그 위에 관음보살이 나타나 친견한 후 이곳에 암자를 세우고 홍련암이라 이름을 짓고, 파랑새가 사라진 굴을 관음굴이라 불렀다고 전한다.
의상대(강원도 유형문화재 제48호)는 의상스님이 중국 당나라에서 돌아와 낙산사를 지을 때 이곳에 이르러 산세를 살핀 곳이며 의상스님의 좌선 수행처다. 홍련암으로 가는 길 해안 언덕위에 있다.
주위 경관이 매우 아름다워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면서 시인 묵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단원일행이 이곳을 방문했을 당시 의상대 건물은 없었다. 그 자리에 앉아 해돋이를 구경하고 있는 화원들 모습이 그림에서 관찰된다.
낙산사는 2005년 대형 산불 피해를 입었다. 단원이 다녀간 당시와 나무 변화가 크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눈길이 가는 나무는 의상대 주변의 소나무와 홍련암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해송, 그리고 원통보존 주변의 느티나무, 벚나무, 굴참나무, 소나무 등이 있다. 의상대 주변의 소나무는 특이하게 바다와 인접해 있는 지역인데도 적송 4그루가 서 있다. 아마도 단원이 그린 나무와 비슷한 자세로 서 있어 자꾸 눈길이 간다. 나무 높이는 14m이며 둘레는 180㎝다. 홍련암 방향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는 해안선과도 잘 어울려 멋진 풍광을 만들고 있다. 사찰 빈일주 옆으로 느티나무와 굴참나무,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의상대 옆에 적송이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굴참나무가 해안가로 나들이 나온 것은 더욱 신비한 일이다. 주로 산속에서 관찰되는 굴참나무는 높이가 19.5㎝, 둘레가 211㎝, 지름 64㎝다. 2005년 산불에도 운 좋게 살아남아 위풍당당한 모습을 전하고 있다. 사찰주변에는 20여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그중에는 산불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소나무가 2그루가 있다. 이 소나무들은 단원과 복헌의 그림에서 보이는 소나무와 비슷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양양=김남덕·오석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