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설날, 문득 계획 하나를 세웠다. 일기 쓰듯 "一日一劃"을 이 코너에 풀어 새기기로.
공개적으로 밝히면 억지로라도 쓰게 될 것이고. 계속 수정 보강하게 될 것이기에.
우선 시와 시론이면서 미학론이고, 동강 서강 남한강의 삶과 역사를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해석으로 펼칠 것이다.
누구나 새해엔 계획을 세우는데, 대부분 작심삼일 용두사미가 된다. 이렇게 공개해서 사업(?)을 시작하면, 억지로라도 실천하게 될 게 아 닌가?
(개천 4358년 1월 3일)
정선아리랑/최길하
울다 보면 어느새 노래가 되었고
그 노래 굽이지면 그만 또 울고 말지
강 건너 접동새와도 진외가 쯤 피가 섞인. (시조)
(시와 에세이)
트롯의 곡조가 귀에 들어오면 시에 가락이 잡힌다.
촌스럽게 '가락'이 뭐야?
그럼 '멜로디'라 할께
조삼모사처럼 같은 뜻인데 가락을 멜로디라 하니 세련되고 모던해 진다.
모든 예술이 그렇듯 문학도 크게 두 바퀴로 굴러가야 안정적이 된다. 서사(스토리=구성)와 멜로디(음색. 리듬=생명성과 감정)다.
그런데 말(구어체)이 글(문어체)이 되면서 멜로디는 이제 퇴물이 됐다. 공부와 지식은 대부분 텍스트(문자)로 이루어진다. 교육의 90% 이상이 텍스트로 이루어진다. 그러니 일상에서 사용하던 말은 퇴회되고 말도 문자로 쓰던 단어로 바뀌어 차츰 유식하게 되었다. 잠시 신춘문예 시와 시조를 살펴보니 '시조'의 입맛(입말=가독성)이 살 아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나무는 척척 바람에도 휘는데, 죽은 나무가지 는 휘어지지 못하고 똑똑 부러진다. 감정이 없는 죽은 어휘인 문어체를 쓰니 그렇다. 다시 말해 글을 유식하게 쓰려 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을 보라. 유식해 보이지 않아도 얼마나 지혜롭고 가슴에 꼿 히는 말인가?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 같은 것이 옛말이었는데...
시 시조 동시를 '운문'이라 한다. 쉽게 얘기해 문자의 맛이 리드미컬 하 냐? 그래서 운(韻) 율(律)이라고 한다. 운(韻)자를 보면 '音'자가 붙어있고 율 (律)자를 보면 실끈으로 이어진 합성어다. 운=음색, 율=선율 결이다.
가락(멜로디)은 선율(결)과 음색이란 뜻이다. 손가락 발가락 젖가락 노래 가락 머리카락... 가지 끝이니 잔뿌리나 인체의 모세혈관 같이 감각의 안 테나다. 풀이나 나무의 꽃은 햇가지 끝에 핀다. 이것이 가락이다. 가려린 바람결에도 흔리는 것이 가락이다. 가락은 몸끝 섬세한 모세혈관이다.
가지 끝, 즉 선율에 핀 색(꽃)이 멜로디 가락이다. 그림을 그리는데 선 드로잉을 하고 채색을 입힌다. 노래에선 리듬과 음색이라 한다.
음악 미술에는 음색 가락이 살아있는데, 가장 오래오래 살아있어야 할 문학(시)엔 촌스럽다고 민요풍이라고 폐기했다. 유식하지 못하다고 제 일 먼저 퇴화해 버렸다. 지식이 전달되는 문어체 때문이다. 특히 문학 전문 선생인 대학이나 유수 심사 기준이 그러니 퇴회될 수 밖에.
<ᄃᆞᆯ하 노피곰도ᄃᆞ샤 어긔야 머리곰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향가(민중 유행가) '정읍사'의 한 구절이다. 달님이시어 높이 돋으시어 멀리 좀 비추십시오
입말과 글말을 비교해보자.
ᄃᆞᆯ하 노피곰도ᄃᆞ샤 어긔야 머리곰비취오시라(입말=구어체) 달님이시어 높이 돋으시어 멀리 좀 비추십시오(글말=문어체)
입말이 더 시적인가? 글말이 더 시적인가?
우리말 고유어는 그냥 음악이다. 우리말의 은행이 바로 한글이다. 한글이 없을 땐 우리 말이 '구전'이나 '이두어'로 이어져왔다. 입말이 오래 보존 될 수가 없었다. 한자로 발음을 음만 따 붙이거나 뜻을 번역해 붙이니 이건 아예 암호풀기다. 그러니 말이 왜곡 되었고 조금만 세월이 흘러도 사라지거나 해석이 어려워졌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경제나 문화한류를 기적적으로 단숨에 세 계를 뛰어넘게 하는 '장대높이뛰기'의 장대같은 지랫대다.
시선(詩仙) '미당'은 그 입말을 다룬 신이다. 미당의 수필 중에 말을 악보로 그려 설명한 것을 보았다. 이 분이 입말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증명하고 있다. 시에서 멜로디(가락,결)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아리랑을 학자마다 해석을 하였는데 다 틀렸다.
"아리랑"은 아리+랑 "아리"=항아리. 마늘장아리. 종아리, 아리수. 가슴 앓리. 배앓이(볼록하게 알을 품고 있는 것이 비친 것이다. 그 알이란 한도 있고 그리움도 있고. 서러움도 있고. 연민도 있고... 그것이 아른아른 비친 것이다.) "랑"=물결처럼 아지랑이처럼 흔들리는 것이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고, 역사였고 삶이었다고 딱 한마디로 말한 것이다. 의성 어 의태어가 합쳐진 아리랑은 우리 삶을 그려놓은 말이다.
"아리아리쓰리쓰리" 이 얼마나 입말이 좋으냐? 미류나무 잎사귀들이 하늘하늘 바람에 나부끼듯 그려지고 느껴지지 않는가? 입말은 몸의 언어 이자 마음의 언어다. '잎사귀' 나뭇잎이 귀란다. 우리말은 바로 음악이다. 한글이 소리글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우리말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기 또 하나 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을 하셨다. "말을 그린 것이다" 말을 그리다니 말이 형상이 있다고, 어떻게 그려? (이 신의 한 수는 다음에)
정선아리랑의 곡조는 바로 '울음과 노래가 한통속'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살게 된다. 울음이 노래가 되어 풀어지니 사는 것이다. 우리네 삶 (삶='사람'을 한 음절로 압축한 글자)이 그런것이다. 울음과 노래는 한 곡 조다. 강 건너 접동새와도 진외가 쯤 피가 섞인 아우라지 뱃사공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정선아라리는 사람과 짐승 하늘에 뜬 구름장도 한곡조.
진외가:진외가는 아버지의 외갓집, 즉 할머니의 친정이다. 좀 흐릿하지만 접동새와도 그 쯤의 붉고 비린 피가 섞인 피붙이. 그래서 함께 주고받으며 울고 노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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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듯 공부할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잘지내시지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공부할 기회를 주셔서 좋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보강 수정을 지속적으로 하니 틈틈이 복습을 하면 좋을 것입니다.
잘 보구가유